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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튬 전쟁] [MOU 체결만으로 해외 광물 확보할 수 있나] ....

뚝섬 2023. 2. 22. 09:35

[리튬 전쟁]

[MOU 체결만으로 해외 광물 확보할 수 있나]

[비난받던 자원 외교 성과 내기 시작했다] 

[하얀석유]

 

 

 

리튬 전쟁

 

우주 빅뱅 순간 가장 먼저 탄생한 원소는 수소, 헬륨, 리튬 등이다. 이들이 원소 기호 1, 2, 3번을 차지했다. 밀도가 낮은 원소들 리튬은 전기를 전달하는 전도성 좋은 금속이면서도 매우 가볍다. 리튬의 이런 성질은 ‘리튬 이온 배터리’ 발명으로 이어져 전기차 시대를 열게 만들었다.

 

▶고대 그리스 의사들은 우울증 환자들에게 알칼리성 광천수를 많이 마시라는 처방을 내렸다. 각종 미네랄 성분이 심신을 안정시키는 효능이 있다고 막연히 생각했다. 광천수에 함유된 리튬이 약효의 주인공이란 사실은 1950년대 호주의 한 정신과 의사에 의해 밝혀졌다. 이후 우울증, 조증 치료에리튬 치료법 활용되고 있다. 산업재로서 리튬은 유리, 도자기에 먼저 활용됐다. 유리에 리튬을 첨가하면 녹는점과 점도가 낮아져 가공이 수월해진다. 리튬은 도자기 강도를 높이고 유약 색을 더 선명하게 만든다. 지금도 세계 리튬 수요의 15%가량은 유리·도자기 산업에 쓰이고 있다.

 

중국은 핵폭탄 개발 과정에서 리튬 강국이 됐다. 구소련은 중소 국경 지역인 신장의 리튬 광산을 개발, TV 브라운관용 유리 생산에 썼다. 이후 중소 관계가 얼어붙었다. 중국은 핵무기 개발에 나서면서 신장 지역의 리튬을 수소폭탄용 삼중수소 생산에 이용했다. 이런 노하우 덕에 중국은 리튬 개발·가공 분야 기술 강국이 됐다.

 

▶전 세계가 전기차와 리튬 배터리 생산에 나서자 남미의 ‘리튬 트라이앵글’이 자원 전쟁터가 됐다. 세계 리튬의 60%가량이 칠레,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등에 산재한 염호(鹽湖) 매장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칠레는 900만t을 보유해 ‘리튬의 사우디아라비아’로 불린다. 염호란 안데스 산맥의 융기로 육지에 갇힌 바닷물이 3~4만년간 증발해 만들어진 소금 사막을 말한다. 소금 사막 아래엔 막대한 해수가 갇혀 있고, 1㎏당 1.5g의 리튬을 머금고 있다. 보통 바닷물의 1만배 이상 농도다.

 

휴대전화엔 리튬이 5g 들어가지만 전기차 배터리에는 60㎏까지 들어간다.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세계 각국은 매년 전기차 4000만대분의 배터리를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리튬 가격이 t당 1억원을 웃돌며 리튬 확보 전쟁이 가열되고 있다. 며칠 멕시코가 리튬 국유화를 선언했다. 남미 3국은 OPEC(석유수출국기구) 본떠리튬 OPEC’ 만들어하얀 석유 무기화하려 한다. 배터리 산업을 제2의 반도체로 키우려는 한국 앞에 또 하나의 험난한 도전이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김홍수 논설위원, 조선일보(23-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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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U 체결만으로 해외 광물 확보할 수 있나

 

자원개발은 10년 이상 걸리고 성공률 20% 이하
정권 교체, 시세 하락에도 장기 관점 투자 필요

 

“캐나다, 호주, 인도네시아 정상들을 만날 때 핵심 광물에 대한 공급망 협조를 구했다. 광산 자체를 매입해 개발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할 것 같다.”(윤석열 대통령)

“핵심 광물은 첨단산업의 씨앗이다. 정부로서도 광물자원 부국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자원을 확보하고 있다.”(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10월 말 TV 생방송으로 진행된 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해외 광물 확보에 대한 이 같은 대화가 오갔다. 그렇게 해서 핵심 광물을 척척 확보하면 얼마나 좋을까. 요즘은 자원이 곧 무기인 시대다. 하지만 광산을 매입하거나 지분 투자를 하지 않는 한 안정적 광물 확보는 힘들다. 문제는 광산 매입과 투자에 큰 위험이 따른다는 것이다.

 

 2009년 3월, 지도상에 어디 있는지도 몰랐던 아프리카 니제르를 방문한 적이 있다. 니제르 국영 광산 관리회사와 우라늄 공급 MOU를 맺으러 방문하는 한국광물자원공사(현 한국광해광업공단) 김신종 당시 사장을 동행 취재했다. 그때 광물 확보의 어려움을 실감했다. 우선 육체적으로 힘들다. 니제르를 방문하려면 출국 전에 황열 예방접종을 하고 말라리아 예방약을 먹어야 했다. 그랬더니 사흘 정도 근육통과 몽롱함에 시달렸다. 니제르에선 말라리아가 무서워 밤에 일절 돌아다니지 못했다. 니제르 중부 마다우엘라 광산을 취재할 땐 모래바람이 수시로 불었다. 옆 사람과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눴더니 입 안에 모래가 버석버석 씹혔다. 김 사장은 몸살 증상이 있었고, 설사가 멈추지 않았지만 약을 먹으며 현장을 다녔다.

일이 되게끔 하기도 힘들다. 30년간 산업부에 몸담았던 김 사장이 2008년 광물자원공사 사장이 됐을 때 직원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서두르면 감사원 감사에 걸린다”는 것이었다. 유망한 해외 광산을 감지해도 규정대로 진행하다 보면 1, 2년이 흘렀고, 그 사이 중국, 일본이 채 갔다고 했다. 김 사장은 “확보해야 할 광물이라면 곧바로 계약하라. 문제가 생기면 사장인 내가 전적으로 책임지겠다”며 직원들을 독려했다.

 

올해 들어 에너지 수입 가격이 치솟으면서 비상경제민생회의, 국정감사 등에서 자원개발 중요성이 강조됐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땅 밑의 자원을 확인하고 개발하는 데에는 막대한 시간과 자금이 필요하다. 탐사 단계만 2, 3년이 걸리고 개발과 생산 단계까지 가려면 통상 10년은 걸린다. 성공하면 큰 이익을 얻지만 실패하면 재정적 손실이 막대하다. 해외 자원개발 선진국도 10개 중 1, 2개 사업만 성공한다.

한국에선 정권이 바뀌거나, 자원 가격이 떨어지면 자원개발은 ‘돈 먹는 하마’로 지목된다. 김 사장도 박근혜 정권이 들어선 후 자원개발 관련 배임 혐의로 기소됐다. 다만 1, 2, 3심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는 자비로 수억 원의 변호사 비용을 댔을 것이다. 그런 모습을 본 후배 공무원들이 감히 “자원개발에 나서자”고 주장할 수 있을까.

윤석열 정부가 본격적으로 해외 자원개발을 하려면 장기 프로젝트로 밀어붙일 뚝심이 있어야 한다. 개인 비리가 있다면 당연히 처벌해야겠지만, 일이 되게끔 하려고 내린 의사 결정을 법의 잣대로 재단해선 곤란하다. 그럴 자신이 없다면, 자원개발 업무를 민간에 맡기고 정부는 지금처럼 지원 역할에 그치는 게 낫다.

-박형준 경제부장, 동아일보(22-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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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난받던 자원 외교 성과 내기 시작했다

 

적폐 몰렸던 해외 자원 개발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재조명
자원 안보가 국가 경쟁력 토대 길게 보고 강단있게 추진해야 

 

우리나라를 가리켜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나라’로 부르는 건 냉정히 따지면 사실이 아니다. 자원 빈국을 강조하기 위해 과거부터 쓰인 수사(修辭)일 뿐, 1998년 동해 가스전을 발굴해 소량이지만 2004년부터 2021년까지 가스와 초경질유를 뽑아내 썼기 때문이다. 잠시 세계 95번째 산유국이란 호사를 누렸다. 하지만 지금은 다시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나라’로 돌아갔다.

 

지난 3월 최정우(왼쪽에서 넷째) 포스코그룹 회장이 아르헨티나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 염수 리튬 1단계 착공식에 참석해 삽으로 흙을 뜨고 있다. 리튬은 이차 전지에 들어가는 핵심 소재로 전기를 생성, 충전하는 역할을 한다./포스코

 

우리는 세계 제조업 4대 강국 중 하나지만 자원은 거의 수입하고 있다. 광물이건 에너지건 90% 이상 해외에 의존한다. 국제 자원 가격에 따라 산업 토대가 출렁이는 구조다. 자원 안보가 그래서 중요하다. 이명박 정부 때 추진한 ‘자원 외교’는 그런 절박함을 바탕으로 출발했다. 그러나 생각만큼 사업 속도가 나질 않고 정권 핵심 인사들이 하나둘 손대는 바람에 오해가 쌓이고 구설에 휩싸이자 중단됐다. 왜 거길 했냐, 투자 이익은 언제 거두냐 말도 많았다. 물론 정책 결정 과정에서 미숙한 측면이 있긴 했지만 오랜 시간 진득하게 기다려야 하는 자원 개발 여정 특성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인 리튬 가격은 최근 급등했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13배다. 지난주 한덕수 국무총리는 칠레와 리튬을 비롯한 핵심 광물 공동 생산과 연구개발 합의했다. 칠레는 리튬 보유량 세계 1위, 생산량 2위인 나라다. 남미 칠레·아르헨티나·볼리비아리튬 트라이앵글 통한다. 전 세계 리튬 매장량 절반 이상이 이 일대에 묻혀 있어서다. 그래서 과거 정부는 아르헨티나와 볼리비아에 공을 들였다. 리튬의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원 외교 전반에 대한 대대적 감사와 수사, 비판 보도가 줄을 이으면서 철수해야 했다. 그나마 포스코가 하지 말라는데도 미련하게 아르헨티나 리튬 사업을 계속 추진, 지난해 수십조 원에 이르는 가치를 확인하면서 반전을 이뤄냈다. 아르헨티나보다 매장량이 많다고 알려진 볼리비아 리튬 사업도 계속했으면 어땠을까 못내 아쉽다.

 

해외 자원 개발에 앞장선 광물자원공사가 해체되고 새로 생긴 광해광업공단은 만년 적자에서 벗어나 지난해 매출액 1조3714억원, 당기순이익 2764억원이란 깜짝 실적을 냈다. 10년 넘게 애물단지 취급을 받던 해외 광물 프로젝트가 드디어 수익을 거두기 시작한 덕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유럽은 에너지 대란으로 혼미하다. 러시아발(發) 가스 파이프라인이 잠기자 에펠탑 야간 조명은 멈췄고, 프로축구 야간 경기 시간까지 줄이는 처지다. 유럽 각국은 뒤늦게 LNG(액화천연가스) 수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연쇄 작용으로 전량 수입하는 우리 LNG 도입 가격마저 뛰고 있다. 앞으로 안정적인 가스 공급망 확보가 이뤄지지 않으면 우리도 핀란드처럼 목욕 시간을 줄여 달라고 호소해야 할 수도 있다. 얼마 시민단체가 정부와 국내 기업이 함께 해외에서 진행하는 가스전() 사업을 친환경이 아니란 이유로 중단하라고 시위를 벌였다. 14억달러를 투자해 20년간 연간 130만t을 생산하겠다는 구상인데 국내 LNG 수입량의 4~5%를 감당할 수 있는 규모다. 일부 정치인도 동조해 정부가 개입하지 말라고 으름장을 놨다. 친환경인지 아닌지도 더 따져봐야 하는 데다 자원 안보가 일상에 심대한 영향을 주는 시기라 어딘지 한가하게 들린다. 자원 개발에는 여야가 따로 없고 민간·공공 구분도 중요하지 않다. 국민들에게 장기적으로 어떤 편익을 가져다 주느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 점만 분명히 하면 된다.

 

-이위재 기자, 조선일보(22-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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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석유

 

위성에서 본 남미 안데스 산맥에는 흰 점들이 찍혀 있다. 주로 칠레 볼리비아 아르헨티나가 맞닿은 곳이다. 만년설이 아니다. 빙하기를 거치며 안데스의 눈 녹은 물들이 증발을 거듭해 소금만 남은 소금 평원(salt pan)이다. 해발 4000m, 홍학과 야마(llama)의 땅. 이곳에 ‘하얀 석유’가 있다. 소금 속 리튬이다. 배터리 소재인 리튬은 전기차 시대를 맞아 하얀 석유로 불린다. 값이 폭등하면서 포스코가 확보한 아르헨티나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鹽湖)의 총 외형가치는 35조 원까지 치솟았다고 한다.

▷포스코 측은 매장된 리튬으로 2차전지용 탄산리튬을 생산한다고 가정하고, 현 국제 시세를 적용하면 약 35조 원의 누적 매출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막대한 생산 비용을 감안하면 실제 염호의 가치는 훨씬 낮을 것이다. 그래도 2018년 염호 채굴권을 약 3000억 원에 인수했으니 큰 이익을 기대할 만하다. 염호 확보 프로젝트명은 ‘살 데 오로(Sal de Oro)’. 스페인어로 황금 소금이란 뜻이다. 인수 때 예상한 매장량은 220만 t이었는데 지난해 최신 기법으로 측정한 결과 6배로 늘어났다.

▷하얀 석유로 각광받는 리튬은 배터리 소재 외에도 쓰임새가 많다. 산업용으로는 도자기나 유리를 만들 때 촉매로 사용한다. 수소폭탄을 만들 때도 리튬이 필요하다. 리튬은 조울증 치료제로 사용하며, 치매 치료약의 원료로 연구가 진행 중이다. 리튬 농도가 높은 호수나 지하수 주변에 사는 사람들은 자살률이 낮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리튬은 독성이 있어서 의사의 처방 없이 리튬 계열 약을 사용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포스코는 2009년부터 리튬 등 에너지 소재 분야에 주목했다. 리튬을 추출하는 기술은 곧 개발됐지만 염호 확보는 쉽지 않았다. 칠레 등 3개국이 국경을 맞댄 ‘리튬 트라이앵글’을 헤집고 다녔지만 실패를 반복했다. 세계 리튬 매장량의 70%가 몰린 이곳에서 여러 나라가 자원 전쟁을 벌였다. 중국 기업들은 정부를 등에 업고 거액의 베팅을 했고, 칠레 등은 핵심 자원 지키기에 나섰다. 이런 틈바구니에서 포스코는 실패한 해외 자원 개발로 몰려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리튬 생산은 2023년부터 약 50년 동안 진행될 예정이다. 아직 공장을 짓는 단계라 성과를 예측하긴 어렵다. 다만 미래 산업의 핵심 자원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중국이 희토류 수출 중단으로 일본을 압박했듯이 자원은 국가의 힘이다. 자원이 부족한 한국으로선 아직 갈 길이 멀다. 긴 안목에서 인내심을 갖고 해외에서 더 많은 자원을 확보하길 기대한다.


-이은우 논설위원, 동아일보(21-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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