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李 재판 사실상 시늉만 내겠다는 판사들]
[이재명 무죄와 '허수아비 때리기']
[‘연어 술파티’ 주장을 대하는 2가지 방식]
이제 李 재판 사실상 시늉만 내겠다는 판사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 및 성남FC 뇌물 의혹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뉴시스
서울고법 형사3부가 1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위증 교사 사건 2차 준비기일에서 첫 재판을 5월 20일에 열기로 했다. 1심 무죄 판결 후 6개월 만에 첫 재판이 열리는 것이다. 정해진 원칙은 없지만 첫 재판은 마지막 준비기일로부터 1~2주 뒤, 늦어도 한 달 안에 잡는 게 보통이다. 그런데 50일 뒤로 잡았다. 검찰은 “다음 주도 좋다”고 했지만 재판부가 “4월에 다른 재판들이 잡혀 있고, 이 재판을 급하게 할 이유도 없는 것 같다”며 재판을 늦췄다고 한다. 다른 재판이 있어도 재판부 의지만 있다면 하루이틀 정도는 얼마든지 재판 기일을 추가로 잡을 수 있다.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것이다.
사건이 복잡하면 재판이 늦어질 수 있다. 하지만 이 사건은 이 대표가 2018년 경기지사 선거 때 과거 벌금형을 받은 ‘검사 사칭’ 사건에서 “누명을 썼다”고 말해 허위 사실 공표로 기소된 후 재판에서 증인에게 위증을 요구했다는 내용이어서 복잡할 게 없다. 위증한 사람도 1심에서 위증을 인정했다. 2심이 채택한 증인도 2명뿐이어서 하루면 재판을 다 끝낼 수 있다. 그런데도 재판 기일을 두 차례 나눠 잡고 선고일은 따로 지정하지 않았다. 재판을 의도적으로 늦춘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 사건 1심은 증인의 위증은 유죄로 인정하면서 이 대표에 대해선 “고의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위증한 사람은 있는데 시킨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세상에 시키지도 않았는데 법정에서 거짓말을 할 사람이 있겠나.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이었다.
위증 교사가 사실이면 ‘재판 사기’에 해당하는 범죄다. 이 대표의 대선 출마 자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용이다. 그렇다면 빨리 법적 판단이 나와야 하는데 2심 재판부는 신속 재판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더구나 만약 조기 대선이 이뤄질 경우 5월 20일은 선거 운동이 한창일 때여서 재판이 제대로 이뤄질 수도 없다. 재판부가 이를 모를 리 없다.
앞서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 1심 재판장은 재판을 1년 4개월을 끌다 선고도 하지 않고 사표를 냈다. 이 때문에 이 사건은 1심 유죄 선고가 2년 2개월 만에 나왔는데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최근 2심에서 무죄로 뒤집혔다. 이 대표의 ‘대장동 사건’ 재판을 2년간 맡아온 재판장도 선고도 하지 않고 자리를 옮겼다. 판사들이 이 대표 재판은 시늉만 내는 것처럼 보인다.
-조선일보(25-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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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무죄와 '허수아비 때리기'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2심 선고 공판을 마친 후 법원을 나서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일반적으로 판사들은 다른 판사의 판결 평가를 조심스러워한다. ‘기록을 안 봐서 모른다’며 회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유·무죄가 뒤바뀌는 것도 증거의 신빙성에 대한 판단이 달라지면 가능하다고 본다. 그런데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2심 무죄판결을 두고는 “깜짝 놀랐다” “전혀 예상 못 한 논리”라는 반응이 나온다.
1심이 이 대표에게 의원직 상실형을 선고한 데는 ‘백현동’ 발언이 큰 몫을 했다. ‘국토부가 용도 변경을 하지 않으면 직무 유기로 문제 삼겠다고 협박했다’는 발언의 진위가 문제 됐고, 최소 스물두 공무원이 “협박이 없었다”고 증언했다.
2심에선 이들의 증언이 모두 무용지물이 됐다. 판단 대상인 발언 요지를 바꿔버렸기 때문이다. 2심은 1100자 분량의 이 대표 해명을 다섯으로 쪼갰고, ‘직무 유기’ ‘협박’ 같은 표현은 발언 위치상 백현동이 아닌 다른 공공기관 부지에 관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협박’은 압박을 과장한 데 불과하다고 했다.
한 현직 법관은 “허수아비 때리기 오류”라고 했다. 상대방 주장을 반박한다면서 그와 비슷하지만 다른 대상을 끌어오는 오류를 말한다. 2심이 ‘국토부 협박’을 ‘백현동’이 아닌 다른 부지에 관한 것이라고 하면서 발언 의미는 과장에 불과한 것으로 축소했고, 증언의 신빙성을 따질 필요도 없이 무죄판결이 가능해졌다. 사람과 달리 ‘허수아비 때리기’는 범죄가 아닌 것과 마찬가지다.
문제 발언은 백현동과 무관할까. 당시 언론 보도 제목은 <이재명 “백현동 개발 의혹, 박근혜 정부 요청에 의해 한 일”> (2021년 10월 20일 뉴스핌) <백현동 개발 사업 ‘제2의 대장동’ 공방 가열>(같은 해 10월 21일 한국일보, 소제목은 ‘李 측 “박근혜 정부 압력 탓” 주장‘) 등이다. 후속 보도도 <국토부가 협박해 백현동 용도변경했다? 공무원들 “이 지사의 무리수”>(2021년 10월 22일 중앙일보) <이재명 “백현동, 국토부 협박 탓”이라 했는데… 성남시가 국토부 요청 거듭 거부한 문건 나와>(같은 해 10월 23일 조선일보)이다. 국토부 공무원들도 백현동 부지 매각을 협박으로 표현한 데 대해 ‘유감 성명’을 냈다.
대법원 판례가 공직선거법의 ‘허위 사실’을 판단하는 기준은 ‘유권자의 인식’이다. 언론 보도는 유권자의 인식을 보여 주는 징표다. 당시 의혹 대상이자 국감 쟁점은 백현동이었던 만큼 언론의 헤드라인이 ‘백현동’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촉박한 마감 시각을 앞둔 기자들의 해석에 이 대표 측이 주장하는 ‘검찰의 짜깁기’가 들어갈 여지는 없다.
발언 해석 또한 사법 판단 영역이다. 그러나 그 해석이 상식을 벗어나선 곤란하다. 헌법이 보장하는 사법권의 독립이 결론을 정해놓고 짜맞춘 듯한 판결, 예상치 못한 ‘허수아비 때리기’로 발현되면 사법 불신은 커질 수밖에 없다.
-양은경 기자, 조선일보(25-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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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 술파티’ 주장을 대하는 2가지 방식
[김승련 칼럼]
피고인 거짓진술, 재판방해 아니면 無불이익
제도적으로 거짓말에 관대한 한국 사회
지도자는 평균 한국인보다 더 정직할 의무
정치 개혁은 허위와 거짓말 저항부터 시작
윤석열 대통령의 운명이 4일 정해진다. 파면될지, 복귀할지 기대와 전망이 저마다 다르겠지만, 이제는 정치의 정상화를 말할 때가 왔다. 큰 책임을 짊어져야 할 최고위 리더의 거짓말은 정치를 빠르게 황무지로 만들었다. 정치를 바로 세우기 위해 거짓과 허위에 대한 국민적 심판을 제안한다. 그동안처럼 적당히 넘어가선 안 된다는 뜻이다.
윤 대통령은 헌법재판소 심리 도중 국회에서 끌어내라고 지시한 대상이 의원인지, 인원인지 모호하게 말하다가 ‘탄핵 공작설’을 꺼냈다. 혼자만 아는 진실은 깊이 숨겼다. 윤상현 의원이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인 줄 몰랐다고 답변했다가, 명태균의 통화녹음 공개로 체면을 구겼다. 몇 년 전 어느 대법원장이 정파적 발언을 부인하다가 음성녹음이 공개됐던 일과 판박이다. 김건희 여사가 했던 “당선되면 내조만 하겠다”는 약속은 실소를 낳았다. 국면 탈출용이란 걸 윤 대통령 부부가 제일 잘 알았을 것이다.
차기 대통령에 가까이 갔다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을 공표했다는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선 유죄, 2심에선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가 대장동과 백현동 파문 초기 “마치 골프를 친 것처럼 (당시 야당이) 사진을 공개했다” “국토부가 협박했다” 등의 발언을 한 게 거짓이냐 아니냐의 문제로 번지며 지옥과 천당을 오갔다. 허위 발언 여부는 대법원에서 최종 판단이 나올 것이다.
궁박한 처지에 내놓는 거짓말은 우리네 유권자라고 무관하지는 않다. 성경 속에 등장하는 인류의 조상은 아담과 이브, 그들의 두 아들 카인과 아벨이다. 아담과 이브, 카인이 하나님에게 거짓을 말했다. 3000년쯤 전 유대인들도 거짓말은 떼어낼 수 없는 인간 본성으로 봤던 것이겠지만, 정치인의 공적 허위에 맞서는 과제를 미룰 이유는 아니다.
탄핵 정국에 가려졌지만, 검찰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를 3월 추가로 기소한 일이 있다. 이 사건은 우리가 제도적으로 거짓말에 관대하다는 걸 일깨워 줬다. 구속 중인 이 전 부지사는 쌍방울이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의 방북 구상과 관련해 800만 달러를 북한에 제공하도록 한 혐의 등으로 2심까지 중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경기도지사에게 보고해 가며 진행했다고 진술했다가 1심 재판이 끝날 무렵 번복했다. 수원지검의 ‘연어 술 파티’ 회유 주장이 이때 나왔다. 대법원 판단이 남았지만 일단 1심, 2심 재판부는 이 주장을 수용하지 않았다.
술 파티 주장은 배척됐지만, 이 전 부지사는 손해 본 게 없다. 형사소송법은 피고인의 법정 진술이 거짓일지라도 재판 방해에 이르지 않는다면 불이익을 주지 않도록 돼 있다. 제3자인 증인의 위증은 처벌하지만, 자기 방어 땐 면책된다. 하지만 민주당이 이 사안을 국회로 가져가 청문회를 열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 전 부지사는 법정에서처럼 ‘연어와 소주로 회유당했다’고 주장했다. 법정 발언은 처벌할 수 없던 검찰은 선서를 해 증인이 된 이 전 부지사를 위증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판사들은 “형사 법정은 거짓말 경연장”이란 말을 종종 한다. 그럼에도 감옥 가는 걸 피하려는 자기방어 본능은 처벌할 수 없다는 인지상정과 거짓 진술이라는 이유로 제약을 두면 ‘자백을 강요하는 셈’이라는 논리로 이 법은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미국에선 다르다. 1990년대 말 빌 클린턴 대통령의 르윈스키 스캔들 때 드러난 대로다. 클린턴은 연방대배심 앞에서 “성적(性的)인 관계는 없었다”고 말했다가 위증과 사법 방해죄로 처벌을 받을 뻔했고, 실제로 미 하원에서 탄핵안이 통과됐다. 탄핵 사유는 인턴 직원과 맺은 성적 접촉이 아니라 거짓말이었다. 미국에선 형사 피고인도 증인선서를 한 뒤라야 법정에서 진술이 허용된다. 위증 처벌을 감수할 때 자기방어를 허용한다는 의미다. 거짓을 단죄하는 이런 분위기 속에 미국에서는 “거짓말쟁이”라는 비난은 더 모욕적으로 여겨진다.
우리 형사소송법을 당장 바꾸자는 말은 꺼내기 어렵다. 현실적으로 범법자가 늘어날 수 있다. 그럼에도 공적 영역에서 정직함에 가치를 더 두는 무언가가 필요하다. 곳곳에서 목격되는 부조리를 보면 더욱 그렇다. 정치인들의 거짓이 반복되지만, 정치인 가운데 이 문제를 개탄하는 일이 드물다.
조기 대선이라도 열린다면 오늘의 시대정신은 거짓과의 싸움이다. 유권자는 이 점에 더 천착해야 새 대통령이 취임한 뒤 후회를 줄일 수 있다. 정치 리더들에게 조선시대 어느 선비처럼 턱 밑에 칼을 놓고, 허리춤에 방울 다는 자기경계를 주문하는 게 아니다. 평균적인 한국인보다 더 정직해 달라는 요구다.
-김승련 논설위원, 동아일보(25-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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