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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없는 KT 민영화는 실패, 시가총액 11분의 1로 줄었다] ....

뚝섬 2023. 3. 10. 08:02

[주인 없는 KT 민영화는 실패, 시가총액 11분의 1로 줄었다]

[민영화 20년 넘은 KT CEO 인선, 왜 또 정부 여당이 난리인가]

[자유·시장 신봉한다는 정부의 민간 기업 개입이 너무 노골적]

[공개 경쟁이 과연 CEO 선임에 좋은 방법일까? ]

['지배구조 전쟁' 지겹지도 않나]

 

 

 

주인 없는 KT 민영화는 실패, 시가총액 11분의 1로 줄었다

 

[朝鮮칼럼]

민영화 역사는 CEO 잔혹사.. KT 시가총액 1위였지만 기업가치 급락
정치권 개입 방지 위해 만든 CEO 후보자 심사 요건은 경영권 대물림용이라는 비판
주인 찾는 해법

 

KT가 민영화된 지 20년이 지났지만 CEO들의 잔혹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민영화 이후 5명의 수장(首長) KT 이끌었지만 재임(再任) 성공해 임기를 채운 인사는 황창규 회장이 유일하다. 민영화 후 첫 CEO였던 이용경 사장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정치권의 압력에 밀려 일찌감치 연임 도전을 포기했다. 후임 남중수 사장은 이명박 정부 출범 직전인 2008년 초 연임에 성공했지만, 새 정부 재가 없이 연임을 한 탓에 괘씸죄에 걸렸다. 그는 뇌물 수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으며 중도 사퇴했고 구속까지 당하는 고초를 겪었다.

 

2012년 재임에 성공한 이석채 회장은 박근혜 정부로 보수 정권이 재집권했는데도 중도 사퇴했다. 그는 2013년 새 정권 출범 8개월 만에 배임·횡령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고, 2018년 4월 대법원 파기 환송을 거쳐 무죄 선고를 받을 때까지 5년간이나 법적 리스크에 시달려야 했다. 유일하게 두 번째 임기를 채운 황 회장도 고난의 연속이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뒤 KT 임직원들이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불법 후원금을 전달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두 번째 임기 내내 경찰 수사에 시달렸다. 7번의 압수 수색과 소환 조사는 물론, 당시 여당과 친여 시민 단체들은 집요하게 황 회장을 물어뜯었다. 회장이 한국 메모리 반도체 산업을 일궜다는 공헌이 없었다면 역시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KT 옹호하는 사람들은 역대 정부가 KT 입맛대로 주무른 탓에 KT IT 산업을 이끄는 선도 기업 역할은커녕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고 비판한다. 글로벌 기업들처럼 장기간에 걸쳐 CEO 후보를 양성해도 부족할 판에 정권만 바뀌면 흔들어 대니 “이러려면 왜 민영화를 했느냐”는 불만이 쏟아진다. 민영화 전 한때 시가총액(한국통신 프리텔 포함 약 93조원) 국내 1위였던 KT 현재 50위권(시가총액 8조원)으로 쪼그라든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KT 안팎에서는 ‘그들만의 리그’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의외로 많다. 윤경림 사장이 CEO 후보로 선임된 것과 관련, 여당 의원들이 “이권 카르텔” “윤경림은 구현모 현 사장의 아바타”라고 거칠 게 비판한 데 대해 거부감을 보이면서도, KT의 CEO 심사 요건이 내부자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다는 데 대해서는 공감하는 목소리가 크다. 예컨대 KT 정관에는 ‘경영·경제 지식, 기업 경영 경험, 정보통신 분야 경험’을 CEO의 주요 자질로 심사하게 돼 있다. 하지만 정치권의 과도한 개입을 막기 위해 만든 조항들이 거꾸로 내부자들의 경영권 대물림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것이다.

 

포스코 이사를 역임했던 한 재계 인사는 “비슷한 지배구조인 포스코에는 외부 인사를 배제하는 규정은 없다”면서 “KT CEO 공정하게 선정했다고 말하려면 KT 정관부터 먼저 개정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보통신부 전직 고위관료도 “산업 경계가 무너지고 KT 스스로 ()통신을 내세우면서 CEO 후보를 사실상 KT 출신으로만 제한하니까그들만의 리그라는 말이 나오는 ”이라고 말했다. KT의 한 현직 임원은 “3년 전 구현모 사장 선임 때 전 청와대 수석인 이강철 사외이사가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는 소문이 파다했고 이어 KT와 계열사에 친노·친문 인사들이 대거 영입됐다”면서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후에도 최소한의 균형을 잡으려는 노력도 하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했다.

 

7일 CEO 후보로 선임된 윤경림 사장은 여당의 분노를 의식한 듯, 첫 일성(一聲)으로 “지배 구조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또 윤석열 대통령 캠프에서 경제특보를 지낸 인사를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무한 재생되는 CEO 잔혹극을 끝내기 위해서는 참에 보다 근본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 결국은 주인 없는 KT 주인을 찾아야 한다 것이다. KT의 한 고위 임원은 민영화를 통한 주인 없는 기업 KT 사실상 실패한 모델이라고 단언했다. 실제로 누군가가 국민연금(10%) 보유 지분만 인수해도 정부의 과도한 개입과 KT 내부자들만의 리그에 강력한 견제 장치가 있다.

 

-조형래 산업부장, 조선일보(23-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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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화 20년 넘은 KT CEO 인선, 왜 또 정부 여당이 난리인가

 

KT 차기 최고경영자(CEO) 선정을 위해 구성된 지배구조위원회가 전·현직 KT 임원 출신 4명으로 후보군을 압축한 데 대해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의원들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대통령실은 “공정하고 투명한 지배구조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고, 여당 의원들은 기자회견까지 열어 “그들만의 리그” “이권 카르텔”이라고 비난했다. 민영 대기업의 차기 CEO 결정 과정에 정부, 여당이 대놓고 뛰어든 모양새다.

차기 KT CEO 선정을 둘러싼 논란은 작년 11월 구현모 현 대표가 연임 의사를 밝힌 뒤 석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12월 초 국민연금 이사장이 “KT 지배구조에 문제가 많다”며 포문을 열었고, 연말에 구 대표가 최종 후보로 결정되자 국민연금은 반대 의사를 밝혔다. 올해 1월 윤석열 대통령이 “주인 없는, 소유분산 기업의 공정하고 투명한 거버넌스”를 강조한 뒤 KT 이사회는 기존 절차를 백지화하고 후보를 다시 공개모집했다. 그 과정에서 구 대표가 자진 사퇴했고, 외부 인사로 구성된 지배구조위원회가 전문성, 경영능력을 평가해 33명의 사내외 후보 중에서 KT 전·현직 임원 출신 4명을 추려낸 상태다.

2002년 민영화돼 정부 지분이 전혀 없는 KT CEO 인선에 대통령실, 여당이 노골적으로 개입하는 의도에 대해 온갖 추측이 나오고 있다. 겉으로는 ‘지배구조 투명성’ ‘모럴 해저드 해소’를 주장하지만 결국 일반 공기업과 KT를 동일선상에 놓고 친정부 인사를 수장에 앉히려고 무리수를 두는 것이란 분석이 많다. KT 출신 후보만 남은 데에 격한 반응을 보이는 것도 대선 캠프 관계자, 여권 정치인 등 ‘낙하산 후보’ 탈락에 대한 불만 표출로 해석되고 있다.

 

최근 들어 외국인 주주와 기관이 KT 주식을 팔면서 주가가 약세를 면치 못하는 건 정부 등의 개입이 기업 가치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방증이다. 경제계에선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경제’라는 현 정부 국정철학의 진의를 의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뚜렷한 대주주가 없을 뿐 주주가 엄연히 따로 있는 민간기업 CEO 인선에 정부와 정치권이 감 놔라, 배 놔라 간여하는 ‘신(新)관치’는 한국 경제의 수준을 끌어내리는 자해나 다름없다. 민간기업의 일은 민간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정부 여당은 더 이상의 개입을 멈춰야 한다.

 

-동아일보(23-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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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시장 신봉한다는 정부의 민간 기업 개입이 너무 노골적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 KT 본사. 2020.6.18/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KT 이사회가 전·현직 KT 임원 4명을 차기 CEO 후보로 압축해 최종 선정에 들어가자 여당 의원들이 인선 절차 중단을 요구했다. 대통령실에서 “도덕적 해이가 일어날 수 있다”며 KT 이사회를 비판했다. 애초 KT 구현모 대표 연임을 결정했지만 대통령실의 압박으로 대표가 자진 하차했다. 그런데 대통령실의 목적은 구 대표 배제만이 아니라 특정인을 차기 대표로 만들려는 것 같다. 그 사람이 최종 4명에 들지 않자 대표 선정 절차를 중단하라는 것이다. 문재인 정권에서 자주 보던 일이 정부에서 그대로 벌어지고 있다.

 

대통령실 지적대로 KT를 비롯한 민영화된 공기업과 금융 지주회사가 지배 주주가 없는 것을 이용해 최고경영자가 자기 사람들로 이사회를 만들고 ‘셀프 연임’을 하면서 주인 행세를 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사회가거수기에서 탈피할 있도록 지배 구조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정부가 이런 제도 문제에 관심을 갖고 정책적 방안을 모색하는 것은 해야 일이다.

 

그러나 이번 KT 사안은지배 구조 개선 명분이고 실제로는 특정인을 낙하산으로 내려보내려는 것으로 보인다. 현 대표가 사퇴한 뒤 재공모 절차는 공개 경쟁으로 했고 후보를 4명으로 압축하는 과정도 절차에 하자가 없다. 대통령실이 계속 제동을 거는 이유가 달리 있기 어렵다. 2002년 민영화된 KT엔 정부 지분이 단 한 주도 없다. 자유시장 원리를 신봉한다는 정부가 민간 기업에 개입하는 양태가 너무나 노골적이어서 놀라울 정도다.

 

-조선일보(23-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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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 경쟁이 과연 CEO 선임에 좋은 방법일까?

 

정말 모시고 싶은 인물은 공개 경쟁에 나서지 않는다
떨어져도 괜찮다는 수준의 인재만 꼬일
정부가 영향력 행사하는데 최고 인재가 들러리 서겠나

 

금융지주사, 포스코, KT의 CEO 연임을 부정적으로 보는 정부의 시각 때문에 연임을 포기하기도 하고 선임 절차를 다시 밟기도 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이런 회사에서 CEO가 사외이사 선임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사외이사는 스스로 연임을 하면서 회장의 연임으로 보은하는 ‘셀프 연임’ 구조가 문제이니 앞으로는 투명한 공개 경쟁의 절차를 밟으라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라고 한다. 과거에 이런 일이 있었고 보완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들 기업에서 사내·외 이사를 해본 필자로서 정부의 인식에도 문제가 많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지난해 11월 1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5대 금융지주 회장들과의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먼저 연임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은 버려야 한다. 주인 없는 기업은 없다. 주주가 기업의 주인이며 모든 주주는 경영을 잘해서 배당을 많이 주고 주가를 올려 주는 CEO가 나타나서 오래오래 연임하기를 원한다. 국민연금은 우리나라 주요 기업 대부분의 대주주로서 CEO 선정에 간여할 권한이 있지만 누가 보더라도 나은 성과를 올릴 만한 후임을 추천하는 주주제안권을 행사해야지, 대책 없이 일단 현직의 연임에 반대하고 보는 방식은 매우 적절치 않다. CEO의 교체는 기업 입장에서 리스크이며, 좋은 성과를 올린 CEO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교체되면 주가는 하락할 가능성이 더 크다. 주주로서 국민연금이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대기업들의 CEO 연임에 연임을 거듭하는 경우가 많다. 후임 CEO 육성과 선임의 모범 사례로 흔히 거론되는 GE의 잭 웰치는 20년, 제프리 이멜트는 16년 재임했다. S&P500 기업 CEO의 평균 임기는 2015년 10.8년이었고 최근 좀 짧아져서 2019년 7.9년이다. 어떤 조직의 장이라도 마르고 닳도록 것처럼 몰입하는 사람이 어차피 임기밖에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보다 경영 성과가 나을 가능성이 높다.

 

회장과 사외이사가 서로 짜고 성과도 시원치 않은데 연임을 거듭하는 것을 막고 싶으면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것이 선결 과제다. 포스코의 경우가 좋은 사례다. 포스코는 사외이사 후보 추천 자문단이 3배수의 후보를 추천하고 이사회는 그 범위 안에서만 뽑도록 하고 있다. 기존 이사도 그 추천을 받지 못하면 연임할 수가 없고 실제로 연임에 실패하는 경우도 있다. 5명으로 구성된 이 자문단은 매년 한 명씩 교체를 하는데 회장과 사외이사 추천위원회 위원장이 직접 만나서 그 누구의 청탁도 받지 말아달라고 부탁을 하면서 모시기 때문에 회장도 기존 사외이사도 차마 청탁을 하기 어렵게 되어 있다. 완벽하지는 않겠지만 포스코 사외이사들은 회장이 자기를 뽑아 주었다는 인식이 전혀 없는 걸 보면 효과가 있는 것 같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공개 경쟁만이 공정하고 투명한 방법이라는 미신 타파이다. 이사회가 정말 모시고 싶을 만한 역량이 뛰어난 인물은 공개 경쟁에 잘 응하지 않는다. 이미 어딘가 다른 큰 기업의 CEO로서 좋은 성과를 올리면서 연임을 거듭하고 있는 역량이 검증된 사람이 공개적으로 다른 회사의 CEO 공모에 응할 것 같은가?

 

모든 기업이 CEO 선임 과정을 비밀에 부치는 이유는 그래야 괜찮은 사람들이 응모를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공개를 전제로 하면 떨어져도 크게 손해 볼 게 없다는 수준의 인재들만 꼬인다. 롱 리스트에서 쳐내는데 한 시간도 걸리지 않는다. 외부에 졸속으로 비칠까 봐 짐짓 시간을 끌어도 한계가 있다. 포스코 회장 선출 시에 공모도 하면서 참으로 광범위하게 추천을 받았지만 좋은 사람은 나서지 않았다. 이 사람을 뽑자 싶은 외국인이 한 명 있었는데 최종 심층면접에 오지 않았다. 헤드헌터사(社)를 통한 추천을 승락한 것은 이사회에서 추대해 주면 올 생각이 있다는 의미였는데 이 사람에게 면접 테스트를 받으러 오라고 한 것은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실례였다.

 

주인 없는 기업으로 인식되는 기업에는 어차피 정부가 낙점한 사람이 있을 거라는 선입관도 좋은 사람들이 응모를 안 하는 이유다. 일말의 자존심이라도 있는 사람이 정부가 낙점한 사람이 따로 있는 판에 들러리나 서고 싶어 하겠는가? 이번에도 정부는 이들 기업의 CEO 선임에 정부가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구나 하는 인식을 더 굳혀 준 것 같다.

 

이 나라에서 기업 지배구조 개선이 지지부진하고 주가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되어 있는 근본 원인은 정부의 간섭과 규제다.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정부가 개입하면 멀어질 뿐이다.

 

-박병원 안민정책포럼 이사장·前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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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 전쟁' 지겹지도 않나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최근 "삼성이 20조원을 풀면 200만명에게 1000만원씩 나눠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삼성이 20조원에 달하는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했지만 국민 경제에 기여하는 효과는 크게 없었다"며 "청년 실업자가 43만명인데, 20조원이면 이들을 1년간 교육과 훈련을 시킬 수 있다"고도 했다.

격하게 공감 가는 발언이다. 이 엄청난 금액을 미래 투자가 아닌 경영권 방어를 위해 썼다는 게 기자도 이해가 안 된다. 20조원이면 전 세계의 테크 스타트업을 싹쓸이해 삼성 제국을 건설할 수 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사장이 미국 우버부터 인도 올라캡스, 동남아 그랩, 브라질 99까지 중국을 제외한 세계 주요 국가의 1위 차량 공유업체를 몽땅 사들이는 데 쓴 돈이 20조원이 채 안 된다. 작년 미국 벤처투자업계 전체가 스타트업 투자를 위해 조성한 돈이 34조원 정도였다. 또 20조원이면 연간 100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현대자동차를 인수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천문학적인 돈을 고작 주식을 사서 불태운 데에는 정부와 정치권의 탓도 적지 않다. 국민연금의 기업 의사 결정 참여 확대(스튜어드십 코드),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의결권 제한 등 끊임없이 새로운 규제를 양산하며 경영권을 흔들어대니, 삼성전자 지분의 50%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터무니없는 배당 요구를 삼성 경영진이 거부할 수 없다.

이런 대기업이 삼성뿐인가? 현대차그룹도 올 5월 정부의 지배구조 개선 요구에 떠밀려 현대모비스 분할 계획을 발표했다가 주주들의 반대로 철회했다. 차량공유·자율주행차의 등장으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에서 4조원이 넘는 돈을 지분 정리하는 데 쓰겠다고 발표했다가, 현대차와 정부 모두가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체면을 구겼다.

IMF 외환 위기 이후 20년간 정치권과 대기업은 대기업의 지배구조를 놓고 전쟁을 벌여왔고 지금도 그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 외환 위기 당시에는 대기업그룹의 얽히고설킨 출자구조 탓에 계열사 한 곳이 부실해지면 그룹 전체와 금융권까지 흔들리는 도미노 파산을 막겠다는 목적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대기업의 경영권 대물림을 막으면 우리나라의 모든 문제가 한꺼번에 해결된다는 듯이 대기업을 옥죄고 있다. 대기업도 물러설 생각은 전혀 없어 보인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각 그룹 오너가 돌아가며 고초를 당해도 기어이 경영권을 지켜내고 있다.

올해 초 시련을 겪었던 한 대기업의 오너에게 '전문 경영인 체제를 도입하는 게 낫지 않으냐'고 물었더니, 그는 "역대 정부가 KT나 포스코 같은 주인 없는 기업을 전리품으로 생각해 왔다. 할아버지, 아버지가 죽을 고생을 하며 기업을 일구는 과정을 지켜봤는데 전문 경영인 체제로 갔다가 회사가 그런 꼴이 되면 면목이 있겠느냐"고 했다.

해외에서도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논쟁은 간간이 있다. 하지만 핵심은 어느 쪽이 더 나은 성과를 내느냐다. 능력 없는 오너 경영자를 이사회에서 쫓아내기도 하지만 구글의 래리 페이지 같은 뛰어난 오너 경영인을 위해서는 기꺼이 차등의결권 등 경영권 방어 수단을 마련해 준다. '상복을 1년 입느냐, 3년 입느냐'를 놓고 죽자고 싸운 조선시대 예송(禮訟) 논쟁처럼 이념 투쟁으로 변질된 우리와는 확연히 다르다.

더 문제는 지배구조를 둘러싼 전쟁이 한국 경제의 성장 잠재력까지 훼손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국내 투자의 70% 이상을 책임져온 대기업을 꽁꽁 묶어 놓으면 일자리는 어떻게 만드나? 우리의 미래를 담보로 한 해답 없는 전쟁이 정말 지긋지긋하다.

 

-조형래 산업2부장, 조선일보(18-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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