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經濟-家計]

[빚내 주식 투자 20조… 도박 같은 ‘테마주 狂風’] ....

뚝섬 2023. 8. 23. 05:47

[빚내 주식 투자 20조… 도박 같은 ‘테마주 狂風’]

[“나만 빼고 다 대박”이라는데… ]

[2차 전지 광풍 낳은 ‘포모 증후군’] 

[이차전지株 극단 쏠림에 ‘코인판’ 된 코스닥]

[적금 깨고 전세금까지 털어 넣는 ‘묻지 마 투자’ 위험수위다]

[‘동학개미’가 만드는 기록들]

[개미가 황소 끌고 가는 코스피 3000]

[거지의 은화 한 닢]

 

 

 

빚내 주식 투자 20조… 도박 같은 ‘테마주 狂風’

 

‘RIP(Rest In Peace·편히 잠드소서).’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는 20여 일의 짧은 생을 살다 간 고인을 추모하는 영정 사진이 돌고 있다. 주인공은 꿈의 물질로 불린 ‘상온·상압 초전도체’. 지난달 22일 국내 연구진이 일상 온도와 기압 상태에서 전기저항이 전혀 없는 물질 ‘LK-99’를 개발했다고 주장하자 주식시장은 흥분에 휩싸였다. 연구 결과에 대한 평가에 따라 하루는 30% 올랐다가 다음 날 30% 떨어지길 반복했다. 하지만 지난주 국제 학술지 네이처가 “LK-99는 초전도체가 아니다”라고 발표한 후 투심은 차갑게 식어버렸다.

▷요즘 한국 주식시장은 거꾸로 가고 있다. 미국의 긴축 장기화와 중국의 부동산 위기로 주식시장이 약세를 보이는 상황에서도 마치 활황기인 양 ‘빚투’(빚내서 투자)와 ‘묻지마 투자’가 기승을 부린다. 17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20조5573억 원으로 올 들어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만 4조 원이 늘었다. 4월 주가조작 사태를 부추긴 원인으로 차액결제거래(CFD)가 지목되면서 빚투가 잠시 잦아드나 했더니 결국 오래가지 못했다.

▷최근 빚투가 늘어난 건 역설적으로 올해 상반기에 ‘원조 테마주’ 역할을 했던 이차전지 주들이 맥을 못 추고 있기 때문이다. 끝 모를 듯 오르던 주가가 떨어지자 이번엔 저가 매수 기회로 판단한 투자자들이 빚을 내서 올라탔다. 신용거래융자 잔액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절반이 이차전지 관련주다. 이차전지 산업의 성장성 자체는 인정받고 있지만 빚투는 멀리까지 기다릴 여유가 없다. 주가가 당장 또 한 번 출렁이면 반대매매의 파국을 피하기 어렵다.

▷부나방처럼 테마주를 찾아 달려드는 투자자들은 이차전지, 초전도체를 지나 최근엔 ‘맥신(MXene)’으로 옮겨갔다. 우수한 전도성과 전자파 차폐 능력을 갖춰 미래 신소재로 꼽히는 맥신의 대량생산 가능성을 확인한 연구 결과가 17일 발표되면서부터다. 한 회사는 관련 연구자가 사외이사로 있다는 이유로, 한 회사는 관련 소재를 생산한다는 이유로 상한가를 쳤다. 테마주로 묶인 회사들의 본업이 연구 결과와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없다는 분석이 나와도 투자자들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

최근 주식시장은 크게 한탕 하려는 작전세력, 꼭지 잡기 전에만 털고 나오면 된다는 개미들이 어우러져 난장판이 됐다. 빚을 낸 투자자들은 대출이자 이상의 수익을 거둬야 하니 고위험·고수익 주식만 쳐다본다. 주식리딩방, 소셜미디어 등에서는 온갖 소문과 풍문이 판을 치며 불공정거래와 시장교란 행위의 온상이 됐다. 언제까지 한국 주식시장은 개미들의 피를 먹고 자라는 나무가 돼야 하나. 미친 도박판이여 이제 제발 RIP.

 

-김재영 논설위원, 동아일보(23-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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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빼고 다 대박”이라는데…

 

에코프로가 전거래일 대비 12.8% 상승하며 1,104,000원으로 장을 마감한 28일 서울 여의도 KRX한국거래소 모니터에 에코프로 종가가 보이고 있다./뉴시스

 

“저번 부동산 상승장, 900% 뛴 에코프로, 6개월 만에 2배 오른 비트코인까지. 나 빼고 세상 사람들이 모두 돈 버는 것 같아요.” 최근 주식시장이 뜨거워지자 이곳저곳에서 한탄이 쏟아지고 있다. ‘인생에는 3번의 기회가 온다’는 옛말이 맞았다는 자조 섞인 농담도 한다. 이런 와중에 무슨 종목을 사야 할지 몰라 서러운 사람들이 손쉽게 찾는 곳이 있다.

 

카카오톡 ‘주식 리딩방’이다. 리딩(leading·선도)이란 개인 투자자가 일정 금액을 내면 실시간 문자나 인터넷 방송 등으로 매수, 매도 종목을 알려주는 주식 투자 서비스를 가리킨다. 리딩방에서는 스스로 ‘투자 전문가’라 칭하는 사람이 앞으로 오를 주식 종목을 찍어주고, 이 방에 들어온 회원들은 이 ‘전문가’의 말에 따라 주식을 사고판다.

 

기자가 최근 1달간 취재한 리딩방에도 150명이 넘는 사람이 모였다. 한 업체가 유료 회원을 끌어들이려고 “VIP 종목을 무료로 추천해 준다”며 개설한 무료 체험방이었다. ‘전문가’는 “믿고 따라오면 수익은 보장한다”며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였다. 실제로 처음 ‘전문가’가 추천한 종목 2개가 수익이 나자, 그는 “수익 인증을 올려달라”고 했다. 이에 사람들은 “외식값 벌었네요” “이 방 대박이네요”라며 수익 인증 사진을 잇따라 올렸다. 리딩방을 관망하던 일부 사람은 추천 종목을 사지 않은 것을 후회하며 다음 추천 종목을 매수하고 나섰다.

 

자신만 뒤처지거나 소외되는 것 같은 두려움을 일컫는 ‘포모(FOMO)’가 유행어가 됐다. ‘Fear of Missing Out’의 첫 글자를 딴 말이다. 올해 상반기 예상을 뒤엎고 상승세를 보인 주식시장은 이런 심리에 불을 지폈다. 미국 주식시장에선 올해 초 108달러 수준이던 ‘테슬라’의 주가가 현재 2배 넘게 올랐고, 국내 코스닥 시장에서도 2차 전지 열풍으로 주당 100만원 이상 주식을 뜻하는 ‘황제주’가 16년 만에 탄생했다. 미국 투자은행 JP모건은 “올해 주식시장에서 포모 분위기가 좀처럼 누그러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사실 FOMO는 주식시장뿐 아니라 일상 곳곳에 녹아있다. 남들은 다 하는데 나만 빠질 순 없다는 심리다. 작년 5월 한국교육개발원 보고서에 따르면, 학부모들이 사교육을 시키는 이유 1위는 ‘남들이 하니까 심리적으로 불안하기 때문(24.3%)’이었다. 2030 세대에게 인기를 끈 오마카세, 호캉스 열풍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마감 임박’ ‘한정 수량’ 등의 광고도 모두 FOMO를 활용한 마케팅이다.

하지만 FOMO로 내린 결정이 늘 좋겠는가. 리딩방의 성적표는 처참했다. ‘전문가’의 추천 종목 5개가 3~5% 수익이 난 반면, 3개는 15~30%가 내렸다. FOMO가 유행어가 됐다는 건, 이제 FOMO와의 거리 두기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근거 아닐까.

 

-한예나 기자, 조선일보(23-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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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전지 광풍 낳은 ‘포모 증후군’

 

2000년대 초 미국 하버드 경영대학원생 패트릭 맥기니스는 학내 이벤트나 파티를 놓쳐선 안 된다는 강박감에 하룻밤에 파티를 7군데나 돌아다녔다. 숙취 탓에 수업에 지각하고 늘 피로감에 시달렸다. ‘이런 삶은 비정상’이란 깨달음과 함께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증후군이란 말을 만들었다. 하버드생들 사이에 이 말이 공유되면서 신조어 사전에 등재됐다.

 

▶포모 증후군이란 자신만 뒤처지고 기회를 놓치고 있는 같은 소외 불안감, 고립 공포감을 의미한다. 기업들이 ‘매진 임박’ ‘한정 판매’ 같은 마케팅 용어로 구매욕을 자극하는 것도 포모 증후군을 활용한 것이다. 포모 증후군은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의 확산과 더불어 현대인의 병리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미국과 영국에선 성인 과반수가 포모 증세에 시달리고 있다는 통계도 있다.

 

▶포모 증후군은 투자 광풍에도 일조한다. ‘비트코인 대박’ SNS 인증샷이 세계적인 코인 투기를 낳았다. 한국에선 코로나 사태 후 주가가 급등하자 ‘동학 개미’ 군단이 등장했다. 집값이 급등하자 ‘벼락 거지’가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청년들이 앞다퉈 영끌 빚투(영혼까지 끌어모아 빚내서 투자)로 주택 매수에 나서는 바람에 ‘미친 집값’을 낳기도 했다.

 

▶코인·주식·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포모 증후군이 2차 전지 투자 열풍과 함께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2차 전지 대표 기업의 주가가 폭등, 주가수익비율(PER·주가를 주당 순익으로 나눈 비율) 120배를 웃도는 지경이 됐다. 세계 기업 가장 성장성이 좋다는 테슬라의 PER 78 수준인데, 기가 막힌다. 증시 격언대로 산이 높으면 골도 깊은 법. 뒤늦게 상투를 잡은 개미 투자자들이 주가 급락 탓에 패닉에 빠졌다. 2차 전지 테마주 급등락은 롤러코스터 장세를 만들고 있다.

 

▶아침에 눈뜨자마자, 화장실에 앉아서도, 운전 중에도 SNS를 챙겨본다면 포모 증후군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심리학자들은 포모에서 벗어나려면 SNS 접촉 시간을 줄이고, 진짜 사람을 만나 깊은 대화를 나누라고 조언한다. 현대사회에선 멀티 태스킹이 ‘능력’으로 치부되지만, 한 가지 일에 집중하는 ‘싱글 태스킹’이 포모 증세를 치유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또 운동·명상·공부 등 각종 자기계발 활동을 통해 ‘나’에게 집중하는 조모(JOMO·Joy Of Missing Out)의 삶을 추구하는 게 탈출법이 될 수 있다고 한다.

 

-김홍수 기자, 조선일보(23-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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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차전지株 극단 쏠림에 ‘코인판’ 된 코스닥

 

코스닥 시장에서 이차전지 광풍을 주도했던 에코프로가 27일 옥좌에서 내려왔다. 전날보다 주가가 19.79% 떨어진 98만5000원에 장을 마치며 ‘황제주’(주당 100만 원 이상) 자격을 반납했다. 이달 18일 처음으로 황제주에 등극해 26일 장 중 한때 150만 원을 넘었던 것을 생각하면 허망하다. 일시적 후퇴일지 완전한 퇴위일지 아직은 점치기 어렵다. 확실한 건 이차전지 관련주가 마치 잡코인처럼 출렁이면서 주식시장 전체도 극심한 불확실성에 빠졌다는 거다.

▷잘나가던 이차전지 관련주들의 폭락은 26일부터 시작됐다. 투자자들은 점심시간을 전후로 천당과 지옥을 맛봤다. 오전까지만 해도 최고가를 갈아 치우며 기세를 올리더니 오후 1시 들어 갑자기 폭락세로 돌아섰다. 1시간 만에 고점 대비 20% 넘게 떨어졌다. 주가가 급등할 때도 그랬지만 추락할 때도 수급 외엔 딱히 이유를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급격히 덩치를 키운 이차전지 종목이 흔들리니 코스닥 시장 전체도 요동쳤다.

▷이차전지 광풍은 올해 들어 거세졌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 기대와 함께 가속페달을 밟았으니 실체가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속도가 지나치게 가팔랐다는 게 문제였다. 에코프로는 1년 만에 18배로 뛰어올랐다. 유튜브 등에선 “800만 원까지 갈 것”이라는 확신이 넘쳤다. 실적이 아니라 유행을 따라 사는 이른바 ‘밈 주식’이 돼 버렸다는 평가가 나왔다. 증권사들은 5월 이후 사실상 분석에서 손을 뗐다. 정상적인 설명이 안 되니 ‘주가리튬비율(PLR)’ ‘주가배터리비율(PBR)’ 같은 신조어까지 나올 정도였다.

 

이차전지 주식의 끝없는 상승은 ‘상승장에서 나만 낙오될지 모른다’는 포모(FOMO) 심리에 불을 붙였다. 많은 사람들이 다른 주식을 팔아치우고 혹은 빚까지 내서 이차전지 랠리에 뒤늦게 올라탔다. 이달 들어 전체 주식시장 거래대금에서 이차전지 종목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에 육박할 정도의 ‘몰빵 투자’였다. 계속 갈 것이란 기대와 끝물이라는 불안이 교차했다. 그러다 차익 실현을 위한 매도물량이 나오자 매물이 매물을 부르는 상황이 연출됐다. 앞으로도 공매도 세력과 개인 투자자들의 줄다리기 속에 주가 출렁임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2000년대 초 정보기술(IT)을 비롯해 과거에도 중국, ‘차·화·정’, 바이오 등 주가 광풍의 주역이 있었다. 단순한 테마주였는지 실체가 있었는지에 따라 결과는 달랐지만 항상 거품 붕괴 또는 장기 조정이 뒤따랐다. 주식은 꿈을 먹고 자란다지만 실적을 도외시하고 장밋빛 기대에만 베팅한다면 투자가 아니라 투기다. 비이성적 투기 광풍이 휩쓸고 간 뒤 가득했던 비명 소리에서 이젠 교훈을 얻을 때도 되지 않았나.

 

-김재영 논설위원, 동아일보(23-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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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금 깨고 전세금까지 털어 넣는 ‘묻지 마 투자’ 위험수위다

 

어제와 그제 이틀간 한국 증시에서 개인투자자들이 7조5000억 원어치 주식을 사들였다. 기관투자가와 외국인이 팔아치우는 주식을 개인들이 쓸어 담고 있다. 새해 들어 신규 주식계좌는 매일 10만 개씩 늘어났고, 증권사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신용융자는 20조 원을 돌파했다.

 

현재 주가가 적정 수준인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많다. 주가가 오를지 내릴지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적어도 최근 증시가 과열 상태라는 데 대해서는 이견이 별로 없다. 재정 정책과 통화 정책을 각각 책임지고 있는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실물경제와 금융 간의 괴리를 공개적으로 우려하고 있다. 시장이 비록 과열됐어도 주식시장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있고 자신의 경제력으로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서 투자를 한다면 큰 탈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최근 주식시장의 양상이 그렇지 않다는 데 있다.

최근 주식시장에서 기관과 외국인들이 차익 실현을 위해 쏟아내는 엄청난 물량을 받아내는 것은 개인투자자들이다. 이 중에는 주식시장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도 없이 ‘남들은 주식으로 돈을 버는데 나만 소외되는 것 같아 불안하다’고 생각해서 앞뒤 돌아보지 않고 투자를 하는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족’이 상당수다. 올 들어 시중은행 신용대출은 5000억 원 가까이 증가했고 마이너스통장을 이용한 신규대출은 2배로 늘었는데, 이는 최근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쏠리는 현상과 무관치 않다. 적금을 깨거나 전세금을 줄여서 주식을 샀다는 이야기도 적지 않게 나온다.

 

증시는 이미 위험 신호를 보내고 있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11일 6개월여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단기간에 너무 많이 올랐다는 의미로 이날 코스피는 20차례나 급등락을 반복했다. 미국 금리가 상승 조짐을 보이는 것도 증시를 흔들 변수로 꼽힌다. 남들이 하니까 빚을 내서라도 주식을 사겠다는 식의 무모한 투자는 자제해야 할 때다.

 

-동아일보(21-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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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개미’가 만드는 기록들

 

어딜 가나 주식 얘기다. 대학 커뮤니티 사이트 검색어 1·2위에 주식·삼성전자가 올라온다. 증권사 객장 가서 주식 계좌를 만들려면 20~30번대 대기표를 받아야 한다. 11일 외국인과 기관이 차익 실현 매물을 쏟아내자 개미들이 폭풍 매수에 나서 지수 급락을 막았다. 하루 거래 대금(64조원), 기관 순매도(3.7조원), 개인 순매수(4.5조원) 모두 사상 최고 기록이었다. 치열한 매매 공방 탓에 하루 지수 변동 폭(170.04포인트)도 역대 2위를 기록했다.

 

▶증시 조정 징후도 나타나고 있다. 코스피가 지수 3000선을 돌파한 지난 8일 지수 하락폭의 2배 수익을 얻는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가 개인 순매수 종목 2위(1176억원)를 차지했다. 공매도가 금지된 상황에서 하락에 배팅할 수 있는 상품이라 돈이 몰린 것이다. 12일에도 개인들이 2조원 이상 순매수했지만 코스피가 이틀 연속 하락하며 숨을 고르는 양상이다.

 

▶'현재 세계 증시가 버블이냐'는 데는 고수들의 의견도 엇갈린다. 미국 대형 자산운용사 대표 제러미 그랜섬은 “지금 증시에 낀 거품은 역사에 남을 붕괴로 끝날 것”이라고 경고한다. 반면 자산 버블 분석으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미국 로버트 실러 교수는 “현재 주가가 투자를 자제해야 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한다. 증권사들은 플랫폼 등 무형 자산 가치가 중요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엔 기업 평가 척도를 바꿔야 한다면서 ‘주가꿈비율’(price to dream ratio) 같은 새 지표를 제시하기도 한다.

 

▶삼성전자·현대차 같은 우량주를 집중 매수하는 ‘똑똑한 개미’가 주도하는 장이라 2000년 IT 버블 때와는 다르다고 말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실제 데이터는 다른 양상도 보여준다. 김준경 전 KDI 원장이 3년 연속 영업이익으로 은행 이자도 못 갚는 좀비 기업 85개와 초우량 기업 85개 군을 나눠 작년 3월 이후 주가 상승률을 분석한 결과, 똑같이 20%씩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주가가 옥석 구분 없이 올랐다는 얘기다.

 

▶만유인력 법칙을 발견한 뉴턴은 부실 기업 주식에 투자했다 망한 뒤 “천체 움직임은 계산할 수 있지만 사람들 광기는 계산할 수가 없었다”는 말을 남겼다. 자본시장연구원장 출신 서울대 안동현 교수는 “근로 소득으로 집을 산다는 꿈이 날아가 버리니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건 주식과 비트코인만 남았다. 집을 사기 위해 어디선가 자본 소득을 늘려야 한다는 절박함이 동학개미운동의 본질”이라고 말한다. 동학개미들이 만드는 기록들이 대단하기도 하고 위태롭기도 하다.

 

-김홍수 논설위원, 조선일보(21-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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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가 황소 끌고 가는 코스피 3000

 

어제 코스피지수가 장중에 3000을 뚫었다. 한국 증시에 기념비적인 일이다. 코스피지수는 1980년 1월 4일의 시가총액을 100으로 한다. 1980년대 후반 한국 경제가 3저 호황을 누리면서 코스피가 급등해 1989년 1000 고지를 뚫었다. 그때부터 18년 걸려 2007년에야 코스피가 2000에 도달했다. 거기서 3000까지 오는 데 근 14년 걸렸다.

 

▶1999년 초 현대증권이 “한국 경제를 확신합니다”라는 강렬한 문구의 TV 광고와 함께 ‘바이코리아' 펀드를 팔기 시작했다. 외환 위기 당시 200대까지 내려간 코스피지수가 다소 회복돼 500~600 언저리였다. 당시 현대증권 회장은 주부들을 모아놓고 “지금 주식 사면 부자 됩니다. 3년 내(2002년) 코스피가 3000 가고 2005년엔 6000 갑니다”라고 장담했다. 시중 자금을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였다. 그해 말 코스피는 거침없이 상승해 1000을 돌파했다. 하지만 1년 뒤, 코스피는 반 토막 났고 바이코리아 펀드도 추락했다.

 

▶코스피 3000, 4000, 5000의 장밋빛 전망은 정치권에도 종종 등장했지만 실현된 적은 없다. 2007년 12월 이명박 당시 대선 후보는 “정권 교체가 되면 내년 코스피는 3000을 돌파할 수 있고, 제대로만 된다면 임기 5년 중 5000까지 가는 게 정상”이라고 했다. 2012년 대선 직전에는 박근혜 후보가 “5년 안에 코스피 3000 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던 2017년 5월에는 홍콩의 크레디리요네증권이 “2022년 코스피가 4000포인트에 도달할 것”이라는 낙관론을 폈다.

 

▶주가가 상승하는 강세장을 불(bull·황소) 마켓이라고 부른다. 코스피 3000 증시는 개미들이 황소를 끌고 가는 장세다. 코로나 쇼크로 작년 3월 코스피가 1500 밑으로 떨어졌는데 10개월 만에 2배로 오른 건 개인 투자자들 덕분이다. 미국의 개인 투자자를 ‘로빈 후드', 중국은 ‘청년 부추', 한국은 ‘동학 개미'라 부르는데, 각국 개인 투자자 중에서 동학 개미 성적이 지금까지는 앞서 있다.

 

▶작년에 외국인 투자자와 기관투자자는 25조원어치씩 팔았는데 개미들이 47조원어치를 사들여 주가를 떠받쳤다. 놀랍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하다. 어제도 외국인과 기관은 무섭게 주식을 팔았다. 그래도 증시 대기 자금이 1년 전의 2배도 넘는 68조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한편에서는 ‘과열’ 경고도 나오기 시작한다. 실물 경제와 동떨어져 마냥 오르기만 하는 주식은 없다는 금언만큼은 잊어서는 안될 듯하다.

 

-강경희 논설위원, 조선일보(21-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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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지의 은화 한 닢

 

[차현진의 돈과 세상] 

 

금값이 이상하다. 돈이 많이 풀리면 금값이 뛰어야 하는데, 오히려 약세다. 90년 전 대공황 때와 반대다. 1929년 10월 미국 증시 폭락 이후 세계는 어떻게든 버텨보려고 했다. 하지만 1931년 7월 견디다 못한 독일이 금본위제도를 포기했다. 그러자 영국, 이탈리아, 덴마크,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스위스도 금본위제도를 이탈하고, 이어 일본도 가세했다. 1933년 미국도 손을 들었다. 금값이 천정부지로 올랐다.

 

당시 상하이의 대학생 피천득은 골목을 지나가다가 거지를 보았다. 그 거지는 벽돌담 밑에 쭈그리고 앉아 손바닥을 뚫어지게 보고 있었다. 누가 오는지도 모르는 그의 손에는 은화 한 닢이 있었다. 피천득이 궁금해서 “누가 그렇게 많이 도와줍디까?” 하고 물었다. 거지는 위를 힐끔 쳐다보며, 얼른 손을 가슴에 숨겼다. 그리고 더듬더듬 설명했다. 한 푼 두 푼 6개월을 굶으며 동냥해서 모은 돈이라고 했다. 얼굴에는 희열이 넘쳤다. 피천득은 더 궁금해졌다. “아니 왜 그렇게까지 애를 써서 그 돈을 만들었단 말이오? 그 돈으로 무얼 하려오?” 하고 물었다. 그는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남들처럼 이 돈 한 개가 갖고 싶었습니다.” 그동안의 배고팠던 서러움이 떠오른 듯 그의 뺨에는 눈물이 흘렀다.

 

수필 ‘은화 한 닢'(1932)의 줄거리다. 당시 22세였던 초보 수필가는, 거지의 맹목적인 절약을 안타까운 듯 묘사한다. 그 거지는 진짜 어리석었다. 장개석 정부는 일본이 세운 만주국과 경쟁하려면, 화폐가치를 안정시켜야 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은본위제도를 힘들게 지켰다. 그러나 대공황이 닥치자 역효과가 났다. 위안화 폭등으로 수출이 급감했다. 견디다 못해 1935년 마침내 은본위제도를 포기했다. 그러자 물가가 급등하여 그 거지의 구매력도 절반으로 줄었다. 차라리 먹고 쓰는 것이 나았다.

 

남들처럼 돈을 갖는 자체가 목표여서는 곤란하다. 카르페 디엠!

 

-차현진 한국은행 연구조정역, 조선일보(21-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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