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도]
[런던 스모그]
[“유럽은 원전이 필요하다”]
[런던시의 ‘70년 대기오염 정책’이 주는 교훈]
[원자력 부흥시켜 에너지난과 기후 위기 넘겠다는 유럽]
[도롱뇽 생각나게 한 단양쑥부쟁이]
1.5도
[송평인 칼럼]
지구 온도, 산업화 전보다 1.5도 오르는데 짧으면 6년 길어야 11년밖에 안 남아
1.5도 오르면 4도 상승까지 저절로 4도 오르면 더 이상 돌아올 수 없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이미 2013년에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2도 이상 올라가면 회복 불가능한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봤다. 실제 돌이킬 수 없는 것으로 보는 선은 4도 상승이다. 그러나 온난화로 2도 이상 올라가면 북극이 녹아 이산화탄소보다 30배나 강력한 온난화 효과를 지닌 메탄가스가 동토층에서 분출되기 때문에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노력은 더 이상 의미 없어지고 지구 온도는 계속 올라가 4도까지도 이르리라는 얘기다.
1만 년 전부터 현재까지를 홀로세라고 한다. 인류는 홀로세에서 산업화 이전보다 3도 이상 높은 온도를 경험해 본 적이 없다. 홀로세를 넘어 빙하기라고 불리는 플라이스토세를 거쳐 지구와 소행성의 충돌로 공룡이 멸종한 이후부터 시작되는 플리오세로나 가야 홀로세의 산업화 이전보다 3도 이상 높은 기온이 나타난다.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부터는 2도가 아니라 1.5도가 거론되기 시작했다. 이산화탄소 축적으로 인한 온난화 효과는 바로 다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시간적 간격을 두고 단계적으로 나타난다. 지구 온도가 1.5도 높아졌다면 그때까지 누적된 이산화탄소의 양으로 2도까지 올라가는 것은 불가피하고 2도 이상이 되면 앞에서 언급한 메커니즘에 따라 4도까지 자동으로 오르기 때문에 1.5도 상승 전에 멈추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구 온도는 2021년과 2022년에 이미 1.1도 높아졌다. 2030∼2035년 사이에 1.5도 상승에 도달하리라는 것이 대체적인 예상이다. 불과 몇 년 남지 않았다. 1.1도 상승 때까지도 이상 기후가 속속 나타나는데 4도 상승 때의 상황은 상상하기도 어렵다
나의 과학 지식으로는 1.5도라는 기준이 얼마나 근거가 있는지 알 수 없다. 2도 상승까지 올라가면 4도까지 상승하는 메커니즘이 정말 그런지도 알 수 없다. 다만 기준을 1.5도가 아니라 좀 더 높게 잡고 시작한다고 하더라도 지금처럼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면 언젠가는 온난화를 되돌릴 수 없는 날이 올 수 있다는 건 설득력이 없지 않다. 게다가 온난화가 초래할 위기의 성격이 더 낫고 덜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생사의 문제라면 더 비관적인 전망에 맞춰 대책을 찾는 게 안전해 보인다.
온난화를 초래한 산업화는 탄소 기반 문명이다. 산업화로 인력(人力)이나 마력(馬力) 대신 증기력을 사용한 지 150년이 넘게 흘렀다. 그동안 인류는 탄소 기반 문명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정도로 익숙해져 버렸다. 석탄 석유는 연료로만 사용될 뿐 아니라 그로부터 뽑아낸 원료로 수많은 물건을 만든다. 우리나라는 플라스틱 빨대를 종이 빨대로 바꿔 쓰는 것 하나 못하고 결국 플라스틱 빨대로 돌아가고 말았다. 생활 방식의 근본적 전환이 요구되는 일이기 때문에 몇 년 뒤가 아니라 설혹 몇십 년 뒤라고 해도 많은 시간이 남은 건 아니다.
올해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는 결의문에서 화석 연료의 ‘단계적 퇴출(phase-out)’ 대신에 화석 연료로부터 ‘멀어지는 전환(transitioning away)’이라는 용어를 채택했다. 2030∼2035년 사이에 1.5도 상승에 도달하리라는 예상에서 보면 안이한 인식의 표현이다. 어쨌든 화석 연료로부터 멀어지는 전환은 원자력으로 향하는(transitioning toward) 전환을 의미할 수밖에 없다. 태양력 풍력 조력 같은 신재생 에너지는 효율성이 화석 연료에 비해 크게 떨어지고 효율성이 높아지길 기다리기에는 시간이 촉박하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여기는 환경론자라면 원자력 사용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데 찬성하는 것이 논리적이다.
최초로 핵무기를 개발한 오펜하이머의 말처럼 핵은 파괴자이면서 구원자인지 모른다. 실은 신화 속의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에게 전해 줬다는 불도 마찬가지였다. 인간은 불을 사용하면서 문명을 건설할 수 있었지만 불은 주의 깊게 관리하지 않으면 재앙을 몰고 오기도 했다. 막바지에 이른 탄소 기반 문명에서 구원해 줄 것은 일단 태양도 바람도 조류도 아니고 핵이다. 이 현대판 프로메테우스의 불이 없었다면 온난화에 속수무책이었을 것이다. 다만 원자력은 불을 다룰 때보다 훨씬 더 세심한 주의와 철저한 관리를 요구한다. 그 때문에 여러 가지 불안이 초래되지만 문명은 진화할 때마다 더 큰 불안을 감수하고 극복하며 나아갔다고 본다.
-송평인 논설위원, 동아일보(23-12-27)-
_____________
런던 스모그
[차현진의 돈과 세상]
산업혁명은 영국에서 시작했다. 그것은 곧 도시화로 이어졌다. 19세기 초 100만명이었던 런던의 인구가 20세기 들어서는 650만명으로 폭발했다. 중국 베이징과 터키 콘스탄티노플을 제쳤다.
좁은 공간에 사람들이 밀집하다 보니 공기오염이 심했다. 런던의 공기가 얼마나 탁하고 끈적거렸으면 완두콩 수프처럼 ‘짙은 갈색의 안개’라는 뜻으로 ‘Pea souper’라고 부를 정도였다. 그래도 사람들은 개의치 않았다. 생활수준이 향상된 중산층 가정들은 석탄 보일러를 태우면서 자기 집이 따뜻해진 데 만족했다. 오늘날 서울 시내의 택배 기사만큼이나 당시 런던 시내에는 굴뚝청소부가 흔했다. 영화 ‘메리 포핀스’에서는 은행 간부인 뱅크스 집을 굴뚝청소부가 청소한다. 굴뚝의 시커먼 그을음을 긁어낸 뒤 훨씬 더 많은 매연이 꾸역꾸역 하늘로 퍼지지만, 메리 포핀스는 신경 쓰지 않고 즐겁게 노래한다.
석탄을 태운 그을음은 런던의 축축한 공기와 만나 살인적 스모그를 만들었다. 막 운행을 시작한 디젤 시내버스는 아황산가스와 이산화황까지 뿜어댔다. 결국 사달이 났다. 어느 겨울 아침 런던 시내는 운전이 불가능할 정도로 짙은 안개가 깔렸다. 영화관에서는 스크린이 보이지 않았다. 닷새 동안 경제활동이 완전히 중단되었다.
영국 정부는 폐렴 사망자가 4000명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1만2000명이 넘었다. 깨끗한 공기의 가치를 몰랐던 영국 정부는 1956년 청정대기법을 만들어 난방과 운송시설을 근대화했다. 1968년부터는 가정집에서 석탄으로 난방하는 것을 금지했다. 사후약방문 격이었다. 1952년 12월 5일 아침 런던 스모그가 시작되었다. 굴뚝에서 끊임없이 쏟아지는 시커먼 매연을 경제의 역동성이라고 자부해 온 영국인들이 문득 지난 100년을 반성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환경 문제에 발 벗고 나섰다. 브렉시트의 먹구름 앞에서도 2015년 12월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 국제기구(TCFD)를 출범시켰다.
-차현진 예금보험공사 이사, 조선일보(23-12-05)-
_____________
“유럽은 원전이 필요하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가스 밸브’를 쥐고 유럽을 흔들고 있다. 러시아는 유럽 천연가스 소비량의 약 35%를 공급하는데 이달 들어 푸틴의 한마디에 가스 값이 10%씩 오르내리고 있다. 글로벌 공급난으로 가스 값이 1년 새 7배나 폭등하자 러시아의 입김이 세진 것이다. 유럽에선 공장이 멈추고, 서민들이 올겨울 추위에 떨어야 할 처지다. 유럽은 온실가스 배출이 적은 액화천연가스(LNG) 사용을 늘려 왔다. 이를 두고 미국 CNBC는 “유럽이 러시아의 인질이 됐다”고 한다.
▷푸틴 입만 쳐다보던 유럽이 원전을 들고 나왔다. 유럽 10개국 에너지장관들이 11일 “유럽인은 원자력발전이 필요하다”는 공동기고문을 여러 신문에 실었다. 다음 날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새로운 원전 기술에 약 1조40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탄소중립’은 해야겠는데 신재생에너지는 아직 믿기 어렵고, LNG 수급은 불안한 게 유럽의 처지다. 영국과 독일은 겨울을 나려고 화석연료 발전을 다시 늘리고 있다. 탈(脫)탄소를 계속하려면 원전 외에 답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LNG 외에도 에너지 값이 폭등하고 있다. 국제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에 다가섰고, 석탄 값도 치솟았다. 코로나 회복세와 겨울철이 맞물려 수요는 급증한 데다 공급망마저 망가진 까닭이다. 친환경 흐름에 따라 채굴량도 급감했다. 에너지 값 상승은 물가 상승을 부추겨 경기 회복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서둘러 값싸고 안정적인 에너지 원료를 확보하는 게 각국 정부의 시급한 과제가 됐다.
▷에너지는 정치적 힘이다. 중국이 지난해 정치적 이유로 호주산 석탄 수입을 금지할 때만 해도 기세등등했다. 하지만 석탄발전이 어려워지면서 되레 급소를 찔린 셈이 됐다. 러시아는 인근 몰도바에 친서방 정부가 들어서자 가스 공급을 줄여 압박하고 있다. 심지어 푸틴 대통령은 2014년 유럽 18개국 정상에게 “가스를 끊겠다”는 협박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유럽이 러시아를 적으로 규정한 태도를 바꾸면 가스 문제가 풀릴 것”이라고 했다. 적도 우군으로 바꿀 수 있는 게 에너지다.
▷유럽의 목표는 원전 자체가 아니라 다양한 에너지원이다. 유럽 장관들은 “원전은 전략적 차원에서 에너지 자율성을 확보하게 해준다”고 했다. 탈탄소로 가는 길에서 외부 입김에 휘둘리지 않으려고 대안을 찾는 과정이라는 뜻이다. 한국도 남의 일이 아니다. 유럽처럼 전기를 수입하기도 어려운 처지여서 에너지원을 놓고 주변에 휘둘릴 위험이 훨씬 크다. 탄소 배출이 없는 ‘다른 에너지원’도 필요하다는 유럽의 지적을 우리도 새겨야 할 때다.
-이은우 논설위원, 동아일보(21-10-15)-
______________
런던시의 ‘70년 대기오염 정책’이 주는 교훈
[특파원칼럼]
에너지대란 속 탈(脫)탄소 속도조절론 제기
인류 차원의 장기적 관점에서 대비할 필요
“원래 런더너(Londoner)는 숨쉬기에 좀 예민합니다.”
9일 영국 런던 도심의 주유소에서 만난 한 시민의 말이다. 이날 기자는 전 세계 공급망 붕괴 현장을 취재하기 위해 런던 일대 주유소들을 둘러봤다. 주유기마다 ‘미안합니다. 사용할 수 없습니다(Sorry. Out of use)’란 안내가 붙어 있었다. 간혹 이런 안내가 없는 주유기가 보여 다가서면 휘발유가 아닌 디젤(경유)이었다. 7곳의 주유소에서 디젤 주유기를 찾는 차량은 보지 못했다. 한 시민은 “디젤 차량은 환경에 안 좋고, 규제도 많아 타는 사람이 극히 적다”며 “런던은 스모그 악몽을 겪었지만 공기 질은 계속 좋아지는 편”이라고 했다.
런던은 1952년 12월 ‘그레이트 스모그(Great Smog)’ 악몽을 겪었다. 화석연료인 석탄 난방 급증으로 극심한 대기오염이 발생해 1만 명이 사망한 환경재난이다. 1956년 청정대기법 제정을 시작으로 각종 화석연료 감축 정책이 꾸준히 시행됐다. 디젤 자동차가 도심에 진입하면 12.5파운드(약 2만3000원)를 내는 초저공해존이 재작년 도입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런던 공기가 정말 좋아졌을까’란 의문에 영국 정부 통계를 찾아봤다. 대기오염 주범인 이산화질소 농도는 1998년 m³당 41μg(마이크로그램·1μg은 100만분의 1g)에서 지난해 15μg까지 감소했다. 같은 기간 미세먼지는 26μg에서 13μg(PM10 기준)으로 줄었다. 그렇다고 완벽한 것은 아니었다. 런던 도로의 24%에서는 허용치 이상의 이산화질소가 주기적으로 발생했다.
런던시의 대기오염 정책을 보면서 ‘한번 망가진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최근 불거진 ‘탈(脫)탄소 속도조절론’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를 생각해보게 됐다. 유럽은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전체 전력 생산의 38%까지 늘렸다. 하지만 석유 등 화석연료를 대체하기엔 아직 역부족이다. 너무 빠른 풍력, 태양광 도입이 근래의 에너지 가격 급등이란 부작용을 낳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영국 가스 도매가격은 6일 연초의 7배인 단위당 407펜스까지 치솟아 최고가를 경신했다. 영국의 전체 전력생산 중 약 30%가 풍력에서 나오는데, 올해는 바람 양이 줄어 에너지 가격 폭등의 원인이 됐다. 프랑스도 이달 가스 가격이 12.6%, 이탈리아는 전기 가격이 29.8% 인상됐다.
‘탈탄소 속도를 줄이자’는 목소리가 커질 분위기가 조성된 셈이다. 반대 의견도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13일 “친환경에너지 전환 속도를 높여야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이 줄고 에너지 효율 증가와 생산 다각화가 이뤄져 가격이 안정화된다”고 밝혔다. 정답은 알 수 없다. 누가 미래를 장담하겠나. 그럼에도 두 가지 사실은 명백하다. 현재의 기후 변화는 에너지 가격 폭등을 넘어 ‘인간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 7월 서유럽 폭우, 8, 9월 미국과 남유럽 폭염과 산불로 수백 명이 사망했다. 유엔은 “20년 내에 지구 평균 온도가 1.5도 이상 상승해 극한기후가 8.6배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다른 사실은 지금은 화석 에너지를 친환경 에너지 체계로 전환하는 과도기란 점이다.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는 시기다. 70여 년간 이어온 런던의 대기오염 정책처럼, 조금은 ‘길고 넓게’ 지금의 에너지대란에 접근해야 하는 이유다.
-김윤종 파리 특파원, 동아일보(21-10-15)-
______________
원자력 부흥시켜 에너지난과 기후 위기 넘겠다는 유럽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2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프랑스 2030'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80억유로를 원자력, 수소 등 에너지 분야에 투입해 혁신을 일으키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2일 원전과 수소를 중점 육성하겠다는 ‘프랑스 2030′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소형 모듈형 원자로(SMR) 개발, 원자력 폐기물 관리, 수소 인프라 확충 등에 80억유로(약 11조원)를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11일에는 프랑스·핀란드 등 유럽 10국 장관들이 “기후변화와 싸울 때 원전은 최상의 무기다. 유럽은 원자력이 필요하다”는 공동 기고문을 각국 신문에 발표했다.
이런 움직임은 최근 전 세계 에너지 부족 사태를 반영한 것이다.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축소로 유럽의 난방 가스 가격이 1년 사이 5배 폭등했다. 북해 풍력 발전이 원활치 않아 영국 전기료는 작년의 7배까지 치솟았다. 탄소 중립 추진으로 석탄이 부족해지면서 중국도 심각한 에너지난을 겪고 있다.
사실 한국이야말로 에너지 취약국이다. 2019년 석탄·석유·천연가스 수입이 1267억달러(약 150조원)로 총국가 수입액의 4분의 1에 달했다. 거기에 정부는 지형적으로 효율이 떨어지는 태양광·풍력 일변도 정책을 펴고 있다. 태양광·풍력 전력 비율을 6%에서 30년 뒤 7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원자력은 현재 28%에서 6~7%로 낮추겠다고 한다. 정부 스스로도 속으로는 믿지 않을 ‘믿거나 말거나’ 숫자들이다.
태양광·풍력의 출력 변동을 보완하는 가스 발전이 늘면서 한국전력의 적자가 심각해졌다. 정부는 수소를 보조 에너지로 쓰겠다는 것이지만, 수소는 80%를 수입할 수밖에 없다. 에너지 안보에 실패하면 경제가 파탄 난다. 지금의 LNG 부족 사태도 푸틴의 유럽 길들이기 시도라는 분석이 많다. 푸틴은 에너지가 국제 정치를 좌우한다는 자원경제학 박사 논문을 쓴 사람이다.
세계가 원전 부흥을 꾀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가 독점하고 있는 원전 시장을 되찾아와야 한다며 원자력 재건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이미 원전 산업 생태계가 망가진 상태다. 한국은 미국, 프랑스의 절반 비용으로 원전을 건설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에서 원전 협력을 약속한 것도 함께 원전 수출을 해보자는 것이었다. 절박한 탄소 중립 역시 원자력 없이는 달성 불가능하다. 원자력은 우라늄 공급 국가가 분산돼 있고 2년 치 연료를 저장할 수 있어 안정적인 에너지원이기도 하다. 탄소 중립과 에너지 안보의 어떤 측면에서 봐도 원자력이 필수적이다. 지금 상황은 원전 선진국 한국엔 커다란 기회인데 난데없는 탈원전 정권이 이 기회를 날리려고 하고 있다.
-조선일보(21-10-15)-
_______________
도롱뇽 생각나게 한 단양쑥부쟁이
13일 오후 경기 여주시 대신면 남한강 지천 변에 단양쑥부쟁이가 무리 지어 피어 있다. 4대강 사업 당시 멸종 위기 2급인 단양쑥부쟁이의 유일한 서식지를 파괴한다는 반대가 심해 공사를 일시 중단하기도 했으나, 11년 지난 지금 여주보 하천 인근 등에서 대거 서식하는 게 확인됐다. /고운호 기자
2003년 경남 양산시 천성산 아래 KTX 터널 공사를 할 때 승려 지율은 단식을 하며 환경 단체들과 함께 “환경영향평가를 제대로 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습지에 사는 도롱뇽도 소송 원고에 넣었다. 습지가 없어져 도롱뇽이 살 수 없게 된다는 이유였다. 이 때문에 공사가 중단되고 비용은 엄청나게 늘어났다. 3년 전 이맘때 천성산에 오른 적이 있다. 도롱뇽은 이미 월동에 들어가 볼 수 없었지만 습지는 신발이 젖지 않게 조심해야 할 정도로 살아 있었다.
▶환경 단체들은 개발에 반대할 때 동식물을 상징으로 내세우는 경우가 많다. 천성산 도롱뇽이 대표적이고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반대 운동은 산양이 상징이다. 지구온난화는 얼음이 녹아 먹이를 찾지 못하는 북극곰을 상징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런 상징으로 사람들 감성에 호소하면서 이목을 집중시키는 데 성공한 경우가 많다. 제주 해군 기지 반대 운동은 무생물인 구럼비 바위를 상징으로 내걸었다.
▶10여 년 전 4대강 사업 공사를 할 때는 멸종 위기 2급 식물인 단양쑥부쟁이가 4대강 반대 운동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단양쑥부쟁이는 쑥부쟁이 종류의 하나로, 충북 단양에서 경기 여주까지 남한강 변 모래땅에 주로 서식하는 꽃이다. 마침 요즘이 제철이다. 잎이 둥글거나 타원형인 다른 쑥부쟁이에 비해 가는 선형인 것으로 구별할 수 있다. 반대 때문에 공사를 중단했다가 단양쑥부쟁이 무리를 여주 강천섬으로 옮기고 나서야 재개할 수 있었다.
▶10년이 흐르는 사이 대체 서식지로 옮긴 단양쑥부쟁이는 세력이 시원치 않은 반면, 없어질 것이라던 여주보와 강천보 사이 남한강 변 일대 단양쑥부쟁이는 오히려 소규모 군락이 여러 개 생겼다고 한다. 단양군은 남한강 변과 도로가에 단양쑥부쟁이를 대량으로 심어 놓았는데 그게 잘 자라고 있다. 자연 훼손의 상징으로 삼은 식물이 곳곳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4대강 사업 당시 ‘단양쑥부쟁이가 사라질 것’이라고 한 환경 단체의 주장이 과했다는 지적이 안 나올 수 없다. 애초에 천성산 도롱뇽처럼 아무 상관 없는 문제였을 수도 있다.
▶천성산 도롱뇽도 단양쑥부쟁이도 함께 살아가야 할 소중한 것들이다. 적절한 개발은 이런 소중한 환경을 더 잘 보존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 많은 학자의 견해다.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편의와도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단양쑥부쟁이에서 보듯 자연의 자생력, 복원력도 만만치 않다. 보존만을 앞세워 국토 개발을 모조리 반대하는 환경근본주의를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김민철 논설위원, 조선일보(21-10-15)-
===========================
'[세상돌아가는 이야기.. ] > [時事-萬物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학 디바이드] [교육부는 어떻게 대학을 망쳐왔나] .... (0) | 2023.12.29 |
---|---|
[당신이라면, 대한민국 스타트업에 투자하겠습니까] .... (5) | 2023.12.29 |
[북한의 총선 개입에 대비하라] .... (0) | 2023.12.27 |
[유엔 “중국 내 탈북민 처우 개선하라”, 한국도 목소리 내야] .... (0) | 2023.12.27 |
[조선일보 선정 2023년 10대 뉴스] (0) | 2023.12.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