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 지나도 업데이트 안 되는 野‘기승전, 돈 풀기’]
[쇠퇴와 번영의 갈림길에 선 한국]
[韓 경제 글로벌 톱10 탈락… 환율만의 문제 아닌 게 더 큰 문제]
[‘퍼주기 주도 성장’으로 5대 강국 간다는 이재명의 몽상]
[反기업 親노조, 포퓰리즘으로 ‘경제 5강’ 간다니 무슨 마술인가]
[나라 구했다는 ‘3 프로 TV’, 현란하나 황당하다]
[‘긴축 태풍’ 닥치는데 돈 푸나]
철 지나도 업데이트 안 되는 野‘기승전, 돈 풀기’
제동 걸린 美 좌파정책, 민주당은 고집
경제현실 변해도 ‘흘러간 노래’ 되풀이
국회 1, 2당이 이념 양극단을 달리는 한국에 살다 보면 미국 정치에 좌우가 있다는 사실을 종종 잊게 된다. 작년 8월 조 바이든 대통령이 ‘학자금 대출 탕감’ 카드를 꺼냈을 때 “맞아, 미국에선 민주당이 좌파였지”라는 느낌이 확 와닿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올해 4월 “미국은 원금까지 탕감해준다”고 했던 그 정책이다.
작년 중간 선거를 석 달 앞두고 나온 이 정책의 별명은 ‘역사상 가장 비싼 행정명령’. 미국의 보통 중산층 대학생들은 비싼 등록금을 정부에서 대출받고 졸업 후 취직해 오래 갚는다. 바이든은 4300만 명이 진 학자금 빚 4300억 달러(약 550조 원)를 가구당 2만 달러까지 없애주는 정책을 의회 동의 없이 밀어붙였다. 국민의 빚을 정부 부채로 바꾸는 정책이다.
미국의 예산권은 의회에 있다. 대통령 멋대로 큰돈을 풀겠다는데 ‘전례 없는 포퓰리즘’ ‘명백한 매표 행위’란 비판이 나오지 않았을 리 없다. 결국 법정까지 갔다. 올해 6월 말 미 연방대법원은 ‘의회 승인 없는 추진은 잘못’이라며 정부 패소 판결을 내렸다. 내년 말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내상을 입은 바이든은 20∼25년간 대출금을 성실히 갚고도 빚이 남은 이들의 잔액을 없애주는 낡은 조항을 찾아내 체면치레를 하려고 한다.
한국의 민주당도 올해 5월 비슷한 정책을 밀어붙였다.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민주당이 단독으로 통과시킨 ‘취업 후 학자금 상환 특별법’ 개정안이다. 학자금 대출을 받은 청년이 소득이 없으면 이자를 면제해주는 법이다. 10년간 8650억 원의 예산이 든다. 문제는 월 소득 1000만 원이 넘는 고소득 가구 자녀에게까지 이자를 없애주는 경우가 생기고, 대학에 안 간 약 30% 청년은 역차별을 받는다는 점이다. 그다음 달 미 연방대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미국은 원금까지…”라며 강행 처리를 주문했던 이 대표 발언의 전제는 사실과 달라졌다. 그래도 민주당은 조만간 본회의에서 원안대로 통과시킨다는 방침에 변화가 없다.
“국민이 국가 대신 빚을 지면 안 된다”는 말은 요즘 35조 원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주장할 때마다 빠뜨리지 않는 이 대표의 입버릇이다. 나랏빚을 늘려 민간의 빚을 덜어주자는 거다. 2021년 7월에도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 대표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나눠 주자고 주장하다가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반대하자 “국가가 빚지지 않으면 국민이 빚져야 한다”고 했다.
그의 발언은 현대화폐이론(MMT)을 주장하는 국내 학자의 ‘나라가 빚을 져야 국민이 산다’는 책 제목을 연상시킨다. MMT는 ‘독자 통화를 가진 나라의 정부는 무한정 돈을 찍어내도 문제가 없다’는 비주류 경제이론이다. 코로나19 전 미국 민주당 급진파가 강력히 주장했다. 하지만 팬데믹 이후 푼 막대한 재정이 인플레이션 역풍으로 돌아오자 경제 논쟁의 판에서 종적을 감췄다. 글로벌 경제 상황은 이렇게 뒤집혔는데 이 대표의 레퍼토리는 그대로다.
이 대표는 재작년 7월 문재인 정부가 법정 최고금리를 연 24%에서 20%로 인하하기 직전에 “최고금리 적정 수준은 11.3∼15% 정도”라며 더 낮추라고 압박하기도 했다. 이후 기준금리는 오르기 시작했다. 20% 금리 상한에 막힌 제도권 대부업체들은 신용 낮은 이들의 대출을 중단했다. 돈이 급해도 갈 곳 없는 서민 다수는 불법 사채업 고리 대출의 제물로 내몰리고 있다.
경제 환경이 바뀌고, 과거에 폈던 주장의 결과가 의도와 정반대로 나타나면 정책을 고치거나, 업그레이드하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이 대표와 민주당의 요즘 경제정책에선 학습 능력도, 반성도 찾아보기 어렵다. 고장 난 레코드처럼 흘러간 ‘기-승-전-빚 내 돈 풀기’ 노래를 되풀이할 뿐이다.
-박중현 논설위원, 동아일보(23-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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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퇴와 번영의 갈림길에 선 한국
[강천석 칼럼]
‘국가란 무엇인가’ ‘국민은 누구인가’ 再定義 필요
경제 쇠퇴하면 모든 한국 국제 地位 즉각 同伴 추락할 것
국가 운명은 두 가지다. 살아남거나 사라지는 것이다. 살아남는 국가 중 번영하는 나라가 있고 쇠퇴하는 나라가 있다. 역사는 쇠퇴를 회피하면서 번영을 추구하려는 국가들 간 경쟁이다.
‘PAX BRITANNICA(영국에 의한 평화)’ ‘PAX AMERICANA(미국에 의한 평화)’는 번영의 주체(主體)였던 대국(大國) 관점에서 나온 표현이다. 이 기간에도 크고 작은 수많은 전쟁이 있었다. 불사조(不死鳥·phoenix) 국가도 있다. 패전국(敗戰國)이란 잿더미 위에서 일어선 독일과 일본이 그렇다. 계열로 치면 한국은 불사조 국가다.
국가 목표를 올바로 설정하고 목표에 도달할 적절한 수단을 확보한 나라는 성공했다. 국가 목표는 국익(國益)과 뜻이 겹쳐진다. ‘영원한 적도 영원한 우방도 없다. 오로지 영원한 국익이 있을 뿐이다.’ 이 유명한 말을 남긴 영국 총리는 미국이 남북전쟁을 겪던 시기, ‘미국을 제압할 마지막 기회다. 때를 놓치면 미국이 영국을 패자(霸者) 의자에서 밀어낼 것이다’라고 했다.
그 후 양국 관계 전개를 보면 국익 역시 가변적(可變的)이다. 영국만 그런 게 아니다. 1970년대 미국 국익은 소련을 고립시키는 것이었다. 그래서 중국과 수교(修交)했다. 지금 미국 국익의 최우선은 중국 팽창을 억제하는 것이다.
1962년 쿠바 핵미사일 위기 때 미국은 해상 봉쇄 결정에 앞서 유럽에 특사를 보내 배경을 설명하게 했다. 특사가 그 배경을 설명하려 하자 드골 프랑스 대통령은 손을 내저으며 “동맹국이 (생존의) 긴급 필요에 따라 결단한 것은 그 긴급성만으로도 충분히 정당하다”고 했다. “국가 생존에 긴급하게 필요한 것”이 최고 국익이다.
한국은 북한 핵 위협을 받고 있다. 문재인 정권 동안 국민은 벌거벗고 핵 바람을 맞았다. 정권이 바뀌면서 북한 공격 시 강력한 반격이란 외투를 걸쳤다. 문제는 이 외투가 미국 것이라는 점이다. 핵 보유 국가인 러시아·중국·이스라엘에 맞서고 있는 우크라이나·타이완·아랍 국가들과 처지가 크게 다르지 않다. 드골은 독자 핵무장을 선언하면서 ‘어떤 이는 쓸모없다, 어떤 이는 너무 비싸다고 하지만 이 위험한 세계에선 자립(自立)이 국가 의무’라고 했다. 씹어볼 말이다.
한국의 또 하나 현실은 한국의 국제적 지위가 한국 경제 실력과 동격(同格)이라는 점이다. 경제가 추락하면 국제 지위가 추락하고 안보 위험은 반대로 커진다. 영국 경제가 흔들리고 프랑스 경제가 위축된다고 그들의 국제 지위가 즉각 하락(下落)하지는 않는다. 한국이 누리는 모든 지위는 경제와 연동(連動)돼 즉각 변동한다. 세계 대중문화 고급문화에서 약진하는 한국 젊은이들의 받침대도 경제다.
사실 한국 경제 번영은 절벽 위 번영이다. 1960년대 중반 시작된 경제 발전은 일하는 사람은 많고 부양해야 할 사람은 적던 인구 혜택을 크게 받았다. 그 시대는 이미 끝났다. 일하는 사람은 급격하게 줄고 부양해야 할 사람은 더 빨리 늘었다. 인구가 줄고 노령화(老齡化)되는데도 성장 발전한 경제는 드물다. 즉효약(卽效藥)도 없다.
노동의 질(質)과 규율(規律)이 높다는 것도 옛말이다. 추격하는 나라의 노동 질과 규율은 높아지는데 한국은 제자리걸음이다. 교육 혁명 없이 노동의 질을 높일 수 없다. 수능 시험을 열 번 바꿔도 노동의 질은 높아지지 않는다.
최고의 복지라는 일자리가 늘어날 가능성은 낮다. 성장이 낮아지면 빈부 격차는 벌어진다. 한국은 OECD 국가 가운데 중위(中位)소득에 비해 최저 임금이 둘째로 높은 나라다. 자영업 몰락이 경기 탓만이 아니다. 국민연금은 낸 돈의 두 배를 받는다. 중간 계층이 세금을 더 내지 않는 한 복지는 한계에 도달했다. 국가 빚을 늘리면 미래 세대가 갚아야 한다. 불필요한 예산을 뭉텅 잘라서 꼭 필요한 쪽으로 돌려야 하는데 국회는 없는 거나 마찬가지고 선거에 지는데 누가 세금을 늘린다고 하겠는가. 이대로라면 한국 번영은 ‘화병 속 꽃’보다 수명이 길지 못할 것이다.
번영의 길 반대편에 쇠퇴의 길이 있는 게 아니다. 두 길 입구(入口)는 거리가 멀지 않다. 2023년 오늘을 사는 우리가 대한민국 국민의 전부가 아니다. 대한민국 번영의 토대를 일구고 세상을 떠난 이들, 이 땅에 앞으로 태어날 미래 세대가 합쳐져 대한민국 ‘국민’을 형성한다. 한국은 ‘국가란 무엇인가’를 다시 정의(定義)하고 ‘국민은 누구인가’를 재정의(再定義)해야 하는 나라다. 그래야 생존과 번영의 바늘구멍이 보인다. 후쿠시마 괴담으로 시간을 죽일 만큼 한가한 나라가 아니다.
-강천석 고문, 조선일보(23-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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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경제 글로벌 톱10 탈락… 환율만의 문제 아닌 게 더 큰 문제
지난해 한국의 경제 규모가 세계 13위로 잠정 집계됐다. 2년 연속 세계 10위였던 순위가 3계단 밀리면서 ‘톱 10’에서 탈락한 것이다. 자원 부국인 러시아 등의 추월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원화 약세로 인한 환율 효과가 적지 않다. 하지만 한국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악화 일로여서 언제 다시 10위권으로 재진입할 수 있을지 예측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은행이 작년 시장 환율을 반영해 집계한 한국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1조6733억 달러로 전년보다 7.9% 감소했다. 반면 2021년 11∼13위였던 러시아, 호주, 브라질은 달러로 환산한 지난해 GDP가 증가해 한국의 순위를 뛰어넘었다. 2005년에 처음 10위에 오른 한국은 이후 등락을 거듭하다가 2020년부터 2년간 10위를 유지했었다.
순위 하락의 직접적 원인은 ‘킹 달러’ 현상과 원화 가치 하락이다. 원화 표시 GDP는 늘었지만 원화 가치가 12.9%나 하락하면서 달러 표시 GDP가 7.9% 감소했다. 반면 한국을 추월한 나라들은 석유·천연가스·철광석 등의 값이 올라 자원 가격 상승 프리미엄을 누렸다. 문제는 조속한 10위권 복귀 가능성이 낮다는 점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은 1.5%다.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 2.8%의 절반 수준이다.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늪에 빠졌다는 진단이 나올 정도로 중국 경제의 부진이 계속돼 하반기 한국 수출의 극적인 회복도 기대하기 힘들어졌다. 14, 15위인 스페인, 멕시코는 2%대 성장을 하며 한국을 추격 중이다.
중장기 전망은 더 어둡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잠재 성장률은 2047년부터 마이너스로 떨어질 전망이다. 인구 감소 속에서도 경제 규모를 유지하려면 효율을 높여야 하지만,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선진국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이런 문제를 풀기 위한 노동개혁은 ‘주 69시간 근로’ 프레임에 막혀 첫발도 떼지 못하고 있다.
화폐 가치는 한 나라 경제의 현재와 미래를 비추는 바로미터다. 순위 하락을 환율 탓으로만 돌려선 안 되는 이유다. 글로벌 경제의 블록화는 자유무역의 최대 수혜자 중 하나인 우리 경제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안팎의 도전을 막아낼 경제의 방패는 결국 초격차 기술과 초일류 기업이다. 이들을 육성할 투자 확대, 규제 완화에 속도를 높여야 한다.
-동아일보(23-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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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주기 주도 성장’으로 5대 강국 간다는 이재명의 몽상
[천광암 칼럼]
이재명의 신경제 1·5·5.. YS 신경제+MB 7·4·7 연상시켜
욕심만 앞선 무리한 목표 제시.. 퍼주기 병행 땐 PIGS 꼴날것
문민정부를 표방했던 YS가 경제 분야에서 내걸었던 구호는 ‘신경제’다. 임기 초부터 신경제 100일 계획, 신경제 5개년 계획을 연이어 내놨다. 1995년 1인당 국민소득이 1만 달러를 넘고 이듬해 선진국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이 성사되자, YS정부는 신이 났다. 하지만 작은 성공이 대재앙의 단초가 됐다. 때 이른 선진국 행세는 임금 물가 부동산가격 등을 끌어올려 거품을 잔뜩 키웠다. ‘국민소득 1만 달러’를 지키기 위한 저환율 정책은 외환 유출을 가속화시켰다. 그 불행한 대단원이 1997년 국가부도였다.
이처럼 YS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신경제’ 캐치프레이즈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들고나왔다. 이 후보는 11일 ‘신경제 비전 선포식’을 갖고 “이재명 신경제의 목표는 종합국력 세계 5강의 경제대국”이라고 밝혔다. 이어 12일에는 1·5·5공약(수출 1조 달러, 국민소득 5만 달러, 글로벌 G5 시대)을 제시했는데, 여기서는 MB의 7·4·7공약(연 7% 경제성장,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세계 7대 강국) 냄새가 물씬 풍긴다.
좌파 이미지 탈색에 명운을 걸다시피 한 이 후보가 우파의 정책 창고에서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쓸어 담는 사정은 알겠지만, 신경제나 7·4·7처럼 실패한 아이콘까지 재활용하는 것은 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 비단 명칭의 문제가 아니다. 영혼 없는 ‘우파 성장론 코스프레’를 하다 보니,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욕심냈던 신경제나 7·4·7의 과오까지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것이다.
한 나라의 경제력을 잴 때 가장 일반적으로 쓰는 것은 국내총생산(GDP)이다. 한국의 현재 순위는 세계 10위다. 이 후보가 경제 5강 진입을 본인 임기 중에 달성하겠다는 것은 아니라고 했으니, 넉넉히 2030년을 기준으로 잡아보자. 영국의 경제경영연구센터가 전망한 2030년 한국의 예상 순위는 중국 미국 인도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브라질 캐나다 러시아에 이어 11위다. 러시아 캐나다 브라질 프랑스 영국은 물론이고 GDP가 한국의 2.3배에 이르는 세계 최고의 제조업 강국 독일까지 제쳐야 넘볼 수 있는 자리가 경제 5강이다. 이 후보에게 이런 ‘기적’을 일궈낼 구체적인 계획이 있는가.
이 후보는 신경제 비전 선포식에서 5강 실현을 위한 전략으로 과학기술·산업·교육·국토 등 4대 대전환을 제시했지만, 뜬구름 잡는 이야기다. 그가 실제로 향후 5년 한국 경제를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는, 구체성 없는 미사여구 몇 마디보다는 평소 강조해온 핵심 공약이나 현실 속의 행보에 담겨 있다고 봐야 한다.
이 후보가 지금까지 가장 공을 들여온 간판 공약은 기본소득 기본금융 기본주택 등 기본 시리즈와 토지이익배당제다. 지금까지 주요 선진국 가운데 어떤 나라에서도 해보지 않은 매머드급 퍼주기 정책들이다. 이런 공약을 폐기하지 않고 5대 강국을 가겠다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론보다 더 황당한 ‘퍼주기 주도 성장론’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이 후보가 퍼주기 공약들을 정리했다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는다. 오락가락하는 와중에도 여전히 “하겠다” 쪽에 무게가 실려 있다.
이 후보의 ‘퍼주기’ 본능은 대형 공약이 아닌 ‘소확행’ 공약 등에서도 나타난다. 탈모치료약 건강보험 적용 공약이 대표적이다. 건강보험 재정 부담 따위는 안중에 없다. ‘병사 월급 200만 원 공약’도 비슷하다. 반대 여론을 의식해 스스로 접었던 전 국민 재난지원금도 잊을 만하면 한번씩 꺼내든다. 말 안 듣는 기획재정부에서 예산 기능을 떼어내 청와대나 국무총리실로 가져가겠다는 구상도 내비쳤다. 퍼주기 정책에 장애물이 되는 것은 다 치워버리겠다는 섬뜩함마저 엿보인다.
퍼주기 정책은 막대한 국가부채에 의해서만 뒷받침될 수 있다. 이 후보에 비하면 소소해 보이는 문재인 정부의 퍼주기 5년 만으로도 660조 원이던 국가부채가 1064조 원으로 늘어났다. 막대한 빚으로 성장과 복지를 떠받치는 경제의 말로는 자명하다. PIGS(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가 단적인 예다. PIGS는 2010년 심각한 부채위기를 겪고 그 후유증으로 지금까지도 포퓰리즘과 재정위기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퍼주기 공약에 대한 대수술이 없는 이재명의 ‘신경제 1·5·5’는 허황된 몽상일 뿐이다. 또한 PIGS의 실패를 그대로 뒤따르는 길이기도 하다.
-천광암 논설실장, 동아일보(22-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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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李, 尹에게 “군대 안 갔다 온 인간들이 멸공 주장.” 누가 들으면 ‘그분’은 군대 갔다 온 줄 알겠네.
-팔면봉, 조선일보(22-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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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기업 親노조, 포퓰리즘으로 ‘경제 5강’ 간다니 무슨 마술인가
지난 11일 오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신경제 비전 선포식'에서 "기업의 과감한 투자를 유인하고 창의, 혁신이 마음껏 뛰어놀수 있도록 규제를 합리화해 세계 5강 국가로 도약하겠다"는 내용의 신경제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이덕훈 기자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신경제 비전’이란 이름의 경제 성장 전략을 발표해 경제 세계 5강, 국민소득 5만달러, 주가지수 5000 시대를 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는 “이재명 신경제의 성공은 투자에 달렸다”면서 “기업의 과감한 투자를 유인하고 창의·혁신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게 규제를 합리화하겠다”고 했다. 옳은 방향이다. 하지만 이 후보가 애플 창업주 스티브 잡스 흉내를 내는 모습으로 경제 비전을 발표하던 바로 그 시각, 민주당은 국회에서 기업들이 반대한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 법안을 통과시켰다. 대선 후보가 ‘기업의 창의·혁신’을 말하는데 민주당은 이를 위축시키는 노동 편향 제도를 밀어붙인 것이다. 어느 쪽이 진짜인가.
민주당은 노동이사제 도입을 강행하면서도 벤처 기업가들이 경영권 걱정 없이 투자를 유치할 수 있게 해 주는 ‘차등 의결권’ 도입 법안은 보류시켰다. 여당이 총선 공약으로도 내걸었던 사안이다. 그런데 개인 주식 투자자들이 반기지 않는다는 이유로 내팽개쳤다. 이 후보는 이런 반기업 행태를 방관하면서 어떻게 ‘과감한 투자’와 ‘창의·혁신’을 말할 수 있나.
문재인 정부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최저임금 두 자릿수 인상, 주 52시간제 시행 등을 밀어붙였고, 노동 3법과 기업 규제 3법 등의 입법 폭주로 5년 내내 기업들을 옥죄었다. 해고자도 노조원으로 인정하는 노동법을 강행하면서 대체 근로자 투입, 생산 핵심 시설 점거 금지 등 기업계 요구는 철저히 거부했다. 대주주의 의결권 행사를 제약하는 상법 개정안을 밀어붙이면서 차등 의결권 같은 경영권 방어 수단은 외면했다. 산업재해 사고가 나면 대주주나 기업 대표를 감옥에 보내는 중대재해처벌법은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과잉 처벌 입법인데도 밀어붙였다.
이런 반기업 폭주에 대해 이 후보가 한 번이라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비판은커녕 국가가 전 국민에게 기본소득·기본금융·기본주택을 보장하겠다는 등 한층 더 반시장적이고 포퓰리즘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공공배달앱, 비정규직 공정수당 지급 등 반(反)시장적이거나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을 더 늘리라는 등 반기업 공약 폭주만 보여줬다. 이런 정책으로 세계 경제 5강으로 도약하겠다니 무슨 마술인가.
-조선일보(22-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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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구했다는 ‘3 프로 TV’, 현란하나 황당하다
[김창균 칼럼]
이재명 달변 700만 조회.. 지지층 “방송이 나라 구해”
찬찬히 내용 뜯어 보면 경제 원리 안 맞고 모순
국채로 대대적 투자 다짐.. ‘문재인 시즌 2′ 갈 건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유튜브 채널 ‘삼프로TV_경제의신과함께’
윤석열 후보가 이재명 후보에게 앞서던 선거 판도가 뒤바뀐 원인으로 야당 내분과 윤 후보 아내 의혹을 주로 꼽지만, 지난 연말 두 후보가 각각 출연한 ‘3프로 TV’도 한몫했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이 후보 출연 조회는 12일 현재 670만회인데 윤 후보는 그 절반 수준인 350만회였다. 시장 반응에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는 얘기다. 이 후보 지지자들은 “3프로 방송이 나라를 구했다”고 흥분했다. 주식시장 전문가 세 명이 진행한다고 해서 ‘3프로’인데 이 후보 지지율은 3프로 늘고, 윤 후보 지지율은 3프로 줄었다는 패러디까지 등장했다.
도대체 이재명 후보가 얼마나 잘했는지 궁금해서 유튜브를 찾아 봤다. 100분 동안 이 후보의 달변이 막힘없이 이어졌다. 전문용어와 관련 통계도 쏟아 냈다. 그런데 막상 방송을 보고 나자 기억 나는 게 없었다. 그럴듯한 얘기를 많이 들은 것 같은데 이 후보 주장이 뭔지 불분명했다. 모씨의 정권 방어 궤변을 들을 때마다 개운치 않았던 느낌이 되살아났다.
지난 주말 KDI 출신 경제통 윤희숙 전 의원이 ‘구국의 3프로 TV를 해체한다’는 전문가 좌담을 유튜브에 올렸다. ‘아수라에서 들려오는 구라’가 부제였다. 이 후보의 답변이 어떤 점에서 경제 원리에 어긋나고, 앞뒤가 안 맞는지 1시간 가까이 조목조목 따졌다. 좌담 참여자인 경영학과 교수는 “이 후보 말이 하도 현란해서 진짜 같고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찬찬히 뜯어보면 황당한 얘기”라고 했다. 전문가 분석을 참고 삼아 이 후보 답변을 되새김질해보니 찜찜했던 뒷맛의 정체가 분명해졌다.
이 후보는 경기도지사 시절 공공 배달 앱을 만들어 시장점유율을 높인 것을 업적처럼 자랑했다. 심판을 봐야 할 지방정부가 민간끼리 겨뤄야 할 시장에 플레이어로 뛰어든 것이다. 이 후보는 돈과 신용이 없는 사람이 높은 이자를 무는 건 정의롭지 않다고 했다. 금융은 산업이고 이자는 대출이라는 상품의 가격인데, 거기에 도덕이라는 잣대를 들이댄 것이다. 정부가 땅을 수용해 공급한다는 이 후보의 기본 주택에 대해 진행자가 “서울에 그런 땅이 남아 있느냐”고 묻자 “수도권 신도시에 하면 된다”고 했다. 소비자 수요는 서울인데, 수도권 공급에 맞추라는 식이다. 그러면서 이 후보는 방송 내내 “나는 시장을 존중하는 현장주의, 실용주의”라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산업 변화가 너무 빨라서 관료가 따라갈 수 없다”고 했다. 관료가 만드는 규제가 산업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과감하게 정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후보는 제조업 중심의 산업 구조를 미래 산업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러려면 국가가 대대적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관료가 산업 흐름을 따라갈 수 없다면서, 국가가 선도적으로 미래 산업에 투자해야 한다니 그 안목과 역량은 누구에게서 나온다는 뜻인가. 이 후보는 곤란한 질문에 답변이 궁색해지면 “정치가 해결할 문제” “복잡한 문제니 다음 기회로 미루자” “시장이 균형을 찾을 것”이라며 어물쩍 화제를 돌렸다.
이 후보는 자신이 대통령이 될 경우 코스피 지수 5000 달성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했다. 투명성을 높이는 게 제일 중요하다면서 주가조작, 펀드 사기를 단속할 금감원 인원을 현재 20명에서 수백 명으로 늘리면 된다고 했다. 힘센 사람들의 범죄를 추적해서 번 돈 이상을 토해 내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문재인 정권에서 라임, 옵티머스 의혹이 터지자 검찰 금융 수사 조직을 해체해 버린 일은 뭐라고 변명할 것인가. 증권 범죄 엄단을 강조하면서 이 후보 자신이 작전주 투자로 돈을 번 경험담을 낄낄대며 털어놓는 심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이재명표 기본 시리즈 공약과 더불어 산업 구조 개편을 위한 대대적 투자까지 한다니 그 재원은 어디서 나올까. 이 후보는 “미래 자산 가치를 앞당겨 투자하면 된다”고 했다. 근사한 표현으로 얼버무렸지만 국채 발행으로 후손에게 빚을 떠넘긴다는 얘기다. 이 후보의 경제정책은 부동산은 다주택자, 주식은 대주주 같은 힘센 놈 때리기와 국가 부채로 돈 풀기 두 가지로 요약된다. 표 얻겠다고 “이재명은 문재인이 아니다”라고 차별화했지만, 정책은 ‘문재인 시즌 2′다.
윤 전 의원은 “이 후보는 늘 앞뒤가 안 맞는 말을 해 왔는데 이 방송 속에 그 모순이 집약돼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의 실체를 알게 해준다는 점에서 정말 나라를 구한 방송”이라고 했다.
-김창균 논설주간, 조선일보(22-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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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축 태풍’ 닥치는데 돈 푸나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AFP 연합뉴스
전직 고위 경제 관료를 만났더니 “요즘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그리스신화의 다이달로스 같다”고 했다. 다이달로스는 자신이 만든 미로를 빠져나오지 못해 갇힌 인물이다. 코로나 사태라는 미증유의 위기에서 벗어나고자 막대한 돈을 풀어젖힌 중앙은행들이 출구를 찾지 못해 헤매고 있다는 얘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를 필두로 중앙은행들은 막대한 돈을 뿌렸다. 연준이 2020년 3월부터 작년 연말까지 퍼부은 달러는 줄잡아 3000조원에 이른다. 흘러넘치는 유동자금이 글로벌 공급망 병목 위기와 만나 30~40년에 한 번 찾아올 만한 초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있다. 가파른 물가 상승은 곧 집권 세력의 위기다.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연준은 ‘독한 인플레 파이터’가 되겠다고 벼르고 있다.
문제는 속도다. 너무 급하게 가속페달을 밟았으니 브레이크도 그만큼 깊게 밟아야 한다. 글로벌 금융 위기를 이겨내려 연준이 양적 완화(유동자금을 푸는 정책)에 돌입한 이후 금리를 올리기까지 7년이 소요됐다. 양적 긴축(유동자금을 흡수하는 정책)까지 가는 건 추가로 2년이 더 걸렸다.
그런데 코로나 사태로는 양적 완화에서 금리 인상까지 불과 2년만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오는 3월 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을 70% 이상으로 전문가들이 예상하고 있다. 추가로 양적 긴축이 올해 안에 시작될 개연성이 다분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돈의 밀물과 썰물이 한 바퀴 도는 흐름이 글로벌 금융 위기로 9년이 걸렸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T(긴축)의 공포’가 3배 빠른 속도로 다가온다는 얘기다.
이미 새해 벽두부터 환율이 급등해 원화 가치가 무너지고 있다. 주식시장도 휘청거리고 있다. 대출 금리가 무섭게 올라 밤잠 설치는 이가 많아지고 있다. 지금 벌어지는 발작 증세는 서막에 불과하다. 다음 정부가 들어서면 ‘강(强)달러발’ 태풍이 본격적으로 우리 삶을 강타하게 된다. 미국은 강달러 펀치에 다른 나라들이 쓰러지든 말든 아랑곳하지 않는다.
세계 주요국이 유동성 잔치에서 철수하겠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지만 우리 땅에서는 반대로 돈을 더 쥐여주겠다는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대선 주자들은 태평성대인 양 표 몰이용 돈 풀기 약속에 바쁘다. 정부도 대선을 앞두고 추경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돈을 뿌리려 국채를 더 찍으면 국채 값 하락(금리 상승), 환율 상승(원화 값 하락), 물가 상승, 경기 후퇴가 도미노처럼 벌어져 다중 위기가 급습할 개연성이 커진다.
그러나 대선 주자들 중에는 위기의식을 가진 이가 없다. 국제경제의 흐름을 이해하는 이도 없어 보인다. 외풍을 차단하는 일에는 관심이 없고, 선거용 사탕을 만드느라 여념이 없다. 급조한 사탕을 덥석 물었다가 치르게 될 고통은 국민들이 오롯이 감내해야 한다.
-손진석 기자, 조선일보(22-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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