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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끌’의 눈물… ‘이자 역습’에 줄줄이 경매] [지금 집 사도 될까요?]

뚝섬 2025. 1. 21. 06:40

[‘영끌’의 눈물… ‘이자 역습’에 줄줄이 경매]

[지금 집 사도 될까요?]

 

 

 

‘영끌’의 눈물… ‘이자 역습’에 줄줄이 경매

 

2018년 처음 등장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은 저금리와 집값 급등이 함께하던 시절 보편적인 투자기법이 됐다. ‘서울 집값은 오늘이 가장 싸다’고 했고, ‘대출은 빚이 아니라 투자’라 했다. 주택담보대출은 물론이고 신용대출, 회사 대출, 퇴직연금 등 노후자금까지 있는 대로 탈탈 털어 집 사는 데 쓸어 넣었다. 대출 상환 걱정은 없었다. 처음엔 이자만 내다가 집값 오르면 팔면 그만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경기 침체와 고금리가 닥치면서 빚의 역습은 생각보다 일찍 찾아왔다.

▷법원에 따르면 부동산을 담보로 돈을 빌린 채무자가 원금이나 이자를 3개월 이상 갚지 못해 임의경매로 넘어간 부동산(건물·토지·집합건물)이 지난해 13만9874건에 달했다. 2023년보다는 30%가량 늘었고, 2022년과 비교하면 배 이상이 됐다. 집값 하락으로 ‘하우스푸어’가 사회적 문제가 됐던 2013년 이후 11년 만에 가장 많다. 최근엔 압구정동, 대치동 등 서울 강남권에서도 빚을 갚지 못해 경매로 넘어가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임의경매가 늘어난 것은 2020년 이후 뜨거웠던 ‘영끌’ 열풍의 후폭풍이다. 집을 산 후 한동안 저금리가 계속되고 집값이 올랐지만 2022년부터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제로금리의 시대가 끝나 전 세계가 기준금리를 끌어올리기 시작했고 국내 대출금리도 함께 올랐다. 고삐 풀린 듯 오르기만 하던 집값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대출금 부담이 커져 손절하려고 해도 거래가 위축되면서 팔기도 쉽지 않았고, 결국 경매로 넘어간 경우가 많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영끌족들 중에선 조금만 더 버텨보자는 분위기가 강했다. 집값은 다시 오르기 시작했고 조만간 미국에서 큰 폭의 금리인하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대출 규제, 경기 침체에 탄핵 정국까지 겹치며 주택 시장이 다시 얼어붙었다.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지며 금리가 내려가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된 것도 악재다. 이런 상황에서 2020년부터 5년간 낮은 수준의 고정금리를 적용받다가 올해부터 고금리의 변동금리로 전환되는 사람들이 많아 이자 부담이 더 커지게 됐다.

▷영끌 대출의 문제는 빚에 허덕이는 매수자들의 한숨에 그치지 않는다. 대출금 상환 부담에 이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소비와 내수 침체가 더 깊어질 수 있고 금융권 부실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영끌족들은 파국에 이르기 전에 적극적으로 부채 조정에 나서야 한다. 내 집 마련을 고민하는 사람들도 영끌족들의 눈물을 반면교사 삼아 무리한 대출을 삼가야 한다. 우리 사회가 빚의 무서움에 대해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김재영 논설위원, 동아일보(25-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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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집 사도 될까요?

 

“3~4년 후, 최악의 상황이 올 수도”

집을 사야겠다면, 이렇게 사라

 

요즘 가장 난감할 때는 지인으로부터 “지금 집을 사도 될까요?”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이다. 30년 전 시골 고등학교 졸업 이후 거의 만나지 못했던 동창생에서부터 기자, 공무원까지 많은 사람으로부터 질문을 받는다. 주변 상황에 쉽게 흔들리지 않고 잘 버티던 공무원이나 기자들이 막판에 동요를 느끼고 있다는 것은 세입자들의 불안이 극심하다는 반증이다.

하지만 이런 질문을 받고는 자신 있게 집을 사라고 조언하기는 쉽지 않다. 집값의 미래는 ‘며느리도 모르는 일’이거니와 최적의 시기는 지금 당장보다 지나봐야 알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당장보다는 3~4년 뒤의 상황까지 고려해서 최종 판단하라는 조언으로 얼버무리고 만다. 많은 사람들에게 집은 한번 사면 장기간 거주하는 공간이다. 대부분 사람들에게 집을 구매하는 것은 생애에서 가장 큰 쇼핑행위이다. 그런 점에서 지금 당장의 시장 흐름만 보고 결정을 하는 ‘지속 편향’에 빠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분위기에 휩쓸리기보다 시장을 좀 더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판단하는 것이 좋다는 얘기다.

지금의 주택시장은 봄기운이 완연하다. 아니 일부 거래량이나 분양시장, 법원 경매시장은 과열 기미까지 보인다. 특히 시장 활성화의 가장 큰 잣대인 거래량은 폭등기였던 2006년을 뺨칠 정도로 많다. 거래증가의 가장 큰 원인은 전세난이다. 전세난이 생기면 생길수록 세입자들은 깡통전세에 대한 두려움과 월세에 대한 부담으로 매매시장으로 이동한다. 오죽하면 요즘 집 사는 사람은 ‘부자’보다 ‘빈자’라는 말까지 나올까. 세입자들이 전세난으로 어쩔 수 없이 피난처로서 집을 사는 구조이기 때문에 아파트보다는 빌라, 중심부보다는 외곽 거래량이 많다. 모든 거래에는 전세난이 매개돼 있는 것이다.

30~40대 젊은 층 세입자들이 목돈이 없는 상태에서 떠밀리다시피 집을 사다 보니 많은 빚을 낸다. 매입가격의 70%이상 빚을 내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 그 무모함에 놀라곤 한다. 금리가 올라갈 경우 제2의 하우스푸어로 전락할 수 있다. 요즘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전세가비율 90%이상 되는 아파트 단지를 골라 전세를 안고 투자하는 사람들도 눈에 적지 않게 띈다. 전세 보증금은 세입자에게 곧 돌려줘야 하는 무이자 빚에 불과한데, 너무 겁 없이 빚을 쓴다. 자칫하면 지렛대가 부러진다는 생각은 하지 않은 채 말이다.

 

정부가 보는 향후 10년간 주택의 적정 수요량은 39만가구이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올해 적정 수준의 주택공급량은 34만5000가구이라고 했다. 고령화와 저 출산으로 과거처럼 주택수요가 많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공급은 넘친다. 인허가 기준으로 2013년에 44만가구, 2014년에도 51만5000가구에 달했다. 올해도 분양열풍을 감안할 때 적정 수요량을 훨씬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이들 아파트가 입주를 하게 되는 3~4년 뒤에는 물량이 넘칠 수 있다는 점이다. 만약 금리 인상과 함께 입주 물량이 쏟아지는 최악의 상황이 전개된다면 시장은 심하게 요동칠 수 있다. 물론 최악의 순간 시나리오가 전개된다고 예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가능성은 열려 있으므로 항상 신중한 것이 좋다.

부동산 시장의 중장기적인 수요를 반영하는 인구 구조는 녹록하지 않다. 왕성한 주택수요를 자랑하던 베이비부머들이 은퇴를 본격화하고 젊은 층의 구매력이 크지 않은 상태다. 베이비부머들이 안정적인 월세가 나오는 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시장에 관심을 갖고 있어 주택수요 기반이 튼실하지 않다. 집값 상승 기대심리도 크지 않은 상황이다.

요컨대 향후 집값은 박스권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면서 등락을 오가는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큰 시각에서 보면 부동산시장은 저성장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생각이다. 집값이 크게 오르는 대세 상승기에서는 마켓 타이밍 포착이 중요하지만 지금처럼 오름폭이 미미한 저성장 국면에서는 무의미한 일인지도 모른다. 조바심을 낼 필요는 없다. 집을 살 수 있는 기회는 많다.

그래도 집을 꼭 장만해야 한다면 필자가 하는 조언은 이렇다. 기존 아파트보다는 가급적 분양을 통해 내 집 마련을 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 물론 그 전제는 분양가가 비싸지 않아야 한다. 장기 무주택자라면 분양가가 싼 공공아파트나 임대아파트도 대안이 될 것이다. 부동산시장이 불확실할 때 일수록 싸게 사는 게 자산관리의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박원갑(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부동산학 박사. 중앙일간지에서 오랫동안 부동산 담당기자), 강원대학교 대학원 부동산학 박사, 조선일보(15-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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