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經濟-家計]

[貧者의 희망 세금, 저소득층 복권 구매.. ] ['포터 경제학]

뚝섬 2023. 3. 13. 10:20

[貧者의 희망 세금, 저소득층 복권 구매 더 늘었다] 

['포터 경제학] 

 

 

 

貧者의 희망 세금, 저소득층 복권 구매 더 늘었다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10단지 상가 앞은 일요일을 빼고 매일같이 수십, 수백 명이 긴 줄을 서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대기 줄이 길 땐 아파트 단지를 에워쌀 정도라 한다. 상가 1층의 편의점이 로또 1등 당첨자를 49명이나 배출한 국내 1위 ‘로또 명당’이기 때문이다. 2002년 첫선을 보인 로또는 작년에만 5조4000억 원가량 팔렸다. 숫자 1부터 45 중 6개를 맞히는 1등 당첨 확률은 814만분의 1. 벼락 맞아 죽을 확률보다 낮지만, 전국의 로또 명당들은 대박의 기운을 받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로 문전성시다.

▷로또를 포함해 전체 복권 판매액은 코로나19가 확산된 2020년 처음 5조 원을 돌파했다. 주식·코인 투자 열기만큼이나 인생 한 방을 노리는 사람이 많아진 것이다. 이어 작년에는 6조 원도 가뿐히 넘었다. 지난해 설문조사에서 성인 절반 정도가 복권을 산 적 있고, 4명 중 1명은 매주 복권을 산다고 했다. 전체 성인 인구를 대입하면 600만 명 가까이가 인생 역전을 꿈꾸며 한 주도 빠짐없이 ‘행복 티켓’을 사는 데 지갑을 연 것이다.

▷그런데 이 중에서도 소득 하위 20%에 속한 저소득층의 월평균 복권 구매 비용이 30% 가까이 급증했다. 상위 20% 고소득층의 복권 구매가 7% 늘어나는 데 그친 것과 비교된다. 치솟는 물가와 금리로 허리가 휘는 와중에도 저소득층이 복권을 사는 데 기꺼이 돈을 썼다는 얘기다. 그만큼 서민들이 기댈 데라곤 복권의 요행밖에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복권은 술·담배처럼 경제가 어려울수록 잘 팔리는 불황형 상품으로 꼽히는데, 금융위기 직후에 그랬고 이번에도 속설이 입증됐다.

 

▷흔히 ‘빈자의 세금’, ‘희망 세금’이라고 하지만 복권만큼 손쉬운 세수 확보 수단도 없다. 정부가 헛된 희망을 부추겨 서민들의 주머니를 털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복권 당첨금은 기타소득으로 잡혀 5만 원이 넘으면 22%를, 3억 원을 초과하면 33%를 세금으로 거둬 간다. 당첨금을 지급하는 NH농협은행 복권 담당자가 가장 많이 듣는 말이 “뭔 놈의 세금을 이렇게 많이 떼느냐”는 것이다. 당첨금이 20억 원이라면 실제 통장에 찍히는 돈은 13억7300만 원 정도다.

복권 판매액의 절반은 당첨금으로 나가고, 40% 정도는 복권기금으로 적립돼 취약계층 복지 사업 등에 쓰인다. 그래서 혹자는 당첨되면 큰돈이 생겨서 좋지만 당첨이 안 되더라도 생활 속 작은 기부를 실천한 셈 치면 된다고 한다. 하지만 살림살이는 팍팍해지고 일자리는 위태로워진 서민들이 지갑 속 로또 한 장으로 일주일을 버티는 현실은 위태롭다. 복권이 희망인 사회는 미래가 어둡다.

-정임수 논설위원, 동아일보(23-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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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터 경제학

 

시장 입구 음식점 간판이 또 바뀌었다. 얼마 전까지 치킨집이던 곳이 어느 틈엔가 '3000원 짜장' 가게가 됐다. 동네를 걷다 보면 상가 업종이 하루가 멀다 하고 달라진다. 휴대폰 할인점이 커피숍이 되고, 피자 배달점에 김밥집 간판이 달린다. 대한민국 자영업 평균 수명은 3.7년에 불과하다. 한 집 걸러 있는 커피 전문점은 고작 1.5년밖에 못 버틴다. 망하고 또 생기다 보니 가게 꾸며주는 인테리어와 간판 업자만 돈 번다는 얘기가 나온다. 

 

▶1930년대 미국 대불황 때 물건이 안 팔려 재고가 산더미처럼 쌓였다. 그런데 유독 립스틱만 불티나듯 팔렸다. 지갑이 비어 우울해진 여성들이 푼돈 들여 화려한 립스틱으로 멋을 내면서다. 쪼들릴수록 여성의 자기표현 욕구는 늘어난다고 한다. 산업계에선 '립스틱 효과'로 부르며 마케팅에 활용한다. 불황이면 스커트 길이가 짧아진다는 '미니스커트 효과'도 있다. 라면·복권·콘돔도 경제가 어려울 때 잘 팔리는 '불황 친화적' 제품이다.

 

▶90년대 말 IMF 사태가 터지자 자동차시장 판도가 바뀌었다. 대형 세단은 재고가 쌓이는 반면 경차와 소형 트럭이 잘 팔려나갔다. 최고 히트 차량이 1t 트럭이었다. 현대차 1t 트럭 포터와 기아차 프런티어는 주문하고 한 달을 기다려야 살 수 있었다. 스타렉스·그레이스 같은 승합차도 2~3주씩 걸렸다. 현대·기아 직원들은 트럭을 빨리 뽑아달라는 부탁에 시달렸다. 대량 실직 사태로 일자리를 잃은 가장들이 일제히 자영업 전선에 뛰어든 결과였다. 

 

▶1977년에 나온 포터는 기아 봉고에 눌려 기를 펴지 못했다. 그러다 IMF사태 후 현대가 기아를 인수하면서 봉고를 누르고 1t 트럭의 대명사가 됐다. 현대차 임직원들이 '굴러온 자식' 봉고를 냉대하고 포터만 애지중지하며 집중 투자했다는 뒷말이 많았다. 퇴직자 창업이 급증하면서 포터의 인기는 갈수록 치솟고 있다. 짐칸을 전기 구이 통닭이며 다코야키·붕어빵 조리 시설로 개조한 이동 음식점도 흔하다. 포터에 추억의 뻥튀기 기계를 싣고 펑 소리 내며 옥수수를 튀겨 파는 사람도 봤다. 

 

지난달 포터가 19년 만에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승용차 포함한 모든 차종 중 1위다. 인기와 비례해 가격도 치솟는다. 포터 출고값은 지난 8년 사이 45%나 올랐다. 1t 트럭 시장을 독점하는 현대·기아차가 지나치게 올렸다는 지적이 많다. 장사하려면 비싸도 살 수밖에 없는 자영업자들의 상황이 더 처연하다. 불황에 잘 팔리는 제품엔 불황에 시달리는 서민의 눈물이 담겨 있다. 

 

-박정훈 논설위원, 조선일보(16-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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