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隨想錄]

[명절에 집에 안 간다는 딸.. ] [가족보다 소중한 것은..]

뚝섬 2024. 3. 10. 05:35

[명절에 집에 안 간다는 딸, 엄마의 변칙 공격에 허를 찔리다]

[가족보다 소중한 것은.. ] 

 

 

 

명절에 집에 안 간다는 딸, 엄마의 변칙 공격에 허를 찔리다

 

지난 설날 연휴, 처음으로 본가에 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첫 문장에서부터 전국 어르신들의 혀 차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지만 용기를 잃지 않겠다. 작년부터 줄줄이 이어지는 원고 작업과 글쓰기 수업으로 심신이 지쳐 있었기에 단 며칠이라도 혼자만의 시간이 간절했다. 여기까지 쓰고 나니 마치 육성이 들려오는 것 같다. “혼자만의 시간, 너만 간절하냐?!”

 

과거의 명절은 지금과는 다른 풍경이었다. 오랜만에 일가친척이 만나 안부를 주고받고 그동안 맛보기 힘들었던 귀한 음식을 나눠 먹었다. ‘설빔’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일 년에 한 번 새 옷을 선물받기도 했고, 보고 싶은 친척들 얼굴만큼이나 세뱃돈을 기다렸다. 하지만 요즘은 배달 음식 앱을 이용해 언제든 원하는 음식을 찾을 수 있고, 계좌이체로 용돈을 주고받을 수 있으며 소셜 미디어나 영상통화로 다른 나라에 사는 친척에게 안부를 전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이 시대의 명절은 신·구세대의 가치관이 엇갈리는 시기다. 어르신들에게 명절은 흩어져 살던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날이지만 젊은 세대에게 명절은 ‘연휴’에 더 큰 방점이 찍힌다. 즉, ‘연이어 쉴 수 있는 날’인 것이다.

 

나의 부모님은 여전히 명절을 기대하신다. 명절 전부터 온갖 음식을 준비해 놓고 자식들과 손주들 오기를 기다리신다. 하지만 내 마음은 조금 다르다. 부모님을 뵙고 싶지 않다는 말이 아니다. 예전보다 더 많은 일을 하고 있지만 웬일인지 수입은 줄었다. 매일 쥐어짜듯 글을 써 책을 내고 있지만, 책은 점점 더 팔리지 않는다. 그런 이유로 스트레스는 차곡차곡 쌓이지만 잔액은 쌓이지 않는 미스터리. 프리랜서로서 수입이 늘 불안정하기에 명절을 앞두고 부모님께 드릴 용돈을 마련하지 못해 멋쩍을 때도 많다. 부모님은 “돈이 뭐가 중요하냐, 얼굴 보는 게 중요하지”라고 말씀하지만, 얼굴 보는 일만큼 돈도 중요하다. 내 사정이 어려운 만큼 부모님도 힘드시리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만큼은 가족 모두가 편안한 명절을 보내기를 바랐다. 나이 드신 부모님께서 무겁게 장 보고 음식하시느라 고생하지 않는, 자식들은 주머니 사정이나 일 걱정 없이 쉴 수 있는 연휴였으면 했다. 그래서 올 설은 혼자서 보내겠다고, 이참에 두 분도 오랜만에 푹 쉬셨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다. 엄마는 산뜻하게 알겠다고 하셨다. 엄마 아빠는 알아서 잘 보낼 테니, 너도 좋은 연휴 되라며 훈훈하게 통화를 마쳤다. 그런데.

 

연휴가 시작되자마자 엄마는 매일같이 전화를 걸어오셨다. 첫날은 “언니네 식구들이 오는데 너도 같이 올래?”라는 제안이었다. “갈비도 재워 놓고 너 좋아하는 봄동 김치도 해놓고 나물도 잡채도 다 만들어 놨는데.” 하지만 이미 말씀드린 대로 이번엔 혼자 있겠다고 했다. 둘째 날이 되니, 엄마는 음식을 싸서 우리 집에 오겠다고 하셨다. 나는 미리 장을 봐두어 먹을 게 충분하니 먼 길 오시지 않아도 된다고 말씀드렸다. 그러자 셋째 날에는 엄마가 집 앞에 먹을 걸 두고 가겠다는 문자를 보내셨다. 똑같은 말을 녹음기 틀듯 사흘 연속으로 하다 보니 칠순 넘은 엄마의 건강이 염려되었다. 전화를 걸어 조심스레 여쭈었다. “엄마, 혹시 저랑 통화하신 거 기억 못 하시는 거 아, 니, 죠…?”

 

하지만 이어진 엄마의 말씀에 마음이 조금 촉촉해졌다. “명절에 혼자 음식도 못 챙겨 먹고 있을까 봐 짠해서. 네 생각이 자꾸 나서.” 나는 한 손에는 스마트폰을 들고 한 손으로는 냉장고를 열어 그 안에 미어터지듯 들어 있는 음식들을 보며 말했다. “아니에요, 엄마. 너무 잘 먹고 있어요.” 방금 배달 음식까지 시켰다는 말은 차마 하지 못했다.

 

연휴 다음 날, 엄마가 줄줄이 읊으시던 음식이 여전히 본가 냉장고에 머물고 있을까 마음이 쓰여 전화를 드렸다. “엄마, 나 봄동 김치만 좀 주세요. 지금 집에 갈게요.” 엄마는 언제든지 오라며 밝은 목소리로 전화를 끊으셨다. 그리고 집에 도착할 즈음 우연히 아빠를 만났는데, 아빠는 방금 마트에서 산 봄동 다발을 한아름 안고 계셨다.

 

집에 들어가자마자 엄마에게 여쭸다. “봄동 김치 있다면서요? 있는 거 받아 가려고 했는데 다 드셨어요?” 엄마는 대답하셨다. “봄동 김치는 없어. 근데 없다고 하면 네가 안 올까 봐 있다고 했지.” 그리고 신속하게 아빠가 사 오신 봄동을 씻어 그 자리에서 겉절이를 만드셨다. “금방 해. 이거 가지고 가면 된다.”

내가 방패라면 엄마는 창이다. 절묘하게 딸의 빈틈을 찾아 찌르고 또 찔러 어떻게든 얼굴을 마주하게 하신다. 나의 방패는 엄마 앞에서 영 맥을 못 춘다. 그 덕에 이번 설에도 부모님 얼굴을 뵐 수 있었다. 부족하나마 주머니에 용돈도 넣어드렸다. 다음에 돈 많이 벌면 더 많이 드릴게요.” 과연 그날이 올까. 엄마의 빨간(?) 거짓말 공격에 이은 나의 하얀 거짓말 방어였다.

 

그날 나는 엄마의 하루 지난 명절 음식을 이고 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 음식들을 지금까지 먹고 있다.

 

-김신회 작가, 조선일보(24-03-09)-

____________

 

 

가족보다 소중한 것은 없습니다..

 

 

가족이란 늘 가까이에서 마주 보며
함께 생활하는 사람인지라 흔히 소중함을 잊고 지냅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자신의 아내나 남편이
곁에 없는 삶을 상상하면 눈앞이 캄캄해짐을 느낍니다.  

서로 바라보고 지켜주며 마음의 의지가 되는 사람이 없다면
세상 속에 홀로인 것처럼 외롭고 공허할 뿐만 아니라
살아야 할 의미가 사라지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가족이 없다면 많은 재물을 모으고
부귀와 영화를 누린다 한들 무슨 의미가 있으며 즐거움이 있을까요.  

비록 무심하고 뚝뚝한 남편이나 바가지와 잔소리꾼의 아내라 할지라도
서로에게 보이지 않는 그늘이자 마음의 버팀목인 아내와 남편이란 이름은
세상 속에서 당신이 꿋꿋하고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게 하는 힘의 원천입니다.  

곁에 있기에 소중함을 잊고 사는 사람 당신의 아내와 남편에게
한 세상 다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마음을 다해 사랑하세요.
가족보다 소중한 것은 없습니다.
당신이 꿈을 꾸며 살아야 하는 이유는 바로 가족입니다.  

꿈과 소망을 함께 키우며 사랑의 동반자로 함께 가는 세상에
둘도 없는 소중한 내 사람 바로 당신의 남편과 아내입니다.  

-雪花 박현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