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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巨富의 산실, 진주 승산마을의 비결] [4개그룹이 한동네서..] ....

뚝섬 2023. 7. 12. 06:45

[巨富의 산실, 진주 승산마을의 비결]

[4개그룹이 진주 한동네서 싹텄다, 47국서 찾아온 ‘K산업화 성지’]

[삼성·LG·GS·효성 창업주의 인연]

[서양 기업들 최근에야 사회적 책임 힘쓰는데 한국은 창업부터 추구”]

 

 

 

巨富의 산실, 진주 승산마을의 비결 

 

삼성·LG·GS·효성 가문을 배출한 진주 승산마을 앞에는 방어산이 있다. 마을 부자들은 새벽 일찍 방어산 자락에 걸린 새벽별을 보면서 하루 일을 시작했다. 삼성, 효성은 물론이고 LG·GS 전신인 금성엔 이름에 모두 별이 들어 있다. 지독히도 부지런하게 일해서 벌고, 번 것은 쓰지 않았으며, 쓰지 않았으니 자연히 쌓일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승산마을 허씨 가문엔 절약에 관한 전설 같은 얘기들이 전해 온다. ‘담뱃대에 담배를 재고 빨기는 하지만, 불을 붙이지 않고 입김만 내뿜었다.’’

 

▶GS 허만정 창업주의 부친 허준 선생은 모은 재산을 자식과 조상, 동네 주민, 나라의 몫으로 나누는 유지를 내리고, 마을의 궁핍한 사람을 돕는 데 7000만냥을 분배했다. 구호를 베풀 때도 받는 사람들의 자존심을 생각했다. 춘궁기에 그저 곡식을 나눠주지 않고 방어산에 있는 돌을 집 앞마당에 옮겨 놓고 곡식을 가져가도록 했다. 노동의 대가로 가져가는 것이라는 뜻이다. 이렇게 쌓인 돌이 마치 1만2천봉 금강산을 닮았다고 해서 ‘승산마을 금강산’으로 불린다.

 

▶구한말 승산마을에는 만석꾼 2가구, 5천석꾼 2가구 등 천석꾼 이상 가구가 16가구에 달했다. 지리적으로 동쪽으로 흐르는 지수천을 따라 비옥한 땅이 많았고, 마을이 바깥으로부터 숨겨져 있어 큰 환란을 피할 수 있었다. 중앙 권력으로부터 떨어져 있고, 남명 조식의 실천주의 유학의 영향으로 재산을 모으는 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분위기가 있었다고 한다. 김종욱 진주K기업가정신 재단 부이사장은 사농공상이 분명한 중앙에서 철저히 소외된 지방이었기 때문에 지방 재력가가 땅을 사 모으는 것도 가능했다고 했다.

 

▶세계를 놀라게 한 재벌들이 한국의 한 마을에서 무더기로 나온 데는 교육의 역할도 컸다. 식민지 암울한 때에 허씨 집안이 땅을 내놓아 1921 지수보통학교가 설립됐다. 산 너머 함안, 강 건너 의령과 경계를 이루는 이 신식 학교에 주변 인재들이 몰렸다. 이 마을에 살았던 LG 구인회, 의령군의 삼성 이병철, 함안군의 효성 조홍제 창업주가 같이 어울려 운동하고 공부했다. 1980년대 100대 기업인 중 이 학교 출신이 33명이다.

 

▶이 기적 같은 마을 이야기가 궁금해 세계 47국 150여 명이 진주에 모여 국제포럼을 열었다. 이 마을이 배출한 기업가들이 이룬 매출액은 연간 800조원에 이른다. 승산마을은 다시 못 올 역사가 아니다. 자유로운 기업가정신을 권장하고 인재가 모이면 제2, 제3의 승산마을이 대한민국에 탄생한다.

 

-박종세 논설위원, 조선일보(23-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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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그룹이 진주 한동네서 싹텄다, 47국서 찾아온 ‘K산업화 성지’

 

삼성·LG·GS·효성 발원 진주 승산마을
세계중기협회 47 150 몰려
한마을서 시작된 800 매출...영화 같다
 

 

‘한국 기업가 정신 포럼’에 쏠린 관심-10일 진주시 내동면 능력개발관 대강당에서 열린 ‘K기업가 정신 국제 포럼’에 참가한 외국인들이 개회식을 지켜보다가 스마트폰을 꺼내 행사 사진을 찍고 있다. 이날 포럼에선 서양의 기업가 정신과 K기업가 정신을 비교하는 세션도 진행됐다. 해외 학자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부각되는 현재, 공동체를 우선한 K기업가 정신에 해답이 있다”고 했다. /진주시

 

10일 인구 34만명의 중소도시 경남 진주에 있는 한 대강당은 세계 47국에서 온 외국인 150여 명으로 북적였다. 이날 오전 진주시 내동면 능력개발관 대강당에서 열린 ‘K기업가정신 국제포럼에 참가하기 위한 학자·기업인·학생들이다. 이 행사는 진주시와 세계중소기업협의회(ICSB)가 “삼성·LG·GS·효성 창업주의 ‘사업보국(事業報國)’ 철학이 진주에서 발원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공동 기획한 행사다. ICSB는 1955년 미국에서 설립돼 90국 5000여 명의 회원을 거느린 비영리 단체다. 주로 학자, 기업인으로 구성됐는데 ‘유엔 세계 중소기업의 날’을 제정하는 데 기여하기도 한 곳이다. ICSB 회장인 아이만 타라비시 조지워싱턴대 경영학과 교수는 작년 한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가 “진주에 가면 한국 최대 기업인 삼성의 이병철 창업주를 비롯해 LG 구인회, GS 허만정, 효성 조홍제 창업주가 동시대에 교류한 마을이 있다”는 말을 듣고 진주를 찾았고, 진주시와 이 포럼을 함께 준비했다. 타라비시 교수는 “대기업 4사가 어떻게 한 거리(same street)에서 시작할 수 있었는지, 할리우드 영화 시나리오 같은 이야기”라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커진 현재, 한국과 진주의 ‘K기업가정신한강의 기적’, ‘K처럼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김기찬 가톨릭대 교수는 “1960년대 가장 가난했던 한국은 한강의 기적을 이뤄내고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나라로 인정받고 있다”며 “이는 예부터 이웃과 나라, 그리고 사람을 소중하게 생각했던 우리만의 독특한 기업가정신이 발현된 것으로, 해외 학자들이 학문적으로 연구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말했다.

 

10일 ‘K기업가정신’ 국제포럼에서 주목받은 진주시 지수면 ‘승산마을’은 ‘한국 산업화의 성지’라는 찬사를 받는 곳이다. 한국 경제의 중추를 이루는 삼성·LG·GS·효성의 1세대 기업인들이 동시대에 한곳에서 교류한 것은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렵다.

 

 

이들이 일군 기업들은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핵심으로 성장했다. 삼성 일가는 삼성·CJ·신세계·한솔, LG 일가는 LG·LS·LX·LIG·LF·아워홈, GS그룹 일가는 GS·삼양통상·삼양인터내셔날·승산·새로닉스·코스모, 효성 일가는 효성·한국앤컴퍼니(한국타이어)를 운영 중이다. 이 중 삼성·신세계·CJ·LG·LX·LS·GS·효성·한국타이어·한솔 등 10개 그룹의 매출(2022년 말·대기업 집단 지정 기준, CXO연구소)은 800조원(약 6100억달러)으로, 전 세계 GDP 순위 23위인 스웨덴(6274억달러)과 맞먹는다.

 

포럼 개최를 주도한 아이만 타라비시 세계중소기업협의회(ICSB) 회장은 “호수와 산을 진주의 지리적 위치, 유서 깊은 유교 전통뿐 아니라 실천주의 유학을 실현한 남명 조식 선생의 사상까지 더해져 어디서도 찾을 없는 독특한 경제 생태계를 이뤘다”며 “진주는 5년 후, 10년 후에는 한국 기업가정신의 모태 도시로 더 주목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보국, 인화단결… ‘나라와 사람이 우선

 

포럼에선 한국 1세대 창업주들이 개인보다 이웃과 나라를 더 걱정했다는 공통점에 많은 학자와 기업인들이 주목했다. 이병철 삼성 창업주는 생전에 “모든 것은 나라가 기본이다. 나라가 잘되어야 기업도 잘되고 국민이 행복해질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사업보국’을 평생의 신념으로 삼았고, 여기에 더해 ‘인재 제일, 합리 추구’를 경영 철학으로 삼았다. 구인회 회장 역시 “물고기가 물을 떠나서 살 수 없다”며 “나라의 백년대계(百年大計)에 보탬이 되어야 기업이 영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가 강조한 ‘인화단결’은 LG의 전통이 됐다.

 

허만정 선생은 평소 “돈은 개미같이 부지런히 모으되, 의로운 일에는 크게 써야 한다”고 말하면서 자신은 해진 신발을 신고 다니면서 독립운동 조직 백산상회에 자금을 댔다. 구씨와 허씨가 시작한 동업은 2005 허씨 일가가 GS그룹을 분리해 나올 때까지 50년간 지속됐다.

 

효성의 창업주 조홍제 회장은 평소 “도리에 어긋나는 길을 가는 기업은 반드시 망한다”고 확신했고, 국리민복(國利民福)과 숭덕광업(崇德廣業·덕을 높이고 업을 넓힌다)을 경영 철학으로 삼았다.

 

9일 승산마을 투어에 이어, 10일 K기업가정신 국제포럼에 참가한 이탈리아 대학생 가에타노 데 로사씨는 “삼성, LG 같은 한국의 글로벌 기업에 대해서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기업가정신에 대해서는 사실 생소했는데, 이번에 좋은 기회를 가졌다”고 말했다. 필리핀에서 식품 업체를 운영하는 비엘 호세씨는 “단순히 이윤만 추구하는 게 아니라 사회와 국가를 우선에 뒀던 한국 기업가정신에 감명받았다”고 말했다.

 

진주시, ‘한국 기업가정신관광 벨트 조성

 

진주시는 산업화 초기부터 ‘공동체’와 ‘사람’에 주목했던 한국의 기업가정신을 세계 곳곳에 확산시키기 위해 K기업가정신 관광 벨트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먼저 인구 감소로 폐교돼 9년간 텅 빈 채로 방치돼 있던 지수초등학교를 ‘K기업가정신 교육센터’로 고쳐 지난해 4월 문을 열었다. 지난 1년여간 4만여 명이 이곳을 찾았다. 진주시는 승산마을과 “3대 거부가 나온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남강의 ‘솥바위’, 경남 의령 정곡면 이병철 회장 생가와 경남 함안 군북면 조홍제 회장 생가까지 남강에 인접해 있는 장소들을 묶어 ‘진주 남강 부자 로드’를 조성해 관광 벨트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조규일 진주시장은 “한국의 기업가정신을 세계에 확산하는 일은 진주시만의 일이 아니고, 진주시만의 힘으로는 부족한 만큼,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병철·구인회가 다닌 초교의 ‘부자 나무’ 앞에서-‘K기업가정신 국제포럼’ 참가자들이 지난 9일 옛 지수초등학교(현 K기업가정신센터) 소나무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삼성 이병철 창업주와 LG 구인회 창업주가 다닌 이 학교의 소나무는 부자의 기운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로 ‘부자 나무’로 불린다. 올해 처음 열린 K기업가정신 국제포럼을 찾은 47국 출신 150여 외국인은 삼성·LG·GS·효성 창업주들이 교류한 승산마을을 둘러봤다. /진주시 

 

-류정/이정구 기자, 조선일보(23-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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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LG·GS·효성 창업주의 인연

 

구인회·허만정, 승산마을서 태어나 훗날 사돈… 이병철·구인회, 초등 때 함께 공부

 

10일 진주시 내동면 능력개발관 대강당에서 열린 ‘K기업가 정신 국제 포럼’에 참가한 외국인들이 개회식을 지켜보다가 스마트폰을 꺼내 행사 사진을 찍고 있다. 이날 포럼에선 서양의 기업가 정신과 K기업가 정신을 비교하는 세션도 진행됐다. 해외 학자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부각되는 현재, 공동체를 우선한 K기업가 정신에 해답이 있다”고 했다./진주시

 

경남 진주시 지수면 승산마을은 삼성·LG·GS·효성 창업주가 인연을 맺은 곳이다. 600여 년 전 김해 허씨가 자리를 잡고, 300년 전쯤 능성 구씨를 사위로 맞으면서 허씨와 구씨가 집성촌을 이뤘다. “진주는 몰라도 승산마을은 안다”는 말이 내려올 정도로 조선 시대부터 천석꾼(부자) 마을로 통했다. 풍수지리적으론 학이 알을 품은 ‘금계포란형(金鷄抱卵形)’으로 재물이 나오는 형상이라고 한다. 남강에는 인근 8㎞ 이내에서 큰 부자가 3명 나온다는 전설이 있는 ‘솥바위’가 있다. 

 

1947 LG GS 모태가 락희화학공업사 공동 창업한 구인회와 허만정은 이곳에서 나고 자랐고, 이후 사돈 관계가 되었다. 1931년 구인회가 구인회상점을 차리고 포목 사업을 크게 키우자, 허만정은 일본에서 유학한 삼남 허준구를 데리고 가 “내 아들을 사람으로 만들어달라”며 사업을 제안하고 자금을 댔다. 1938년 이병철, 조홍제가 삼성상회를 창업할 때는 자금을 지원하며 장남 허정구를 참여시켰다. ‘대한민국 최초의 벤처캐피털리스트’였던 셈이다.

 

경남 의령에 살던 이병철은 당시 신식학교인 지수초등학교 유학을 위해 구씨와 결혼한 누나 집이 있는 승산마을에 왔다. 이병철은 구인회와 1922년 지수초 3학년 1학기를 함께 공부했다. 지수초에는 지금도 ‘부자나무’로 불리는 소나무가 있다. 부자의 기운을 받을 수 있다고 소문이 나면서 일반인들도 찾아와 사진을 찍는 관광명소가 됐다. 이병철의 누나 집은 구인회 본가의 옆집이었는데, 일찍 결혼한 구인회가 의령에서 유학 온 이병철을 불러 함께 음식을 나눠 먹기도 했다고 한다. 1957년 구인회의 3남 구자학과 이병철의 차녀 이숙희가 결혼해 두 사람은 사돈 관계가 됐다.

 

효성 창업주 조홍제는 지수면과 붙어 있는 경남 함안 군북면의 부잣집 아들로 말을 타고 승산마을에 놀러 와 구인회와 축구를 하며 어울렸다 한다. 또 친구였던 이병각의 동생이던 이병철을 좋아했다고 한다. 1948년 조홍제는 이병철과 삼성물산공사를 설립했고 이병철이 사장, 조홍제가 부사장을 맡았다. 조홍제는 1962년 삼성을 나와 56세 나이에 효성을 설립했다.

 

-류정 기자, 조선일보(23-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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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기업들 최근에야 사회적 책임 힘쓰는데 한국은 창업부터 추구”

 

해외 학자·기업인들 평가 

 

10일 진주시 내동면 능력개발관 대강당에서 열린 ‘K기업가 정신 국제 포럼’에 참가한 외국인들이 서양의 기업가 정신과 K기업가 정신을 비교하는 세션에 참여하고 있다./진주시

 

“최근 기업들은 ‘이윤 추구’라는 과제보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 ‘사회적 책임을 어떻게 다할 것인가’ 같은 사회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고민하고 있는데, 그 답은 K기업가정신에 이미 담겨 있었습니다.”

 

10일 진주 능력개발관에서 진행된 ‘서양의 기업가정신과 K기업가정신’ 토론에 참여한 에릭 리구오리 전 미국 중소기업학회장은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하는 요소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제 많은 기업이 최대 이윤을 추구하기보다 공동체에 어떤 것을 돌려줄 수 있는지를 더 큰 가치로 생각하고 있다”며 “K기업가정신에 주목하는 이유”라고 했다.

 

이날 진행된 기조연설, 패널 토론의 가장 큰 화두는 ‘남명 조식’ 선생의 사상이 승산마을에서 시작한 기업들을 통해 공동체를 우선하는 K기업가정신으로 발전한 과정이었다. 사업보국(事業報國)과 같은 한국만의 독특한 경영 이념에 대해 윈슬로 사전트 ICSB 의장은 “서양의 기업가정신에서 벗어나 K기업가정신을 논의하는 이유”라며 “자본주의에서 태생한 기업가정신에도 유교에 기반을 둔 인본주의적 기업가정신이 부각되고 있다”고 했다.

 

아이만 타라비시 ICSB 회장도 기조연설을 통해 조선 시대의 상소(上疏)를 강조하며 “‘내게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 신경 쓰지 않는다’는 서구의 관점과 달리 한국에는 공동체의 개선을 위해선 자신의 문제가 아니더라도 제안하고, 비판하는 전통이 있었다”며 “이런 것들이 사회를 하나로 묶어주는 공동체 정신과 K기업가정신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탈리아 살레르노 대학에서 기업가정신을 가르치는 로베르토 파레테 교수는 “경제발전을 위한 개인의 역할, 그리고 경제발전이 공동체에 미치는 영향은 사회마다 다양하게 나타나고 개인과 공동체 중 무엇을 우선할 것인지를 두고 딜레마·갈등을 겪는다”며 “승산마을에서 출발한 기업들이 공동체를 우선하는 기업가정신은 결국 그 나라의 역사를 반영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정주/이기우 기자, 조선일보(23-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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