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經濟-家計]

["코로나 때보다 힘들다" 비명 쏟아지는 서민 경제] ....

뚝섬 2024. 10. 8. 08:57

["코로나 때보다 힘들다" 비명 쏟아지는 서민 경제 ]

[개인사업자 넷 중 셋이 월수 100만원 미만이라니 ]

[은퇴 후 치킨집? 그 시대는 끝났다]

[단순·임시직 내몰리는 2차 베이비부머, 954만 대기 중인데…]

[작년 폐업한 자영업자 ‘역대 최다’… 한쪽에선 또 문 여는 현실]

[문제는 '자영업 과다', 폐업 돕고 일자리 지원을]

[“정년은 한국과 일본에만 있는 이상한 제도”]

 

 

 

"코로나 때보다 힘들다" 비명 쏟아지는 서민 경제 

 

서울에 위치한 한 은행 개인대출 및 소호대출 창구 앞으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뉴스1

 

취약 계층이 정책 대출을 받았다가 못 갚아 정부가 대신 상환해준 대위변제액이 올 들어 1조원이 넘었다. 저신용·저소득층에게 싼 금리로 급전을 빌려주는 ‘햇살론 15′의 대위변제율은 무려 25.3%로, 코로나 기간인 2020~2022년(5.5~15.5%)보다도 늘었다. 취약층에게 100만원까지 빌려주는 소액 생계비 대출의 연체율은 작년 말 11.7%에서 올 8월 말 26.9%로 급등했다. 빚도 못 갚을 만큼 서민 경제가 어렵다는 뜻이다.

 

대기업이 주도하는 수출이 12개월 연속 상승하면서 역대 최대 수출 실적이 예상되지만 저소득층 민생 경제엔 온기가 닿지 않고 있다. 서민 급전으로 꼽히는 카드 대출 잔액은 44조원을 넘어 2003년 통계 작성 후 21년 만의 최대로 불어났다. 빚 갚고 남은 돈이 최소 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한계 가구주’는 275만명에 육박한다. 이 중 157만명은 번 돈이 부채 상환액에도 미달해, 빚 갚고 나면 수중엔 한 푼도 남지 않는 상황이었다. 가계 대출을 받은 사람 1972만명 중 8%가 회생 불능 상태인 셈이다.

 

가계 살림살이는 곤궁해지고 있다. 지난 2분기 적자를 낸 가구 비율이 23.9%로,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수입이 지출을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가계 적자는 소비 부진으로 이어져 소매 판매액 지수가 9분기 연속 감소했다. 1995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장 감소 기록이다.

 

자영업자들은 코로나 팬데믹 때보다 더 힘들다고 호소한다. 실제로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지난 2분기 8.0%로, 2015년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높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였던 2020년 2분기(6.0%)보다 높았다.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의 공실률은 41.2%에 달하고, 강남(20.7%) 홍대(14.4%) 등 대표 상권의 공실률도 크게 높아졌다. 지난해 법인과 개인 사업자가 100만명 가까이 줄폐업하는 등 내수 부진과 고금리 여파로 자영업 경제가 극심한 침체에 빠진 탓이다.

 

그동안 정부는 원리금 상환 유예나 만기 연장 등의 금융 지원, 전기료·배달비 등을 지원하는 등의 자영업자·취약층 대책을 여러 차례 냈다. 지난 2일에도 금융 지원 규모를 11조원 늘린다는 추가 지원책을 내놨다. 하지만 근본 해법은 못 되고 급한 불 끄는 대책뿐이다. 지금의 내수 침체는 고금리 등에 의한 일시적 현상만은 아니다. 고령화와 경제 활력 위축, 베이비붐 세대의 퇴직 러시에 따른 자영업 출혈경쟁 등 구조적 요인이 겹쳐서 벌어지는 일이다. 1인당 25만원씩 돈 풀어 해결될 일도 아니다.

 

경제가 수출 외바퀴로 굴러갈 수도 없고 내수가 살아나야 밑바닥 경제까지 온기가 돈다. 금리 인하를 서두르고, 채무 재조정 등 과감한 지원 프로그램으로 취약층의 부담을 덜어주면서 적극적 내수 진작과 민생 부양 대책을 펼쳐야 한다.

 

-조선일보(24-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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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사업자 넷 중 셋이 월수 100만원 미만이라니 

 

소비 부진·인건비·고금리 등으로 폐업이 늘면서 자영업자 수가 6개월 연속 감소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자영업자 수는 작년 동월보다 6만2천명 감소한 572만1천명으로 지난 2월부터 6개월째 감소세이며 코로나 사태 이후 처음이다. 사진은 지난 19일 서울 소재 상가 밀집지역의 한 매장에 임대안내가 붙어 있는 모습. /뉴시스

 

국세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개인사업자 종합소득세 신고분 1146만건 가운데 75%(860만건)가 월 소득 100만원 미만이라고 신고했다. 2019년 610만건에서 2022년 860만건으로 40% 이상 늘었다. 소득이 전혀 없다고 신고한 경우도 100만건(8.7%)에 육박했다. 개인사업자는 자영업자뿐 아니라 보험설계사·택배 기사·학습지 교사·배달 기사 같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도 광범위하게 포함한다.

 

이는 내수 부진에, 자영업의 구조적 문제, 그리고 고령화라는 인구 구조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전체 취업자 가운데 자영업 비율은 2000년 27.8%에서 올 6월 19.7%까지 떨어졌지만 미국(2022년 6.6%), 일본(9.6%), 캐나다(7.2%), 독일(8.7%) 등에 비하면 여전히 높다.

 

자영업자 비율이 높은 것은 기업 구조 조정 등으로 40~50대들이 조기에 직장을 떠나거나 705만명에 달하는 1차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가 은퇴하면서 다른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대거 생계형 창업에 나서기 때문이다. 현재 자영업자의 인구 구성을 들여다보면 60대 이상 고령층 비율(37.3%)이 가장 많고 그다음이 50대(27.4%) 순이다. 2000년만 해도 30~40대가 전체 자영업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는데 지금은 자영업자 3명 중 2명꼴로 50대 이상 장·노년층이다. 제한된 내수 시장에서 준비 없이 창업에 뛰어들어 출혈 경쟁을 벌이느라 수익률은 낮고 빚으로 버티다 결국은 폐업으로 내몰리는 구조다.

 

올해부터 전체 인구의 18.6%에 해당하는 2차 베이비부머(1964~1974년생) 964만명이 차례로 은퇴 연령에 진입하면 그에 비례해 고령의 저소득 자영업자나 개인사업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서 ‘소상공인·자영업자 종합 대책’을 내놨다. 대부분이 배달료·임대료·전기료 지원 등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한 현금성 지원이다. 전직 훈련이나 창업 교육을 확대하는 등 맞춤형 정책이 시급하다.

 

-조선일보(24-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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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 치킨집? 그 시대는 끝났다

 

나이 든 자영업자들의 슬픔
인스타·배달앱·리뷰 버거워
베이비붐 세대 줄줄이 은퇴
100세 시대 각자도생 옳은가
 

 

지난 7월 22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음식점에서 영업준비를 하는 모습. /뉴시스

 

부모님은 2000년 처음 식당을 여셨다. IMF 외환 위기 직전 아버지 사업이 부도 나면서 이런저런 일을 전전하다가 지인 소개로 얻은 가게였다. 가게를 얻으며 한동안 얹혀살았던 외할머니 댁에서도 독립했다. 막 40대가 된 부모님은 테이블 대여섯 개 놓인 작은 백반집에서 새출발을 다짐했다. 재기를 위해, 그리고 두 형제를 먹이고 입히기 위해 식당에 자신의 모든 걸 쏟아부었다. 저녁 장사를 마치고 늦은 밤 귀가한 부모님의 옷에선 늘 김치 냄새와 기름 냄새가 진동했다. 두 분은 그 냄새를 다 털어낼 새도 없이 곯아떨어지곤 했다.

 

자영업은 세상의 온갖 파도를 회사라는 방파제 없이 직접 맞닥뜨리는 직업이다. 배추 파동이든 돼지 구제역이든 무슨 일만 생기면 폭등하는 물가를 오롯이 혼자 감당해야 하고, 손님한테 갑질을 당해도 하소연할 데 하나 없다.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 같은 건 그림의 떡이다. 쉬는 만큼 매출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1인당 연간 노동시간은 1872시간으로 OECD 회원국 평균(1742시간)보다 130시간가량 길었다. 노동시간은 대체로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나라일수록 길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작년 말 공개한 보고서에서 “전체 취업자에서 자영업자의 비중이 1%p 증가할 때마다 그 국가의 1인당 연간 노동시간은 10시간 내외 증가한다”고 밝혔다. 근면 성실함, 다르게 말하면 자기 인생을 갈아 넣는 고된 노동이 대한민국 자영업자들의 ‘생존 비결’인 셈이다.

 

부모님도 20년 넘는 세월 동안 주 6일을 식당에서 보냈다. 취미라곤 밤에 잠깐 보는 텔레비전이 전부였다. 어느덧 환갑을 넘은 부모님 앞에 놓인 건 준비되지 않은 여생. 아버지는 ‘노후에 안정적으로 먹고살 아이템’으로 해장국집을 새로 차리셨다. 1년 넘는 시간 동안 메뉴를 개발했다. 실내 공사도 직접 손봤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처참하게 망했다. 오는 사람마다 “맛있다”고는 했지만 애초에 방문객이 거의 없었다. 포털사이트 등록을 도와드리고 친구들을 동원해 리뷰를 남기기도 해봤지만 역부족이었다. 기본적으로 부모님이 그런 기술들에 익숙하지 않았다. 그나마 벌어 놓은 돈도 까먹고 사업을 정리하면서 아버지가 얻은 교훈은 이제 식당도 젊은 사람들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이었다.

 

요즘 요식업은 음식만 잘 만들어 판다고 되는 게 아니다. 우선 인테리어를 ‘인스타그램용 사진’이 잘 나오게 해야 한다. 포털사이트나 배달앱에 뜨는 사진과 정보를 ‘있어 보이게’ 등록해야 하고, 홍보를 위해선 각종 SNS도 섭렵해야 한다. 온라인 예약 접수, 리뷰 관리는 필수다. 일련의 과정들이 조금만 허술하거나 지체돼도 고객들은 다른 곳으로 빠져나간다. 일부 협회나 시설들이 이런 데에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들을 돕기 위해 마케팅 교육 같은 걸 실시하기도 하지만 실효성은 크지 않다. 육십 줄의 자영업자들에게는 그런 걸 배운다는 것 자체가 높은 허들이다.

 

요식업은 은퇴자들에게 거의 유일한 호구지책이었다. 별다른 기술 없이 진입할 수 있는 영역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이제 “은퇴 후에 치킨집이나 차리겠다”는 말도 옛말이다. 평범하게 튀기고 팔아선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가 됐다. 평생 다른 일을 해온 사람이 섣불리 뛰어들었다간 퇴직금만 날리기 십상이다. 우리나라 외식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1만 개에 달한다. 은퇴자들의 노후를 개인이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방관해 온 결과다. 수많은 베이비붐 세대가 줄줄이 은퇴하고 있다. 더 이상 이들의 ‘인생 이모작’을 각자도생에 맡겨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가 백세 시대에 대비한다는 건 이들이 활약할 공간을 함께 만들어 나간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 조선일보(24-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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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임시직 내몰리는 2차 베이비부머, 954만 대기 중인데… 


총 954만 명이나 되는 ‘2차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올해부터 본격화하는데 우리 사회의 대비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전체 인구의 18.6%가 10년 안에 산업 현장에서 단계적으로 퇴장하고, 이후 세대는 인구가 급격히 줄어 노동력 부족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수십 년간 대기업에서 일하면서 경험과 전문성을 쌓은 50, 60대 ‘젊은 은퇴자’들이 아파트 관리인, 편의점 알바 같은 저임금 단순직이나 임시직으로 일하고 있다.

1964∼1974년 출생자인 2차 베이비부머는 올해 최연장자가 60세에 도달했다. 1955∼1963년에 태어난 705만 명의 1차 베이비붐 세대보다 대학 진학률이 높고, 고도 성장기였던 1980, 90년대에 어렵지 않게 취직해 오랫동안 일했다. 그래서 이들이 모두 은퇴할 경우 노동력 부족으로 연간 경제성장률이 최대 0.38%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한국은행은 전망한다.

더욱이 고학력에 건강 상태도 좋은 2차 베이비부머들은 70세 넘어서까지도 일하겠다는 열의가 강하다. 청년들이 기피하는 중소기업들은 이 세대 숙련공들이 그만두고 나면 공장을 돌리는 게 어려운 상황이다. 국가적으로도 이들이 산업 현장에 오래 머물러야 이득이다. 복지비용 증가, 국민연금 고갈 속도를 늦출 수 있어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최근 “노동 수명, 노인 고용을 늘리면 국내총생산(GDP)과 재정 사정이 나아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다만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년 제도와 경직적인 연공서열형 임금 구조를 근본적으로 손봐야 한다. 미국, 영국은 나이로 인한 근로자 차별을 없앤다는 취지로 오래전 정년을 폐지했다. 유럽의 선진국들은 연금 수급 시기를 늦춰 일하는 나이를 60대 중반까지 속속 늘리고 있다. 법정 정년이 한국처럼 60세인 일본은 기업들이 재계약 등을 통해 임금을 낮추면서 적게는 65세, 많게는 70세까지 근로자들을 ‘계속 고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했다.

현대차 노사가 최근 정년퇴직한 기술·정비직을 신입 초봉 대우로 2년 더 일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에 합의한 건 그런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런 기업이 많아지면 갈수록 심각해지는 노동인구 감소 문제를 상당 부분 완화할 수 있다. 정부도 노동력 쇼크에 대비해 2차 베이비부머의 축적된 역량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재고용 프로그램을 확충해야 한다.

 

-동아일보(24-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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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폐업한 자영업자 ‘역대 최다’… 한쪽에선 또 문 여는 현실


지난해 폐업한 자영업자·소상공인이 역대 최대인 100만 명에 육박했다. 국세청 국세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 신고를 한 개인·법인 사업자는 98만6000여 명이었다. 코로나 위기가 한창이던 2020∼2021년에도 80만 명대를 유지하던 폐업자가 100만 명 턱 밑까지 급증한 것이다. 이는 팬데믹 이후 빚으로 연명해오던 자영업자들이 내수 침체와 고물가, 고금리 장기화를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쓰러진 결과다. 지난해 ‘사업 부진’을 이유로 폐업한 사업자가 절반에 육박했고, 영세 자영업자가 많은 음식·소매·서비스업 등에 폐업자 70% 가까이가 몰려 있었다.

자영업 위기가 한국 경제의 약한 고리가 된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최근 자영업자 수가 줄긴 했지만 570만 명이 넘는다. 전체 취업자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수준인데, 주요 선진국과 비교하면 그 비중이 2∼4배에 이른다. 심각한 공급과잉이 빚어지다 보니 창업 5년 후 생존율이 23%에 불과할 만큼 경쟁력도 낮다. 그런데도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해 청년층부터 퇴직한 베이비부머까지 세대를 가리지 않고 치킨집, 맥줏집, 분식집과 같은 소규모 자영업에 앞다퉈 뛰어드는 현실이다.

문제는 내수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으면서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자영업자가 더 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올 1∼5월 폐업한 소상공인에게 지급된 노란우산공제금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 넘게 늘었다. 노란우산은 자영업자의 노후 보장을 위해 마련된 일종의 퇴직금인데, 이마저 깨는 이들이 급증한 것이다. 인건비·임대료 상승에 고금리로 인한 빚 부담까지 늘면서 영세 자영업자들은 언제 폐업한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는 처지다.

 

폐업 후 구직 활동에 나섰지만 일자리를 찾지 못한 자영업자도 1년 새 23% 넘게 늘었다고 한다. 폐업 기로에 놓인 자영업자를 위해 대출 부담을 덜어주고 전기료·배달비 같은 고정비를 지원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과포화 상태인 자영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근본 대책이 절실하다.

 

-동아일보(24-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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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자영업 과다', 폐업 돕고 일자리 지원을

 

15일 서울시내 한 상점가 폐업상가에 임대문의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이날 국세청 국세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 신고를 한 사업자(개인·법인)는 98만6487명으로 전년(86만7292명) 대비 13.7% 증가했다. /뉴스1

 

지난해 폐업 신고를 한 사업자가 98만여 명에 달한다. 재작년보다 12만명 늘어나 2006년 통계 집계 후 가장 많았다. 자영업 폐업률은 9.5%에 달해, 10곳 중 한 곳꼴로 폐업한다. 3월 말 현재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이 1.52%로, 1년 새 0.53%포인트 증가했다. 특히 다중 채무자이면서 저소득인 취약 자영업자의 연체율은 10.2%에 달했다. 서민 경제의 주축인 자영업이 위기에 처한 것이다.

 

자영업 불황은 고금리, 인플레이션 등에 따른 내수 부진 탓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자영업 비중이 유난히 높은 구조적 문제에 기인한다. 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 비율은 2001년 28%에서 2023년 20%까지 하락했지만 미국(2022년 6%), 일본(9%), 캐나다(7%), 독일(8%) 등에 비하면 여전히 높다. 기업 구조조정 등으로 40~50대가 조기에 직장을 떠난 뒤 대거 생계형 창업에 나서기 때문이다. 제한된 내수 시장에서 준비 없이 창업에 뛰어들어 과당 출혈 경쟁을 벌이느라 수익률은 낮고 급기야 빚으로 버티다 결국은 폐업으로 내몰리는 구조다.

 

구조적 위기는 구조적 처방으로 대처해야 한다. 과도한 자영업 비중을 줄이고 다른 일자리로의 전직을 유도해야 한다. 정부는 이달 초 ‘소상공인·자영업자 종합대책’에서 배달료·임대료·전기료 지원 등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한 용도에 1조원을 지원하겠다는 것을 주요 대책으로 발표했다. 이런 현금 지원성 대책은 근본 해결이 될 수 없고 밑 빠진 독에 세금만 퍼붓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자영업을 폐업하고 다른 일자리를 찾았지만 취업을 못한 실업자가 지난해 월평균 2만6000명으로, 1년 전보다 23.1% 증가했다. 이들이 일자리를 찾아 임금 근로자로 전환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정책을 펴야 한다.

 

전체 자영업자 중 50대 이상이 63%다. 올해부터 11년간 총 954만명에 달하는 2차 베이비붐 세대(1964~1974년생)가 법정 은퇴 연령 60세에 진입한다. 전체 인구의 18%다. 이들 중 상당수가 더 일하기를 원하지만 일자리를 찾지 못하면 생계형 창업에 나설 수밖에 없는 ‘잠재적 자영업자’들이다. 자영업 악순환을 벗어나기 힘들다. 지금 사회 곳곳에서 일손 부족에 허덕이고 있다. 한계 자영업자의 폐업을 돕고 대대적인 직업 재교육을 통해 이들을 현장으로 연결해줘야 한다.

 

-조선일보(24-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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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은 한국과 일본에만 있는 이상한 제도”

 

‘65세의 절벽을 넘는다.’ 일본 주간지 ‘닛케이비즈니스’ 커버스토리의 제목이 여러 생각거리를 던져줬다. 부제로 붙은 ‘시니어 인재, 총(總)전력화의 조건’도 마찬가지다. 65세 이상 시니어에게 ‘인재’라는 표현을 붙인 게 조금 낯설기도 했다. 기업들의 99.9%가 65세까지, 24.7%가 70세까지 고용 보장(2023년 후생노동성 보고서)을 하는 나라에서, 일터의 고민이 더 이상 숫자가 아니라 고령 직원들의 생산성과 일의 보람 등 질적인 문제로 바뀌고 있음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2021년 정년제도를 아예 없앤 세계적인 지퍼제조업체 YKK그룹 인사 담당 임원의 얘기는 인상적이었다. “정년은 회사가 연령을 기준으로 사원을 퇴직시키는 이상한 제도”이며 “세계에서 법적 정년제가 있는 나라는 일본과 한국 등 일부 국가뿐”이라는 말이었다.

 

직원 4만 명이 넘는 대기업 YKK의 정년 폐지는 이례적인 일로 주목받았다. 과감한 조치가 가능했던 배경에는 2000년부터 보상 체계를 성과주의로 바꾼 인사제도 개편이 있었다. 역할을 명확하게 정한 직무에 보수를 연결시키고, 그 일에 대해 30대건 60대건 차이를 두지 않았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이었다. 평생고용과 연공급제로 대표됐던 일본이 고령 노동자의 생산성 극대화를 위해 직무급제로 선회하고 있음을 보여준 사례였다.

한국에선 ‘노인네’, 일본에선 ‘인재’?

일본에서 연공급제를 설명할 때 노동경제학자 에드워드 라지어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의 계약이론이 자주 인용된다. 근로자는 고용 초기에 생산력보다 낮은 임금을 받으며 기업에 ‘예탁금’을 쌓고, 고용 후반기에 그 돈을 끌어내 높은 임금을 받으며, 정년은 그가 기업에 공헌한 총량과 임금 총액이 균형을 이루는 시기라는 것. 여기에는 회사가 정년까지 근로자를 자를 수 없다는 암묵적 합의가 깔려 있다. 반대로 연공급제가 약화되면 고용 유연성이 커져야 한다.

일정 나이가 되면 일을 멈추고 회사를 떠나는 정년제도는 이미 세계에서 자취를 감추고 있다. 서구 대부분의 나라는 나이에 의한 차별이라며 정년을 폐지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38개국 가운데 법정 정년제를 운영하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뿐이다.

많은 이들이 오해하는 게 있다. 해외에서 ‘정년 연장에 반대한다’며 시위하는 장면이다. 이는 연금 수급 연령이 늦춰지는 것에 대한 항의다. 그들에게 ‘정년(은퇴)’이란 공적연금이 지급되기 시작하는 때를 뜻하기 때문이다. 근로자들은 대체로 이즈음에 일을 그만두지만 본인이 원하면 계속 일할 수도 있다.

서구에서 ‘정년’은 연금 받기 시작하는 시기

한국보다 고령화가 15∼20년을 앞서가는 일본에서 시니어들은 산업 현장의 주요 전력으로 인식된 지 오래다. 법정정년은 60세지만, 고령자고용안정법에 따라 2013년부터 근로자가 희망하면 65세까지 고용 확보가 의무화됐다. 2021년에는 추가 개정을 통해 70세까지 고용 확보를 ‘노력 의무’로 했다. 그리고 이는 연금 수급연령을 늦추는 연금개혁과 연동해 진행된다.

한국은 묘하게 법정정년과 공적연금 수급 시기가 현재는 3년, 2034년 이후는 5년이 차이 나도록 설정돼 있다. 법으로 보장된 정년을 채워 퇴직하더라도 국민연금을 받기까지 수년간 소득 공백을 겪어야만 한다. 게다가 이 수준까지 가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최근 한국은행 보고서는 올해부터 시작되는 2차 베이비부머(1964∼1974년생) 954만 명의 은퇴로 향후 10년간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0.38%포인트 낮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젊은이는 부족하고, 고령자들은 넘치는 세상이 왔다. 한국에도 시니어를 ‘인재’라고 부르는 게 어색하지 않은 시절이 올까.

-서영아 콘텐츠기획본부장, 동아일보(24-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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