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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형 재난 된 산불, 대응 체계 전면 변화를] [어른 불장난] ....

뚝섬 2025. 3. 28. 09:17

[초대형 재난 된 산불, 대응 체계 전면 변화를]

[어른 불장난]

[안동·청송 주민 대피령, 국가 재난 상황이다]

[산불 사망] 

[“등짐 펌프 하나 메고”… 산불에 스러진 60대 진화대원들] 

[우리 산, 간벌과 수종 개량으로 '시즌 2'를.. ]

 

 

 

초대형 재난 된 산불, 대응 체계 전면 변화를 

폐허가 된 영덕 바닷마을 - 26일 경북 영덕군 영덕읍 석리 마을이 폐허로 변해 있다. /뉴시스

 

경북 의성과 경남 산청에서 발생한 산불이 일주일째 이어지면서 지금까지 28명이 숨졌다. 이재민은 3만7000여 명에 달한다. 피해 산림 면적도 3만6000ha로 역대 최악이었던 2000년 동해안 산불 피해 면적(2만3794ha)을 훌쩍 넘어섰다. 산청 산불은 지리산국립공원 경계를 넘었고, 의성 산불은 27일 안동 시내 2km 부근까지 번지기도 했다. 초대형 국가 재난이다.

 

입산객 실화로 시작된 의성 산불이 안동·영양·청송·영덕 등 경북 북동부권으로 걷잡을 수 없이 번진 데는 건조한 날씨와 강풍 탓이 크다. 의성 산불 확산 속도는 시간당 8.2km로 역대 최고 속도라고 한다. 2019년 강원 속초·고성 지역 산불 확산 속도가 시간당 5.2km로 이제껏 가장 빨랐는데 이를 넘어선 것이다. 건조특보가 발효된 가운데 이런 강풍까지 부니 속수무책이다.

 

국내 산불은 이미 ‘연중화·대형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1980년대 연평균 238건 발생하던 산불은 2020년대(2020~2023년) 들어 연평균 580건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산불 피해 면적도 연평균 1112ha에서 8369ha로 급증했다. 최근 10년간 봄·가을철 산불조심 기간 외에 발생한 산불 발생 비율도 28%에 달했다. 기후변화에 따른 현상일 가능성이 있다.

 

정부 대응은 이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진화 대원들이 악전고투하고 있지만 대형 화재에 맞설 장비와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 초기 대응 실패는 이 때문이다. 산불은 물을 대량으로 담을 수 있는 대형 헬기를 이용해 초기 진압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국내 산불 진화 헬기는 중소형 기종이 대부분이다. 산림청이 보유한 헬기 50대 중 담수 용량이 8t인 대형 헬기는 7대뿐이다.

 

인력 문제도 심각하다. 경북 의성에서 산불 진화 헬기가 추락해 조종사 1명이 숨졌는데 조종사 나이가 73세였다. 지금 60대 이상인 산불 진화 대원들이 힘겹게 사투를 벌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형 헬기를 확충하고 소방 인력 보강과 훈련이 필요하다. 산간 지역 고령자들을 위한 조기 경보와 대피 시스템도 보완해야 한다. 농촌 불법 소각, 성묘나 등산객 실화도 반드시 책임을 물어 근절해야 한다.

 

기후변화로 산불은 더 잦아지고 커질 것이 분명하다. 그에 맞춰 산불 대응 시스템도 다시 짜야 한다.

 

-조선일보(25-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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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불 현장에 소방차 들어갈 길이 없어 피해 확산. 환경보호 한다고 林道 못 놓게 하신 분들 보고 있나요?

 

-팔면봉, 조선일보(25-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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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불장난

 

부모님 뵈러 시골에 갔다가 자욱한 연기를 보곤 한다. 깻대나 콩대 같은 영농 부산물을 태운 연기다. 폐비닐처럼 유독가스를 내뿜는 것도 종종 태운다. 이웃집 마당에 재가 내려앉기 일쑤고 불씨가 뒷산 쪽으로도 날아간다. 부모님께 “왜 신고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농촌은 서로 아는 사이라 못 본 척한다”고 했다. 불법이지만 단속은 쉽지 않다. 어느 산불 감시 담당자는 “하루 100㎞ 이상 순찰을 돌지만 사람들이 순찰 시간을 알고 있는 데다 단속을 피해 숨바꼭질하듯 이른 새벽이나 늦은 밤에 불을 지른다”고 하소연했다.

 

농촌에서 벌어지는 각종 소각 행위는 산불의 주된 원인이다. 올 들어 지난 24일까지 발생한 전국 산불 가운데 111건의 원인이 밝혀졌다. 그중 산 주변 마을이나 밭에서 쓰레기와 콩대 등을 태우다가 발생한 것이 42건으로 가장 많았다. 산에 들어가 불을 낸 횟수(22건)보다도 많았다니 농촌에서 어른들이 장난하듯 불만 안 질러도 산불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정월 대보름 쥐불놀이나 달집태우기처럼 불로 액을 태워 없앤다고 믿는 무속도 화재를 부르는 악습일 뿐이다. 2009년 정월 대보름 맞이 화왕산 갈대밭 태우기 행사 때 불이 관람객을 덮쳐 90명 가까이 죽거나 다친 참사가 빚어졌다. 한식(寒食) 등 봄철에 산에 성묘 가는 것도 자제해야 한다. 산에서 요리를 하거나 잡초를 태우고 향을 피우거나 담배꽁초를 버리기 때문이다. 소셜미디어에는 “죽은 조상 위하려다 산 사람이 죽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도 산불로 아까운 생명이 희생되고 소중한 문화재와 땀 흘려 일군 재산이 잿더미가 됐다. 산불을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한 처벌을 강화하자는 목소리도 반복되지만 처벌만으로는 부족하고 개인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농촌에서 쓰레기 태우는 것부터 중단해야 한다. 이웃이 그러면 눈감아 주지 말고 신고해야 한다. 논·밭두렁 불태우기도 현대식 해충 구제가 불가능했던 시절에나 하던 구태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어제 산불 담화를 발표하며 “우리가 국토를 관리해온 방식에 대해 깊이 생각하자”고 했다. 헬기 128대와 인력 4600여 명을 동원했고 주한 미군 도움까지 받았지만 대규모로 번지는 산불 앞에선 속수무책이다. 한 대행은 “논두렁과 밭두렁을 태우지 말고 쓰레기 소각을 하지 말고 담배꽁초를 버리지 말고 산에 갈 때 라이터나 버너도 가져가지 말자”고 당부했다. 지키려고 마음만 먹으면 하나도 어렵지 않은 것들을 지키지 않아 해마다 봄이면 전국 산이 불탄다.

 

-김태훈 논설위원, 조선일보(25-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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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남 산불에 전국 각지서 구호품, 자원봉사 답지. 우리 국민의 국난 극복 DNA 다시 발현할 시기.

 

-팔면봉, 조선일보(25-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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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청송 주민 대피령, 국가 재난 상황이다 

 

25일 경북 안동시 남선면 인근 야산으로 불이 번지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주말 경북 의성 등 전국적으로 동시에 발생한 대형 산불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산불이 잡히기는커녕 강풍과 건조한 날씨라는 기상 조건과 맞물려 무서운 속도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 사상 최악의 동시다발 산불이다.

 

산불은 경남 산청·하동, 경북 의성, 울산 울주 등에서 진행 중이지만 특히 의성 산불이 문제다. 이 산불이 북쪽 안동시로 번지면서 불길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하회마을과 병산서원 근처까지 접근했다. 의성 산불은 청송군 쪽으로도 번져 주왕산 국립공원으로까지 불씨가 옮겨붙었다. 이에 법무부 교정본부는 경북북부교도소(옛 청송교도소)와 안동교도소에 있는 재소자 3500여 명을 긴급 대피시키기 시작했다. 안동시와 청송군은 재난 문자를 통해 전 주민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정부는 25일에도 헬기 110대, 인력 6700여 명 등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불길을 잡으려고 했지만 피해 면적은 약 1만5000㏊로 커졌다. 주택과 공장, 사찰 등 건물 160곳 이상이 불에 탔다. 천년 고찰이자 국가 보물인 의성 고운사도 결국 산불 화마에 무너졌다. 이재민이 6000명을 넘었고, 5번째 사망자가 나오는 등 안타까운 인명 피해도 늘어나고 있다. 가히 대형 재난이다. 다행히 강풍이 잦아든다고 하고 내일은 약한 비도 예보됐다. 그때까지 어떻게든 불길을 잡아야 한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발생한 산불의 원인은 입산자 실화(30.5%), 쓰레기 소각(23.5%), 담뱃불(6.6%) 등이었다. 조금만 조심했으면 피할 수 있는 산불이 3분의 2에 달하는 것이다. 이번 산불도 묘지 정리나 농막 제작 과정에서 불꽃이 튀어 발생한 실화로 추정되고 있다. 국민 모두가 산불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산불은 일단 번지면 무엇보다 물을 대량으로 담을 수 있는 대형 헬기를 사용해 진압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산림청이 보유한 헬기는 총 50기인데 그중 담수 용량이 8t인 대형 헬기가 7대뿐이라고 한다. 그나마 2대는 정비 중이어서 5대만 가동하고 있다. 대형 헬기도 더 구입하는 등 장비를 대폭 보강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내화력이 강한 활엽수를 많이 심고 방화선 역할을 하는 임도(林道)도 더 늘려야 한다.

 

-조선일보(25-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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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엔 불이 날아다니고, 땅에는 큰 구멍이 생기고. 저마다 누려야 할 안전이 갑자기 위협받는 곳, 대한민국.

 

-팔면봉, 조선일보(25-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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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사망

 

2018년 개봉한 미국 영화 ‘온리 더 브레이브’는 거대한 산불로부터 한 마을을 지키려는 소방관들의 헌신을 담았다. 2013년 6월 발생한 애리조나주 ‘야넬힐 산불’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이들은 산불 발생 초기에 방어선을 구축하는 최정예 엘리트 소방관(핫샷)이었다. 그럼에도 갑자기 방향을 바꾼 강풍을 타고 덮친 초대형 산불에 갇혀 19명 전원이 사망했다.

 

▶경남 산청군 시천면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로 진화대원 등 4명이 숨지고 5명이 중화상을 입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그동안 산불로 인한 인명 피해는 대개 고령층 등이 미처 대피를 못 하거나 주택 등 폐쇄 공간에 있다가 질식 등으로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왜 일종의 개활지인 산에서 진화대원이 사고를 당한 것일까.

 

산은 경사지여서 바람이 변화무쌍한 곳이다. 불이 번지는 속도도 평지와 비교할 수 없이 빠르다. 산청 사고 당시엔 초속 11∼15m의 강풍이 불었다. 몸이 흔들릴 정도의 강한 바람이다. 산불은 대개 아래쪽에서 정상 쪽으로 향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바람 방향이 급변하거나 회오리바람이 불면 예측 불가여서 굉장히 위험하다. 비화(飛火)’라고 부르는 숯덩어리가 이 산 저 산으로 불을 옮길 수 있기 때문이다. 주민들이 “불씨가 도깨비불처럼 이곳저곳으로 날아들었다”고 한 것이 이 비화 현상을 말하는 것이다. 비화는 1~2㎞까지 날아갈 수 있다.

 

▶산불을 끄다 퇴로가 막힐 경우 암석 지대 같은 탈 것이 적은 곳, 이미 불에 탄 지역으로 대피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마저 여의치 않을 경우 땅을 파거나 웅덩이를 찾아 들어가 산불이 지나가는 것을 기다리는 방법밖에 없다. 산청 산불에서 부상을 입은 5명은 땅이 움푹 파인 웅덩이에 들어가 20분을 버텨 살아남았다. 산불이 났을 때 보통 500~600도, 최대 1300도까지 올라갈 수 있다. 1300도는 도자기를 굽는 가마 온도와 비슷하다. ‘온리 더 브레이브’에서 소방관들은 알루미늄 소재로 열을 반사하는 ‘방염 텐트’를 쓰고도 전원 사망했다. 산청 부상자들은 천운인 셈이다.

 

▶기후변화로 기온이 상승하면서 산불이 점점 잦아지고 대형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산불은 한번 발생하면 끄기도 어렵고 어디로 번질지 예측하기도 어렵다. 이 때문에 작은 산불을 빠르게 찾아내 진화하는 것이 가장 좋은 소방 대책이다. 무엇보다 산불 진화 작업의 최우선은 진화대원들의 안전이다. 이번 산불로 숨진 4명의 명복과 화상을 입은 5명의 쾌유를 빈다.

 

-김민철 논설위원, 조선일보(25-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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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짐 펌프 하나 메고”… 산불에 스러진 60대 진화대원들

 

22일 정오경 경남 산청군 구곡산 산불 현장에서 불을 끄던 진화대원 8명과 공무원 1명이 다급하게 산길을 뛰기 시작했다. 도깨비불처럼 불덩이가 날아다니더니 불길이 다시 살아나고 있었다. 그 불덩이가 강풍을 타고 주불과 400m 떨어진 곳까지 날아들었고 역풍이 불며 순식간에 이들의 뒤를 덮쳤다. 움푹 팬 웅덩이로 피신한 5명은 서로 부둥켜안은 채로 엎드려 불길이 지나가길 기다렸다. 진화복을 입었는데도 온몸이 타들어 갔다고 한다. 그래도 이들은 살아남았다. 화마를 피하지 못한 진화대원 3명과 공무원 1명은 돌아오지 못했다.

▷산불이 나면 산림청 공중진화대와 특수진화대가 주불을 끄고 각 지방자치단체 공무원과 진화대원이 잔불을 잡는 식으로 진화 작업이 진행된다. 이번 산불 현장에 투입된 진화대원 8명은 모두 60대였다. 창녕군 소속이지만 ‘산불 대응 3단계’ 발령에 따라 산청군까지 지원을 나섰다. 산길을 안내한 산청군 녹지직 공무원만 30대였다. 지자체 소속 진화대원은 보통 10월에서 이듬해 5월까지 일하는 기간제 근로자다. 평소 농사를 짓다가 농한기에 일당 8만 원 정도를 받고 진화대원으로 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진화조장이었던 고 이모 씨(64)는 홀어머니를 수발하며 농사를 지었다. 동네 어르신을 병원이며 읍내며 차에 태워 나르던 ‘동네 효자’였다. 고 공모 씨(60) 또한 홀아버지를 모시고 살았다. 당일 아침까지 이웃 마늘밭에 물을 대주고 나올 정도로 정이 넘치는 사람이었다. 고 황모 씨(63)는 지난해 일을 시작한 새내기였지만 누구보다 적극적이었다고 한다. 갑작스러운 비보에 온 동네가 울음바다가 됐다.

 

전국 진화대원 9604명 중 70%가 60대 이상이고 70, 80대도 종종 있다고 한다. 만 18세 이상이면 지원할 수 있지만 지역에 워낙 청년이 없기도 하고 처우도 열악해 사실상 고령자 일자리가 됐다. 선발 이후 받는 교육 역시 이틀 이내로 짧게 이뤄지고, 산림청 특수진화대원과 달리 갈퀴와 등짐 펌프 등 화재 진압 장비도 간소하게 지급된다. 문제는 겨울철 이상 고온과 봄철 가뭄으로 인해 산불이 잦아지고, 갈수록 대형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산불 진화 자원을 총동원해도 불길이 빨리 잡히지 않으니 진화대원까지 위험에 내몰리고 있다.

▷지난 주말 전국 42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산불은 축구장 1만2475개(8733ha)만큼의 면적을 태울 만큼 맹렬하고 난폭했다. 강풍을 타고 불이 자꾸 번지면서 사흘간 진화율은 71%에 그치고 있다. 그런데 고령의 진화대원을 변변한 장비도 주지 않은 채 헬기를 띄워도 접근이 어려운 대형 산불 진압에 투입했다. “마지막이 얼마나 뜨거웠을까….” 남은 가족은 울음을 참지 못했다.

 

-우경임 논설위원, 동아일보(25-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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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산, 간벌과 수종 개량으로 '시즌 2'를..

 

울창한 산림은 국가의 자산이며 국민을 풍요롭게 한다. 숲은 생산력 높은 자원이며 동물은 물론 공기와 수질을 보호한다. 토사 유실을 막고 수해까지 예방해준다. 우리나라 산림은 지도자의 안목으로 산림청을 설립한 후 30여 년간 식목과 조림에서 성공한 세계적 모델이다. 1967년부터 산림청 주도로 10개년 치산녹화 사업을 3차례 수행하고 나무를 베면 엄벌에 처했다. 그동안 100억 그루 넘게 심어 개발도상국으로는 유례가 없는 조림 국가가 되었다.

반면 북한의 지도자는 나무를 베어내고 다락밭과 다랭이논을 대거 만들게 했다. 결과는 대실패로 지금도 홍수와 산사태 같은 자연재해의 원인이 되고 있다. 북한은 쌀 수출국인 태국과 필리핀처럼 농지를 늘려 주민에게 이밥에 고깃국을 먹여보려 했으나, 기후에 대한 이해가 모자라 농경지가 더 훼손되고 식량 생산 기반 자체가 망가지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나무를 잘라야 할 때가 되었다. 식목 당시 비교적 촘촘히 심은 묘목들이 다 자라서 과도한 밀생이 문제이기 때문이다. 큰 나무들 사이에 들어선 잡목들이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산불이 나면 접근도 어렵게 해 작은 불도 큰 재해가 되고 있다. 산불의 주원인으로 계절풍을 지목하는 것은 겉핥기식 생각이다. 바람이 어제오늘의 일인가. 불쏘시개가 많아진 것이 핵심이다. 이제 림 훼손 방지 차원에서도 간벌과 수종 개량으로 정책을 바꿔야 할 시점이다
 

 

현재의 간벌 정책은 산림청 등으로부터 벌목 허가 및 영림계획 인가를 받아 흉고(胸高) 직경 20cm미만인 나무 중 20~ 40%를 잘라내게 하는 정도일 뿐이다. 감독 공무원이 현장에 거의 나가지 않는다. 그래서 돈 되는 좋은 나무를 몰래 베어내기도 한다. 이렇게 소극적인 간벌에서 탈피해야 한다. 앞으로는 특정 지역에 얼마나 좋은 나무가 가치 있게 유지되고 있는지를 적극 평가해야 한다. 나무를 잘 키우려면 베어야 한다공간이 생겨야 나무들이 더 잘 자라며, 몇 십m씩 크면 주기적으로 잘라야 한다. 낡은 도시에 큰 재난이 발생하면 도시 재건의 기회도 되듯, 산불은 수종 개량의 기회가 된다. 저급한 나무들을 고급목으로 바꿔야 한다. 과벌, 오벌, 도벌과 불법 채취 대책에 맴돌아온 정책에 변화가 필요하다. 나무의 숫자를 묻는 수준에서 탈피, 얼마나 유용한 나무들이 적절한 간격으로 들어서 있는지를 평가해야 한다. 법령, 지침, 평가 기준, 관리 방식을 모두 바꾸어야 한다.

우리의 삼림 규모라면 관련 산업이 파생돼야 할 시점이다. 더 고급스러운 삼림욕 호텔, 트레킹 코스, 삼림 레저 산업, 케이블카, 휴양 및 삼림 귀촌 비즈니스, 원목 가구 산업 및 공방 문화, 방향·방충제와 화장품에서 식재료에 이르는 다양한 산물, 그리고 이를 망라한 생산·가공·유통의 가치 사슬이다. TV에도 '먹방' 못지않게 DIY와 명장의 재주가 중계되는 채널이 생기고 24시간 감시용 카메라와 센서, DB와 드론 등 새 기계와 새로운 일자리들이 생길 것이다. 이를 어찌 산불 관리 일용직이나 공익요원의 일자리 수에 비할 것인가.

산림청도 능동적으로 변해야 한다. 간벌 및 굴취·채취 허가증 제도를 만들자. 특히 영업적인 불법 굴·채취에 대한 엄한 처벌제를 도입, 서양처럼 수천만원의 벌금과 영구적 허가 금지로 다룰 필요가 있다. 옷이 아무리 예뻐도 아이 몸이 컸으면 버리고 새 옷을 입혀야 하듯, 모든 것은 바꿔야 할 시점이 있다. 간벌과 수종 개량을 더 이상 늦추면, 실속은 보잘것없고 산불만 규모가 커지게 된다.

 

-이우기 인하대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조선일보(17-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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