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국내]

[코리아둘레길]

뚝섬 2016. 7. 1. 07:10

코리아 둘레길에 어떤 '스토리'가 있는가

 

정부가 휴전선 아래 우리 국토의 외곽을 따라 하나로 연결하는 4500㎞ 길이의 코리아 둘레길을 만든다고 발표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내가 외국인이라면 그 길을 걷기 위해 한국을 방문할까?'라는 의문이었다. 여행은 마음을 가볍게 해주지만 사람들은 여행지를 가볍게 고르지 않는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아시아 동쪽 끝에 있는 나라의 동··서해와 휴전선을 빙 둘러싼 길에 뭐가 있나 궁금해서 굳이 한국을 찾을 것 같지 않았다. 그들에게 한국은 한류의 나라, 쇼핑의 나라이지 길을 걷고 싶은 나라는 아니다.


그래도 정부는 코리아 둘레길을 국제적인 걷기 명소로 만들겠다고 했다. 그런 길로 가장 유명한 것이 산티아고 길이다. 프랑스 남부 생장피드포르와 이베리아반도 북서쪽 끝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를 동서로 잇는 세계적인 걷기 명소.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에 있는 순례자사무국 홈페이지에 들어가 봤다. 지난해 이 길을 걷고 순례자 증명서를 받은 이가 262000여명이었다. 증명서를 받지 않고 걷는 이까지 포함하면 수백만명은 된다는 추정도 있다. 그런데 1986년 통계를 보니 증명서를 받은 이가 겨우 2491. 30년 동안 100배 넘게 성장했다는 얘기다. 그 많은 사람이 스페인 대신 한국에 와서 돈을 쓰면 얼마나 좋겠는가.


정부는 코리아 둘레길에 지역 주민과 역사·지리 전문가를 참여시키고 전통 시장과 지역 관광 명소, 이벤트를 연계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런데 정작 산티아고 길은 이런 것들과 거리가 멀다. 산티아고 길은 적당히 돈 쓰며 유람하는 길이 아니라 방문자들이 땀내에 절어 냄새 나는 몸을 하고서 걷고 또 걷는 고생길이다. 주변에 쾌적한 숙박 시설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 길이 세계인이 걷고 싶은 명품 길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그 길에 사람을 매혹하는 스토리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 발표에는 그게 없다.

산티아고 길에는 이런 이야기가 있다. 예수의 열두 제자 중 한 명인 야고보의 유해가 9세기쯤 이곳에서 수습됐다. 이후 이곳은 기독교도의 순례 성지가 됐다. 하지만 더 많은 이들에게 이 길은 걷는 동안 삶의 의미를 사색하고 자신이 누구인지 발견하는 탐색의 길이다. 브라질 출신의 세계적인 소설가 파울루 코엘류도 직장 생활에 회의가 들었을 때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이 길을 걸었다. 길을 걸으며 고민한 삶에 대한 화두를 우화적 이야기로 엮어 이듬해(1987) 발표한 첫 소설 '순례자'. '배는 항구에 있을 때 가장 안전하지만, 항구에 머물기 위해 만들어진 게 아니다' 같은 잠언성 경구로 가득한 이 소설은 지금도 산티아고 길을 찾는 이들의 손에 들려 영혼의 여행안내서 구실을 한다.

코리아 둘레길 프로젝트가 성공하려면 주변 관광지를 개발하고 역사 유적을 손보는 정도로는 부족하다. 산티아고 길은 유럽 내에 있어 도로를 통한 접근성도 좋지만, 코리아 둘레길은 북쪽이 휴전선으로 막힌 사실상의 섬 코스여서 외국인이 오려면 정말 큰 맘 먹어야 한다. 그런 사람들을 이 땅에서 걷게 하려면 그들을 유인할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 코엘류 같은 소설가, 우디 앨런 같은 명감독이 그 길을 걷고 세상에 소설과 영화로 알려주면 금상첨화다. 달리기 좋아하는 무라카미 하루키를 불러와도 좋다.

 

-김태훈 여론독자부장, 조선일보(16-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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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DMZ 잇는 4500km '코리아 둘레길' 조성…관광버스 승하차장 지정키로




정부가 동·서·남해안과 비무장지대(DMZ) 접경지역 등 한반도 둘레 4500km를 잇는 ‘코리아 둘레길’을 조성하기로 했다.

정부는 17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문화관광산업 경쟁력 강화회의’에서 열고 코리아 둘레길을 세계인이 찾는 걷기 여행길로 만든다는 목표를 밝혔다.

계획대로 동해안의 해파랑길, DMZ 지역의 평화누리길, 해안누리길 등을 연결한 전국규모의 코리아 둘레길이 조성되면 스페인 북부 산티아고 순례길( 1500km) 3배 길이에 달하는 걷기 여행길이 될 전망이다.

조성 사업은 관광공사와 함께 추진 기구를 구성하고 지역주민, 역사·지리 전문가, 동호인 등의 참여를 유도해 민간 중심으로 진행된다.

지역 관광 활성화를 위해 트레일러닝, 트레킹 등의 체험이벤트를 개최하고 지역의 특성을 살린 관광콘텐츠 및 스토리 등을 발굴할 예정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코리아 둘레길을 통해 연간 550만명의 외국인이 방문하고, 7200억원의 경제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또 고궁 주변 관광버스의 불법 주·정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 도심 5대궁 일대에 ‘관광버스 승하차장(Drop Zone)’을 지정하기로 했다. 서울시·국토부 등과 협의해 서울역 서부, 독립문공원 인근, 마포구 상암동 평화의 공원,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인근 등 4곳 주차장으로 관광버스를 분산시키기로 했다고 밝혔다.

올해 하반기부터 수학여행단 등 내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시범적으로 운영한 후, 내년 초부터 단계적으로 외국인 관광객으로 확대해 시행할 계획이다. 현 경복궁 옆 버스 주차장은 오는 2017년 초에 폐쇄한다.

문체부는 “관광버스를 통한 기존 면세점 위주의 쇼핑관광에서 서울 도심의 역사·문화·음식·쇼핑 등이 연계된 도보 관광으로 관광문화 변화를 유도하고 관광버스 주정차로 인한 공해문제를 개선해 깨끗한 관광도시 서울을 구현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최은경 기자, 조선일보(16-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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