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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운영 연장, 왜 우린 10년만 해주나] ....

뚝섬 2024. 10. 4. 10:34

[원전 운영 연장, 왜 우린 10년만 해주나 ]

[갈 길 바쁜데 원전 가동 중단, 뼈아픈 탈원전 자해 여파] 

[그날 한빛 1호에 무슨 일이] 

["원전 줄이면 전기료 상승, 경제 전반에 악영향"] 

[한빛 1호기 사고가.. ] 

 

 

 

원전 운영 연장, 왜 우린 10년만 해주나

 

[한삼희의 환경칼럼]

미국은 폐로 원전까지 되살리겠다는데
한국은 미국 방식 규제에 프랑스식 규제까지 겹쳐 시행
운영허가 연장은 절반만… 상식과 합리에 맞나
 

 

부산 기장군 해안가에서 고리원자력발전소 1호기(오른쪽) 모습이 보이고 있다. 사진 오른쪽부터 고리1, 2, 3, 4호기. /뉴스1

 

고리 2호기에 이어 고리 3호기가 며칠 전 발전을 중단하고 멈춰섰다. 둘 다 멀쩡한 원전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1차 운영허가(40년) 만료를 앞두고 미리 해뒀어야 할 운영허가 갱신 절차를 밟지 않았던 탓이다. 두 원전의 2년 남짓씩 가동 공백으로 국가적으론 수조 원의 피해가 불가피하다. 국민들은 자기 지갑에서 직접 돈을 빼내가고 있는 것이 아니어서 통증을 못 느낄 뿐이다.

 

한국과 대조적으로 미국에선 2019년 폐로(閉爐)시켰던 펜실베이니아주(州) 스리마일 원전 1호기를 다시 돌리겠다고 한다. 스리마일 1호는 1979년 미국 역사상 최악의 사고를 냈던 스리마일 2호기와 같은 부지에 있는 형님 원자로다. 2호기 부분 노심용융 사고의 충격파가 얼마나 컸던지 미국에선 그 후 30년 신규 원전 건설을 시도할 수 없었다. 그런데 사고 기(基)의 형제 원자로를, 그것도 45년 가동 후 폐로시켜 5년간 숨이 끊어져 있던 원자로를 다시 살려내겠다는 것이다. 그래도 별 반대 움직임이 없다. 무탄소 전력의 확보가 너무 시급하기 때문이다.

 

세계적 원자력 재부흥 흐름 속에서 우리가 다시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 있다. 한국은 왜 정상 절차를 밟아 운영허가를 연장(갱신)하는 원전에 대해 추가 가동 기간을 10년밖에 허가해주지 않느냐는 점이다. 고리 2·3호기를 포함해 2029년까지 계속운전 대상인 원전은 10기나 된다. 이것들은 운영허가 갱신을 받아 계속운전에 들어가더라도 그로부터 10년 뒤엔 다시 운영허가 연장 심사를 받아야 한다.

 

세계적으로 운영허가 연장에는 두 가지 모델이 있다. 하나는 프랑스 모델인데 별도로 최초 운영허가 기간을 설정해놓지 않고, 10년마다 주기적안전성평가(PSR)라는 안전성 종합 평가 절차만 두고 있다. 10년 주기로 주요 기기의 상태, 열화 정도, 위험 분석 등을 해가면서 가동 기간을 늘려가는 방식이다. 유럽과 캐나다가 이 방식이다. 반면 미국 모델은 최초 40년 운영허가 기간(한국의 경우 구형 원전은 40년, 신형 원전은 60년)을 설정해놓고 그 후 20년씩 허가를 갱신하는 방법이다. 이때 기기수명평가(LER)와 방사선환경평가(RER), 그에 따른 설비 보강을 거치게 된다. 대신 프랑스 방식의 10년 간격 주기적안전성평가는 따로 하지 않는다. 미국은 작년 6월 기준으로 92개 원전 가운데 88기가 20년 연장 허가를 받았고, 두 번째 운영허가 갱신을 통해 ‘80년 운영’에 들어간 원자로가 벌써 6기다.

 

희한한 것은 우리가 프랑스 모델과 미국 모델을 결합하면서 두 과정에 필요한 절차를 중복해 거치도록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프랑스 방식이면 프랑스 방식대로, 미국 방식이면 미국 방식대로 하면 될 것이다. 우린 그게 아니라 프랑스 방식을 따라 10년마다 주기적안전성평가를 받도록 돼 있고, 거기에 미국 방식으로 운영허가 갱신 때 기기수명평가와 방사선환경평가를 별도로 하고 있다. 일본도 ‘프랑스+미국’의 중복 평가 방식이긴 하다. 그러나 일본은 추가 운영허가를 20년씩 내주고 있다. 우리만 프랑스 방식과 미국 방식을 더해 규제를 곱절로 하면서 계속운전 기간은 10년으로 최소로 주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뒤 ‘10년 계속운전’을 ‘20년’으로 바꿔보려 했다고 한다. 하지만 원자력안전위원회 반대로 무산됐다는 것이다. 원안위 공무원들 입장에선 10년을 20년으로 늘려줬다가 다음번에 원자력에 비우호적인 정부가 들어서기라도 하면 어떤 날벼락을 뒤집어쓸지 모른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원안위에선 “바꾸고 싶으면 법에 넣으라”고 했다는 것이다. 민주당 지배의 지금 국회 상황으론 불가능한 일이다. 과학과 기술로 판단해야 할 문제를 정쟁의 아수라장인 국회로 던져 넣어 책임을 피하겠다고 한 것이다.

 

프랑스 방식 주기적안전성평가를 하는 데 18개월, 미국식 기기수명평가와 방사선환경평가에는 24개월 걸린다. 계속운전을 위한 설비 개선 비용은 2000억(경수로)~6000억원(중수로)까지 든다고 한다. 그런 데다가 고리 2·3호기처럼 정치적 이유로 허가갱신 절차가 늘어지면 그나마 10년의 짧은 운영허가 기간마저 까먹게 된다. 고리 2호기의 경우 작년 4월 1차 허가 기간(40년) 만료로 가동을 중단한 후 내년 중반에야 원안위의 계속운전 허가가 떨어지면 사실상 8년짜리 허가가 되고 만다. 앞서 월성 1호기도 5900억원 들여 설비를 보강했지만 계속운전 심사에만 6년이 걸렸고 지난 정부에선 탈원전 소동에 휘말려 4년 5개월 일찍 폐로되는 바람에 실제론 1년 11개월밖에 추가 가동을 하지 못했다. 상식과 합리의 눈으로 볼 때 앞뒤가 맞지 않는 제도라면 고쳐야 한다. 문제는 지금 정부에 그런 불합리를 고쳐나갈 리더십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삼희 논설위원, 조선일보(24-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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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길 바쁜데 원전 가동 중단, 뼈아픈 탈원전 자해 여파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5년 탓에 기존 원전의 가동 연한 연장 절차가 지연되면서 기존 원전 가동이 하나둘 중단되고 있다. 작년 4월 고리 2호기에 이어 지난달 28일 고리 3호기도 운영 허가 만료로 가동 중단 절차에 들어갔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AI(인공지능)용 데이터센터를 지으며 전력 확보 해법을 고민하고 있는 가운데,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원자력발전은 매우 훌륭한 지속 가능한 에너지원”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빅테크 기업들은 탄소 중립적이면서 안정적 전력 공급원인 원전을 주목하고 있다. 오픈AI는 소형 모듈 원자로(SMR)를 대안으로 삼고 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과거 원전 사고로 폐쇄됐던 뉴욕주 스리마일섬 원전을 재가동해 향후 20년간 전력을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원전 이상의 대안이 없다는 뜻이다.

 

AI 혁명이 도래하면서 전 세계가 원전 르네상스 시대를 맞고 있다. 지구온난화 문제로 무탄소 에너지원 필요성이 커진 데다, AI 산업의 비약적 성장으로 전력 수요가 폭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프랑스, 체코, 네덜란드 등 세계 17국에서 원전 60기가 건설되고 있다. 미국, 일본 등에선 기존 원전의 가동 연한을 연장하거나, 정지된 원전을 재가동하기 시작했다.

 

국내 원전 산업은 24조원 규모 체코 원전 수주로 부활을 예고했지만, 정작 국내에선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문 정부는 신규 원전 건설 백지화, 가동 연장을 위한 보수가 끝났던 월성 1호기 조기 폐로, 다른 원전 가동 연장 취소 등 각종 원전 자해 정책을 5년 내내 실행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탈원전을 폐기하고 신한울3·4호기 신규 허가 등으로 정책 방향을 틀었으나 작년 4월 고리 2호기에 이어 지난달 28일엔 고리 3호기가 운영 허가 만료로 가동이 중단되는 등 ‘5년 자해’의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문 정부 5년간 중단된 원전 가동 연한 연장 절차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원전은 가동 연한이 있지만 이는 설계상 잠정적 수치일 뿐 실제로는 연장 운영하는 것이 상식에 가깝다. 미국엔 설계 가동 연한의 두 배를 운영하는 원전이 숱하다. 주요 장비를 정비하면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입증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신한울 3·4호기 신규 허가 업무에 집중하느라 고리 2·3호기 가동 연장 절차가 지연되고 있다는 해명은 납득하기 어렵다. 안정성 평가를 위한 법적 절차는 준수하되 그 기간을 단축하는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2038년까지 신규 원전 3기와 SMR 1기를 추가 건설하겠다는 ‘11차 전력 수급 계획안’도 부족하다. 탄소 중립, AI발 전력 수요 급증을 감안하면 20년 내 원전 발전 용량을 기존(원자로 24기)의 2배 이상으로 늘릴 필요가 있다. 그에 맞춰 원전 부지를 미리 확보해야 한다. 시간을 놓치면 후회해도 소용없다.

 

-조선일보(24-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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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한빛 1호에 무슨 일이

 

체르노빌 참사 재연될 뻔?

전문가들 "한빛1호는 설계가 달라, 가능성 제로" 

 

그날 한빛 1호에 무슨 일이 

 

지난 10일 정기 정비를 끝내고 재가동을 준비 중이던 전남 영광의 한빛 원전 1호기가 정지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재가동을 위한 테스트 과정에 직원이 규정을 지키지 않아 발생한 일이었다. 이를 두고 환경·탈핵단체들은 "체르노빌 참사가 재연될 뻔했다" "원전은 언제든 폭탄이 될 수 있다"는 식의 거짓 주장을 내놓고 있다. 체르노빌 참사는 33년 전인 1986년 4월 26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시 남방 130km 지점에 있는 체르노빌 원전에서 발생한 20세기 최대·최악의 원전 폭발사고를 말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체르노빌 이후 원전 기술은 크게 발전해 테러리스트가 원전을 폭발시키려 해도 불가능할 만큼 안전하게 설계돼 있다"며 "기본적인 과학 지식도 없는 이들이 원전 공포(恐怖)를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일부 주장들의) 왜곡 내용이 심해 강도 높은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빛 1호기 출력 과도하게 상승… 가동 정지

한빛 1호기는 작년 8월부터 정기 정비를 했고, 정비 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지난 9일 재가동을 승인했다. 한빛 1호기는 10일 오전 3시 원자로 제어봉 능력 측정시험을 진행했다. 제어봉은 원자로 내에 삽입하거나 빼내는 방식으로 원자로 출력을 조절하는 장치로 자동차로 치면 브레이크 같은 역할을 한다. 삽입하면 출력이 떨어지고, 빼내면 출력이 올라가는 식이다.

전남 영광군에 있는 한빛원자력 모습. 이곳엔 6기의 원전이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이번에 가동 정지한 1호기(사진 맨 왼쪽 원자로)는 1986년부터 상업 운전을 개시했다. /사진=영광군 홈페이지, 그래픽=김성규 

 

 

한빛 1호기 제어봉을 빼내는 과정에 출력이 급상승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10일 오전 10시 30분 출력은 운영기술지침서 제한치(5%)를 넘겨 18%까지 상승했다. 안전장치인 보조 급수 펌프가 가동되면서 원안위에 이런 사실이 보고됐다. 원안위는 사건조사단을 현장에 파견했고, 11시간 후인 오후 10시 2분 한빛 1호기를 정지시켰다. 원안위는 20일 한수원이 원전 제어봉 시험 과정에 원자력안전법 위반 가능성이 있다면서 특별사법경찰관을 파견해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원전 관련 사건으로 특사경이 파견된 건 처음이다.

◇"체르노빌 같은 대형 사고 날 뻔했다"(?) 전문가 "가능성 제로(0)"

한빛 1호기 사건이 알려지자 환경·탈핵단체 등은 "체르노빌 원전 사고가 우리나라에서 발생할 뻔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한빛 1호기가 체르노빌 사고 때와 비슷하게 제어봉 조작이 제대로 안 돼 발생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한빛 1호기와 체르노빌 사고는 공통점이 전혀 없다고 일축한다. 우선 우리나라 원전은 체르노빌 원전처럼 출력을 제어할 수 없을 정도로 순식간에 급등하는 '출력 폭주(暴走)'가 발생할 가능성이 제로(0)다. 정용훈 카이스트 교수(원자력공학과)는 "자동차에 비유하면 체르노빌 원전은 액셀러레이터를 밟으면 밟을수록 속도(출력)가 올라가지만, 우리 원전은 일정 수준이 되면 액셀러레이터를 밟아도 속도가 반대로 감소하는 구조로 설계돼 있다"며 "체르노빌 같은 출력 폭주 가능성은 과학적으로 없다"고 했다. 그는 이어 "수십 단계 안전장치가 있는데, 이게 모두 무용지물이 되고, 직원이 아무것도 할 수 없고, 기계가 모두 고장이 나도 원전의 출력 폭주 가능성은 없다"며 "원전 출력 폭주니 폭발이니 하는 건 상상의 산물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체르노빌 원전은 안전설비가 작동하지 않도록 차단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시험을 강행하다가 출력이 급격히 커져 사고로 이어졌다. 하지만 한빛 1호기는 모든 안전설비가 정상상태를 유지된 상황이었고, 출력이 25%가 되면 자동 정지하도록 설계돼 있다. 정범진 경희대 교수(원자력공학과)는 "체르노빌은 상업용이 아닌 핵무기 제조용을 개조한 것인데 원자로가 격납건물이 아닌 일반 빌딩 안에 있는 것과 마찬가지였다"고 했다. 국내 원자로 격납 건물은 두께 1.2m 철근 콘크리트 외벽을 포함한 5중 방호벽 체계를 갖췄다. 심형진 서울대 교수(원자핵공학과)는 "여러 안전 계통이 정상 작동했고, 출력 18%는 전혀 위험한 상황이 아니었다"라며 "출력이 더 올라갔다면 자동 셧다운(정지)됐을 것"이라고 했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테러리스트들이 원전을 파괴하기 위해 발전소를 장악하고 제어봉을 모두 제거해도 자동제어 시스템으로 출력 폭주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히로시마 원자폭탄 1000배가 넘는 우라늄이 한빛 1호기에 장전된 핵연료에 포함돼 있는데 탈핵단체 주장대로 이게 폭발한다면 지구가 날아갈 일"이라고 했다.

◇규정 모르고, 무면허 직원이 제어봉 조작… 나사 빠진 한수원

한수원은 그동안 탈원전에도 안전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이번 사건이 원전 안전과는 무관하지만 설비 운전자의 오류와 무지, 안전 불감증 등 '휴먼에러(인적 실수)'가 핵심 원인이었다는 점에서 한수원은 책임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원자력안전법에는 제어봉 조작을 '원자로조종감독자면허 또는 원자로조종사면허를 취득한 직원이 직접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원자로 조종감독자 면허 소지자의 지도·감독이 있으면 면허 없는 직원도 조작이 가능하게 돼 있다. 원안위는 면허가 없는 직원이 제어봉을 조작한 것이 법 위반이라 보고 조사하고 있다. 이에 한수원은 "원자로조종감독자인 발전팀장의 지시·감독에 따라 작업이 이뤄진 것으로 안다"면서도 "진술이 엇갈리는 부분이 있어 정확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원안위는 또 한수원이 5% 이상 출력 제한치를 초과했는데도 즉시 정지하지 않은 것도 규정 위반으로 보고 있다. 한빛 1호기는 사건 발생 11시간이 지나서야 수동 정지했다. 당시 현장 직원들은 이런 규정이 있었는지조차 모르고 있었다고 한다. 한수원은 발전소장·발전팀장 등 3명을 직위 해제했다. 탈원전 정책 때문에 한수원 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지고, 교육도 제대로 안 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정범진 교수는 "운전사가 제대로 계산도 하지 않은 채 제어봉을 빼내는 등 규정을 위반한 부분은 정확한 원인을 규명해서 엄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수용 기자, 조선일보(19-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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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줄이면 전기료 상승, 경제 전반에 악영향"

제주서 열린 원자력 연차대회 방한한 美 원자력협회장 밝혀

 

"기후변화에 대응해 온실가스를 줄이려면 원전(原電)이 필수다."

22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한국원자력산업회의 주최로 열린 '2019 한국 원자력 연차대회'에 참석한 국내외 전문가들은 "원전은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청정에너지로 기후변화 문제가 심각해질수록 그 가치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파스칼 쉑스 프랑스 원자력·대체에너지위원회 부국장은 "원전은 프랑스 전체 전력 공급에서 72~77%를 차지할 정도로 절대적인 공급원"이라며 "올해 석유 발전을 폐쇄하고, 2022년까지 석탄 발전을 폐쇄하면 앞으로 원전과 재생에너지만으로 전력을 생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쉑스 부국장은 "프랑스 국민은 원전이 아니면 온실가스를 더 많이 배출하는 화석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 말고는 대안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이 때문에 원전을 청정에너지로 인식해 수용도가 높다"고 말했다.

마리아 코르스닉〈사진〉 미국 원자력협회(NEI) 회장은 탈(脫)원전 논란과 관련, "원전은 깨끗하고, 복원 가능하고, 24시간 활용 가능한 청정에너지"라며 "이런 특징이 원전의 가치를 증명할 것"이라고 했다. 코르스닉 회장은 "독일은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택했지만, 석탄 발전 증가로 전기료는 오르고 탄소 배출량도 늘었다"며 "원전을 줄이면 전기료가 오르는 건 명확하고, 이는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케이스 프랭클린 주일영국대사관 1등 서기관은 "영국 정부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원전이 에너지 공급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믿고 있다"며 "지금 가동 중인 원전들은 1기를 제외하고는 2030년까지 폐쇄될 예정이기 때문에 신규 원전 건설이 필요하다"고 했다. 겐 나카지마 일본원자력학회 부회장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3만3000명이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지만, 원전은 일본에 꼭 필요한 에너지원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안준호 기자, 조선일보(19-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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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빛 1호기 사고가 낸 비상경고음

 

제어봉 조작에 무자격자 투입, 기본 상식 모르는 무지 드러나
보조급수펌프 등 안전장치 작동… '체르노빌의 공포' 조장은 선동 

 

지난 10일 한빛 1호기에서 발생한 출력 급증 사건(incident)은 비록 4분여 만에 안정화되었지만 중대한 문제점을 드러냈다. 알려진 바로는 원자로 제어봉 성능 시험 과정 중에 무자격자가 원자로 운전을 잠시 맡았다고 한다. 원자로에서 제어봉은 자동차에서 가속페달과 같은 기능을 하는 중요한 출력 조절 장치다. 그래서 원전 재가동 시 정상 출력을 내기 전에 영(zero)출력이라 불리는 매우 낮은 출력 조건에서 꼭 제어봉 성능시험을 한다. 이 무자격자는 시험 중 발견된 제어봉 위치 이상 문제 해결을 위해 투입된 정비 기술자라 한다. 이 정비 기술자가 제어봉을 과도하게 뽑았고 이로 인해 출력 급증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심각한 문제가 있다.

첫째는 영출력 상황에서 제어봉 조작은 원자로 운전원이 해야 한다는 원칙을 위반한 것이다. 이는 조직의 기강이 해이해졌음을 의미한다. 원전의 안전 운영은 원전 종사자 모두가 늘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원칙과 규정과 절차에 따라 각자의 소임에 충실함을 전제로 한다. 한수원은 2012년 고리 1호기 정전 은폐 사건으로 조직 기강에 문제가 있다고 질타받은 적이 있다. 그때 바로 세워졌던 기강이 원전 운영 최전선의 현장에서 다시 무너지고 있다면 큰 문제다. 한수원 조직 전체의 통렬한 각성과 시정이 요구된다.

둘째는 영출력에서 제어봉 과다 인출이 출력 급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아주 기본적인 원자로 상식에 관계자들이 무지했다는 것이다. 원자로에는 고유한 안전 특성인 온도 피드백 효과라는 게 있다. 출력 상승에 따라 핵연료나 냉각수의 온도가 올라가면 원자로 반응성이 떨어져 자체적으로 출력 감소를 유발하는 안정화 특성이다. 영출력에서는 냉각수 온도 피드백 효과가 줄기 때문에 제어봉 인출 시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는 사실은 원자력 전공자에게는 상식이다. 이런 기본 지식조차 운전 관계자들이 몰랐다는 것은 한수원이 종사자들이 충분한 안전 지식을 갖추도록 교육과 훈련을 하는 데 소홀했음을 의미한다.

다만 이런 인적인 문제에도 불구하고 보조 급수펌프 같은 원전의 안전장치들은 설계된 대로 잘 작동하여 원전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이는 원전이 사람의 실수와 오판에 대비하여 여러 겹의 안전장치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혹자는 이 사건이 체르노빌 사고처럼 출력 폭주로 이어질 수 있었다고 호도하나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이번 경우에는 출력 상승을 인지한 운전원이 곧바로 제어봉을 삽입해 영출력 상태를 회복했지만 그러지 못했더라도 출력 상한치에 도달하거나 출력 상승률이 기준치보다 높으면 원자로는 자동 정지된다. 만약에 자동 정지가 안 되더라도 온도 피드백 효과에 따라 원자로 출력이 자체적으로 감소해 출력 폭주는 원천적으로 발생할 수 없다. 우리나라 원전은 체르노빌 원전과 다르게 매우 강한 온도 피드백 효과를 갖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을 무지한 선동의 기회로 삼아 다시금 국민에게 막연한 원전 공포를 조장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번 사건에서 안전 설비가 작동된 관계로 관계자들은 규정에 따라 원자력안전기술원에 즉시 이상 발생을 신고하였다고 한다. 이후 10여 시간 동안 원전은 영출력의 안정 상태를 유지하며 안전기술원 전문가들과의 협의를 거쳐 정지 결정에 이르렀다 한다. 이는 정상적인 처리 과정으로서 즉각 정지 규정 위반이라는 오해는 없어야 한다.

원전 종사자의 부주의나 오판이 거듭되면 원전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 한수원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대오각성하고 원전 안전 운영에 회사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주한규 서울대 교수 원자핵공학과, 조선일보(19-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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