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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령형 사회, 전문가 목소리보다 포퓰리즘 유혹에 쉽게 빠진다”]

뚝섬 2024. 4. 25. 09:47

“아령형(양극단에만 몰린)  사회되니 전문가 목소리보다 포퓰리즘 유혹에 쉽게 빠진다”

 

[방현철의 경제로 세상 읽기]


‘경제통’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본 경제 政爭

 

국회에서 경제를 잘 아는 소위 ‘경제통’ 의원들이 줄고 있다. 4월 총선으로 22대 국회에 들어오는 의원 중 경제관료, 기업인, 경제학자 출신은 24명이라 한다. 의원 300명 중 10%가 안 된다. 고물가, 고금리로 국민들의 경제에 대한 관심은 커지는데 20대(2016~2020년) 34명, 21대(2020~2024년) 29명 등 30명쯤이던 경제통 의원은 오히려 줄었다. 30년 증권맨 출신으로 21대에서 경제통으로 활동했던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19일 만나 그 이유를 분석해 봤다. 홍 의원은 “극단에만 몰려 갈등이 심해지는 ‘아령형 사회’가 되다 보니 국회에서 5년, 10년 후를 보고 방향을 얘기할 경제 전문가가 설 곳이 줄고 있다”며 “획기적인 성장 정책으로 불평등을 줄이고 중간층을 두껍게 해야 전문가에게도 무대가 열리게 될 것”이라고 했다. 홍 의원은 “의원 되는 것보다 수천명에게 경제 강의하는 게 낫다”며 이번 선거엔 불출마했다.

 

지난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홍성국 민주당 의원은 아령을 꺼내 손에 쥐고 “한국 사회는 아령처럼 양극단에 몰리고 중도가 없어지는 ‘아령형 사회’가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덕훈 기자

 

줄어드는 국회 경제통

 

- 경제통 의원은 몇이나 있어야 할까.

 

“우리 삶의 70~80%는 경제와 관련됐다. 경제를 잘 이해하고, 경제 상황을 진단하고, 대안을 만들려면 경제에 식견 있는 사람이 국회에 많아야 한다. 특히 경제통 의원이면 문제 분석에서 끝나선 안 되고 대안까지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 대안이 법이 되려면 정치가 결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의원 중 20~30%는 경제통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이번 선거에서 경제통은 왜 줄었을까.

 

“한국 사회의 양극화가 심해지고, 그 부작용이 누적되고 있다. 코로나를 2년 반쯤 겪으면서 불평등이 아주 심각해졌다. 우리 경제의 실력이라고 볼 수 있는 잠재성장률보다 낮은 성장도 계속되고 있다. 그래서 지금 사람들은 분노하고 있다. 국민들은 ‘빨리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다른 이슈를 다 덮고 정치적, 투쟁적 요소가 강했던 게 이번 선거의 특징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포퓰리즘의 유혹

 

- 경제통은 포퓰리즘과 거리를 둬서 인기가 없는 건 아닐까.

 

“경제를 통해서 정치를 하고 싶은 사람들은 5년, 10년쯤 앞을 내다보는 얘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치는 지금 당장만 보려 하는 경향이 있다. 나는 현재 한국을 ‘아령형 사회’란 개념으로 진단한다. 아령처럼 양극단에 몰리고 중도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상대방을 대화의 상대가 아니라 적으로 규정한다. 가운데가 얇아져 전선은 더 뚜렷해진다. 전선이 명확해지면 ‘상대방이 사라져야만 내가 더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선거라는 전투는 더 치열해지고, 내가 살기 위해 포퓰리즘 정책도 모두 꺼내 들게 된다.”

 

- 정치인은 원래 ‘퍼주기’ 유혹에 약하지 않나.

 

“내 입으로 포퓰리즘 하자는 얘기를 해 본 적은 없다. 무조건 ‘야당은 퍼주기 포퓰리즘’이란 비판은 잘못됐다. 쓸 수밖에 없는 돈보다 인기 영합을 위해 더 쓴다면 포퓰리즘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고령화로 경직성 지출이 늘어난 것, 코로나 극복을 위해 쓴 돈은 퍼주기로 비판해선 안 된다고 본다. 재정을 그렇게 지켜야 한다고 강조하던 여당이 이번 선거에선 오히려 퍼주기 약속을 시도하다 자가당착에 빠지기도 했다. 양극단에서 상대를 경제를 갖고 공격하는 건 문제다. 좀 더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 어떻게 바꿔야 하나.

 

“아령으로 비유하면, 가운데를 두껍게 해야 한다. 불평등을 완화하려면 성장을 해야 한다. 한편 총선에서 여야의 저출생 대책은 거의 같았다. 합의가 가능하면 그걸 모아서 당장 추진해야 한다.”

 

경제 정책은 어떻게 만들어야 하나

 

- 국회가 경제 정책 주도권을 가질까.

 

“국회가 경제 정책을 전적으로 주도하는 건 쉽지 않다. 국회는 예산 심의, 그리고 법률로서만 정책을 할 수 있다. 수단이 제한된다. ‘ 전 국민 25만원씩 지원’ 공약도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을 짜야 한다. 민주당이 주장한다고 되는 건 아니다. 미국도 경제 정책은 의회가 주도하지 못한다. 오히려 집단 지성의 힘으로 만들어진다. 연준(연방준비제도), 재무부, 싱크탱크들이 집단 지성의 형태로 어떤 방향성을 제시해 주면, 정치권이 그걸 선택한다.”

 

- 한국은 글로벌 정책 변화에도 뒤처진 것 아닌가.

 

“미국이 반도체 공장 세우는 삼성전자에 9조원을 준다고 했다. 나는 2022년 말 국가 전략 기술에 대해 15% 세액 공제를 하는 법안을 처리한 주역 중 하나였다. 그런데 상황이 너무 빠르게 바뀌었다. 미국은 아예 보조금을 과감하게 준다는 것인데, 과거엔 국가 주도에 부정적인 미국이 이렇게까지 강하게 나갈 줄은 당시엔 몰랐다. 국가 리더들이 반성할 점이 많다.”

 

- 경제 부처 역할은 어떤가.

 

“민간에 있다가 정치권에 들어와 경제 관료를 다시 보게 됐다. 우선 관료가 아는 경제학은 20~30여 년 전 것이다. 신자유주의 같은 것 말이다. 또 진짜 관료주의에 빠져 있다. 관료도 고령화됐고, 저성장의 영향이다. 많은 이들이 민원 내러 공무원을 만나면 마치 키오스크랑 말하는 것 같다고 한다. ‘그건 잘 모릅니다’ ‘제 업무 범위 밖입니다’···. 이런 틀에 박힌 대답만 한다. 의원이 물어봐도 그렇다. 지금 경제 전쟁 중이라는 데 정부 정책은 너무 한가롭다. 새 정책이 나오려면, 우선 경제 관료들이 역동적으로 움직이게 해야 한다.”

 

- ‘경제통’ 의원이 꼭 던져야 하는 어젠다를 꼽으면.

 

구조적으로 고성장이 안 되는 데 대해 여야 구분 없이 나서야 한다. 한국 잠재성장률은 2%가 깨지고 있다. 여기서 못 올리면 한국은 그냥 보잘것없는 나라가 될 것이다. 일단 파이가 커져야 한다. 일본의 기시다 정부가 ‘새로운 자본주의’를 주장했다. 그 원칙은 우선 성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분배 재원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분배를 왜 하냐면 모두가 소비에 참여해 성장률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한다. 과거엔 경제 정책에 좌우의 이데올로기가 있었다. 진보 좌파는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것, 보수 우파는 시장을 만들어 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이데올로기를 떠나 성장을 위해선 뭐든지 해야 한다는 데 선진국에서 새로운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나라는 리더 그룹의 긴박함, 간절함이 매우 부족해 보인다.”

 

지난 19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더불어민주당 홍성국 의원이 기자와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홍 의원은 “극단에만 몰려 갈등이 심해지는 ‘아령형 사회’가 되다 보니 국회에서 5년, 10년 후를 보고 방향을 얘기할 경제 전문가가 설 곳이 줄고 있다”고 했다. /이덕훈 기자

 

◇ 수축사회로 가는 걸 멈출 방법은 없어… 적응 대책 만들어야” 홍성국의 수축사회론

 

홍성국 의원은 5~10년 가는 장기 경제 트렌드로 2018년부터 한국이 ‘수축 사회’로 가고 있다고 경고했다.

 

수축 사회란 무엇인가.

 

”팽창 사회의 반대다. 팽창 사회는 경제가 커지고 구성원들이 ‘미래가 현재보다 더 행복할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사회다. 그런데 지금은 역사에 없던 세 가지가 동시에 터졌다. 첫째, 기후 위기와 안전 위기다. 둘째, 인구 감소다. 셋째, 과학 기술 발전으로 생산성이 비약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쉽게 말해 기후 위기 등은 안 써도 되는 돈을 쓰게 만드는 문제다. 인구 감소로 돈 쓸 사람은 줄고, 생산성 증대로 공급 과잉이 된다. 그 귀결은 저성장의 고착화다. 더 이상 성장이 안 되니까 ‘제로섬’이 된다.”

 

―수축 사회는 극복해야 하나.

 

”수축 사회를 만드는 세 요인은 멈출 수 없는 것들이다. 예컨대 인구 감소를 막을 순 없다. 우리나라 작년 출산율이 0.72명인데, 2.1명은 돼야 인구가 줄지 않는다. 지금 ‘출산율 2.1명’을 목표로 한다고 달성할 수 있을까. 유럽 출산율이 줄다가 멈춘 게 1.5명 정도다. 다만, 인구 감소는 멈출 수 없지만 현실적 목표를 세우고 적응을 위해 지금부터 제도를 바꿔가야 한다. 작게는 전철역 에스컬레이터를 늘리고, 폐교는 어르신 문화 복합 공간으로 바꾸는 것부터 크게는 연금 개혁 등까지 지금 해야 한다.”

 

일반 국민의 대처법은.

”’마음의 나침반’이란 개념을 만들었다. 앞으로 사회가 어떻게 갈지 생각하고, ‘나는 이렇게 살아야 되겠다’는 철학을 미리 만들어 지키자는 것이다. 최근 가장 이상한 게 투자의 ‘포모’ 현상이다. 나만 안 하면 ‘왕따’ 될까 봐 투자한다는 것이다. 말이 안 된다. ‘마음의 나침반’이 있다면 그런 현상에 휘둘리지 않고 수축 사회에 맞춰 살 수 있을 것이다.”

 

홍성국 의원은

 

서강대를 졸업하고 대우증권에 입사해 리서치센터장, 부사장, 사장을 지냈다. 미래에셋이 대우증권을 인수한 후 미래에셋대우증권 사장을 맡았다. 이후 정치에 입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세종 갑)으로 당선됐다. 더불어민주당 경제대변인, 원내대표 경제특보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 ‘디플레이션 속으로’ ‘세계가 일본된다’ ‘수축사회’ ‘수축사회 2.0′ 등이 있다.

 

아령형 사회

 

양극단이 두껍고 중간은 얇은 마치 아령 같은 구조를 가진 사회를 가리킨다.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이 많고 중산층이 적은 경우도 아령형 사회라고 한다.

 

-방현철 기자, 조선일보(24-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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