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산-산행이야기]

[등산 못 하게 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인간은 산을 좋아하는, 나아가 등산을 좋아하는 본능적 유전자를 가졌다

뚝섬 2019. 5. 4. 06:32

얼마 전 <사이언스>지에 실린 한 기사가 눈길을 끌었다. ‘전 세계 인터넷이 갑자기 끊긴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였다. 첫날, 인터넷 기반으로 하는 모든 사업 서비스는 중단되며, 페이스북과 구글은 광고 수익에서 하루 4,400억 원 이상 손실을 본다. 일주일째, 국가적 송·전선망이 중단되고, 지역적 정전에서 전 세계적인 정전으로 확대된다. 가스 파이프라인도 곧 폐쇄된다. 한 달째, 모든 연료 공급이 중단되며, 주요 창고에서 폭동이 일어날 것이며, 이를 진압할 군대도 연료와 보급품이 없어 원활히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일 년째, 선진국에서는 대부분 기본 유선전화 네트워크를 재구축하고, 사회를 재건한다. 그렇지 못한 나라는 농업사회로 돌아가 자급자족을 하게 되고, 기아·추위로 인한 사망자수는 전 세계적으로 10억 명에 달할 것이다. 또한 세계경제는 1930년대로 돌아갈 것이다

 

이 기사를 보는 순간, 인류 최대 ‘문명의 이기’인 인터넷과 인류 최초의 고향이랄 수 있는 ‘산’에 대한 비교가 떠올랐다. ‘만약 모든 산을 출입 통제 하고 못 가게 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라고

 

몇 해 전 국립산림과학원에서 산림이 제공하는 대기정화, 수원함양, 국토보전, 생활환경개선, 휴양서비스 등 산림의 공익기능을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면 126조 원이며, 이를 국민 1인당으로 환산하면 249만원의 혜택이 돌아간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런데 산이나, 산이 가진 숲의 단순 유형적 가치는 국민 1인당 249만 원일지 몰라도 무형적 가치까지 따지면 이보다 수십 배, 아니 그 가치를 환산할 수 없을지 모른다

 

이에 대한 본질적 물음이 인간은 산을 좋아하는, 나아가 등산을 좋아하는 본능적 유전자를 가졌다는 주장이다. 산을 좋아하는 유전자를 하버드대학의 에드워드 윌슨 교수는 ‘바이오필리아Biophilia’이론이라고 발표했다. 녹색선호 또는 녹색갈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자연을 좋아하는 생명체의 본질적이고 유전적인 소양이다. 이 가설에 따르면, 인간은 오랜 세월 진화를 거치면서 최적의 생태적 공간을 좋아하는 유전자를 갖게 됐다는 것이다. 심리학자 스테판 카플란Stephen Kaplan도 자연이 주는 효과를 ‘주의 회복이론Attention Restoration Theory: ART으로 발표했다. 자연에서 보내는 시간이 주의를 회복시켜 더 나은 집중력으로 이끈다는 내용이다

 

본능적 유전자를 가졌고 심리적 안정효과를 주는 산을 못 가게 한다면, 결론부터 얘기하면 인류 멸망을 앞당기지 않을까 하는 상상이 된다. 역설적으로 인류를 서서히 멸망시키려면 산에 못 가게 하면 된다는 가설이 성립된다. 문명의 이기인 인터넷통제는 장시간 환경에 대한 적응으로 대체가 가능하지만 인간의 본질인 자연선호 유전자는 대체불가능하기 때문에 폭동과 함께 정서적 불안, 나아가 서서히 멸망을 재촉하지 않을까 싶다. 1차적 결과는 정서불안으로 도시범죄가 급증하고, 범죄는 약탈과 살육으로 이어질 것이다. 나아가 제한된 자원으로 인한 국가 간 전쟁으로까지 확산될 수 있다. 전쟁은 인간을 파멸시키고 국가 간 균형을 무너뜨린다. 2차적으로 살아남은 국가는 신인류를 탄생시킨다. 정서가 없는 신인류는 새로운 세상, 즉 패러다임이 완전 바뀐 세상에서 생활하게 된다. 자연과 괴리된 인간끼리의 관계는 삭막해지고 기계적인 관계를 형성하지 않을까 싶다

 

결론적으로 인간은 자연과 떨어질 수 없고, 산을 즐길 수밖에 없는 숙명적인 관계에 있는 것이다

 

-박정원 편집장, 월간산(19-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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