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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스 플랑크 연구소] [노벨상 받은 기상학] [소프트 로봇]

뚝섬 2024. 1. 11. 06:36

[막스 플랑크 연구소]

[노벨상 받은 기상학]

[소프트 로봇] 

 

 

 

막스 플랑크 연구소

 

독일의 천재 물리학자 막스 플랑크(1858~1947) 평전은 이렇게 시작한다. ‘막스 플랑크는 두 가지 위대한 발견을 했다. 하나는 양자 역학이고, 하나는 아인슈타인이다.’ 물질과 에너지의 최소 단위 중 하나인 양자를 발견한 사람이 플랑크다. 양자 역학의 기본 상수를 플랑크 상수라고 한다. 1905년 베른 특허청의 무명 공무원이던 아인슈타인이 논문을 발표했을 때 그 진가를 알아본 사람도 플랑크였다. 1914년 베를린대 총장으로 취임해 아인슈타인을 스카우트했다. 두 천재는 음악도 좋아해 함께 연주도 했다.

 

▶그의 이름을 딴 막스 플랑크 협회는 독일만이 아닌 세계 최고의 연구기관이다. 1911년 설립 당시 이름은 카이저 빌헬름 협회다. 신학자인 아돌프 폰 하르나크가 “독일의 강력한 두 지주는 군사력과 학문”이라며 국가에 종속되지 않는 연구기관을 세우자고 황제를 설득해 만들었다. 플랑크는 72세이던 1930년부터 이 협회 의장을 맡아 독일 과학계를 이끌었다. 나치가 유대인 아인슈타인을 공격하자 막스 플랑크는 “우리는 유대인들의 과학 작업을 필요로 한다”고 히틀러를 설득하려 했다.

 

▶막스 플랑크 협회로 이름이 바뀐 건 그가 세상을 떠나고 넉 달 후인 1948년이다. 독일 패전 후 협회도 쇠락했다. 89세의 플랑크가 “개별 연구소들에 최고의 연구 가능성을 만들어주는 것이 내 목표”라고 편지를 써서 독일 전역 연구소에 보내고 직접 강연도 다니며 재건했다. 그의 진정성 덕분에 오늘날 해외를 포함해 독일 전역에 86개 연구소를 산하에 두고 소속 과학자 6700여 명, 초청 과학자 2500여 명을 포함해 연구원과 직원이 2만4000명에 달하는 세계 최고의 ‘기초과학 연구 분야 빅텐트’가 됐다. 아인슈타인, 막스 플랑크를 비롯해 노벨상 수상자가 30명이 넘는다. 막스 플랑크 양자광학연구소장인 페렌츠 크러우스가 작년에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성공 비결은 ‘하르나크 원칙’에 있다. 황제를 설득해 협회를 만든 신학자 하르나크가 100여 년 전 세운 ‘연구의 독립성’ 전통이 이어진 덕분이다. 엄격한 심사를 거쳐 선정한 스타 과학자에게 해당 프로젝트 단장을 맡기고 인사권과 예산을 일임하면서 스스로 연구를 이끌어가게 하는 제도다.

 

차미영 KAIST 교수가 독일 막스 플랑크 연구소의 첫 한국인 단장으로 오는 6월부터 ‘인류를 위한 데이터 과학’이라는 하나의 연구 그룹을 이끈다고 한다. 자유롭고 차별 없는 연구 문화를 표방해 전 세계 과학자들에게 문호를 열어두는 이 연구소에 첫 테이프를 끊은 우리나라 과학자가 여성이라는 점도 뜻깊다.

 

-강경희 논설위원, 조선일보(24-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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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받은 기상학

 

노벨 물리학상 120년 역사상 처음으로 기상학 분야에서 수상자가 나왔다. 수상자 3명 중 2명이 90세 동갑내기 기상학자다. 마나베 슈쿠로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와 클라우스 하셀만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교수다. 이들은 반세기 이상 기후변화 연구에 매진해 지구 온난화 예측 가능성을 높였다.

▷마나베 교수는 1967년 발표한 논문에서 이산화탄소 농도 상승이 지구 온난화에 영향을 미친다는 예측모델을 발표해 기후변화 연구의 선구자로 통한다. 하셀만 교수는 지구 온난화가 인간이 배출한 이산화탄소로 인해 발생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산업화 이전 수준 대비 지구 평균온도가 1.5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파리기후협약(2015년)의 토대를 닦은 연구다.

▷기후변화와 관련해 노벨상 수상이 나온 적은 있다.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과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지구 온난화에 대한 국제적 행동을 촉구해 2007년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윌리엄 노드하우스 예일대 석좌교수(경제학)는 기후변화를 서구 경제성장 모델에 통합해 2018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하지만 기상학이 학문적 성과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건 처음이다. 기후에 대한 인류의 지식이 견고한 과학적 토대 위에 세워졌다는 걸 증명했다는 평가다.

 

▷1901년 X선 발견을 시작으로 지난해 초거대질량 밀집성 발견에 이르기까지 노벨 물리학상은 그동안 좁게는 물리학, 넓게는 천문학과 지구과학에 집중했다. 그런데 왜 지금 기상학일까. 전문가들은 인류와 지구의 공존을 서둘러 모색해야만 기후붕괴를 막을 수 있는 절박한 상황이라고 경고한다. 독일 공영방송 ARD는 오후 8시 뉴스 직전 기후학자가 일기예보를 진행하면서 기후변화 문제도 다룬다. 남극의 빙산이 왜 녹는지, 이탈리아 홍수의 원인은 무엇인지 알려주자 “기후위기의 심각성이 실감나게 다가온다”는 시청자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달 31일부터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회의(COP26)가 열린다. 마나베 교수는 이곳에 모일 세계 정상들을 향해 말한다. “환경뿐 아니라 에너지 농업 물 등 여러 사안이 얽힌 기후정책을 만드는 것이 기후예측보다 천 배는 어렵다.” 8일 탄소중립위원회와 관계 부처는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26.3%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40%로 대폭 상향한 조정안을 제시하며 각계 의견을 수렴해 최종 결정하겠다고 했다. 노벨상 받은 기상학자들이 기후예측보다 어렵다고 하는 기후정책은 신중하게 수립해야 한다. 국내 산업구조를 무시한 국제적 쇼가 돼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선미 논설위원, 조선일보(21-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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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 로봇

 

종양 먹어 치우고 뇌혈관 뚫어주는 '초소형 의사'

뇌혈관에 가늘고 부드러운 실 넣어 약물 투입하고 혈관 뚫는 로봇 개발
겉은 90%가 물 성분인 하이드로겔

몸속 헤엄쳐 종양 먹는 해파리 로봇… 다리에 붙은 자석 힘으로 움직여
내장 배터리·전선 없이도 작동
 

 

여전히 많은 사람은 '로봇' 하면 '로봇 태권 V'처럼 강철로 만들어진 인간형 물체를 떠올립니다. 하지만 사실 로봇을 꼭 쇠로만 만들어야 할 이유는 없어요. 굳이 사람을 닮게 만들 이유도 없고요.

실제로 쇠가 아닌 부드럽고 탄력 있는 재료로 만든 로봇이 계속해서 연구·개발되고 있습니다. 일부 로봇은 실제로 쓰이고 있기도 하고요. 겉 재질이 부드럽다고 이런 로봇을 '소프트 로봇'이라고 부릅니다. 최근에는 의료 부문에서 소형 소프트 로봇이 특히 주목받고 있어요.

◇의학 분야에서 활약하는 '소프트 로봇'

소프트 로봇은 의학 분야에서 이미 활약하고 있습니다. 몸속 정확한 위치에 약물을 전달한다거나 피부를 절개하지 않고 수술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죠. 단단한 쇠는 사람의 몸에 상처를 입힐 수 있지만 부드러운 소프트 로봇은 그런 위험이 적어 각광받고 있습니다.
 

▲/그래픽=안병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팀은 최근 뇌혈관에 밀어 넣는 실 모양의 소프트 로봇을 개발했다고 발표했어요. 가느다란 뇌혈관 안에 들어갈 수 있다니 얼마나 가늘지 짐작하실 수 있겠죠? 니켈과 티타늄 소재로 뼈대를 만들고, 90%가 물 성분인 합성 물질 '하이드로겔'로 겉을 둘렀어요.

연구팀은 "로봇 실을 통해 혈전을 줄여주는 약물을 투입하거나, 혈전이 막고 있는 부분을 뚫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어요. 이 로봇이 상용화되면 뇌혈관 수술이 더 쉽고 안전해질 거라고 해요.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도 해파리와 닮은 소프트 로봇을 개발했어요. 해파리 모양으로 생겼는데, 젤리처럼 부드러운 머리와 8개의 팔을 갖고 있어요. 이 로봇은 팔을 위아래로 움직이면서 헤엄칩니다. 연구팀은 앞으로 개발이 진척되면, 이 로봇이 살아 있는 생명체의 체액 속에서 헤엄치면서 약물을 전달하거나 종양을 먹어치울 수 있는 기능을 갖출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어요.

◇전선이나 내장 배터리 없이도 움직여요

소형 소프트 로봇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동력입니다. 아무래도 내장 배터리를 장착하면 크기가 커지기 마련이라 연구진들은 새로운 구동 방식을 찾고 있어요.

최근 자석의 힘을 이용해서 정교하게 움직임을 제어하는 기술이 개발됐습니다. 전기가 흐르면 자기장이 생겨요. 로봇 자체에 내장된 배터리가 없더라도, 바깥에서 자기장을 만들어 세기와 방향을 바꾸면 로봇을 조종할 수 있다는 원리죠.

막스플랑크연구소의 해파리 로봇은 팔의 안쪽에 자석 조각이 있고 겉은 탄력 있고 부드러운 재료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약한 자기장을 위 방향으로 걸면 로봇의 팔이 느리게 위로 구부러지고, 강한 자기장을 아래 방향으로 걸면 로봇의 팔이 빠르게 아래로 구부러집니다. 자기장을 통해 로봇이 헤엄을 치도록 조작이 가능합니다. 이런 움직임을 통해 물에서 구슬을 건져내고, 모래같이 작은 구슬 속으로 파고들어가서 숨는 움직임까지 가능합니다.

막스플랑크연구소의 해파리 로봇은 아직 몸 안에 넣고 정밀한 작업을 하는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MIT의 실 모양 로봇은 자기장을 이용해 움직이면서 뇌혈관 수술을 거뜬하게 해냅니다.

동력 없이 스스로 움직이게 하는 방법들도 연구되고 있습니다. 하버드대와 칼텍 공동연구팀은 열을 가하면 형태를 바꾸는 로봇을 만들었어요. 이 로봇은 서로 다른 온도에서 종이처럼 차례로 접히는 소프트 경첩을 가지고 있어요. 경첩이 어떤 온도에 어느 정도 반응해 얼마나 접힐지 등을 조정하면 온도에 따라 원하는 모양으로 변하도록 프로그래밍이 가능합니다.

연구진이 만든 이 소프트 로봇은 길이 8㎝, 너비 4㎝의 얇은 종이 같이 생겼는데, 200도 정도의 열을 가하면 경첩이 차례로 접혀서 5각형의 바퀴로 변해 굴러가기 시작합니다. 앞으로는 훨씬 더 다양한 동작을 하도록 프로그래밍이 가능할 거라고 연구팀은 기대하고 있어요. 소프트 로봇의 등장으로 로봇은 점점 더 생명체와 닮은 모습이 되고 있어요.

[종잇장처럼 얇은 3㎝ 길이 로봇… 1초 만에 60㎝씩 성큼성큼 걷죠]

1초 만에 자기 몸길이의 20배에 달하는 거리를 이동하고, 자기 무게보다 6배 무거운 짐을 무리 없이 나르는 소프트 로봇도 있습니다.

미국 버클리대와 중국 칭화대 공동 연구팀은 너비 1.5㎝, 길이 3㎝의 종잇장처럼 얇은 소프트 로봇을 개발하고 지난달 국제학술지에 발표했어요. 종잇장처럼 얇은 이 소프트 로봇은 전극에 전기를 주입하면 열가소성 수지가 수축하거나 팽창해 로봇이 앞으로 내딛는 원리입니다. 한 걸음을 내딛는 데 0.05초면 충분하다고 합니다.

땅콩만 한 이 로봇은 몸무게 60㎏인 사람이 발로 밟아도 끄떡없는 내구성을 자랑합니다. 자기 몸무게의 6배에 달하는 '땅콩'도 무리 없이 운반해내고요. 이 로봇의 구조적인 단순성과 가성비를 생각하면 앞으로 로봇이 정찰이나 재난 구조에 사용될 날도 금방 찾아올 것 같습니다.

-주일우 과학칼럼니스트/기획·구성=양지호 기자, 조선일보(19-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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