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 일본의 ‘잃어버린 시대’ 전철 밟을 것인가]
[‘차이나 쇼크’ 전방위 확산… ‘中 특수’ 기댄 산업구조 재편해야]
[늙어버렸던 일본 경제, 어떻게 다시 뛰게 됐나]
중국 경제, 일본의 ‘잃어버린 시대’ 전철 밟을 것인가
[동아시론]
금융위기 극복 위한 인프라 투자 확대 정책
기업부채 폭증, 부동산 의존 경제 만들어
中 지속 가능한 발전 가늠할 중요한 시점
중국은 1992년 사회주의 시장경제 체제를 본격적으로 추진하였다. 그러나 시장은 자체 생산 조절 기능이 없기에 1996년에 중국은 처음으로 생산 과잉 문제에 직면하게 됐다. 1998년 상품 재고량은 이미 국내총생산(GDP)의 50%에 달할 정도였다. 그러나 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중국의 생산 과잉 문제는 경제위기로 이어지지 않았는데 가장 큰 원인은 중국 정부가 도시화 추진을 통한 잠재적 국내시장 발굴과 해외 수출을 이용해 재고 상품을 과거 사지 않던 사람들에게 판매하는 전략을 펼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 경제는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지자 해외 수요가 축소되면서 바로 생산 과잉 문제가 또다시 불거졌다. 위기가 코앞에 닥친 상황에서 중국 정부는 1998년의 경험을 되살려 과감하게 국내 인프라 투자를 확대 실시하게 하였다. 이는 정부 임대주택 건설과 농촌 인프라 시설 투자 확대 및 철도와 도로, 공항 건설을 추진하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2010년까지 4조 위안의 투자를 진행하였다. 사실 4조 위안 투자가 바로 중국 버전의 케인스주의다. 중국식 케인스주의 주도하에 중국 경제는 한편으로 지속적으로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고, 다른 한편으로 부동산 시장을 키워 왔다. 인프라와 부동산 투자를 통해 중화학공업 수요를 견인하고 이는 중국 전체 제조업 성장을 이끌어 결국 중국 경제가 큰 위기를 겪지 않고 2010년 이후 곧바로 G2까지 성장하였다.
그러나 케인스주의 시장 구제책은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아래와 같은 3가지 위기의 근원을 만들었다. 인위적인 인프라 투자 정책에 의한 만들어진 수요가 한계에 달할 때 생산 과잉이 점점 더 심각해지고, 일시적인 수요를 만족시키기 위한 기업의 확대재생산 투자에 따라 기업부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경제가 실물경제와 점점 동떨어져 부동산 중심의 금융에 의존하여 돌아가게 하였다. 위의 3가지 문제가 바로 현재 중국 경제가 겪는 가장 큰 문제이며 중국 정부가 ‘공급측 개혁’과 ‘시스템 리스크 방지’ 정책을 실행하게 된 배경이다.
2022년 중국의 GDP는 121조 위안이며, 중국 주민과 기업, 정부가 매년 지급해야 하는 이자는 17조 위안으로 GDP의 14%를 차지한다. 점점 높아지는 채무 부담은 기업의 이익을 잠식하고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축소시킴과 동시에 주민의 소비 공간을 압축시켜 사회 수요를 침체시켜 버림으로써 위기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부동산 기업의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는 기업의 연쇄 부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으며 채권자로서의 은행은 바로 부실 대출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 지금의 부채 규모로 봤을 때 시스템 리스크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 사실 중국 정부는 미래 10년의 주택 건설을 이미 당겨서 소진한 상황이다. 앞으로 중국이 어떻게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해야 할지 커다란 의문이 든다. 유일하게 생각할 수 있는 대안이 주식 시장에서 기업들이 충분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중국 주민들의 자본시장 투자도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리스크를 분산하는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사실상 은행을 통한 자금 공급 체제로는 가기가 힘들다. 부채는 상승하다 보면 터지게 되어 있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자금이 부동산으로 흘러갔는지 은행의 재무제표를 보고는 알 수 없다. 부동산으로 흘러간 대량의 돈은 모두 자산관리금융상품으로 포장되었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 정부가 부동산은 거주용이지 투기용이 아니라고 강조하는 이유는 바로 자금이 부동산 시장에서 실물경제로 들어오게 하기 위한 목적이다. 중국 은행들의 자금은 점점 금융시장으로 흘러갔을 뿐만 아니라 결과적으로 금융자본이 제조업의 이익을 대체하게 되는 결과를 만들어 냈다.
현재 중국 정부는 부동산에 들어간 자금들을 고부가가치 제조업에 흘러가도록 유도하기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우선 신재생에너지와 배터리, 반도체 등 미래 산업 기업들에 대한 대출 금리를 최대한 낮추어 집행하고 주도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우대 정책들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또한 중국 경제 경착륙 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해 부동산 기업에 대한 금리 지원 정책도 펼쳐 첨단 제조업이 주도 산업으로 성장하기 이전에 무난하게 부동산 경제를 연착륙시키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한마디로 경제 성장과 경제 안정을 동시에 실현해야 하는 시진핑 정부는 역사 이래 가장 중요한 시점에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승패는 올해 하반기와 내년에 결정될 것이다. 주도 산업의 대표선수 교체가 잘 이루어지면 중국 경제는 새로운 성장 가도를 달릴 것이고, 잘 안될 경우 잃어버린 일본의 과거가 될 수도 있다.
-안유화 중국증권행정연구원장, 동아일보(23-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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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쇼크’ 전방위 확산… ‘中 특수’ 기댄 산업구조 재편해야
지난달 27일 중국 베이징 시민이 텅 빈 차오양구의 유명 쇼핑몰 ‘스마오텐제’를 걷고 있다. 중국 경제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부동산 시장의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소비, 생산 관련 주요 경제지표 또한 악화하면서 세계 2위 경제대국 중국 경제에 빨간 불이 켜졌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 베이징=AP 뉴시스
중국 경제의 위기 징후가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디플레이션 우려 속에 부동산·금융업계의 도미노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까지 겹친 탓이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찾은 중국 부동산·소비 침체의 현장은 현지 보도보다 더 심각했다. 베이징 왕징의 랜드마크 건물은 30% 이상이 텅 비어 있었고, 벽면엔 임대 안내문이 줄줄이 붙어 있었다. 유명 패스트푸드 체인점 앞은 3위안(약 550원)짜리 아침 메뉴를 먹기 위해 매일 긴 줄이 늘어설 정도다.
국내총생산(GDP)의 25%를 차지하며 중국 경제를 지탱해온 부동산은 최근 집값 하락과 개발업체의 디폴트 위기가 맞물려 경제 전반을 위협하는 리스크로 부상했다. 민간 최대 부동산업체 비구이위안에서 시작된 유동성 위기는 국유 부동산 기업 등을 거쳐 금융으로 번지고 있다. 이 여파로 올해 중국 신탁업계 손실만 최대 380억 달러(약 50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토지 사용권 판매로 재정수입을 충당해온 지방정부도 휘청대고 있다.
문제는 부동산 위기를 버텨줄 중국의 경제 체력 또한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7월 소비·생산·투자 지표는 모두 부진했고, 소비자·생산자 물가도 3년여 만에 동반 하락해 디플레이션 공포를 키우고 있다. 이미 중국 경제가 코로나19 봉쇄 정책과 미국 주도의 공급망 재편으로 적잖은 손상을 입은 가운데 실물경제 침체 우려가 현실화하자 ‘40년 호황이 끝났다’, ‘일본식 장기침체로 이어진다’ 등 비관적 진단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과거와 달리 뾰족한 경기 부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청년 실업률 발표를 중단해 대외 신인도를 떨어뜨리고 있다. 최근 기준금리 격인 대출우대금리(LPR)를 인하하고 지방정부 부채 해소를 위해 약 275조 원 규모의 특별채권을 발행하기로 했지만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많다.
중국의 리오프닝에 대한 기대가 ‘차이나 쇼크’ 공포로 바뀌면서 수출의 20%를 중국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도 충격이 불가피해졌다. 대중국 수출은 15개월째 뒷걸음질이고 1%대 저성장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단기적으로 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기업을 지원해 충격을 줄이고, 중장기적으로는 수출 시장 및 품목 다변화, 초격차 기술 확보 등을 통해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디리스킹(탈위험) 전략을 전방위로 추진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국발 특수에 취해 실기했던 산업구조 재편과 구조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동아일보(23-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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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어버렸던 일본 경제, 어떻게 다시 뛰게 됐나
[동아시론]
투자 늘고 임금 오른 日, 성장률도 韓 추월 예상
기업 구조조정 성공, 해외노동력도 적극 수용해
저성장 탈출 위해 이제 일본을 다시 배울 때다
15일 일본 내각부는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 대비 1.5%나 증가해 3개 분기 연속 플러스 행진을 이어갔다고 발표했다. 예상했던 0.8%를 두 배 가까이 넘어서는 수치에 시장은 깜짝 놀랐다. 반도체 공급 부족 문제가 해결되면서 자동차 수출이 늘어났고, 외국인 여행객이 증가하면서 여행수지도 많이 개선됐다. 물론 일본 경제의 완전한 회복을 자신할 정도는 아니었다. 물가 상승의 영향으로 민간 소비는 오히려 줄었고, 기업의 설비 투자도 주춤했다. 이전까지 일본 GDP 성장을 견인했던 민간 소비와 기업의 설비 투자가 조금씩 힘을 잃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일본 정부와 중앙은행의 근심도 깊어지고 있다.
사실 일본 경제는 금세기에 이미 두 번의 ‘저온호황’을 경험했다. 이자나미 경기(2002년 2월∼2008년 2월)와 아베노믹스 경기(2012년 11월∼2018년 10월)는 호황답지 않은 호황으로 막을 내렸다. 일본 기업들이 해외에 생산거점을 늘려가는 한편 환율 변화에 둔감해지면서 엔저와 수출의 상관관계는 희박해졌지만, 기업들이 손쉽게 환차익을 얻으면서 호황의 과실을 누릴 수 있었다. 다만 해외에서 벌어 해외에서 투자하는 기업이 많아지면서 국내의 설비 투자는 감소하고 국내 노동자들의 임금 상승도 지지부진했다. 기업은 호황, 가계는 불황인 상태에서 일본 경제는 수치상으로는 호황이지만 국내의 투자와 소비가 늘지 않는 ‘저온호황’이 반복되는 구조적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지난 두 번의 호황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 감지되고 있다. 우선 기업의 설비 투자가 올해와 내년 2년 연속 역대 최고 수준인 100조 엔을 넘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글로벌 반도체 7개 기업에 투자 확대를 요청하고, 라피더스와 같은 신생 반도체 기업도 등장하면서 기업들의 국내 투자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일본이 미중 패권 경쟁의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리는 형국이다. 경단련을 중심으로 대기업들이 앞다퉈 임금 인상을 결정하면서 명목임금 수준도 1997년 이후 26년 만에 최고 수준을 경신했다. 에너지와 원자재 등 비용이 견인하던 물가 상승 추세도 조금씩 수요가 견인하는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다.
모처럼 활기가 돌고 있는 이웃 나라와 달리 우리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올해 1분기 한국의 GDP 성장률(0.3%)은 일본(0.9%)보다 낮았는데, 2분기에 그 차이는 더 벌어졌다(한국 0.6%, 일본 1.5%). 이 추세가 이어진다면 한국의 연간 경제성장률은 외환위기를 겪은 1998년 이후 25년 만에 일본에 역전을 허용하게 된다. 일본의 총 GDP가 우리보다 2.5배 정도 크기 때문에 비유하자면 덩치가 훨씬 큰 일본이 우리보다 더 빠른 속도로 뛰어가고 있는 셈이다. 우리의 경우 반도체 수출이 부진에 빠지면서 수출 감소가 전체 성장률을 끌어내리고 있는데, 이는 미중 패권 경쟁의 피해로만 설명할 수는 없다. 그보다는 우리의 반도체 산업이 변동성이 매우 큰 메모리반도체에 집중돼 있는 탓으로 봐야 한다.
늙어버린 일본 경제를 다시 뛸 수 있게 만든 것은 기업들의 변신이었다. 후발 기업의 추격으로 전자제품 시장에서 자취를 감춘 소니는 뼈를 깎는 구조조정으로 지금은 게임, 영화, 음악 등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완벽히 부활에 성공했다. 거의 파산 직전까지 내몰렸던 일본의 간판 전자기업 히타치 또한 성공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지금은 인프라 기업으로 탈바꿈에 성공했다. 각성한 것은 기업만이 아니었다.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이고도 출산율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체득한 일본 사회는 당장에 부족한 일손을 메우기 위해 실현 가능한 방법들부터 시작해 점점 사회적 합의의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정년을 사실상 70세까지 연장한 것은 물론이고 새로운 재류자격을 만들어 사실상 블루칼라 노동자들의 이민까지도 받아들이고 있다.
불과 2년 전에 한일 역전이라는 말이 온 나라에 유행했다. 우리의 순위가 상승해서라기보다 일본의 순위가 하락했기 때문에 한일이 역전됐다는 사실 따위는 중요치 않았다. 그저 일본을 이겼다는 사실이 달콤했다. 우리가 소위 ‘국뽕’에 취해 있는 동안 대만의 1인당 GDP가 18년 만에 우리를 추월했다. 그리고 올해는 일본의 성장률이 우리를 앞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세월을 돌이켜보면 고성장기의 일본은 우리의 정면교사였고, 저성장기의 일본은 우리의 반면교사였다. 긴 잠에서 깨어나 다시 달리기 시작한 일본이 저성장의 늪에 빠져 있는 우리에게 다시 한번 정면교사로서 큰 의미로 다가온다.
-이창민 한국외국어대 융합일본지역학부 교수, 동아일보(23-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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