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ICT-Animal9]

[삼성이 포기했던 눈물의 OS ‘타이젠’, AI로봇에 탑재됐다] ....

뚝섬 2024. 1. 23. 11:30

[삼성이 포기했던 눈물의 OS ‘타이젠’, AI로봇에 탑재됐다] 

['산업을 바꿀 기술' 몰라보고 걷어찬 한국]

 

 

 

삼성이 포기했던 눈물의 OS ‘타이젠’, AI로봇에 탑재됐다

 

삼성전자 독자 SW 확장에 사활

 

삼성전자가 독자 소프트웨어 확장에 사활을 걸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서 선보인 인공지능(AI) 로봇 ‘볼리’에 자체 운영체제(OS)인 ‘타이젠’을 탑재했다. 스마트TV 같은 가전제품에 이어 AI 로봇에까지 타이젠을 적용한 것이다. 앞서 스마트폰과 스마트워치에서 독자 운영체제(OS) 구축에 나섰지만 이미 시장을 장악한 구글의 안드로이드애플의 모바일 운영체제 iOS의 벽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AI 시대에 접어들면서 독자 OS를 통해 모든 기기를 연결하는 생태계를 구축,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면서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는 전략을 꺼내든 것이다. 테크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처럼 강력한 소프트웨어는 오랜 기간 시장을 장악하는 힘이 있다”면서 “하드웨어 중심이었던 삼성전자가 소프트웨어를 통해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리려는 것”이라고 했다.

 

삼성의 소프트웨어 잔혹사

 

타이젠은 스마트폰 시대인 2010년대 들어 리눅스 재단이 개발하고 삼성전자와 인텔이 상용화를 주도한 OS이다. 안드로이드와 iOS에 대항하기 위해 야심 차게 시작한 프로젝트이다. 앞서 삼성전자가 자체 개발한 OS ‘바다’가 시장의 외면을 받고 역사 속으로 사라지며, 삼성전자는 바다 대신 타이젠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스마트폰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당시 삼성전자는 갤럭시 스마트폰에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채택하고 있었는데, 계속 안드로이드에 의존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이었다”고 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갤럭시 스마트폰 개발 과정에서 구글의 소프트웨어 사양에 맞추느라 원하는 기능을 제대로 넣지 못하는 등의 한계를 절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과정에서 구글은 자체 스마트폰인 픽셀을 출시하며 삼성전자의 잠재적 하드웨어 경쟁자로 부상했다.

 

삼성전자는 2010년 타이젠 OS를 공개한 뒤 2015년 첫 타이젠폰 ‘삼성Z1′을 출시했다. 중저가 폰을 주로 내놓았지만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 익숙한 소비자들은 타이젠을 외면했다. 삼성전자 역시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해 프리미엄 스마트폰에는 타이젠을 탑재하지 못했다. 결국 2017년 삼성Z4 이후 신제품을 내놓지 않았고 2021년에는 앱 장터인 타이젠 스토어를 폐쇄했다. 처음에는 타이젠을 탑재했던 스마트워치도 갤럭시워치4(2021년)부터 구글과 협업한 ‘웨어 OS’를 채택하고 있다. 현재 타이젠 OS는 가전제품에만 쓰이고 있다.

 

독자 OS 고집하는 이유는

 

삼성전자는 IoT(사물인터넷)에서 AIoT(AI+사물인터넷) 시대로 변화하면서 타이젠에 새로운 기회가 열린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자사의 여러 기기에 AI를 탑재하고 이를 연결하고 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DX부문장)은 CES 2024 현장에서 “스마트폰, TV·가전, 자동차까지 연결된 사용자 경험은 정교하게 개인화된 서비스로 발전하고 있다”며 “여기에 AI를 접목해 기기 간 연결을 넘어, ‘차원이 다른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모든 전자기기에 AI 기능이 탑재되는 추세라는 점을 감안하면 타이젠의 성장 가능성도 높다. 타이젠이 TV부터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삼성전자의 다양한 제품군을 연결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출시된 타이젠이 탑재된 삼성 스마트 TV는 약 2억7000만대에 달하고, 다른 TV 브랜드에도 타이젠 OS를 확장하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스마트 TV OS 시장 점유율은 안드로이드가 39.1%, 타이젠이 18.5%, LG전자의 웹OS가 10.8%이다.

 

삼성전자의 궁극적인 목표는 장기적으로 아이폰이나 구글 같은 자체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다. 애플의 아이폰을 쓰는 사용자들은 아이패드, 맥북 등 애플의 운영체제로 연결된 제품에 맹목적인 충성심까지 갖게 된다. 애플이 폐쇄적이라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자체 운영체제만 고집하는 이유이다. 테크 업계 관계자는 “타이젠이 시장에서 영향력을 갖게 되면 애플의 앱스토어나 구글의 플레이스토어처럼 타이젠 장터를 통해 새로운 수익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유지한 기자, 조선일보(24-01-23)-

______________

 

 

'산업을 바꿀 기술' 몰라보고 걷어찬 한국

 

단기성과 집착하는 기업들

원광大팀의 3차원 반도체 기술, 삼성전자는 거부… 인텔이 '덥석'
스마트폰 핵심기술 되자 "아차"… 제품 양산까지 인텔에 4년 뒤져

국내서 외면한 빅데이터 기술, 獨기업이 사들여 1조3000억 대박
서울대 첨단 지하유전 탐사기술, 프랑스에 고작 14억원에 팔려

스마트폰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구글 아닌 삼성전자에 첫 제의

 
지난해 2월 삼성전자는 "'3차원 반도체(FinFET·핀펫)' 기술을 기반으로 한 모바일용 반도체 양산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반도체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한 기술적 성취"라는 자평도 했다. 3차원 기술로 만든 반도체는 평면 구조의 기존 제품과 비교해 성능과 에너지 효율이 훨씬 뛰어난 데다 칩의 크기도 극소화할 수 있다. 삼성의 스마트폰을 더 얇게 만들고 배터리 사용 시간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핵심 기술이다. 하지만 당시 삼성의 핀펫 반도체 생산은 경쟁사인 인텔보다 4년이 늦은 것이었다.

사실 삼성전자는 오래전에 이 기술을 선점할 기회가 있었다. 15년 전인 2001년 10월 이종호 당시 원광대 교수가 경기도 기흥의 삼성 반도체 사업장을 찾아와 자신이 개발한 '3차원 반도체 양산(量産) 기술'을 공개했었다. 그는 삼성전자 임원들 앞에서 "현재 대세인 2차원 평면 소자로는 고성능 반도체 개발에 한계가 있다"면서 "소자의 구조를 3차원으로 바꾸면 소비 전력과 제품 크기를 줄이면서 성능을 크게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참석자들의 반응은 냉랭했다. 이 교수가 "지금 3차원 반도체 기술에 투자하지 않으면 늦는다"고 호소했지만 참석자들은 "너무 앞서가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이 교수는 결국 1년 4개월 뒤인 2003년 2월 인텔(Intel)에 이 기술을 제안했고, 이후 로열티를 받는 조건으로 이 회사에 기술 이전을 했다. 인텔은 2011년 세계 최초로 핀펫 반도체 양산에 성공, 세계 1위 반도체 기업이라는 위치를 공고히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당시 우리도 3차원 반도체 기술 개발에 나섰던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게다가 당시 세계 반도체 업계가 공급 과잉으로 극심한 경영난을 겪었던 상황을 감안하면 수천억원의 개발 비용이 드는 기술을 선뜻 수용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대표 기업들은 과감한 기술 투자를 외면하면서 '퍼스트 무버(First Mover·선도자)'가 될 기회를 번번이 놓치고 말았다. 이종호 서울대 공대 기획부학장은 "당시 한국 대기업의 시스템에선 누가 그 자리에 있었어도 마찬가지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2위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인 독일의 SAP는 2011년부터 모든 소프트웨어를 '하나(HANA)'라는 빅데이터(대규모 데이터) 처리 기술에 기반해 만들고 있다. 이 기술은 기존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보다 읽고 쓰는 속도가 수백배 이상 빠른 메모리 반도체에 대부분의 데이터를 올려놓고 처리한다. 덕분에 예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속도로 대용량의 데이터 처리가 가능해졌다. 독일 SAP가 지난해 '하나'를 적용한 빅데이터 처리 소프트웨어로 벌어들이는 돈은 10억유로(약 1조3000억원)가 넘는다. SAP에 이렇게 큰 수익을 안겨준 기술 역시 한국에서 태어났다. 지난 2000년 서울대 차상균 교수가 연구실 대학원생들과 함께 데이터베이스(DB) 처리 기술을 연구하다 개발했다.

◇당장 돈 안 되면 관심 없는 한국

'하나' 역시 처음부터 독일 SAP로 넘어가지 않았다. 차 교수는 당시 이 기술을 국내에서 상용화하려고 갖은 노력을 했다. 국내 대기업을 접촉하기도 하고, 직접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을 만들기도 했다. 차 교수는 "당시 한국에는 'IT 붐'이 일고 있었지만, 다들 당장 돈이 되는 기술에만 관심이 있었다"면서 "'하나' 같은 소프트웨어 기술에 관심을 보이는 투자자나 기업들은 없었다"고 했다.

결국 이들은 2002년 미국 실리콘밸리로 떠났다. 여기서 SAP를 만났다. SAP는 한국에서 온 생소한 기술에 기대 이상의 관심을 보였다. 머지않아 빅데이터 시대가 도래하면 기존 기술보다 훨씬 빠른 데이터 처리 기술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예측했던 것이다. 이 기술은 결국 SAP로 매각됐다.


세계 최대의 석유 기업 중 하나인 프랑스 토탈(TOTAL)이 활용하는 첨단 지하 유전 탐사 기술도 우리가 아깝게 놓친 토종 기술이다. 이 기술은 서울대 신창수 교수팀이 2008년 개발했다. 지하에 매장돼 있는 원유를 지진파(地震波)를 활용해 찾는데, 비슷한 원리의 기존 기술보다 해상도(解像度)가 월등히 높아 유전 탐사의 성공률을 크게 높였다.

신 교수팀은 당시 국내 몇몇 에너지 기업에 이 기술을 이전하는 방안을 타진했지만 받아주는 곳이 없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에너지 업체들 중에서 직접 석유를 찾아 시추하는 곳은 드물기 때문"이라고 했다. 결국 이 기술은 2010년 125만달러(약 14억원)의 기술 사용료를 받고 프랑스 토탈로 이전됐다. 현재 토탈은 이를 통해 중동·북해 등에서 지하 지대를 탐사하고 있다.

◇한국이 거절, 구글로 간 '안드로이드'

넝쿨째 굴러 들어온 해외 신기술을 차버린 사례도 있다. 외신에 따르면 스마트폰용 안드로이드 운영 체제(OS)를 개발한 앤디 루빈(Rubin)은 2004년 안드로이드 OS를 팔기 위해 삼성전자와 접촉했다. 루빈은 한국을 찾아와 "전 세계 스마트폰 제조사에 무료로 운영 체제를 제공해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사업 전략을 소개하면서 제휴와 투자를 요청했다. 하지만 삼성전자 임원들은 그의 제안을 뿌리쳤다. "수천명의 우리 회사 엔지니어가 못하는 일을 직원 6명인 당신 회사가 한다는 것을 믿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한국에서 거절당한 안드로이드는 2주 뒤 구글에 5000만달러(약 567억원)에 인수됐다. 안드로이드 역시 삼성전자가 했다면 글로벌화에 성공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소니도 자사 제품을 글로벌화하려 했다가 수없이 실패했었다. 국내 스마트폰 업체 고위 관계자는 "작은 '나사' 하나 필요 없는 구글의 안드로이드 사업은 현재 이익률이 70%가 넘는다"면서 "당시 한국이 안드로이드를 인수했더라도 반드시 성공했으리란 보장은 없지만, 최소한 지금처럼 구글에 완전 종속되는 상황은 피했을 것"이라고 했다.

-박순찬/강동철 기자, 조선일보(16-04-20)-
______________

 


만성적자 '픽사'의 미래 믿은 잡스… 10년간 개인돈 570억원 뚝심 투자

 

아이폰 탄생의 기반 만들어… 구글도 유튜브 장기투자로 대박
"한국 기업이었다면 1~2년 투자… 수익 안나면 바로 구조조정할 것"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2001년 아이팟, 2007년 아이폰을 출시하며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만든 혁신가라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잡스의 성공에는 '천재성' 못지않게 막대한 적자를 감수하고 한 분야에 꾸준히 투자한 '끈기'도 큰 역할을 담당했다.

잡스는 경영진과의 불화로 애플에서 쫓겨난 1986년 조지 루커스 감독으로부터 애니메이션 제작사 '픽사(Pixar)'를 인수했다. 당시 픽사는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기업이었다. 돈은 거의 벌지 못하면서, 컴퓨터 애니메이션을 만든다고 제작비만 계속 쓰고 있었다. 잡스는 재무적으로는 말도 안 되는 이 회사에 무려 10년간 개인 자산 5000만달러(약 570억원) 이상을 쏟아부었다. 당시 잡스도 힘든 상황이었지만 결코 회사를 매각하거나 핵심 개발 인력을 내쫓지는 않았다. 픽사의 CEO인 애드 캣멀도 1974년 후 단 한 번도 곁눈질하지 않고 '컴퓨터 애니메이션'이라는 한 분야만 팠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1995년 전 세계적인 히트를 기록한 장편 컴퓨터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다. 또 픽사에서의 경험은 잡스가 콘텐츠의 중요성을 깨닫고 이후 애플의 최고경영자(CEO)로 복귀해 콘텐츠에 기반한 아이튠스 사업과 아이폰을 내놓는 계기가 됐다.

인터넷 기업 구글의 유튜브 인수 역시 초기 벤처기업이 회사의 명운을 걸고 장기 투자를 해 성공을 거둔 사례다. 구글은 2006년 10월 창업 8년여 만에 '유튜브'라는 동영상 서비스 업체를 무려 16억5000만달러(약 1조9000억원)에 인수했다. 인수 이후 수년간 유튜브는 만성 적자가 계속됐지만 구글은 유튜브에 계속 투자했다. 올해 인수 10년째를 맞은 유튜브는 구글의 핵심 수익 사업이다. 작년 한 해에만 42억8000만달러(약 4조9000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일이 과연 한국이라면 가능했을까. 벤처기업협회 관계자는 "한국 기업이었다면 오너가 관심을 갖는 1~2년간만 투자를 하고, 수익이 없으면 바로 구조조정을 했을 것"이라며 "한국에는 그런 투자를 할 만한 기업가 정신이 사라지고 있다"고 했다.

-박순찬 기자, 조선일보(16-04-20)-
_______________


"골드만삭스는 직원 3분의 1이 엔지니어… 기술 가치 알아볼 줄 아는 인재 키워야"

3차원 반도체 기술 개발한 서울대 工大 이종호 교수

"세계 최대의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전체 직원 3만명 중에 엔지니어가 9000명이 넘어요. IT(정보기술) 산업과 거리가 먼 금융회사에서도 미래 기술을 먼저 파악하고, 가치를 알아보기 위해 수많은 엔지니어를 키웁니다."

3차원 반도체 양산 기술을 처음 개발한 서울대 공대 이종호 교수(전기공학)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아무리 좋은 기술을 개발해도 받아주는 사람이 없으면 소용이 없다"며 "한국 경제를 이끌어가는 큰 기업들이 기술에 좀 더 관심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그동안 학계나 정부, 기업에서 '우리가 신기술을 개발해 새로운 산업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하면 가장 먼저 나오는 반응이 '미국·일본·독일도 안 하는 걸 우리가 나서서 도입할 이유가 뭐냐'는 말이었다"며 "한국 산업계는 도전 대신 빨리 따라가는 데 최적화돼 있기 때문에 이런 반응이 나왔던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GDP(국내총생산) 기준 세계 11위의 경제 대국이지만 기업·정부 내부에는 미국·독일·일본 같은 선진국이 새로운 산업을 만들거나 혁신을 일궈내면 한국은 이를 따라가면 된다는 자세가 만연해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충분히 1등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있는데도, 스스로 움츠러들면 결국 2등밖에 못 한다"며 "1등은 쉽사리 추월당하지 않지만, 2등은 언제든지 3등, 4등에게 따라잡힐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가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금융과 유통 등 서비스 분야에서도 기술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금융, 유통, 서비스 같은 IT와 무관한 기업도 엔지니어들을 육성해 새로운 기술과 가치를 알아보는 안목을 갖춰야 한다"며 "이런 안목으로 기술을 확보하고, 앞장서서 기존 산업의 틀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강동철 기자, 조선일보(16-04-20)-
_______________

 

"5~10년짜리 장기 로드맵은 없고 버튼만 누르면 되는 기술만 찾아"

 

단기성과 내야하는 CEO들에게 미래 기술 투자는 '돈 먹는 하마'

갈수록 팽배해지는 단기 성과주의도 한국 기업들이 원천 기술 확보를 위해 과감한 투자를 하지 못하는 원인으로 꼽힌다. 2~3년 임기 내에 가시적인 실적을 내야 하는 CEO(최고경영자)들에게 미래 기술 투자는 "돈 먹는 하마"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자동차 업계의 한 CEO(최고경영자)는 "전문경영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연간 실적"이라며 "회사에는 향후 2년짜리 로드맵만 있고 5~10년 장기 로드맵은 전무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삼성 계열사의 한 사장급 임원은 "신기술 투자 제안이 들어와도 선뜻 채택하기는 쉽지 않다"면서 "(신기술 투자에 뛰어들었다가는) 당장 회사 주가(株價) 떨어진다는 소리를 듣는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에 대한 초기 대응이 늦어진 탓에 크게 고전하는 것도 단기 성과주의와 관련이 깊다고 본다. 2009년 초콜릿폰, 프라다폰 등 일반 휴대전화(피처폰)으로 큰 이익을 내자 스마트폰 사업 전환을 주저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당시 LG전자 내부에서는 "기술보다 마케팅에 중심을 두라"는 미국식 성과주의가 경영 방침이었고, 성공 가능성이 불투명한 스마트폰에 과감한 투자를 꺼린 게 사실이다.

단기 성과주의가 기업의 R&D 전략을 왜곡시키는 경우도 있다. 한 자동차 회사 연구원은 "'품질 경영'이라는 이름으로 양산 기술에 R&D 역량을 집중하면서 정작 미래 기술은 전혀 준비를 못 한다"며 "당장 판매 실적은 늘 수 있지만, 10~20년 뒤의 미래 시장은 빼앗기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도요타는 단기 성과에 영향을 받지 않고 미래 시장에 대비하기 위한 조직 혁신을 진행하고 있다. 10년 뒤 생산할 자동차를 준비하는 '선행기술 개발 조직'을 양산기술 개발 조직으로부터 분리·독립시켰다. 또 지난해 11월 미국에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도요타리서치인스티튜트(TRI)를 세웠다. 본사와 완벽하게 분리해 독자적으로 운영되는 이 조직에 도요타는 앞으로 5년간 1조2000억원을 투자한다.

수년 전 국내 대기업에 기술을 이전했던 한 교수는 "버튼만 누르거나 키만 돌리면 되는 기술만 찾는 지금의 풍조로는 절대 한국 기업들이 스스로 기술을 축적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순찬 기자, 조선일보(16-04-20)-

______________


작년 국내 30대 그룹 R&D 투자 5000억 줄어

구글은 매출의 16.4% 투자… 국내 최고 삼성전자는 7.5%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의 창업자인 제프 베조스와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CEO인 일론 머스크는 10년 넘게 '우주 개발'에 빠져 있다. 우주 유료관광이라는 거대한 목표를 위해 베조스는 지금까지 약 5억달러(약 5700억원)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고, 머스크도 약 10억달러(약 1조1300억원)를 쏟아 부었다. 지금은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듯한 투자이지만 이런 투자가 새로운 기술과 세상을 바꾸는 혁신을 낳게 된다.

반면 우리나라는 이런 미래 기술에 대한 투자는 고사하고 지금껏 진행해온 연구·개발(R&D)도 정체되고 있는 상황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올해 초 30대 그룹의 연구개발 투자 비용을 조사한 결과, 작년 R&D 비용은 31조7000억원으로 2014년(32조2000억원)보다 5000억원 적은 것으로 드러났다. 2010년 이후 매년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던 투자액이 처음으로 감소한 것이다. 이들 기업의 올해 R&D 투자 예상액도 작년보다 0.3% 증가한 31조8000억원에 그칠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 기업들의 R&D 투자는 글로벌 기업과 비교하면 크게 떨어진다. 페이스북(26.5%), 구글(16.4%), 마이크로소프트(13.6%) 등 세계 최정상 기업들이 R&D에 매출의 10% 이상을 투자한다. 반면 작년 삼성전자의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율은 7.5%, 현대자동차는 2.4% 수준이다. 삼성전자와 현대차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중후장대형 산업들의 R&D 비율은 더 낮다. 세계 3대 조선업체인 삼성·현대·두산중공업은 0.5~3.51%에 불과하고, 10대 건설사 중 매출 대비 R&D 투자 비율이 1%를 넘는 곳은 현대건설 1곳뿐이다.

-김성민 기자, 조선일보(16-04-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