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특수에 취해 구조 개혁 않고 10년 허송세월”]
[“중국 대체할 시장 찾기 어렵다” 한국 기업 모두의 고민일 것]
“중국 특수에 취해 구조 개혁 않고 10년 허송세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대한상공회의소 주최 제주포럼에서 "한국 산업이 지난 10년간 중국의 특수에 취해 구조조정 기회를 놓쳤다"고 쓴소리를 쏟아냈다./대한상의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기업인 대상 강연에서 “중국 특수(特需)에 10년 넘게 익숙해지고 중국의 낮은 임금과 큰 시장에 만족하는 바람에” 우리 산업을 한 단계 더 도약시킬 구조 개혁 시점을 놓쳤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최근 대중 수출 감소도 미중 갈등 때문이 아니라 산업 구조조정이 지연된 탓”이라고 진단했다. 옳은 지적이다. 구조개혁 지연은 기업 탓만은 아니다. 개혁 과제를 미뤄온 정부, 정쟁에 매몰된 정치권 등 문제 해결 능력을 상실한 한국 사회의 총체적 문제다.
저출산·고령화로 구조적 저성장 늪에 빠진 한국 경제가 활력을 되찾는 길은 노동·규제·연금·교육 등의 구조 개혁을 통해 경쟁력을 키우는 것뿐이다. 낡은 노동 시장과 귀족 노조의 과도한 기득권을 깨고 기업 활동을 가로막는 각종 규제를 손질해 혁신이 일어나도록 해야 한다. 학벌 위주의 획일적 낡은 교육만 답습하는 교육 시스템, 재정을 파탄시킬 연금 제도도 손봐야 한다.
각 부문의 구조 개혁은 우리가 선진국 문턱을 두드리던 10여 년 전부터 추진했어야 했지만 중국발(發) 특수가 가져온 착시에 빠져 지금껏 손놓고 허송세월을 했다. 역대 정부는 각 부문을 아우르는 구조 개혁의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했고, 산발적으로 추진된 노동·규제·연금개혁도 기득권층의 반발에 부닥쳐 좌절되곤 했다. 정쟁에 함몰된 정치권은 국가 미래가 달린 구조개혁 과제를 선거에 불리하다는 이유로 번번이 무산시켰다.
‘타다 금지법’에서 보듯 우리 사회는 청년 세대가 주도하는 신산업이 기득권을 위협하면 새 산업의 싹을 잘라 버리는 선택을 해왔다. 하지만 러다이트 운동(기계 파괴)이 산업혁명을, ‘붉은 깃발법’이 자동차의 등장을 막을 수 없었듯이 혁신은 결국 낡은 것을 역사 뒤편으로 밀어낸다. 이 총재는 ‘잃어버린 20년’을 겪은 일본과 달리 한국 청년들은 역동성이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청년 세대가 마음껏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국 경제가 살아난다.
-조선일보(23-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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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대체할 시장 찾기 어렵다” 한국 기업 모두의 고민일 것
(좌) 최태원/(우) ‘제국의 충돌’은 미·중 관계가 갈등으로 치닫는 근본 원인이 이념 차이가 아니라 자본 간 경쟁에 있다고 짚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15일 워싱턴 DC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화상 회담을 하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미·중 갈등에 낀 한국 기업의 대응에 대해 “중국이란 큰 시장을 포기하면 우리에겐 회복력이 없다”고 했다. 최대 교역 파트너인 중국 시장을 잃어버리면 이를 대체할 시장을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다른 기업인들도 모두 하고 싶은 얘기일 것이다. 패권 경쟁을 벌이는 초강대국 사이에서 우리 기업들은 앓는 소리도 제대로 내지 못하는 형편이다. 막대한 돈을 들여 투자한 공장이 볼모로 잡히고, 거대 소비 시장이 닫힌다면 손해 보는 것은 기업이다.
미·중 경제 전쟁의 최전선에 있는 반도체는 특히 살얼음판을 걷는다. 중국 견제를 위한 미국 반도체법은 우리 기업의 중국 공장에 대해서는 1년간 이 조치를 일부 유예했다. 오는 10월이 시한인데, 이 조치가 추가로 얼마나 유예되는지에 따라 해당 기업들은 심각한 영향을 받는다.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의 40%, SK하이닉스는 D램 40%와 낸드 20%를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다. 투자한 금액만 각각 33조원, 35조원에 이른다. SK하이닉스가 인텔에 70억달러를 주고 인수한 다롄 낸드플래시 공장은 업그레이드 투자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상당한 피해가 예상된다.
미국 기업들도 아우성이다. 중국이 미국에 대한 보복으로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 제품 수입을 사실상 금지하자, 마이크론은 오히려 7700억원 규모 추가 중국 투자를 발표했다. 세계 반도체 매출의 3분의 1이 중국에서 나오고, 미국에서 생산된 반도체도 최종적으로 중국에서 조립되고 테스트되는 게 현실이다. 반도체 때문에 미국이 중국과 갈라설 수 없다는 미국 언론 보도까지 나온다. 미국이 중국을 적대하면서도 블링컨 국무장관과 옐런 재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해 대화를 시도하는 것도 바탕엔 이런 경제적 이해가 깔려있다.
미국은 우리와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이다. 경제적 이익 때문에 이 동맹 관계를 해친다면 어리석은 일일 것이다. 그러나 한미 동맹의 기조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 중국과의 관계도 유지할 방법이 없지 않을 것이다. 중국은 세계 2위의 거대 시장이다. 중국의 GDP 규모는 G7 국가 중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6국을 다 합친 것보다 크다. 유럽이 중국에 대해선 종종 미국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중국 시장 때문이다. 정부는 중국과의 관계에서 원칙을 지키되 신중하고 유연해야 한다. 그런 지혜를 찾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조선일보(23-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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