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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한 야만의 시대…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

뚝섬 2025. 4. 1. 09:34

[정직한 야만의 시대…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하늘로 치솟은 강한 선… 미래를 향한 머스크의 도전]

[거세진 트럼프 관세 위협… 오겜, BTS만으론 안 된다]

[미·중에 양다리 걸치는 유럽 기업]

 

 

 

정직한 야만의 시대…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만우절로 미룬 '美 해방의 날'
우아한 위선의 시대는 갔다
하지만 모두에게 정글이라면
당신은 그 시대 살 자신 있나
 

 

3월 3일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열린 로즈 먼데이 카니발 퍼레이드에 등장한 트럼프-푸틴 협정을 모티브로 만든 카니발 조형물. /AP 연합뉴스

 

동네 마트에 가니 만우절 기획 상품을 팔고 있다. 과자 ‘뻥이요’ 두 개를 사면 세 개를 추가로 준다는 것. 1982년 출시된 이 장수 과자는 11월 11일의 ‘빼빼로’처럼 만우절 마케팅의 상징이다. 개당 가격을 살짝 올리기는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이득인 귀여운 애교. 만우절(萬愚節)의 한자 의미처럼, 약간의 트릭으로 많이들 즐거워하는 이벤트다.

 

만우절 다음 날인 2일을 트럼프 미 대통령은 ‘미국 해방의 날’로 선언했다.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가 긴장하는 상호 관세 부과의 날. 원래 4월 1일부터 시작하려 했지만, 만우절 농담으로 여길까 봐 다음 날로 했다는 친절한 설명까지 덧붙였다. 외교적 혹은 우회적 수사도 없다. 상대에게 붙인 형용사를 보라. ‘더티(dirty·더러운) 15’. 미국을 상대로 대규모 무역 흑자를 기록 중인 15국이 과녁이다. 그는 말했다. “그동안 미국은 착취당했다. 마침내 돈과 존경을 되찾는 날이 될 것이다.”

 

우아한 위선의 시대는 가고, 정직한 야만의 시대가 왔다. 3차 세계대전도 감수하겠다는 것일까. 군사적 수단을 써서라도 그린란드를 100% 미국 땅으로 만들겠다, 팔레스타인 난민을 쫓아내서라도 가자에 리조트를 건설하겠다, 우크라이나의 굴욕과 모욕이 내 알 바인가... 이런 트럼프에게 세계무역기구, 국제형사재판소, 파리기후협정은 모두 위선일 뿐이다. 착한 가면 벗어던진 미국을 보며 절감한다. 가장 힘센 나라가 위선적일 때, 그나마 다른 나라가 편안했다는 것을.

 

문제는 위선의 종언(終焉)이 국가 차원에서 끝나지 않을 경우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이제 효율성이 곧 윤리다. 일론 머스크를 보라. 그에겐 도덕적인 것이 옳은 게 아니라, 효율적인 게 옳은 것이다. 위선은 약해 빠진 인간들이나 읊조리는 것. 차라리 위악(僞惡)이 선이다. 일론 머스크와는 앙숙으로 소문난 오픈AI의 샘 알트먼도 그 세계관은 마찬가지다. AI 윤리는 서랍 속에 넣고, 지금 중요한 건 성능이고 효율이다. 중국 딥시크가 턱밑까지 쫓아왔는데 윤리 따위를 따질 때인가. 하지만 말이다. 속도와 경쟁의 궤도에서 잠깐 내려와 숨 한 번 깊게 들이마셔보라. 개인까지 위선을 벗어던졌을 때, 그 약육강식의 정글을 당신은 버틸 자신이 있나.

 

위선의 사전적 의미는 거짓된 선(善)이다. 부정적으로 보면 착한 척하는 위장술. 사실 냉소적 세계관에선 도덕·윤리·염치·체면·배려·공감·공생도 모두 위선이다. 하지만 만우절이라 하루 미뤘다는 트럼프의 행동을 보며 생각한다. 그동안 우리가 위선과 가식이라고 폄하했던 가치의 존재 의미를. 그나마 그 덕분에 인간이 인간으로 살 수 있었던 건 아닐까. 마음속에 있는 말 다 꺼내놓고 산다면, 솔직히 친구나 부부 관계도 유지되기 어려운 것 아닌가.

 

위선하면 떠오르는 망언이 있다. 10년 전 국민을 ‘개돼지’로 불렀던 한 고위 공무원 사례다. 컵라면도 제대로 못 먹고 지하철 스크린도어 고치다가 죽은 19세 청년에 대해, 그는 “그게 어떻게 내 자식 일처럼 생각되나. 그렇게 말하는 건 위선”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물론 타인의 감정과 고통을 자신의 것으로 느끼는 건 쉽지 않은 일. 하지만 공감력 부족으로 태어났다면 위선이라도 갖출 일이다. 어쩌면 현대사회를 지탱하는 마지막 보루이자 당신을 인간으로 대접하게 해 줄 최소한의 보호막이니까.

 

트럼프 시대에는 정직한 야만이 미덕이라고? 하지만 달리기나 수영 선수가 유니폼 무게 줄일수록 경기력 향상된다고 팬티까지 벗을 수는 없는 법. 정치적 올바름(PC)이 선을 넘으며 조롱 대상이 됐던 것처럼, 선 넘은 솔직함은 문명사회를 망친다. 중요한 건 늘 균형 감각. 오늘은 만우절, 거짓 선이라도 없으면 곤란한 이유다.

 

-어수웅 기자, 조선일보(25-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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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로 치솟은 강한 선… 미래를 향한 머스크의 도전

 

[구본진의 그 사람의 글씨] 

 

일론 머스크의 서명.

 

일론 머스크는 최근 스페이스X를 통해 우주비행사의 귀환을 성공적으로 지원하며, 기술 분야에서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그러나 현재 그를 둘러싼 더 큰 관심은 기술이 아닌 정치적 행보다. 그는 트럼프의 당선에 실질적인 역할을 했고, 당선 이후에는 정치적 파트너로 움직이고 있다. 그는 이제 기술과 정치 양측에서 플랫폼을 장악한 ‘보이지 않는 권력자’로 부상했다.

 

그의 서명에서 빠르게 이어지는 간결한 획은 핵심에 집중하는 실용주의적 사고를 보여준다. 실제로 테슬라, 스페이스X, 뉴럴링크 등 그의 사업들은 기존 산업의 틀을 해체하며 새 흐름을 만들었다. 몇몇 글자가 생략되거나 연결된 특징은 기존 체계에 대한 반항이자 독창적 사고의 발현이다.

 

‘E’는 일반적인 형태를 생략하고 부드럽게 말아올리는 곡선으로 대체되어 있어, 전통적인 형식을 벗어난 그의 사고방식을 잘 보여준다. 닫히지 않은 이 구조는 개방성과 무한한 가능성을 상징하며, 곡선의 유려함은 유토피아적 이상주의를 드러낸다.

 

강하게 눌린 선은 단호한 결단력과 강한 추진력을, ‘M’의 첫 봉우리가 큰 모양은 그의 분명하고 거대한 열망을 보여준다. 서명의 마지막이 45도 각도로 올라갔다가 다시 한번 치솟는 구조는, 머스크가 비범한 인물 중에서도 특히 도전적이고 독특한 존재임을 상징한다.

 

곡선 중심의 필체는 상상력과 융통성, 협업을 중시하는 성향을 드러내지만, 가끔 보이는 각진 선들은 독립성과 자기 확신, 때로는 독선에 가까운 판단력까지 내포한다. 청소년기부터 공상과 현실을 넘나들던 그가 스페이스X를 통해 인류의 우주 이주를 꿈꾸고 실현해가는 모습과 맞닿아 있다.

 

정치 영역에서도 그는 X(구 트위터)를 통해 여론을 설계하고, AI 로봇 ‘옵티머스’를 통해 인간 노동의 개념 자체를 바꾸려 한다. 기술, 우주, 정치라는 세 축을 동시에 이끄는 그의 행보는 그 자체로 이례적이다. 머스크는 억만장자 중 하나가 아니라, 시대의 질서를 새롭게 설계하는 전략가이자 실천가다. 그의 서명에는 단순한 이름이 아니라, 미래를 향한 선언이 담겨 있다.

 

-구본진 필체 연구가·변호사, 조선일보(25-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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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세진 트럼프 관세 위협… 오겜, BTS만으론 안 된다

 

K드라마와 K팝의 ‘쌍끌이’ 인기가 계속되고 있다. 올 들어서도 드라마 ‘오징어게임’ 시즌2는 90여 개국에서 1위에 오르며 흥행을 이어갔다. 블랙핑크 로제의 솔로곡 ‘아파트’도 미국 빌보드 차트 최상위에 이름을 올리며 세계를 강타했다. 오징어게임 시즌1이 세계적인 열풍을 불러일으킨 게 3년 반 전이었다. 당시에도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영국 밴드 콜드플레이와 함께 부른 ‘마이 유니버스(My Universe)’가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인 ‘핫 100’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쯤 되면 K콘텐츠는 일시적 유행을 넘어섰다고 볼 수 있다.

콘텐츠의 힘은 한국 산업 구조와 ‘나라 장부’까지 바꾼다. 지난해 멀티미디어 제작 서비스 수지(수출―수입)는 4억9000만 달러(약 7200억 원) 흑자였다. 한국 제작사가 해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드라마를 제작해 납품하고 받은 돈이 흑자에 기여했다. 한국 가수가 해외에서 콘서트를 열어 벌어들인 돈이 잡히는 공연 및 전시 관련 서비스 수지도 3억 달러 넘게 흑자를 냈다. 불과 2019년까지만 해도 이 서비스 수지는 만성 적자였다.

K콘텐츠가 약진하고 있지만 그걸로는 부족하다. 전체 지식서비스 무역 수지는 여전히 적자다. 특허나 상표권 사용료, 법률·인수합병(M&A) 자문료 등까지 포함되는 지식서비스 무역 수지는 지난해 72억6000만 달러 적자를 냈다. 통계를 확인할 수 있는 2010년 이후 단 한 번도 흑자를 본 적이 없다. 지식재산권 사용료와 전문·사업서비스로 해외에 지출하는 돈이 워낙 많다 보니 적자를 벗어나기 어렵다.

 

제조업에 편중된 한국 산업 구조를 바꾸려면 서비스 산업을 키우고 서비스 수출도 늘려야 한다. 한국의 서비스 산업 경쟁력이 싱가포르, 태국보다 낮다는 건 약 30년 전 한국은행 보고서에도 등장한다. 하지만 한국의 서비스업 비중은 20년 넘게 60% 수준에 그치고 있다. 영국과 일본, 독일 등 주요국은 이미 2000년대 초반에 70%에 육박하거나 넘었다.

서비스 산업 선진화를 더는 미루기 어렵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교역에서 서비스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게 늘었다. 한은은 지난달 내놓은 보고서에서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 증대, 중국의 경쟁력 향상 등의 영향으로 당분간 상품 수출은 크게 증가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서비스 수출 확대가 필수적인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2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요 교역국을 대상으로 상호 관세 부과에 나선다. 미국은 지난해 한국과의 상품 교역에서 세계에서 8번째로 많은 적자를 봤다. 그러나 상품이 아닌 지식서비스 분야에선 오히려 한국이 지난해 56억1000만 달러 적자였다.

미국의 상품 관세 장벽은 갈수록 더 높아질 것이다. 관세로 상품 교역의 흑자 축소가 불가피하다면 서비스 산업의 대미(對美) 적자는 줄여 나가야 균형이 맞는다. 정부와 국회는 트럼프발(發) 관세 폭탄을 걱정만 할 게 아니라 할 수 있는 일부터 찾아서 해야 한다. 지난해 10월 또 발의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14년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오징어게임과 BTS의 개인기로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정부와 정치권이 깨달을 때가 됐다.

 

-박희창 경제부 차장, 동아일보(25-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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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에 양다리 걸치는 유럽 기업 

시진핑(앞줄 가운데) 중국 국가주석이 28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 글로벌 기업 경영자 30여 명을 초청해 단체 사진을 찍었다. 이재용(시진핑의 오른쪽 대각선 방향) 삼성전자 회장, 곽노정(앞줄 오른쪽에서 둘째) SK하이닉스 사장 등 국내 주요 기업 수장도 자리했다. 왕이(앞줄 오른쪽에서 다섯째) 외교부장 등 고위 관료들도 참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맞서 중국이 미국의 우방국들과 맺은 관계 개선에 나섰다는 분석이다./신화 연합뉴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에 독일 메르세데스 벤츠의 수장이 ‘중국 시장 투자는 당연한 선택’이란 제목의 글을 실었다. 지난달 27일 게재된 이 기고문에서 올라 셸레니우스 CEO(최고경영자)는 “중국 시장은 벤츠의 글로벌 전략에서 중요한 축”이라며 “독일과 중국의 경제·무역 협력을 굳건히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는 작년 말 유럽연합(EU)이 중국산 전기차 대상 관세를 인상해 무역 갈등이 벌어지자 “관세가 자동차 산업에 타격을 준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백악관 귀환 이후 미·중 경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은 가운데 유럽 기업들의 ‘양다리 전략’이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트럼프의 관세 인상 압박이 우군·적군을 가리지 않고, 중국은 전기차·배터리·AI(인공지능) 등 첨단 기술 산업에서 독자적인 기술과 공급망을 빠르게 확보하자 미국으로 기울던 추를 조정하고 있는 것이다.

 

독일 완성차 회사들은 3년 전 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내놓았을 때만 해도 북미 투자를 확대하며 미국에 줄 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BMW는 지난해 중국 선양시에 4조원을 들여 생산 기지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했고, 지난달에는 중국 알리바바와 함께 개발한 AI 시스템을 차량에 탑재하겠다고 했다. 폴크스바겐은 중국 3대 전기차 회사인 샤오펑의 지분 5%를 보유하고 있고, ‘중국에서 중국을 위해(In China, for China)’란 슬로건을 걸고 현지화 전략을 강화하는 중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8일 베이징에서 글로벌 기업 수장 30여 명과 회동한 자리에는 절반인 15명이 유럽 기업인이었다. 이 중에는 지난달 중국 연구·개발 센터 설립에 3조7000억원 투자를 약속한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 작년 12월 베이징에 1조5000억원을 투자한 프랑스 사노피의 수장이 포함됐다.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을 ‘경제·체제 라이벌’로 규정한 EU의 외교관들이 요즘은 ‘중국 인권 문제 거론은 사치’라며 티베트·신장·홍콩 문제 비판을 줄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의 양다리 전략에는 미·중 디커플링 심화로 공급망과 기술 표준의 양분이 본격화될 때 중국에서 얻을 이익을 극대화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중국 시장에서 어쩔 수 없이 발을 뺀 미국 기업들의 빈자리를 차지하고, 중국 기술 트렌드를 옆에서 밀착 관찰하겠다는 계산이다. 미국 엔비디아는 2022·2023년 몰아친 미국의 대중국 첨단 반도체 수출 규제로 중국 시장 확대에 제동이 걸렸고,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2021년 중국에 독자 법인을 설립했지만 2023년 미 의회의 압박으로 현지 사업을 축소해야 했다. 미국과 중국이란 양대 거인의 힘겨루기로 경제 분절이 일어났지만, 유럽은 오히려 이를 기회로 삼으려고 한다. 우리는 어떠한가.

 

-베이징=이벌찬 특파원, 조선일보(25-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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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상호 관세 발표 앞두고 트럼프와 관세(tariff) 앞글자 딴 신조어 T데이 생겨. 터미네이터의 T 아니고?

 

-팔면봉, 조선일보(25-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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