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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 이사장] 미 공원관리청장은 연방수사국(FBI)처럼 대통령 지명 후 상원 동의를 받아야

뚝섬 2019. 5. 1. 06:49

1984년 새해 첫날 27세 처녀 남난희가 부산 금정산 정상에 올랐다. 신년 해돋이가 끝나자 그는 하산(下山) 대신 북쪽으로 끝없이 이어진 산줄기를 탔다. 백두대간 북쪽 끝자락에 자리 잡은 진부령이 최종 목적지였다. 눈 쌓인 겨울 능선에서 미끄러지고 구르며 76일을 혼자서 하염없이 걸었다고 한다. 그해 3 16 700㎞ 넘는 대장정이 끝났다. 남녀 통틀어 백두대간 '첫 단독 종주' 기록이다.

▶백두대간은 백두산(2750m)에서 지리산 천왕봉(1915m)까지 이어지는 산줄기를 말한다. 도상(圖上) 거리 총 1625, 남한 구간만 700㎞다. 조선시대 '산경표' '대동여지도'에는 '백두대간(大幹)' '낙동정맥(正脈)' 같은 말이 나온다. 그렇게 불렸던 것이 일제강점기 태백산맥, 소백산맥 등으로 바뀌었다는 사실이 조선일보 1986 7 24일 자 사회면 머리기사에 실려 있다


 

▶그즈음부터 백두대간 이름 되찾기 운동이 벌어졌다. 특히 남난희의 종주 사실이 알려지자 '여성도 하는데…'라며 백두대간 종주 붐이 일었다. 지도상으로 매일 15㎞씩 걸어 한꺼번에 완주하는 '일시 종주' 50일 걸리는데, 걸음이 느린 겨울엔 70일이라고 한다. 안내 산행을 하는 산악회에서 주말이나 연휴를 이용해 하는 '구간 종주'를 하면 1~2년까지 걸린다. 종주를 마친 이들은 스스로를 '대간꾼'이라 부른다고 한다. 그만큼 뿌듯하다는 것이다. 대간꾼이 10만명은 족히 넘을 것이라는 추정이 있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에 연루된 권경업 국립공원공단 이사장도 대간꾼 중 한 명이다. 청와대 추천으로 이사장직 공모에 응한 그는 자기소개서에 '백두대간을 종주했다' '이와 관련된 시를 쓰는 등 백두대간 중요성을 사회 전반에 인식시켰다'고 썼다고 한다. 그대로면 서류 심사 통과도 어렵다고 본 환경부가 자기소개서를 대신 써 줘 임명됐다는 것이 검찰 공소장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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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국립공원의 효시는 미국이다. 1872년 지정된 옐로스톤을 시작으로 400여 개 국립공원, 사적지, 보호구역 등에 매년 3억명 가까운 방문객이 찾는다. 미 공원관리청장은 연방수사국(FBI)처럼 대통령 지명 후 상원 동의를 받아야 한다. 우리도 23개 국립공원에 연간 4500만명의 탐방객이 찾는다. 그걸 관리하는 공단 직원이 2700명이다. 백두대간 종주도 의미는 있지만, 이사장에겐 그보다 국립공원에 관한 전문 지식과 경영 능력이 더 필요할 것 같다.


-박은호 논설위원, 조선일보(19-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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