[세상돌아가는 이야기.. ]/[時事-萬物相]

[장제원 前의원 오피스텔서 숨진 채 발견... 현장서 유서 나와] ....

뚝섬 2025. 4. 1. 06:29

[장제원 前의원 오피스텔서 숨진 채 발견... 현장서 유서 나와]

[“권력이 무서워 10년을 영혼 없이 참고 살았다”]

[Me Too 일파만파]

["En은 젊은 여자만 보면.." 최영미 미투 詩에 문학계 발칵]

[권인숙]

 

 

 

장제원 前의원 오피스텔서 숨진 채 발견... 현장서 유서 나와

 

경찰 "타살 혐의점 없다" 

 

장제원 전 국민의힘 의원/뉴시스

 

장제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숨진 채 발견됐다.

 

서울 강동경찰서는 지난달 31일 밤 서울 강동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장 전 의원이 숨진 채 발견됐다고 1일 밝혔다.

 

이날 오후 11시 40분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현장에서 장 전 의원의 유서도 함께 발견했다. 유서에는 “가족들에게 미안하다” “사랑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고 전해진다.

 

경찰 관계자는 “타살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구체적인 사망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고 했다.

 

장 전 의원은 10년 전 성폭력 혐의로 고소돼 경찰 조사를 받고 있었다.

 

장 전 의원을 고소한 전 비서 A씨 측은 이날 오전 10시 기자회견을 열어 고소 경위와 관련 자료 등을 밝힐 예정이었다.

 

18·20·21대 국회의원을 지낸 장 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시절 비서실장을 지내는 등 친윤계 핵심으로 꼽혔던 정치인이다. 그는 지난 22대 총선엔 불출마했다.

 

-김도연/양인성 기자, 조선닷컴(25-04-01)-

______________

 

 

“권력이 무서워 10년을 영혼 없이 참고 살았다”

 

2015년 11월 부산 한 대학의 부총장이었던 장제원 국민의힘 전 의원으로부터 성폭력을 당한 사실을 밝힌 당시 비서 A 씨가 동아일보와 만나 고통스러웠던 10년을 털어놓았다. 사건 직후 3년은 잊고 살아보려 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 후 7년간 조울증을 앓았고 자살을 시도한 적도 있었다”고 했다. 그는 “장 전 의원의 권력이 무서워 10년을 참고 살다 사람답게 살고 싶어 용기를 냈다”고 했다. 장 전 의원이 줄곧 이를 부인하자 A 씨는 어제 10년 전 호텔 방 동영상,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서 등을 경찰에 제출했다.

▷A 씨는 장 전 의원 측근에게 그날 밤을 상의하자 ‘걔가 널 사랑한다더라. (부산) 사상구에서 걔가 무슨 존재인지 알지 않느냐’는 대답이 돌아왔다고 했다. 당시엔 ‘이 일을 얘기하면 누군가가 죽을 수도 있다’는 말에 압박을 느껴 침묵을 지켰다고 한다. 하지만 장 전 의원이 사건 5개월 뒤인 2016년 4월 제20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됐고 멀쩡히 TV에 나올 때마다 “죽고 싶었다”는 것이다. 직장 상사들이 ‘일 잘한다’고 칭찬을 해도 곧이들리지 않을 정도로 트라우마에 갇혀 무너져 갔다고 한다.

가해자의 위력에 눌려서, 심리적 지배를 당해서 피해자가 숨는 건 권력형 성폭력에서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세상이 권력자의 편을 들어 피해를 구제받을 수 없으리란 두려움도 크다. 어렵게 용기를 내더라도 단죄는커녕 ‘꽃뱀’ 취급을 당하고 숨어 사는 일상조차 영위하기 힘든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A 씨 역시 성폭력 피해 사실을 밝힌 뒤 “왜 이제 와서…” “의도가 뭐냐” 등 2차 가해에 시달리고 있다.

 

▷2018년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력을 폭로했던 김지은 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사건이 일어나고, 고발하면 늘 피해자는 가해자 한 사람이 아니라 비호 세력과도 싸움을 해야 한다”고 했다. 김 씨를 비난하고 안 전 지사를 두둔했던 이들은 속한 조직에서 오히려 영전을 했다. 2020년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폭력을 고소한 김잔디 씨는 ‘피해 호소인’이라는 공격을 받았다. 김 씨는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내가 신호등을 못 봐서 사고를 당했다’거나 ‘내가 까만 옷을 입어서 사고를 당했다’라고 일일이 해명하진 않는다”며 “성폭력은 이상하게 피해자가 설명해야 하는 일들이 많다”고 2차 가해의 고통을 설명한 적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성폭력에선 그 피해에 대해 목소리를 낼 때 정해진 시한이 있을 수 없다. A 씨는 숨어 있는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용기가 날 때 (신고)하면 되는 것”이라고 다독였다. 피해자가 용기를 내어 말하는 그 순간에 ‘그간 얼마나 힘들었을지’를 헤아리진 못할지언정 ‘왜 이제 와서’라고 따져 묻는 건 잔인한 일이다.

-우경임 논설위원, 동아일보(25-04-01)-

______________

 

 

Me Too 일파만파

 

1950년대 서울 명동 술집 '은성'에 당시 문단의 막강 실세였던 소설가 부부가 들어섰다. 두 사람은 앉자마자 싸움을 시작했다. 작가 지망 젊은 여성들 문제인 듯했다. 그 광경을 본 소설가 김이석이 심기가 불편했던 모양이다. 남자 소설가를 보고 일갈했다. "추천받겠다고 따라다니는 애들, 그것들 건드리는 것 아니지요. 누가 그러데요. ○○는 예쁜 꽃만 보면 꼭 꺾어야 적성이 풀린다고." 김이석 아내인 작가 박순녀가 최근에 낸 실명(實名) 소설에 나오는 내용이다. 

 

▶최영미 시인이 한 원로 시인의 성추행을 폭로한 시가 파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실명은 안 썼지만 "100권의 시집을 펴낸" "노털상 후보로 En의 이름이 거론될 때마다" 같은 표현으로 독자들은 그가 누군지 금방 안다. "En 선생 옆에 앉지 말라고/ 문단 초년생인 내게 K 시인이 충고했다/ 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거든/ …." 

▶이 원로 시인은 "후배 문인을 격려하는 취지에서 한 행동"으로 해명했다고 한다. 최 시인은 방송 인터뷰에서 "구차한 변명이다. 너무나 많이 성추행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했다. "(문단에서) 성적인 요구를 거절하면 원고 청탁을 하지 않고 비평도 실어주지 않는 방식으로 복수해…"라고도 했다. 유력 문예지 편집위원을 맡은 문인들이 신인 작가들의 작품과 비평 게재 권한을 틀어쥐고 위세를 부린다는 증언은 심심찮게 있었다. '미투'(Me too) 운동을 촉발한 할리우드 영화 제작자 와인스틴이 그랬던 것처럼 문단 권력을 여성 작가들을 농락하는 데 썼다는 것이다.

▶일각에는 최씨가 개인적 체험을 일반화해 문단 전체 문제로 침소봉대했다는 반응도 있다. 그러나 문화계에선 '미투' 이전인 2016년부터 성추행 폭로가 쏟아졌다. 저명 원로 소설가, 유력 미술관 큐레이터가 사과문을 올렸다. 어느 시인은 한 계간지에 "○○○는 젊은 여자 후배 시인들 이름을 열거하며… 점수를 매겨보자고 했다"는 등 문단 성희롱 실상을 폭로하기도 했다.

▶자고 일어나면 성추행 고발이 튀어나온다. 여검사들의 폭로에 이어 작년 문재인 대통령 방미(訪美)에 동행했던 청와대 직원이 여성 인턴을 성희롱하다 징계받았다는 뉴스가 나왔다. 여성 국회의원, 도의원까지 '미투'에 뛰어들고, 기업 총수가 여직원에게 부적절한 처신을 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어느 한 군데 성한 곳이 없다. 남녀 평등한 새 사회의 룰과 관행에 익숙해지지 않으면 패가망신(敗家亡身)한다.

-김기철 논설위원, 조선일보(18-02-08)-

______________



"En은 젊은 여자만 보면.." 최영미 미투 詩에 문학계 발칵

 

/황해문화

 

“En선생 옆에 앉지 말라고/문단 초년생인 내게 K시인이 충고했다/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거든//K의 충고를 깜박 잊고 En선생 옆에 앉았다가/Me too/동생에게 빌린 실크 정장 상의가 구겨졌다.”

시인 최영미(57)씨가 원로 유명 시인을 사실상 실명 비판하는 시(詩)를 발표해 문단이 술렁이고 있다. 최씨가 계간지 ‘황해문화’ 겨울호에 발표한 총 7연 27행의 시 ‘괴물’이 여성 후배의 몸을 함부로 만지는 등의 추행을 저지른 비판 대상을 ‘En선생’으로 칭하고, ‘100권의 시집을 펴낸’이나 노벨문학상 후보를 함의하는 ‘노털상 후보’라는 수식어로 적시했기 때문이다. 황해문화 편집부 관계자는 “처음 원고를 받고 어조가 너무 강해 그대로 실을지 고민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이 시는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를 타고 급속히 퍼져나가고 있다.

시는 지난해 12월 나왔지만 최근 서지현 검사의 검찰 내 성추문 폭로 이후 확산된 미투(Me too) 운동 바람을 타고 뒤늦게 주목받고 있다. “몇 년 뒤, 어느 출판사 망년회에서/ 옆에 앉은 유부녀 편집자를 주무르는 En을 보고,/ 내가 소리쳤다/ “이 교활한 늙은이야!”/ 감히 삼십년 선배를 들이박고 나는 도망쳤다.” 최씨는 6일 “문단과 사회에 만연한 우상숭배를 풍자한 시”라며 “문학작품으로만 봐달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왔다.

최씨는 또 “100권의 시집을 펴낸/ “En은 수도꼭지야. 틀면 나오거든/ 그런데 그 물은 똥물이지 뭐니”/ (우리끼리 있을 때) 그를 씹은 소설가 박 선생도/ En의 몸집이 커져 괴물이 되자 입을 다물었다”거나 “노털상 후보로 En의 이름이 거론될 때마다/ En이 노털상을 받는 일이 정말 일어난다면,/ 이 나라를 떠나야지/ 이런 더러운 세상에서 살고 싶지 않아”라고 썼다. 시에서 ‘En’으로 언급된 원로 시인은 이날 본지 통화에서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정상혁 기자, 조선일보(18-02-07)-

______________

 

 

권인숙

 

1986년 여름 서울대에 대자보가 나붙었다. '경찰이 T셔츠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가슴을 만지면서 바지 지퍼를 내리고 옷을 벗겼다' '형사가 가슴을 들춰 보더니 '너 처녀냐' '옷을 벗고 책상 위로 올라가라'고 강요했다'…. '부천서 성고문 사건' 진상을 폭로하는 변호인단의 고발장이었다. 서울대 의류학과를 다니다 부천의 한 공장에 위장 취업한 여학생이 그해 6월 부천경찰서에 연행돼 경찰관에게 성고문당했다는 내용이었다. '권양'으로만 알려진 여학생이 이 경찰을 형사 고소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검찰은 당시 경찰관이 '성적 모욕' 없이 폭언과 폭행만 했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곤 위장 취업을 위해 남의 주민등록증을 변조했다며 권양을 구속했다. 좌파 혁명을 위해 '성'(性)까지 도구화한 사건이라고 했다. 공안 기관 위세가 등등하던 시절이었다. 검찰은 경찰관을 기소(起訴)도 하지 않고 묻어버리려 했지만 대법원이 나서면서 사건 발생 2년여 만에 이 경찰관에게 징역 5년형이 선고됐다. 이 사건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과 함께 1987년 6월 민주화 운동의 도화선이 됐다.

 

▶부천서 성고문 피해자였던 권인숙(54) 명지대 교수가 엊그제 법무부 '성희롱·성범죄 대책위원회' 위원장에 내정됐다. 권씨는 사건 후 미국에 유학 가 클라크대에서 여성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2002년 출간한 책 '선택'에서 "내가 여성학을 선택한 것은 터질 것 같은 머리를 수습하기 위한 절박한 선택이었다"고 했다.

▶권씨는 지난해 여성부 장관 후보로도 이름이 오르내렸다. 격동의 80년대를 상징하는 인물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공권력의 성폭력 피해자였던 권씨가 법무부의 성범죄 대책위원장을 맡게 된 것은 역사의 반전(反轉)이다.

▶법무부 처지가 그만큼 다급해졌다는 방증일 수도 있겠다. 법무부는 최근 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의 성추행 피해 폭로를 묵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서 검사가 작년 9월 박상기 법무부 장관에게 관련 내용을 담은 이메일을 보냈다고 공개한 다음, 법무부가 "받은 적 없다"고 했다가 말을 바꾼 것도 기름을 끼얹은 격이 됐다. 박 장관은 다음 날 기자회견을 열어 "송구스럽다"고 사과했다. 권씨는 자신이 몸담았던 1980년대 좌파 운동권의 집단주의 문화도 용기 있게 비판했던 연구자다. 그가 밝힌 대로 "권력기관 내의 성차별적 문화를 변화시킬 기회"가 될 수 있을지 지켜보는 국민이 많다.


-김기철 논설위원, 조선일보(18-02-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