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經濟-家計]

[커지는 中 ‘인질경제’ 위험, ‘차이나 엑시트’ 준비 됐나] ....

뚝섬 2023. 7. 6. 07:14

[커지는 中 ‘인질경제’ 위험, ‘차이나 엑시트’ 준비 됐나]

[文 정부 적폐 청산이 관료 사회에 남긴 후유증]

 

 

 

커지는 中 ‘인질경제’ 위험, ‘차이나 엑시트’ 준비 됐나

 

시효 끝나가는 ‘최대 수출시장 중국’ 효과
中의 한국제품 수입, 혜택 아닌 필요 때문

 

대중 수출 감소로 인한 무역적자 위기감이 고조되던 4월 말.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내용의 리포트를 삼성증권이 내놨다. ‘2026년, 글로벌 1위 업계가 바뀐다’란 제목의 이 보고서는 2026년 현대자동차·기아가 920만 대의 차를 팔아 세계 완성차 업계 1위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작년 현대차그룹 순위는 세계 3위. 1974년 독자모델 포니를 내놓은 지 49년 만에 글로벌 빅3에 진입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런데 불과 3년 뒤에는 세계 1위라니.

이유를 보면 웃음이 나지만 설득력은 충분하다. 작년 판매량 1위는 1048만 대인 일본 도요타그룹, 2위는 848만 대의 독일 폭스바겐그룹이었다. 둘은 중국 시장에서 각각 2위, 1위로 도요타는 230만 대, 폭스바겐은 330만 대를 작년에 팔았다. 그런데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약진으로 두 기업의 2026년 중국 판매량이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질 거란 예측이다.

반면 현대차그룹은 2016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이후 6년 연속 중국 판매량이 감소하면서 시장 점유율이 1%대까지 하락했다. 더 떨어질 데는 없고 반등할 일만 남았다. 미국, 인도, 유럽연합(EU)에서도 약진하고 있어 시간은 현대차 편이다. 비자발적 중국 의존도 축소가 현대차그룹에 전화위복이 되는 셈이다.

 

1992년 한중 수교 첫해를 빼고 30년간 흑자행진을 이어온 대중 무역수지는 한국인에게 한중 경제 관계에 대한 허상을 키웠다.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 경기가 작년부터 침체되자 양국 교역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환상이 깨졌다. 반도체를 들어내고 보니 대중 수출은 2013년부터 이미 꾸준히 줄고 있었다. 반도체를 제외한 대중 무역수지는 재작년부터 적자였다.

지난 6년여를 돌아보면 당연한 일이다. 경북 성주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는 온갖 훼방에 시달리다 중국 유통시장에서 철수했다. 중국을 평정했던 한국 게임업체들은 신규 판호(版號·서비스 허가)를 못 받아 멈춰 섰다.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한국 화장품은 중국 판매량 상위 리스트에서 사라졌다. 중국 정부가 인정한 적 없는 ‘유령’ 한한령(限韓令)에 우리 기업이 고전하는 사이 중국 기업의 경쟁력은 높아졌다. 궈차오(國潮·애국 소비) 열풍까지 몰아쳤다.

한층 강화된 중국의 반(反)간첩법이 이달 시행되면서 중국 리스크는 더 커지고 있다. ‘국가기밀 및 국가 안보와 이익에 대한 정탐·취득·매수·불법 제공’을 간첩 행위로 규정한 법이다. 내용이 하도 모호해서 ‘걸면 다 걸린다’는 말이 나온다. 강화되기 전 법으로도 2014년 이후 지금까지 간첩 혐의로 체포, 구금된 일본의 기업인, 학자가 17명이다. 한국인은 처벌된 적이 없지만 언제 우리 기업이나 개인이 중국에서 ‘인질’로 잡혀도 놀랍지 않은 상황이다.


이미 중국이 한국에서 사가는 제품은 중국 기업이 못 만드는 초격차 기술 제품, 고가의 프리미엄 제품으로 축소됐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첨단 메모리반도체를 중국이 수입하는 건 중국이 한국에 ‘베푸는’ 혜택이 아니다. 해외에 팔 중국 제품을 생산하는 데 없어선 안 되기 때문이다. “한국의 대중 무역적자 확대는 일각에서 탈중국화 추진을 시도했기 때문”이란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발언 역시 이런 이유에서 철저한 허구일 뿐이다.

현대차가 중국에서 겪은 고난은 결과적으로 ‘위장된 축복’이 돼가고 있다. 미국, EU의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들은 요즘 중국 고위 당국자를 찾아 달콤한 말을 늘어놓고 있다. 하지만 뒤로는 인도, 베트남, 일본, 한국으로 생산시설을 빼낸다. 한국 기업들도 ‘차이나 엑시트(Exit) 플랜’을 세워 대비해야 할 때다. 밖으로 소리 내 떠들지 않으면서 치밀하고도 빠르게.

 

-박중현 논설위원, 동아일보(23-07-06)-

______________

 

 

文 정부 적폐 청산이 관료 사회에 남긴 후유증

 

적폐 청산이 1 국정 과제.. 공무원이 동료를 검찰에 고발
열심히 일하면 손해라는 복지부동 풍조만 강화시켜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전경./행정안전부 제공

 

지난 6월 초 기획재정부가 출입 기자들에게 이메일로 배포한 보도 해명자료가 관가(官街)에서 화제가 됐다. ‘연금소득에 대한 저율 분리과세 기준금액 확대 여부는 결정된 바 없다’는 내용 자체는 별게 없었지만, 첨부파일명이 ‘연금소득 저율 분리과세 확대 관련(실수)’이라고 돼있었기 때문이다. “실수가 무슨 뜻이지”라고 출입 기자들이 궁금해하고 있을 때 기재부는 (실수)를 (배포용)으로 바꾼 수정본을 다시 배포했다.

 

실수 공무원들이 쓰는 줄인 말로, 실장 지시로 수정한이란 뜻이다. 마찬가지로 ‘차수’ ‘국수’ ‘과수’는 차관, 국장, 과장이 수정을 지시했다는 의미다. 국수1, 국수2처럼 숫자가 뒤에 붙는 것은 수정하라고 한 횟수를 가리킨다. 다른 정부 부처들에서도 이런 파일명이 널리 쓰인다고 한다.

 

이 해프닝을 퇴직한 전직 관료들에게 얘기했더니 모두 놀랍다는 반응과 함께 혀를 끌끌 찼다. 본인들이 현역일 때는 실무자가 작성한 초고가 상급자 지시로 내용이 바뀔 경우 날짜로 파일명을 구분했다고 한다. 한 전직 관료는 “나중에 정책이 잘못됐을 경우 감사원 감사나 검찰 수사를 받을 때 실무자가 본인 책임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문건 수정 주체를 파일명으로 표시하는 것”이라며 “공무원들이 대한민국 정책을 본인이 주도했다는 자부심보다 책임 추궁을 두려워하는 면피와 보신주의에 빠진 ”이라고 했다.

 

이런 관행이 정확히 언제부터 시작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관가에 뿌리내린 것은 문재인 정부의 적폐 청산 때문이라는 의견이 많다. 

 

2017년 7월 20일 문재인 정부의 대통령비서실이 정부기관에 발송한 적폐 청산 관련 공문. 

 

적폐의 철저하고 완전한 청산 정부의 100 국정 과제 1호였다. 당시 각 정부 부처가 청와대 지시에 따라 적폐 청산을 위한 TFT를 구성했고, 전 정권 때 속칭 ‘잘나갔던’ 공무원들에 대한 인사 보복에 나섰다. 교육부의 경우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담당했던 공무원들을 무더기로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같은 직장 공무원끼리 다른 동료를 고발한 것을 두고 ‘동족상잔’이나 ‘패륜’ 같은 험한 말이 나올 정도였다. 한 국장급 공무원은 “정권 교체 후 동료들이 곤욕을 치르는 것을 목격한 공무원들 사이에 ‘적극적으로 일하면 오히려 처벌받을 수 있다’는 복지부동(伏地不動)이 확산됐다”고 했다. 

 

전 정권에 ‘부역’했던 공무원들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작업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돼온 것으로, 새 정부의 국정 철학을 전파하고 공직 사회의 기강을 잡기 위해 어느 정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불법 행위를 저지른 것도 아닌데 정권의 정책을 수행했다는 이유로 형사처벌로 몰고가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문 정부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고 비판받는 이유다.

 

윤석열 정부도 공무원 사회의 복지부동을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는 것 같다. 윤 대통령은 최근 국정 철학을 잘 이해하는 대통령실 비서관들을 대거 각 부처 차관으로 임명하면서 새 정부 정책 이행에 소극적인 공무원을 인사 조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인사 불이익이라는 채찍질만으로 위축될 대로 위축된 공무원 조직을 변화시키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2018년 3월 28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고석규(왼쪽) 역사 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원장이 ‘박근혜 정부가 국정교과서를 추진하면서 직권남용 등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는 내용의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10년 만에 좌파에서 우파로의 정권 교체에 성공했던 MB 정부에서 첫 기재부 장관을 맡은 강만수 전 장관의 사례가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의 정책으로 불이익을 받을까 걱정하는 직원들에게공무원의 신분을 보장하는 헌법의 취지는 국민들이 뽑은 정권에 충성하라는 이라며 여러분들의 과거를 묻지 않을 테니 새로 출범한 정부의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해 달라 했다. 공무원들이 인사 보복에 대한 두려움 없이 업무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나지홍 경제부장, 조선일보(23-07-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