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난방비 폭탄 막을 독립위원회 서둘러야]
[선거용 인기용 ‘정치 공공 요금’ 곳곳에, 나라는 골병]
[난방비 폭탄이 尹 정부 탓? 매순간 자기모순과 싸우는 좌파들]
[‘난방비 폭탄 정의롭다’는 환경주의자들]
[포퓰리즘 대가 한꺼번에 치르는 ‘난방비 폭탄’]
[한전 적자 21조, 전기료 현실화하고 소비 줄이는 방법뿐]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 꼴찌면 어떤가]
['기술 부족주의'에 갇힌 그린 뉴딜]
[환경 공기관엔 4대강 반대론자, 원전 공기관엔 反核단체 출신]
냉·난방비 폭탄 막을 독립위원회 서둘러야
정치에 휘둘린 가스·전기요금
前정부 포퓰리즘 비난하더니
요금인상 속도조절 나선 정부
내년 총선… 가격 정상화 요원
1월분 난방비 폭탄 고지서가 속속 날아오고 있다. 전달보다 폭탄의 강도는 더 세졌다. 새해부터 또 오른 전기요금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지난 14일 서울 성북구 한 대중목욕탕에서 업주가 올해 1월과 지난해 1월 도시가스 요금 고지서를 보여주고 있다./연합뉴스
여야가 서로 남 탓하며 싸우지만 난방비 폭탄이 터진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가 수입한 천연가스 가격이 폭등해 도매·소매 요금이 오른 탓이다. 여기에 정치가 끼어들면서 복잡해졌다. 국제 에너지 가격은 2021년부터 가파르게 올랐지만, 우리나라 소비자 가격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 한참 덜 올랐다. 물가 안정, 서민 경제를 이유로 문재인 정부는 요금 인상을 차일피일 미뤘다. 지난 정부는 전기 생산 원가나 천연가스 도입 가격 변동 요인을 가격에 반영하도록 ‘연료비 연동제’를 만들어 놓고도 손바닥 뒤집듯 무시했다. 가스공사가 8차례 요금 인상을 요청했지만 소용없었다. 한전도 10차례 요금 인상을 요청했지만 한 차례만 승인받았다. 전기·가스 요금 인상은 대선 이후로 미뤄졌다. 인기 없는 공공요금 인상을 집권 시기에 억누르는 건 어느 정부에서나 마찬가지다. 선거 때 표를 의식한 폭탄 떠넘기기는 늘 있었지만, 특히 지난 정부에서는 “요금 인상은 없다”는 탈원전 도그마가 에너지 가격 정책을 더 꼬이게 했다.
결국 난방비 폭탄은 그동안 원가보다 싸게 가스를 사용하면서 미루고 미뤄온 빚을 한꺼번에 몰아 갚으라는 체납 청구서다. 다소 고통스럽더라도 국제 가격 흐름에 맞춰 원가를 제때 제대로 반영했다면 소비자들은 이에 맞춰 적응했을 테고, 에너지 소비도 줄일 수 있었다.
지난 정부가 눌러 놓은 에너지 요금의 후폭풍은 끝이 아니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난방비 논란은 잠잠해지겠지만, 올여름 전기 요금 폭탄이 기다리고 있다. 전기 요금은 작년 10월 7%(가정용) 올랐고, 여기에 1월부터 9.5% 더 올랐다. 지난해 한전 적자는 30조원을 넘었고, 가스공사 미수금은 3월 말이면 12조원으로 불어난다. 세금을 투입하든 요금을 올리든 어쨌거나 우리가 갚아야 할 빚이다.
지난해 말 정부는 한전·가스공사 누적 적자와 미수금 해소를 위해 올해부터 2026년까지 단계적으로 요금 현실화에 나서겠다고 했다. 스케줄대로라면 올해 가스·전기 요금을 작년의 2~3배 올려야 한다. 한덕수 총리는 지난 7일 국회에서 “오르는 공공요금을 짓누르는 인기 위주의 정책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국민에게 참아주십사 해야 할 것은 참아주십사 말씀 드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도 “시장 원리에 기반해 단계적으로 정상화하겠다. 더 큰 폭탄이 만들어지지 않도록 뇌관을 제거 안 할 수 없다”고 했다. 고통스럽더라도 에너지 요금을 정상화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15일 윤석열 대통령은 전기·가스 요금과 관련해 “서민 부담이 최소화되도록 요금 인상 폭과 속도를 조절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폭탄의 뇌관을 제거하기는커녕 전 정부가 넘겨준 폭탄을 더 키우겠다는 것이다. 난방비 폭탄의 빌미를 준 지난 정부를 향해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하더니, 여론이 나빠지자 태도를 바꿨다. 상반기 에너지 요금 인상 속도를 조절한다면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하반기에도 같은 일이 반복될 게 불 보듯 뻔하다.
정부가 에너지 요금을 정상화할 시간은 그다지 많지 않다. 글로벌 에너지 위기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에너지 수입액이 급증하면서 무역수지 적자도 심각한 상황이다. 에너지를 덜 쓰는 수밖에 없다. 추경호 부총리는 16일 “강력한 에너지 절약 운동을 추진해 무역수지를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요금 인상을 최소화하면서 에너지 절약 운동을 하겠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다. 에너지 요금 결정에 정치 바람이 타지 않도록 별도의 독립위원회 도입이 시급한 이유다.
-전수용 기자, 조선일보(23-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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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용 인기용 ‘정치 공공 요금’ 곳곳에, 나라는 골병
하루 평균 700만명이 이용하는 서울 지하철은 매년 1조원씩 적자를 낸다. 원가의 60%로 설정된 요금과 65세 이상 무임승차 때문이다. 지하철 운영이 지속 가능하려면 비용의 100%를 요금으로 받아야 한다. 하지만 역대 서울시장들이 선거를 의식해 요금 인상을 억제하면서 지하철을 운행할수록 적자가 쌓이는 구조를 만들었다. 게다가 인구 고령화로 급속히 늘어나는 65세 이상 무임승차가 지하철 적자의 절반에 육박할 지경이 됐다.
6일 오후 서울 지하철 종로3가역에서 노인들이 개찰구로 향하고 있다. 2023.2.6 /연합뉴스
1984년 65세 이상 무임승차 제도가 처음 도입된 것부터가 정당성을 의심받던 전두환 당시 대통령이 민심 무마용으로 내린 정치적 결정이었다. 그래도 당시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6%로 그렇게 부담이 크지는 않았다. 지금은 65세 이상 인구가 그때의 3배인 18%다. 2040년엔 인구 3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이 된다. 불과 17년 뒤의 일이다. 3분의 1이 공짜라면 세상에 존립 가능한 것이 무엇이 있겠나.
한국처럼 특정 연령 이상 승객 100%에게 지하철을 공짜로 타게 하는 나라는 없다. 30~50%를 깎아주거나 저소득층에 한해 혜택 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선거를 의식한 정부와 지자체장들은 39년째 제도 수술을 미루고 있다. 무책임한 포퓰리즘의 결과 전국 대부분 지하철 공기업들이 빚더미에 올라 있다. 그 빚은 시장, 도지사가 갚는 것이 아니다. 전부 세금 내는 국민이 갚아야 한다.
서민 가계를 짓누르는 ‘난방비 폭탄’도 근본적으로 같은 구조다. 문재인 정부는 LNG 가격이 3배 오르는데도 요금 인상을 미뤘다. 이렇게 되면 어느 곳에는 적자가 산더미처럼 쌓이게 돼 있다. 결국 터진다. 문 정부는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정권이 바뀌게 되자 찔끔 인상했다. 그동안 인상을 막은 것이 정치적 이유였다는 것을 자인한 것이다. 그로 인해 작년 9조원 적자를 낸 가스공사가 더이상 버티지 못하고 작년 한 해 동안 요금을 38% 올리면서 난방비가 ‘폭탄’이 된 것이다. 문 정부는 탈원전 비판을 의식해 전기 요금도 거의 올리지 않았다. 그 결과 한전은 한 해 30조원 적자를 내는 부실 기업이 됐다. ‘정치 가스 요금’ ‘정치 전기 요금’이 민생을 왜곡시킨 것이다.
공공요금의 정치화는 어느 한 정권의 문제가 아니다. 역대 정부 모두 임기 내내 누르다 선거 후 찔끔 올리는 것을 반복하면서 공공요금의 가격 왜곡이 심해졌다. 그 결과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나라의 전기요금이 유럽연합(EU)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한 기형적 상황이 만들어졌다. 왜곡된 ‘정치 공공요금’ 때문에 에너지 위기가 닥쳐도 국민과 기업은 전기와 난방을 펑펑 쓰며 과소비를 지속하고 있다.
25년째 9%인 국민연금 부담률, 15년째 동결된 대학 등록금, 정부가 시장 가격보다 높게 사주는 쌀값 등 정치적으로 결정되는 공공요금·가격은 곳곳에 산재해 있다. 정치의 인기영합 정책은 입에 쓴 약이 아닌 몸에 해로운 설탕물이다. 설탕물은 당장은 달콤할지 몰라도 결국 나라와 기업을 골병들게 하고 미래를 갉아먹는 독이다.
-조선일보(23-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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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방비 폭탄이 尹 정부 탓? 매순간 자기모순과 싸우는 좌파들
[서민의 문파타파]
민주당과 좌파 세력들이 이재명 무고 주장하는 이유
“언제 주사파에 회의를 느꼈나요?”
A씨는 서울대 의대에 입학한 수재였다. 예정대로라면 명의가 돼서 수많은 사람을 치료했을 테지만, 그는 곧 자퇴해 버린다. 입학하자마자 김일성의 주체사상 세례를 받았는데, 학습량이 많은 의대는 주사파 운동을 하기엔 적합하지 않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이듬해 서울대 국사학과에 들어간 그는 인문대 학생회장을 지내는 등 본격적으로 주사파 운동을 하고, 졸업 후엔 더 활발한 활동을 벌였다. 결국 그는 1995년 주사파 운동의 최고봉이라 할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남측 본부의 사무처장을 지내는데, 이때 한 일이 북한의 지령을 받아 실천하는 것이었단다. 이 때문에 총 4년간 수감 생활을 한 그는 2009년 <진보의 재구성>이란 책을 통해 주사파 운동이 우리나라 현실에 맞느냐는 근본적 질문을 던지고 주사파 활동을 접는다. 그 뒤 아이들한테 수학을 가르치며 은둔하던 그는 2019년 조국 사태가 터지자 문재인 정권과 그 핵심인 586 정치인들에 대한 비판을 시작한다. 이해되지 않았다. 조국 법무장관 임명 강행에서 문 정권의 실체를 꿰뚫어 볼 정도의 상식을 갖춘 이가, 북한 체제의 허상을 깨닫는 데 삼십 년이나 걸렸다는 사실이 말이다. 유튜브에서 A씨를 만났을 때 주사파에 처음 회의를 느낀 게 언제냐고 물은 건 그 때문이었다.
“그 누구더라, 여자 가수인데 허벅지 때리면서 춤추던 분?”
답변하면서 A씨는 가수 한 명을 언급한다. 그가 말한 가수는 김지현. 지금은 해체된 그룹 룰라는 ‘날개 잃은 천사’라는 공전의 히트곡을 내는데, 당시 앞에서 허벅지를 때리는 퍼포먼스를 하던 이가 바로 그녀였다. A는 왜 김지현을 언급했을까. 주사파가 북한을 이상향으로 여기는 것은 대한민국이 미제의 식민지라고 생각했기 때문. 그래서 그들은 반미를 외치고, 미국 대사관에 폭탄을 터뜨리는 짓을 서슴지 않았다. 그런데 김지현처럼 젊은 가수가 자유분방하게 춤추며 노래 부르는 나라가 과연 미제의 식민지일 수 있을까? 회의는 그때부터 시작됐다고 했다.
몇 년 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일본 전자 회사 전체를 합친 것보다 높다는 뉴스를 봤을 때, A는 확신할 수 있었다. 그간 자신이 믿었던 게 다 허상이었음을. 하지만 그 뒤에도 A는 주사파 운동을 계속했다. 이유가 뭘까? “나를 믿고 따르는 사람이 한둘이 아닌데, 그만두는 순간 너무나 많은 큰일이 벌어지지 않겠는가.” 듣는 순간 허탈했다. 이쯤 되면 사람들을 의도적으로 속인 것 아닌가. 하지만 그를 비판할 수 없었던 건 다음과 같은 생각 때문이었다. 자신이 믿지 않는 것을 타인에게 믿으라고 강요하면서, 그가 감당해야 할 번민과 고뇌가 꽤 컸으리라는 것. 좌파로 사는 게 힘든 건 이렇듯 자신의 앎과 삶의 괴리를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예를 보자. ‘클리앙’이라고, 아직도 이재명 대표의 무고함을 믿는 좌파 사이트에 현 정부의 가스비 인상을 비판하는 글이 올라왔다. “최소한 이재명이 대통령이었으면 지금쯤, 해외 순방 놀러 다니며 뇌 빠진 헛소리하면서 사고나 칠 게 아니라, ‘대국민 가스비 최대한 상승분 억제하는 명령’ 같은 것 내려서… 가스비 폭탄 잡았습니다. 그게 아마 국정 최우선 과제였을 듯해요. 그리고 우리는 가스비 및 관리비가 20만~30만원씩 오르는 기적을 보지 않고, 평안한 설 명절을 보냈겠죠.” 여기 달린 댓글들도 가관이었다. “가스비 걱정은 당연히 없었을 테고… 내년 주 4일제 정착됐을 겁니다” “오늘 가스비 나온 거 보고 헛웃음이 나오더군요. 그 누구 땜에 화병 걸리게 생겼습니다.”
가스비는 천연가스 가격이 급상승한 2021년 하반기부터 인상 압력을 받았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일어난 2022년부터는 그 압력이 더 커졌다. 하지만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임기 막바지에 이르기까지 가스비를 올리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물가 안정, 코로나19 등을 핑계로 댔지만, 진짜 이유는 지지율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비단 가스비뿐이 아니었다. 문재인은 지난 5년간 전기료를 거의 올리지 않았다. 탈원전 때문에 전기료를 대폭 올려야 한다는 보고서가 나왔지만, 문재인은 외면했다. “2021년 이후 지난해 6월까지 한국의 전기 요금은 4.6% 오르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일본은 35.6%, 프랑스는 25.6%, 미국은 21.5%를 인상했다.” 그 결과 건실한 기업이던 한전은 적자 누적으로 빈사 상태에 빠졌고, 한전채 발행에 의존하는 처지가 됐다. 국민 핑계를 대며 올려야 할 요금을 안 올리는 자는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는 이가 아니다. 자신의 임기 때 눌러놓은 요금 폭탄은 다음 정부에 돌아갈 수밖에 없고, 이 경우 비난 화살은 후임 대통령에게만 집중되기 마련이니 말이다. 클리앙 유저 말대로 이재명이 지금 대통령이라면 가스비 인상 부담을 다음 정권에 넘겼을 가능성이 크지만, 책임 있는 대통령이라면 지금 가스 요금을 올리는 게 옳다.
그런데 클리앙 유저들은 이런 사실을 모를까? 그렇지 않다. 중학교 교육만 받았다면 이 정도는 이해할 수 있을 테고, 우리나라는 중학교까지 의무교육 아닌가. 그런데도 그들은 가스비 인상을 구실로 윤석열 대통령을 욕한다. 더 황당한 일은 이 일에 책임이 있는 더불어민주당마저 이 대열에 합세한 것이다. 설 명절 마지막 날인 24일, 민주당 조정식 사무총장은 “(난방) 요금이 2배 오르거나, 10만원 이상 오른 가정이 많았다”고 비판했다. 김성환 정책위의장도 거들었다. “난방비가 2배 이상 급등한 것이 굉장히 큰 고통이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 양심에 털 나서, 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난 그렇게만 보지 않는다. 주사파였던 A씨가 그랬던 것처럼, 저들 역시 앎과 삶의 괴리로 괴로워하고 있지 않을까. 그들이 늘 썩은 표정을 짓고 있는 것도 그 괴로움의 징표일 터. 그런데도 그들은 ‘나를 믿고 따르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고, 그만두는 순간 너무 큰일이 벌어질까 봐’ 현 정부의 가스비 인상을 공격하고, 테러 지원국인 이란이 우리 우방인 것처럼 왜곡하며, 청담동 술자리가 진짜라고 주장하고, 이재명 대표가 무고하다고 우기고 있다. 이들을 미워할 수는 있지만, 다음 한 가지는 마음에 담아두자. 저들은, 매 순간 자기모순과 싸우는 가엾은 이들이라는 사실을.
-서민 단국대 기생충학과 교수, 조선일보(23-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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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방비 폭탄 정의롭다’는 환경주의자들
[朝鮮칼럼]
전기요금 올려 남은 돈으로 신재생에너지에 보조금 줘
녹색 미래 이루자는 게 주류 환경 단체의 주장
원전 대신 태양광·풍력 늘리기.. 환경주의 앞세운 에너지 약탈
26일 서울 용산구 한 주택의 가스계량기에 눈이 쌓여 있다. '난방비 폭탄'으로 국민불만이 고조되자 정부는 취약계층을 위한 에너지 바우처 지원금액을 올겨울 한시적으로 2배 인상하기로 했다./연합뉴스
“저희 집에도 가스 요금, 난방비가 나오는데 갑자기 너무 많이 올라 깜짝 놀라서 ‘잘못 계산된 것인가’ 이런 생각을 할 정도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말이다. 물론 잘못 계산된 것이 아니다. 지난해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요동친 천연가스 가격 인상의 여파가 지금에서야 우리의 피부에 와닿고 있을 뿐이다.
러시아가 유럽을 향한 파이프라인을 잠갔다. 불안해진 유럽은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부랴부랴 다른 공급처를 찾았고, 그 과정에서 시장이 크게 교란됐다. 내려간 공급에 비해 수요가 폭증하면서 가격이 요동친 것이다. 불행 중 다행으로 서유럽은 올겨울 그리 춥지 않으나, 한번 흔들린 시장의 충격은 우리에게도 영향을 주고 있다. 그것이 지금 떨어진 ‘난방비 폭탄’의 실체다.
수요와 공급의 원리는 경제학 교과서에서 매끈한 그래프 하나로 정리된다. 하지만 현실은 울퉁불퉁하다. 균형을 찾는 과정에는 고통이 따른다. 피할 수 없지만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정상적인 정부가 펼치는 상식적인 정책이라 할 수 있다.
문재인 정권의 에너지 정책은 그렇지 않았다. 탈원전 과정을 복기해 보자. 마치 적장의 목이라도 치는 것처럼 월성 1호기를 폐쇄해 버리고, 전국의 산에서 나무를 베어 태양광 패널을 깔았지만, 막상 결과를 보니 가스 발전 비율만 늘어났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2017년 22.6%였던 LNG 발전 비율이 2021년에는 30.4%까지 늘어났다. 자체 비율로 따지면 4년 사이 약 35% 폭증한 것이다.
요컨대 민주당 정권은 천연가스를 더 많이 쓰는 구조를 만들어 놓았다. 사람의 몸으로 비유하자면 혈당이 급격하게 치솟는 흰쌀밥을 더 많이 먹도록 밥상을 차렸다. 오늘내일 큰일은 안 날 거라고 생각했을 수 있다. 위험한 원자력을 버린다는 둥, 지구를 위한 기후변화 대응책이라는 둥, 온갖 미사여구로 ‘그린 워싱’된 에너지 정책은 민주당 핵심 지지층의 구미에 맞았을 것이다. 그렇게 편식하는 동안 나라 경제와 국민 살림에는 골병이 들었고, 입에 쓴 약을 권하는 책임은 온전히 다음 정권의 몫이 되고 말았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든다. 탈원전을 외치고 신재생에너지를 옹호하던 사람들은 이런 상황이 벌어질 줄 몰랐을까? 정권과 밀착한 환경 단체들의 구상이 실현되었다면 지금 우리는 에너지 가격 인상 없이 깨끗하고 안전한 녹색 미래를 누리고 있었을 텐데, 단지 대내외적 여건이 악화되어 지난 정권이 지금까지 비판받고 있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전기를 비롯한 에너지의 소매가격이 치솟는 것, 평범한 시민들이 더 높은 요금 청구서를 받는 것은 주류 환경주의의 관점에서 볼 때 잘못된 일이 아니다. 오히려 그들은 에너지 가격을 높여 ‘수요 관리’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환경주의자들이 에너지 가격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시장 법칙을 존중하기 때문이 아니다. 원자력 대신 태양광과 풍력 같은 비효율적 발전원의 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생각하여, 시장 법칙을 자의적으로 적용하며 그 경제적 부담을 소비자에게 떠넘기는 것이다.
에너지전환포럼은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속해 있는 환경 단체다. 그 공동대표인 전영환 홍익대 교수의 2020년 7월 언론 기고문의 한 대목. “원가를 반영한 전기 요금 합리화는 사회적 비용, 외부 비용을 반영해 국민들의 합리적 소비를 유도하고 에너지 효율 정책을 강화할 수 있는 가장 효용성 있는 방법으로 지속 가능한 에너지 전환 시대를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그렇게 전기 요금을 올려서 남는 돈을 어디에 쓸까? 태양광·풍력 사업자에게 보조금을 지급하여 ‘에너지 전환’에 보태야 한다는 주장이다. 태양광 업자의 통장에는 현금이 들어오는데, 평범한 시민들은 전기담요를 못 트는 밤, 찬물로 머리 감는 아침을 보내는 것, 그것이 ‘환경주의자’들이 생각하는 녹색 미래의 청사진인 것이다.
에너지전환포럼의 주장에도 옳은 면이 있다. 우리는 에너지를 아끼고 효율적으로 써야 한다. 반팔, 반바지 차림으로 겨울을 보내던 시대는 러시아의 침략과 함께 끝났다. 에너지 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 문제는 그 목적이다. 태양광과 풍력을 늘리기 위한 에너지 절약은 환경주의를 앞세운 ‘에너지 약탈’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 사회의 환경, 에너지 담론을 근본부터 다시 살펴볼 때다.
-노정태 철학에세이스트, 조선일보(23-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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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퓰리즘 대가 한꺼번에 치르는 ‘난방비 폭탄’
가스비 급등에 기록적인 한파로 난방 수요가 증가해 다음 달 고지되는 난방비는 더 불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난방에 주로 사용되는 주택용 열요금은 Mcal당 89.88원, 도시가스 요금은 19.69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37.8%, 38.4% 올랐다. 이는 글로벌 에너지 가격 급등과 고환율 여파 때문으로 분석된다. 사진은 25일 서울 시내 한 주택가에 설치된 가스 계량기. 2023.1.25/뉴스1
가스 요금이 급등한 가운데 한파가 찾아오면서 ‘난방비 폭탄’을 맞았다는 하소연이 커지고 있다. 난방용 에너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LNG(액화천연가스) 국제 가격이 작년 한 해 동안 128% 오르면서 4차례에 걸쳐 주택용 가스 요금 등을 약 38% 올린 것이 겨울철 한꺼번에 가계 부담으로 덮쳐 왔다. 산업부는 올 1분기엔 가스 요금을 동결했지만 2분기 이후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한다.
난방비를 비롯한 에너지 비용 급등은 포퓰리즘 대가를 한꺼번에 치르는 것이다. LNG 가격은 문재인 정부 때인 2020년 말부터 1년 새 3배 가까이 급등했다. 하지만 문 정부는 주택용 가스 요금을 2020년 7월 11.2% 인하한 뒤 1년 9개월간 동결하다가 대통령 선거 이후인 작년 4월에야 소폭 인상했다. 이로 인해 LNG 공급을 도맡은 한국가스공사는 지난해 8조8000억원의 영업 손실을 내 더 이상 못 버틸 지경에 내몰렸다. 한국전력 역시 문 정부가 탈원전 비판을 피하려 전기 요금 인상을 미뤄 지난해 30조원의 천문학적 적자를 냈고 올해도 18조원 적자가 예상된다. 인기 없는 정책을 미루고 미루다 결국 이제 와서 한꺼번에 비용을 치르게 된 것이다.
이 포퓰리즘의 책임을 져야 할 민주당은 거꾸로 가고 있다. “난방비 고지서를 받아든 국민이 경악했다”면서 안 그래도 적자인 예산을 또 늘려 15만~45만원을 뿌리겠다고 한다. 에너지 가격 체계와 공기업 경영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은 장본인이 반성은커녕 또 현금 살포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에너지 문제 해결책은 에너지 효율화 정책뿐이다. 2021년부터 작년 6월 사이 영국은 전기 요금을 89%나 올렸고, 일본(36%) 프랑스(26%) 미국(22%)을 비롯한 대부분 선진국이 국제 가격 인상 폭을 국내 에너지 요금 체계에 반영했다. 요금을 올려야 소비가 주는데 같은 기간 한국의 전기 요금 인상률은 4.6%에 그쳤다. 그 결과 국제 에너지 값이 급등했는데도 원유·가스 수입액은 두 자릿수로 늘어나고 있다. 정치권은 포퓰리즘을 당장 그만둬야 하고, 정부는 에너지 요금을 현실화해 나가면서 저소득 계층에 난방 보조금이나 에너지 바우처(교환권) 지급을 강구해야 한다.
-조선일보(23-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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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방비 급등 놓고 野 총공세. 이런 문제는 야당이라도 책임 분담 차원에서 접근해야 점수 딸 텐데.
-팔면봉, 조선일보(23-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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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적자 21조, 전기료 현실화하고 소비 줄이는 방법뿐
한국전력이 3분기에 7조5300억원 적자를 냈다. 올 들어 3분기까지 누적 적자가 21조원을 넘는다. 작년 5조원 적자에 이어 올해도 연말까지 적자액이 30조원을 넘을 공산이 크다. 올 들어 세 차례에 걸쳐 전기요금을 총 15.1% 올렸지만 석유·가스·석탄 등 국제 에너지 가격이 고공 행진을 하는 것에 비해 인상 폭이 충분치 않았다. 적자가 천문학적으로 늘어나자 한전은 올 들어서만 23조여원의 회사채를 발행해 적자를 메우고 있다. 한전채가 시중 자금을 대량으로 빨아들이면서 대기업조차 회사채 발행에 차질을 빚을 정도로 자금 시장이 경색됐다.
우량 공기업의 대명사이던 한전을 부실기업으로 전락시킨 것이 문재인 정부다. 탈원전 한다며 값싼 원전 가동을 줄이더니 탈원전이 비판받을까 봐 5년 내내 전기 요금을 동결했다. 한전이 문 정부 5년간 요금 인상을 10번 요청했으나 작년 10월 단 한 차례 올린 것이 전부였다. 지난해 거액 적자를 낸 한전이 올 초에도 인상을 요청했지만 차기 정부 부담으로 떠넘겼다.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겹치자 한전 적자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까지 불어났다.
국가 전력망을 책임진 한전을 파산시키지 않으려면 원가 상승에 맞춰 전기 요금을 대폭 현실화시켜주는 방법밖에 없다. 일본은 지난 1년 새 전기 요금을 36%나 올렸다. 유럽도 전기료와 난방비를 대폭 올리는 방식으로 에너지 위기에 대응하고 있다. 전기료를 올리면 물가 상승을 유발해 경제 부담이 커지겠지만 감내할 수밖에 없다. 전기료를 인상해야 한전채 대량 발행에 따른 채권시장 마비를 해소할 수 있고 에너지 소비를 줄여 무역수지 개선 효과도 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열 번째 에너지 다(多)소비국이면서도 비효율적으로 쓰는 대표적인 나라다. GDP 한 단위 생산에 드는 에너지 소비량이 OECD 36국 중 넷째로 높다. 올해 무역수지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첫 적자를 기록한 것도 에너지 수입 비용이 급등하면서 경제 전체를 짓누르기 때문이다. 올 들어 에너지 수입 증가분이 무역 적자의 2배에 달한다. ‘19도 이상 난방 금지’ ‘샤워는 5분 이내’ 등의 소비 억제책을 펴고 있는 유럽처럼 에너지를 절약했다면 무역 적자를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 기회에 싼 전기를 펑펑 쓰는 다소비·저효율의 에너지 소비 구조를 저소비·고효율 구조로 근본적으로 바꾸어 나가야 한다. 에너지 요금을 현실화하고 소비 절약을 일상화하지 않으면 한전 적자는 물론 국가 경제 전체가 휘청거릴 수 있다.
-조선일보(22-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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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 발전 비율 꼴찌면 어떤가
재생에너지 통계엔 수력 포함… 태양광·풍력 비율 낮은 건 건설해봐야 이용률 낮기 때문
지난 2일 유럽계 컨설팅 업체인 '에너데이터(Enerdata)'는 지난해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이 4.8%로, 조사 대상국 44곳 평균인 26.6%에 크게 못 미쳤고 44국 가운데 40위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또한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로 노르웨이(97.6%), 브라질(82.3%), 뉴질랜드(81.9%), 캐나다(64.9%), 스웨덴(58.7%) 등을 꼽았다. 국내 일부 언론에서는 이를 보도하면서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이 '꼴찌'라는 자극적인 제목을 걸었다. 여기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발표된 통계는 사실(fact)이다. 그러나 진실(truth)이 되기 위해서는 더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재생에너지 비율에는 수력발전이 포함된 것이다. 수력발전은 물을 가둘 수 있는 지형적 조건이 되는 나라에만 가능하다.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이 높게 나타난 국가들은 모두 수력이 많은 것이지 지금 정부가 앞장서서 보급하려는 태양광과 풍력 발전이 아니라는 것이다.
둘째, 전력 생산에서 태양광·풍력 발전 비율도 우리나라가 2.6%로 조사 국가 44곳 중 31위이고 독일(28.9%), 스페인(25.6%) 등 유럽 국가들보다 낮다. 여기엔 무엇이 숨어있을까? 우리나라에서 태양광과 풍력 발전 이용률이 각각 15%와 20%로 현저히 낮은 것이다. 즉 태양광과 풍력 발전소를 건설해 놓으면 실제로 가동되어 전력을 생산하는 양이 15%와 20%밖에 되지 않는다. 태양과 풍력 자원이 나쁜 것이다. 이것은 태양광과 풍력 발전을 늘려야 할 이유가 아니라 줄여야 할 이유다.
셋째, 에너지 정책은 나라마다 가진 기술과 환경 여건에 맞추는 것이지 하나의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독일은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면서도 갈탄 발전도 많이 한다. 물론 결국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지 못한다는 비웃음을 받고 있지만 아무튼 그 나라에서 갈탄 생산이 많은 것이다. 프랑스가 원자력발전 비율을 70%나 유지하는 것은 다른 자원이 적기 때문이다. 영국이 천연가스(LNG) 발전을 많이 했던 것은 북해유전에서 LNG가 생산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북해유전의 LNG가 고갈되니 다시 원자력발전을 고려하는 것이다. 이처럼 가진 자원에 따라서 국가의 에너지 정책은 바뀐다. 또한 가지고 있는 기술과 산업에 따라서도 에너지 정책을 결정하는 것이 합리적인 것이다. 에너지 정책을 놓고 마치 올림픽 경기와 같이 묘한 경쟁 심리를 자극하는 것은 감정적 착시를 유도하는 것이다.
넷째, 가장 중요한 것은 재생에너지 발전의 보급이 아니라 온실가스를 저감하는 것이다. 기후변화는 지구적 현상이다. 특정 국가가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고 해서 그 나라의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국가별로 순위를 매겨야 한다면 온실가스 배출을 얼마나 적게 했는지의 순위를 매겨서 국가별 기여도를 따져야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을 따지는 것은 맞지 않는 것이다. 이것은 영어 시험을 봐서 성적순으로 줄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학원비를 얼마나 들였는지로 순서를 매기는 것과 같은 오류인 것이다.
온실가스 배출을 저감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다. 오늘 우리가 이산화탄소 배출을 억제해도 다른 나라가 마구 배출해 버린다면 우리만 손해를 본다. 또 선진국과 후진국, 과거·현세대와 차세대 간 원인과 결과 사이의 비대칭성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온실가스 배출을 저감하기 어려운 가장 중요한 이유는 자명하다. 온실가스 배출을 억제할 수 있는 가장 값싸고 유효한 수단인 원자력발전을 배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조선일보(20-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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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부족주의'에 갇힌 그린 뉴딜
기후 붕괴 막겠다며 원전 없애자는 건 모순
정부가 그린 뉴딜, 디지털 뉴딜을 두 기둥으로 하는 한국판 뉴딜 사업에 5년간 76조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보도 내용을 찬찬히 읽어봐도 조(兆) 단위 숫자로 눈이 어지러울 뿐 향후 어떤 좋은 앞날이 기다리고 있는 건지 잘 잡히지 않았다.
한국판 뉴딜은 원래 디지털 뉴딜이 중심이었는데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2일 "그린 뉴딜을 포함하자"고 하면서 정부 부처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28일엔 7개 국책연구원 원장들이 참여한 토론회가 열렸다. 갑자기 튀어나온 그린 뉴딜의 틀 안에 어떤 내용을 담아야 하는지 의견을 교환했다. 세 시간 토론을 들어봤지만 무릎 칠만한 아이디어는 없었다. 이제부터 내용을 가다듬자거나 정책 목표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식의 추상적 얘기 위주였다.
그 자리에선 이명박 대통령 시절의 녹색 성장에 대한 비판이 여러 번 나왔다. '녹색'은 포장이고 '성장'이 목표였다는 것이다. 흔히 하는 말이긴 한데, 그렇다면 경제를 희생해서라도 환경을 살리자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런 걸 목표로 삼는 나라는 없다. 다들 환경 살리고 경제도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추구한다. 녹색 성장이 그렇고 그린 뉴딜도 그렇다. 보기에 따라선 그린 뉴딜은 이명박의 녹색 성장, 디지털 뉴딜은 박근혜의 창조경제와 명칭만 달랐지 크게 다를 게 없다는 인상을 받는다. 정권 우군 정의당조차 "녹색, 또는 그린이라는 이름만 붙였지 기존 사업 계획을 나열한 사실상의 녹색 성장 시즌2"라고 논평했다.
토론회에선 전기요금을 묶어놓고 어떻게 에너지를 절약하고 온실가스 줄이겠느냐는 지적이 많았다. 수십조원 정부 재정 투입으로 특정 분야를 키우고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는 있다. 반면 가격 시그널은 5000만명의 행동 방식을 바꿔놓는다. 조세재정연구원장은 정부 재정 투입만으로는 그린 뉴딜이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했다. 국토연구원장도 집값은 수억씩 오르는데 누가 난방비 몇만원을 절약하려고 주택 단열 리모델링을 하겠느냐고 걱정했다.
전기요금은 탈원전 때문에 꼬여버렸다. 요금을 올리면 탈원전 탓이란 말이 나온다는 이유로 전기요금 인상은 금기어(禁忌語)처럼 돼버렸다. 2017년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때 원자력학회 쪽 발제자가 "고리 1호기는 궂은일을 도맡아 했던 큰며느리이고, 신고리 5·6호기는 큰아들, 신재생은 막내아들 같은 존재"라고 비유한 적이 있다. 큰아들이 대학을 졸업해 이제 막 돈을 벌기 시작하려는데 왜 일자리를 빼앗느냐는 것이다. 고교생인 신재생 막내아들한테 앞으로 돈이 많이 들어갈 텐데 그걸 어떻게 감당하려고 그러냐는 것이다. 원전을 돌려 전기료를 낮추면서 이익을 내고 그 여력을 갖고 신재생을 팍팍 지원하는 것이 합리적인 방법이다. 게다가 그린 뉴딜은 기후 붕괴를 막자는 정책이다. 신재생과 원자력은 둘 다 미세 먼지 없고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다. 적대(敵對) 관계가 아니라 공생(共生) 관계이고 정부 할 일은 미래 옵션을 늘려놓는 것인데 이 정부 사람들은 기술 부족주의(technology tribalism) 사고에 갇혀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장은 전력설비 설계 회사인 한국전력기술 직원 2200명 가운데 1600명은 원자력 분야인데 원자력을 하지 말라고 하면 이들은 어디로 가야 하느냐는 고민이 있다고 했다. 얼마 전 환경단체 출신 국회의원은 두산중공업 원자력 직원들을 풍력 기술자로 재교육하자고 했다.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하이패스 기술 없애고 손으로 요금 받는 인력 배치해 일자리를 늘리자는 것과 비슷하다. 포클레인 쫓아내고 삽 들자는 식이다. 바람직한 것은 하이패스로 도로 흐름 개선하고 사회 전체 효율을 높여 결과적으로 다른 분야의 좋은 일자리가 늘어나게 하는 것이다.
산업연구원장은 그린 뉴딜도 녹색 산업 생태계를 키우며 해가야 한다고 했다. 현재의 태양광 사업은 우리 재정으로 중국 기업을 지원하는 꼴이라는 것이다. 해남의 국내 최대 솔라시도 태양광단지가 150만㎡(48만평) 규모에 태양광 패널을 채우고 상업 운전에 들어갔다. 거기에 들어간 태양전지(셀)가 모두 중국산이라고 한다. 이래 갖고 일자리가 생겨날 리 없다. 솔라시도 같은 태양광 단지를 25곳 만들어야 정부가 폐쇄시킨 월성 1호기 수준 전력을 생산한다. 면적 기준으로 원자력이 태양광의 135배 출력이다. 토지 부족 국가에서 어느 쪽이 친환경적이겠는가. 탈원전은 안전 때문에 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럼 기존 원전을 가동하면서 기존 원전보다 수학적으로 10배 안전하다는 신규 원전은 못 짓게 하는 것이 국민 안전인가. 원전 기술 인력 공급 시스템이 망가지면 기존 원전은 중국·러시아 기술자를 수입해 관리하게 할 것인가. 그렇게 하면 국민이 더 안전해지겠나.
-한삼희 선임논설위원, 조선일보(20-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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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공기관엔 4대강 반대론자, 원전 공기관엔 反核단체 출신
[권력이 된 시민단체] 관변단체로 전락
시민 단체 출신들은 중앙 부처뿐 아니라 공기업·공공 기관, 각종 위원회 등 공공 부문의 구석구석까지 진출해 있는 것으로 1일 파악됐다. 장·차관처럼 눈에 띄지는 않지만, 일반 공무원이라면 공직 생활 20~30년 해야 앉을 수 있는 요직을 시민 단체 인사들이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환경 관련 공공 기관장들 상당수가 시민 단체 출신들이다. 이들은 대부분 문재인 정부 출범 1~2년 차에 임명됐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서주원 사장은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출신이고,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공단 권경업 이사장은 아름다운사람들 이사장을 지냈다. 4대강 사업 반대 운동을 벌였던 박재현 인제대 교수는 지난 2월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으로 임명됐다. 박 사장의 임명 소식이 발표되자 녹색연합 측은 성명을 내고 "'행동하는 학자'로 불리며 이명박 정부 시절부터 전문가로서 4대강 사업 반대 목소리를 일관되게 내왔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현 한국환경공단 이사장은 장준영 전 녹색환경운동 이사장이다.
원자력안전 규제 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위원(상임·비상임)은 모두 여덟 명이다. 비상임위원 중 한 명인 김호철 법무법인 한결 변호사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회장 출신이다. 그는 월성 1호기 수명 연장 결정에 반대하는 소송에서 탈원전 진영의 변호를 맡았다.
탈원전 성향의 환경단체 출신 인사들도 주요 원자력 기관에 포진해 있다. 원안위 산하 원자력안전재단은 원자력 안전 정책 수립을 지원하는 기관인데, 이사장은 김혜정 전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이 맡고 있다. 원자력안전재단에서도 환경단체 출신들이 이사·감사 등 주요 임원을 계속 맡고 있다. 탈핵 법률가 모임 '해바라기'의 김영희 변호사는 2018년 4월 4일부터 2년간 비상임 감사를 맡았다. 같은 날 비상임 이사로 선임된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1년여간 활동하다 지난해 9월 사임했다. 원자력 연구·개발 기관인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서토덕 상임감사도 반핵부산시민대책위원회 사무처장과 환경운동연합 운영처장, 에너지시민연대 운영위원 등을 지냈다.
-곽래건 기자/김효인 기자/유지한 기자, 조선일보(20-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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