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국채 ‘선진클럽’ 편입, ‘공매도 금지’ 주식은 번번이 좌절]
[공매도 금지 2주, 국제 신뢰 떨어지고 주가는 도로 제자리]
[‘공매도’ 400년 흑역사]
[‘불법 공매도’ 칼 뺀 게 작년 7월인데 이제 와 “유리 다 깨진 시장”]
韓 국채 ‘선진클럽’ 편입, ‘공매도 금지’ 주식은 번번이 좌절
내년 11월부터 세계국채지수(WGBI)에 한국 국채가 편입된다. 재작년 9월부터 4차례 시도 끝의 성공이다. 영국의 시장지수 산출 기관인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이 운영하는 WGBI는 블룸버그, JP모건 지수와 함께 세계 3대 채권 지수로 꼽힌다. 미국 일본 영국 등 선진국 국채가 모두 포함돼 있어 연기금 등 글로벌 ‘큰손’들의 투자 나침반이다. 지수 편입으로 한국 국채에 대한 외국인의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2년 전부터 WGBI 편입을 추진한 한국은 국채 발행 규모, 국가 신용등급을 충족하고도 외국인에 대한 과세 체계, 외환시장 개방성 부문 점수가 낮아 문턱을 넘지 못했다. 국내총생산(GDP) 순위 세계 10대국 중 빠진 건 한국과 인도뿐이었다. 하지만 그사이 외국인의 투자 소득에 세금을 물리지 않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원-달러 거래 시간을 다음 날 오전 2시까지 연장하는 등의 보완 조치를 한 끝에 이번엔 편입됐다.
▷WGBI에 투자되는 민간 자금은 약 2조5000억 달러, 한화로 약 3400조 원 규모다. 한국이 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2%로 560억 달러(약 75조 원) 정도의 외국인 자금이 새로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 한국 국채 수요가 늘면 국채 가격은 오르고, 정부는 낮은 이자에 국채를 발행할 수 있게 된다. 올해 말 1200조 원에 육박할 국가채무를 고려할 때 이자 부담 감소는 반가운 일이다. 다만 마냥 축포를 터뜨릴 일만은 아니다. 외국자본 비중이 커지면서 국내 자본 시장이 대외 변수에 더 민감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채권 ‘선진 클럽’ 편입으로 채권 시장의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남은 과제는 여전히 극심한 저평가를 받는 주식 시장이다. 한국은 2008년부터 주식 분야의 ‘선진 클럽’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시도해 왔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셔 신흥국 지수에 머물러 있다. 특히 MSCI는 한국 정부가 작년 11월 시작한 공매도 전면 금지를 문제 삼고 있다. 주식 시장에서 거품을 빼는 기능을 하는 공매도를 금지하는 한 선진국 증시로 보기 어렵다는 거다.
▷채권에 앞서 한국 증시를 선진국 지수에 포함시켜 온 FTSE 러셀도 이번에 “공매도 재개 목표가 달성되지 않으면 한국 증시 분류에 대해 추가 조치를 논의할 수 있다”고 했다. 일각의 우려처럼 공매도 금지를 이유로 한국을 ‘관찰대상국’으로 강등하진 않았지만 이런 상황이 계속돼선 안 된다는 경고다. 정부가 주식 투자자들 눈치만 보느라 전혀 선진국답지 않은 공매도 금지를 고수하는 동안 대규모 해외 자본이 한국 증시에 들어올 물길을 넓힐 진짜 ‘밸류업’은 위협받고 있다.
-우경임 논설위원, 동아일보(24-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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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금지 2주, 국제 신뢰 떨어지고 주가는 도로 제자리
행·의정 감시네트워크중앙회 등 단체 회원들이 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불법 공매도를 막기 위한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11.9/연합뉴스
금융 당국이 공매도를 전면 금지한 지 2주가 지났다. 코스피 지수는 공매도 금지 첫날 하루 만에 5.66%가 올라 2502.37까지 치솟았다가 한 주도 안 돼 2400대 초반까지 내려가더니 지금도 2400대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코스닥도 공매도 금지 첫날 839.45까지 올랐다가 도로 800선 밑으로 내려갔다. 에코프로 등 증시 상승을 주도한 이차전지 관련주도 공매도 금지 첫날만 상한가로 치솟았다가 도로 하락했다. 증시에서는 공매도 금지 효과가 일주일도 지속되지 못하고 끝난 것으로 보고 있다.
증시에서 이차전지 관련주는 과도한 기대가 쏠리면서 거품이 형성됐다. 주가가 반 토막 이하로 내려가자 개미 투자자들 사이에서 공매도 때문에 주가가 오르지 않는다는 불만이 확산되면서 공매도 금지 여론이 비등했다. 하지만 개미 투자자들의 기대와는 달리 공매도 전면 금지에도 이차전지 주가는 회복되지 못하고 도로 내려갔다. 전기차 수요가 예상보다 적어 이차전지 관련 기업의 실적이 개선되기 힘들기 때문이다. 국가 비상 사태나 금융 위기 같은 심각한 위기가 아닌데도 우리 정부의 갑작스러운 공매도 금지 조치에 외신에서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정치적 결정”이라는 비판까지 나왔다.
지난주 국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근본적인 개선 방안을 만들어낼 때까지 공매도를 금지할 것”이라고 했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어긋나는 공매도 금지 조치를 취해놓고 ‘총선 탓’이 아니라 ‘제도 탓’을 했다. 우리 제도에 심각한 결함이 있어 공매도를 금지한 것이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개인 및 기관·외국인 사이의 공매도 담보 비율 및 상환 기간 일원화, 불법 공매도 처벌 강화 등의 공매도 개선안도 발표됐다.
금융위는 “개인에게 기관보다 더 유리한 공매도 여건을 조성할 것”이라고 한다. 금융위 부위원장은 “일단 내년 6월 말로 말씀드렸는데 그때 가서 시장 동향도 보고 제도 개선 상황 등도 보고 판단할 계획”이라고 했다. 공매도 금지 기간이 기약 없이 길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공매도는 주가에 과도한 거품이 형성되는 것을 막고 시장 감시자 역할을 한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펀드는 대부분 매수와 공매도를 조합한 시장 중립적 투자 전략을 쓴다. 공매도 금지가 언제 풀릴지도 모르는 막연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외국인 투자자는 한국 증시를 떠날 수밖에 없다.
-조선일보(23-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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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400년 흑역사
400년 전 네덜란드 증권거래소에 향신료 무역을 독점하는 동인도회사가 상장됐다. 이 회사 창립자 중 한 명이 공금 횡령으로 쫓겨났다. 그는 복수할 요량으로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주식을 빌려서 팔고 ‘희망봉 부근에서 배가 침몰했다’는 가짜 뉴스를 퍼트려 주가를 떨어뜨린 뒤 싼 값에 주식을 되사들여 차익을 얻겠다는 것이었다. 최초의 공매도였다. 놀란 동인도회사가 ‘사악한 투자’를 막아달라고 정부에 청원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증시엔 늘 공매도가 존재했다. 뉴턴은 영국의 식민지 무역을 독점하던 남해주식회사에 투자했다가 “식민지에 금은 없고 벌레만 들끓는다”는 공매도 세력의 가짜 뉴스 공세 탓에 파산 위기에 몰렸다. 프랑스 나폴레옹 황제는 “공매도를 반역죄로 단죄하겠다”고 선포했다. 미국 대공황 당시 공매도가 들끓자 미 정부는 공매도 때 직전 거래가격보다 더 낮은 가격을 부르지 못하게 하는 업틱룰(uptick-rule)을 만들었지만 공매도를 근절하진 못했다.
▶2021년 미국의 게임스톱 사건으로 공매도가 다시 핫 이슈로 부상했다. 부실 덩어리 게임 유통업체 게임스톱의 주가가 폭등하자 헤지펀드들이 공매도에 나섰다. 이에 반발한 개미들이 “헤지펀드를 혼내자”면서 주가를 끌어올렸다. 다급해진 헤지펀드들이 공매도 구멍을 메우는 과정에서 50억달러 이상 손실을 봤다. 비슷한 시기 한국에서도 동학개미들의 집단 청원에 문재인 정부가 공매도를 1년 이상 전면 금지시켰다.
▶공매도는 투자 위험을 먼저 알리는 ‘탄광 속 카나리아’ 역할도 한다. 2016년 영국 투자자들이 독일 핀테크 기업 와이어카드를 부패 기업이라며 공매도 공세를 펼치자, 회사 측은 ‘앵글로색슨의 음모’라고 반박했지만 얼마 안 가 분식회계가 드러나 파산했다. 스타벅스를 위협했던 중국 루이싱 커피의 회계 부정을 폭로하고, 니콜라 수소 트럭의 사기 행위를 밝혀낸 것도 공매도 투자자들이었다.
▶공매도가 혐오의 대상이 된 데는 심리적 요인이 크다. 누군가 공매도로 큰돈을 벌었다는 것은 누군가 크게 돈을 잃었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공매도 투자자는 피 냄새를 맡고 몰려드는 상어 떼에 비유된다. 대공황 때 공매도로 큰돈을 번 유럽 투자자 코스톨라니는 “내가 돈을 버는 동안 친구들이 파산해 성공을 슬퍼해야 했다”면서 공매도 투자를 끊었다. 정부의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로 폭등했던 주가가 하루 만에 급락세로 반전하는 등 변동세가 이어지고 있다. 증시가 존재하는 한 공매도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것 같다.
-김홍수 기자, 조선일보(23-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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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공매도’ 칼 뺀 게 작년 7월인데 이제 와 “유리 다 깨진 시장”
공매도 금지 둘째날인 7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증시 마감가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2502.37)보다 58.41포인트(2.33%) 하락한 2443.96, 코스닥은15.08포인트(1.80%) 하락한 824.37, 원·달러 환율은 10.6원 오른 1307.9원에 장을 마쳤다. 이한결 기자
공매도 금지 첫날인 그제 역대급 폭등세를 보였던 코스피, 코스닥지수가 어제 2% 안팎 급락했다. 전날 상한가로 치솟았던 2차전지 관련 종목들도 줄줄이 하락하거나 힘겹게 상승세를 지켰다. 특히 공매도 청산을 위해 국내 주식을 대규모로 사들였던 외국인이 순매도로 돌아서며 양대 지수를 끌어내렸다. 공매도 전면 금지의 약발이 하루 만에 끝나고 증시 변동성만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위기 상황이 아닌데도 정부가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를 발표했을 때부터 중장기적으로 주가 왜곡과 거품, 외국인 이탈 등의 부작용이 생길 거라는 우려가 컸다. 주가 과열을 막고 작전 세력의 시세조종을 억제하는 공매도의 순기능이 사라져서다. 해외 투자가와 외신들이 이번 조치를 두고 “바보 같은 짓”, “신뢰를 잃을 것”이라고 비판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선진국에서 널리 쓰이는 공매도가 유독 국내에서 문제가 된 건 ‘기울어진 운동장’ 때문이다. 국내 공매도 거래에서 외국인·기관 비중은 98%, 개인은 2%에 불과하다. 주식 강제 처분 기준이 되는 담보비율이나 상환 기간 등에서 투자자 간 차별이 크다. 외국인·기관의 공매도 장난질에 개미들만 피해를 본다는 원성이 끊이지 않았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그제 “코스피·코스닥을 가리지 않고 100여 개 종목이 무차입 공매도 대상이 된 것을 확인했다”고 했다. 또 “단순히 깨진 유리가 많은 골목 수준이 아니라 유리가 다 깨져 있을 정도로 불법이 보편화돼 있는 장”이라며 이번 조치가 총선용 결정이라는 세간의 비판을 일축했다.
하지만 금융당국과 대검찰청까지 나서 개인에게 불리한 제도를 개선하고 불법 공매도에 대한 적발과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한 게 지난해 7월이다. 15개월간 허송세월하다가 이제 와서 전면 금지까지 하며 허점을 바로잡겠다는 건지 묻고 싶다. 지금까지 제도 개선이나 불법 행위 적발은 생색내기에 그쳤고, 아직도 수기로 작성하는 공매도 주문 시스템 등에 손 놓고 있었다는 걸 입증하는 셈이다.
공매도 금지가 길어질수록 한국 증시의 대외 신인도가 훼손되고 외국인의 이탈이 가속화될 수 있다. 가뜩이나 한미 금리 격차가 사상 최대로 벌어져 자본 유출과 환율 상승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해외 투자가들이 떠날 경우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개미들의 표심을 잡으려다가 글로벌 투자가를 놓치는 일이 생겨선 안 될 것이다.
-동아일보(23-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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