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山野(草·木·花)]

[아직도 이곳에 안 가보셨다고요?] [핑크뮬리]

뚝섬 2024. 10. 16. 09:55

[아직도 이곳에 안 가보셨다고요?]

[핑크뮬리]

 

 

 

아직도 이곳에 안 가보셨다고요? 

지난 6일 충남 태안 청산수목원을 찾은 한 가족이 핑크뮬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가을을 만끽하고 있다. /신현종 기자

 

최근 가을 여행을 인증하는 소셜미디어를 보면 예전과는 다른 특징이 있다. 바로 색감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핑크색 갈대로 유명한 ‘핑크뮬리’부터 서양 억새로 불리는 ‘팜파스그라스’까지 외국에서 들여 온 다양한 품종들이 우리의 가을 풍경을 다양하게 변화시키고 있다.

 

남아메리카가 원산지로 벼과의 여러해살이 풀인 팜파스그라스는 보통은 흰색이나 연한 노란색으로 알려져 있지만 분홍색 등 여러 종이 있다. 솜털 같은 풍성함이 특징으로 길이는 1~3m까지 자란다.

 

미국 중서부가 원산지인 핑크뮬리 역시 벼과로 따뜻한 평야에서 자생하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우리말로 하면 ‘털쥐꼬리새’로 여름에서 가을로 접어들 때 납작한 분홍색 꽃이 원추꽃차례를 이루며 주변을 아름답게 물들인다. 

지난 6일 충남 태안군 청산수목원을 찾은 관광객들이 서양 억새로 불리는 팜파스그라스 사이를 거닐고 있다. /신현종 기자

 

이러한 군락지들은 ‘인생 사진’의 명소로 불리며 소셜미디어상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사실 핑크뮬리는 환경부로부터 ‘생태계위해성 2급’ 평가를 받은 생태계교란종이다.

 

국립생태원은 2014년부터 생태계에 위해를 줄 우려가 있는 외래 생물을 선정해 생물 특성, 서식 현황, 위해성 등 위해성 평가를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하고 있으며, 환경부는 「생물다양성 보전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생태계 등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것으로 판단되는 생물종에 대해서는 ‘생태계 교란 생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핑크뮬리가 받은 2급은 생태계 위해성은 보통이지만 향후 생태계 위해성이 높아질 우려가 있을 경우 확산 정도 및 그 영향을 지속적으로 관찰할 필요가 있을 때 지정된다.

 

여름 들판의 또 다른 인기 식물인 큰금계국 역시 위해성 2급으로 분류된 식물이다. 큰금계국은 코스모스를 닮은 노란빛으로 여름철 인기가 높지만 번식력과 생존력이 강해 주변 토종 식물들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환경부는 지자체들에게 이들 식물에 대한 식재 자제 권고를 내렸고, 이에 제주도는 심었던 핑크뮬리 밭 중 일부를 갈아엎는 등 자정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다. 

지난 6일 충남 태안 청산수목원을 찾은 관광객들이 서양 억새로 불리는 팜파스그라스와 핑크뮬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신현종 기자

 

그렇지만 모든 지자체가 이 권고를 따르는 것은 아니다. 위해성 2급 식물은 식재를 강제로 막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는데다 핑크뮬리의 경우 추위에 약해 인위적 도움 없이는 겨울을 나면서 번식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통제 불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그렇지만 최근 겨울 혹한이 덜해지며 중부권역까지 생육이 가능해졌고,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앞으로 우리의 기후가 아열대성으로 바뀌게 되면 기존 생태계를 충분히 교란시킬 수 있기에 꾸준한 관리, 관찰이 필요하다.

 

이렇게 위해성이 관한 염려가 있는데도 각 지자체에서 핑크뮬리 등 외래종을 꾸준히 식재하는 이유는 지역을 홍보하고 방문객을 유치하는데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생태계는 한 번 파괴되면 그것을 복구하는데 엄청난 비용과 노력이 든다. 그렇기에 위해성이 염려스러운 외래종에 대해서는 식재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반면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안식과 위안은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것이기에 식물과 교감할 수 있는 다양한 환경들을 하나의 잣대로만 판단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식물과 인간이 모두 건강하게 공존하는 환경에 대한 연구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 1일 충북 청주시 청원구 한 카페 마당에 조성된 핑크뮬리를 배경으로 시민들이 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쌓고 있다. /신현종 기자

 

-신현종 기자, 조선일보(24-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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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뮬리 

 

'인생사진' 단골 등장하는 분홍쥐꼬리새... 생태교란 우려

 

푸른 하늘과 끝없이 펼쳐진 핑크빛 물결. 최근 소셜미디어에 많이 올라오는 이른바 '인생사진' 대부분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식물이 있어요. 바로 '핑크뮬리'랍니다. 억새가 일렁이는 한국의 들판을 연상시키면서도 이국적인 빛깔이 신비로워서일까요. 많은 사람이 제주도, 경주, 부산, 서울 등지의 수목원, 생태공원 등으로 모여들어 핑크뮬리 앞에서 사진을 남기고 공유하고 있어요.

핑크뮬리는 볏과의 여러해살이식물입니다. 벼나 강아지풀과 같은 볏과 식물들은 아주 작은 꽃이 줄기 끝에 모여 붙어 꽃이삭을 만드는데요. 핑크뮬리는 작디작은 꽃이삭이 핑크빛 쥐꼬리처럼 생겼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이름은 '분홍쥐꼬리새'랍니다. 꽃이삭 사이에는 역시 분홍빛으로 길이가 1㎝ 조금 안 되는 가느다란 털인 '까끄라기'가 발달해 있어요. 꽃이삭이 바람에 흔들리기라도 하면, 까끄라기가 마치 분홍빛 안개를 뿌려놓은 것 같은 핑크뮬리 밭의 풍경을 만들어 준답니다.
 

지난달 나들이객들이 경남 함안 악양생태공원에서 분홍빛 핑크뮬리 사이를 오가고 있어요. 

 

핑크뮬리는 얼핏 보기에는 억새의 변종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꽃이 피는 시기도 모양도 비슷합니다. 그래서 때로는 '분홍억새'로 불리기도 하는데요. 억새는 키가 1~2m까지 자라는 대형 풀이고 꽃도 하얀색에 가깝지만, 핑크뮬리는 키가 어른 허리춤 정도로 비교적 작고 줄기가 비스듬히 자란다는 차이점이 있답니다.

핑크뮬리는 다른 볏과 식물들과 마찬가지로 적응력과 번식력이 아주 좋습니다. 핑크뮬리는 고향이 미국 중서부 지역과 멕시코 등지인데요, 한반도의 사계절도 거뜬히 버텨낼 수 있을 정도로 덥거나 추운 기후도 잘 버텨냅니다. 작고 포슬포슬한 종자가 바람을 타고 멀리 날아가 먼 곳에서 새로 뿌리내리기도 쉽지요. 핑크뮬리는 불과 5년 전인 2014년 제주도에 처음 수입됐는데요, 인기를 끌면서 2018년 기준 전국에 축구장 15개 규모의 핑크뮬리 공원이 있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핑크뮬리가 외래종으로서 '생태계 교란종'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기도 합니다. 외래종은 여러 이유로 고향(원산지)을 떠나 우리나라에서 사는 동식물을 말하죠. 이런 외래종은 때로 '생태계 교란종'이 돼 생태계 균형을 파괴하기도 합니다. 황소개구리가 대표적인 '생태계 교란종'이죠.

아직 핑크뮬리가 생태계를 교란한다는 확실한 증거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생물학자들은 핑크뮬리를 심거나 가꿀 때 더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어요. 핑크뮬리가 통제 불가능할 정도로 번져나가지 않는지 관찰하고, 핑크뮬리 공원이 조성된 곳은 주변 토착 식물에게 피해가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겁니다.


핑크뮬리를 찾아가 '인생사진'을 찍는 우리도 핑크뮬리가 지나치게 퍼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핑크뮬리 종자가 신발에 묻을 수 있으므로 함부로 핑크뮬리를 밟지 않아야 하고요, 예쁘다고 꺾어서 다른 지역에 옮겨 심거나 하면 안 됩니다.

 

-최새미 식물칼럼니스트, 조선일보(19-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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