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식 저평가, 정부 때문이라는 소리 좀 그만 듣자]
[외국 언론에 조롱당한 벌판 속 국민연금]
['정치'와 '지역'에 휘둘린 555조 국민 노후자금]
[공공기관 지방 이전 10년] 국민연금-한수원]
[서울 오는 글로벌 투자자 매달 200여명, 과연 全州까지 갈지… ]
[토함산 자락의 한수원, 별명은 '한수寺']
[지방세 수입은 늘었지만, 생산유발 효과는 아직… ]
______________
한국 주식 저평가, 정부 때문이라는 소리 좀 그만 듣자
[朝鮮칼럼]
지난해 국민연금 손실 대부분은 국내 주식투자에서 나와
이전 정부의 전기료 동결로 한전 적자 32조, 시총도 30조 증발
가장 중요한 일은 해서는 안될 일 안하는 것
통신·금융 등 정부 개입은 기업 주가 올리는 방향으로
국민연금이 작년 기금운용에서 79.6조원의 손실과 -8.22% 라는 최악의 운용 수익률을 기록했다. 2년 치 연금 지급액을 날렸고, 국민연금의 재정계산 시에 전제로 하는 수익률이 연평균 4.5%라는 것을 감안하면 12.7%의 수익률 차질을 낸 것이며, 기금고갈 연도가 3년 정도 앞당겨졌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아도 불가피한 연금개혁이 더 화급하게 되었다.
27일 오후 서울 하나은행 명동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5.74포인트(0.24%) 내린 2,409.22를 나타내고 있다. 이날 코스닥은 전 거래일 보다 3.58포인트(0.43%) 오른 827.69에 장을 마쳤고, 원달러환율도 7.2원 오른 1,301.5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2023.3.27/뉴스1
연금개혁은 보험료를 더 올리거나, 연금 지급 개시 연령을 늦추거나, 소득대체율을 낮추는 등 정권의 명운을 걸어야 하는 어려운 일이다. 기금운용 수익률을 평균 1%만 높이면 매년 1조원 정도의 수입을 늘릴 수 있고 5년 이상 기금 소진 시점을 늦출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금 운용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고 싶은 것은 대통령만이 아닐 것이다.
일차적인 반응은 전주로 이전한 국민연금관리공단에서 적어도 기금운용본부는 서울로 되돌려야 한다든가, 6개 관계부처 차관, 근로자, 사용자, 지역가입자 대표 12인과 관계전문가 2명 등 ‘정치적’ 구성으로 되어 있어 운용 수익률을 올릴 의사도 능력도 미약한 기금운용위원회 구성을 갈아엎어야 한다든가, 운용 인력의 양적, 질적 확충, 과감한 처우 개선 등인 듯하다. 모두 당연한 일들인데 막상 해 보면 이런 말도 안 되는 결정을 한 정치인들이 그대로 있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알게 될 것이다. 벌써 연금공단이 전주로 이전한 후의 수익률이 서울에 있을 때보다 더 높다는 등 반대의 주장이 나오고 있지 않은가.
이런 어려운 일들도 결국은 해야 하겠지만 우선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지 않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작년 손실이 대부분 국내 주식투자에서 발생했는데 정부가 주가를 떨어뜨리는 일을 안 하기만 해도 손실은 훨씬 줄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전이다. 2018년 6월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 이후 무분별한 탈원전으로 발전 원가가 상승한 데다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했는데도 전기요금을 동결한 결과 한전 적자가 작년 32.6조원에 이르렀고 주가는 16년 5월 6만3000원에서 작년 10월경 1만6750원까지 떨어져 시가총액이 30조원이나 증발했다. 한전의 주식은 정부, 기재부, 국민연금이 32.9, 18,2, 6.4% 합계 57.5%나 가지고 있으니 공공부문이 최대의 피해자가 되었다. 한전이 정상적인 이익을 냈을 경우 거둘 수 있었을 법인세 손실도 15조원 정도는 되지 않을까 싶다. 이런 일을 한 번 저질러 놓으면 다음 정부도 바로잡기가 어렵다. 전기요금 안정(?)은 공짜가 아니고 결국은 국민연금 손실과 정부의 세입 감소 등으로 그 대가를 치렀고 그 혜택은 전기를 많이 쓰는 사람들이 더 많이 누렸다.
기업이 돈을 버는 것을 어렵게 해서 주가를 떨어뜨리는 것은 사실은 역대 모든 정부가 서민생활 보호를 내세워 상습적으로 해 왔는데 지난 정부는 이를 이론화, 체계화까지 했다. 마차에 말을 끌라고 하는 일로 끝나버린 지난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 바로 알기’(국민이 바로 알지 못하고 있었다!) 책자를 보면 최저임금의 파격적 인상 다음가는 정책 수단이 의료, 보육, 주거, 교육, 통신, 교통의 가격을 억제하여 서민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늘리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들 업종에서 돈을 벌 생각은 하지 말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언급되어 있지 않지만 역대 정권이 더 돈을 버는 꼴을 못 봐주는 업종이 금융 업종들이다. 통신요금과 함께 정권이 바뀔 때마다 단골로 인하 압력을 받는 카드 수수료는 이제 더 깎을 게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금년 초 은행들의 과도한 이익에 대한 비판이 있은 후 4대 금융지주의 시가총액이 14조원 가까이 날아갔다. 우리나라에서 철수하는 외국계 은행이 있는 것만으로는 은행업이 한국에서 “과도한” 이익을 내고 있지는 않다는 증거로 불충분한 모양이다.
“주인 없는 기업”의 지배구조를 문제 삼는 것도 주가를 많이 떨어뜨리고 있는 성싶다. 좋은 경영 성과를 올리지도 못하는 CEO와 사외이사가, 그것도 전 정권에서 선임된 사람들이, 서로 뽑아 주면서 연임을 계속하는 것은 문제라는 데에 동의한다고 하더라도, 지배구조 개선을 주가를 떨어뜨리는 서투른 방법으로 추진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발휘는 주가가 올라가게 행사해야 한다.
한국 주식의 저평가는 일정 부분 정부에 책임이 있다는 말이 그만 나왔으면 좋겠다. 제일 쉬운 개혁은 해서는 안 될 일을 안 하는 것이다.
-박병원 안민정책포럼 이사장·前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조선일보(23-03-28)-
_______________
외국 언론에 조롱당한 벌판 속 국민연금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이 1년 넘게 공석인 이유가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지리적 불리함 때문이라는 기사가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에 실렸다. 신문은 세계 3위 규모 기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 기금본부장은 '돼지 분뇨 냄새'를 견딜 수 있어야 한다며 삽화까지 그려 넣었다. 국민연금공단이 있는 전주시 전북혁신도시에서 올 들어 155건의 악취 관련 민원이 신고됐다는 것이다. 전 국민의 노후를 책임진 국민연금이 외국 언론의 조롱거리가 됐다.
'분뇨 냄새'는 사실과 다르거나 과장일 것이다. 하지만 문제의 본질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엉뚱한 위치에 대한 지적이다. 세계 10대 연기금이 모두 수도나 금융 허브에 있지만 유일하게 한국 국민연금공단은 서울에서 약 200km 떨어진 벌판에 서 있다. 전주 시내까지 차로 30분 걸리고, 버스를 보기 힘들 만큼 대중교통이 불편하다. 인근 상가들은 비어 있는 곳이 많고 공터에는 쓰레기 더미가 쌓여 있다고 한다. 이런 곳에 글로벌 차원에서 635조원을 굴리는 기금운용본부가 있다는 것이 외국 언론 눈에도 황당하게 보였을 것이다.
작년 초 기금운용본부가 이곳으로 옮기면서 핵심 인력이 계속 이탈하고 있다. 본부장은 물론이고 본부장 아래 실장급이 줄줄이 나가면서 고위직 8곳 중 3곳이 공석이다. 278명 정원이지만 현재 근무 인력은 246명으로 정원도 못 채우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의 다른 조직은 지역에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기금운용본부만은 금융 중심지에 있어야 한다. 운용본부는 인력이 200여 명에 불과해 지역 발전과는 사실상 상관이 없다. 그런데 '몇 백조원을 굴린다'는 얘기가 퍼지자 '알짜배기다' '무조건 끌고 와야 한다'는 압력이 커졌다. 결국 지역 정치인들이 예외 없는 이전을 밀어붙이고 대통령 후보가 공약까지 했다. 기금운용본부 200여 명이 전주로 가서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된 것이 무엇이 있나. 이런 코미디가 없다. 국민연금의 올 상반기 수익률은 0.9%에 그쳐 정기예금 금리만도 못했고 국내 주식 수익률은 마이너스 5.3%에 달했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다른 금융 공기업의 지방 이전도 추진하겠다고 한다. 금융에서 우수 인력이 이탈하고 국익에 해가 돼도 지역에서 표만 얻으면 그만인가.
-조선일보(18-09-14)-
_________________
'정치'와 '지역'에 휘둘린 555조 국민 노후자금
국민 노후자금 555조원을 굴리는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가 25일부터 나흘에 걸쳐 서울에서 전북 전주·완주 혁신도시로 이전한다. 기금 운용 인력 200여명 가운데 작년부터 올해까지 50명 넘게 사표를 냈거나 사표 제출 의사를 밝혔다. 8명의 실장급 가운데 지난 8개월 새 6명이 그만뒀다. 요즘은 하루 한 명꼴로 사표를 내고 있다고 한다. 앞으로 6개월 이내에 계약 만료되는 운용역만 50여명에 달하는데 공백을 쉽게 메우기 힘들다고 한다. 기금 운용 인력은 비교적 우수하다. 대우는 민간 펀드매니저의 60~65% 수준이지만 금융 네트워크와 큰돈을 굴리는 경험을 쌓을 수 있어 우수 인력을 유치할 수 있었다. 이들이 금융 중심지인 서울을 떠나기보다는 직장을 바꾸는 결정을 하고 있는 것이다. 막을 수 없는 일이다.
당초 국민연금공단 본부 인력 550여명만 옮기고 기금운용본부는 서울에 남겨두었다. 그러자 전북 지역 의원들이 "정부가 국민연금에서 500조원 알맹이는 쏙 빼놨다" "500조원이 옮겨오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우리한테 몰릴 것"이라는 식의 논리로 지역 민심을 부채질해 이전을 끌어냈다. 마치 실제 돈이 500조원 오는 것처럼 부풀려 놓았다. 민주당 대선 후보 한 사람은 "서울에 남는 걸 내가 막았다"고 자랑했다.
지역에서는 기금운용본부가 이전되면 거래 기관에서 매달 수천명이 찾아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한다. 설사 그렇게 된다 해도 낭비가 너무 크다. 국민연금은 2043년이면 적자로 돌아선다. 555조원 자금을 우수 인력에게 맡겨 수익률을 1%포인트만 높여도 연간 5조5000억원을 벌고, 고갈 시기를 7~8년 늦춘다. 지역에 사람 더 찾아와 밥 먹어 생기는 경제 효과와는 비교할 수 없는 국가 이익이다. 나라가 이렇게 돌아가는데도 모두 속수무책이다.
-조선일보(17-02-22)-
_________________
[공공기관 지방 이전 10년] 국민연금-한수원
국민연금, 전주로 25일 이전-서울서 왕복 5시간 걸리는 곳…
세계적 연기금 중 홀로 지방行
금융허브 서울 떠나는 '555兆
국민연금'… 투자 베테랑 50명, 짐싸서 회사 떠났다
국민 노후 자금 555조원을 굴리는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가 25일 서울(신사동)에서 전북 전주로 이전한다. 일본·노르웨이 공적연금에 이어 세계 3대 연기금인 국민연금을 운용하는 기관이 금융 중심지를 떠나게 된 것은 경제 논리가 아니라 지역 균형 발전이란 정치 논리에 휘둘려 '전주'로 배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기금운용본부는 해외에서 운용하는 자산이 150조원이 넘고, 250곳이 넘는 해외 금융사와 거래한다. 매달 200명이 넘는 외국인이 이곳을 방문한다. 이런 기관이 서울에서 왕복 5시간은 걸리는 '지방 신도시'로 가게 됐다. 전주에는 JB금융지주(전북은행·광주은행) 외에는 이렇다 할 금융회사가 없다.
세계 10대 연기금 가운데 수도나 경제 중심지가 아닌 곳에 본부를 두는 것은 국민연금밖에 없다. 후유증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투자 전문가들이 대거 조직을 이탈하고 있다. 작년 이후 부서장급을 포함해 50명 안팎이 사표를 냈거나 퇴직 의사를 밝혔다. 이런 상황이 수익률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진다. 운용 수익률이 1%포인트만 떨어져도 5조원이 날아간다.
기금운용본부의 전주 이전이 논란이 되면서 노무현 정부 시절 시작된 '혁신 도시 정책'에 대해 전반적인 리모델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07년부터 시행된 혁신도시특별법은 총 115개 공공기관·공기업을 전국 10개 혁신 도시로 분산하는 것이다. 현재까지 부지 조성, 공공기관 이전 비용 등 17조원 이상 비용이 들어갔고 105개 기관이 이전을 완료했다.
균형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일부 성과를 거뒀지만 기능별 분산이 아니라 지역별로 공공기관을 나눠주기식으로 배분함으로써 효율성이 떨어지고, 경제 효과도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특히 혁신 도시 기능을 수행하는 데 필수적인 산학연(産學硏)클러스터 조성이 속도를 못 내고 있다. 10개 혁신 도시의 클러스터 부지 평균 분양률은 57%에 그친다. 김천 혁신 도시로 이전한 한국전력기술의 경우 협력 업체가 100여곳에 달하는데 4곳만 동반 이전했다. 권영섭 국토연구원 국토지역정책연구센터장은 "현재의 혁신 도시는 공공기관 이전에 따라 새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딱 주변 인구만 빨아들인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진석 기자, 조선일보(17-02-21)-
______________
서울 오는 글로벌 투자자 매달 200여명, 과연 全州까지 갈지…
금융허브 떠나는 국민연금본부-"일정 빠듯한데 전주까지?" 한국 오는 외국인 투자자들, 적어도 투자 관련 4~5곳과 미팅
-투자 전문가는 자꾸 떠나고 수익률 1%만 떨어져도 5兆 감소 "글로벌 네트워크 약해질 우려"
-경제논리 누른 정치논리 2012 대선때 與野 이전 공약… 서울 사무소도 낼 수 없게 '대못'
오는 25일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가 이사 갈 전주 혁신 도시(전북 전주시 덕진구)의 신사옥. 그 옆엔 잡초가 무성한 1만여 평(3만6453㎡) 규모의 공터가 있다. 전북도청이 '연기금 특화 금융타운'을 조성한다고 작년 3월 157억원을 주고 매입한 땅이다. 기금운용본부가 옮겨오면, 증권사·자산운용사 등 금융사들이 대거 사무실을 낼 테니 건물을 지어 분양하겠다는 계산이다. 현지에서 만난 공인중개사 A씨는 "기금운용본부가 내려오니 증권사나 자산운용사 200여 개가 따라올 것이란 소문이 퍼지면서 집값에 도움이 될 것이란 말이 나온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간 금융회사들은 "김칫국부터 마신다"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형 증권사 고위 임원은 "전주나 익산 시내에 있는 지점에 임시 사무실을 하나 두고 직원들을 오가게 하면 되지 임차료나 인건비를 들여 사무실을 낼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외국인 투자자 발길 끊어질라"
기금운용본부 안팎에선 전주 이전으로 글로벌 네트워크가 약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작년 말 기준 전체 기금 555조원 중 27%인 약 150조원을 해외에서 굴리고 있다. JP모건·블랙록·모건스탠리 등 세계 굴지의 투자은행(IB)·자산운용사 등에 돈을 맡겼다. 최근까지 매달 평균 200명 안팎의 외국인이 유망 투자처를 제안하러 해외에서 서울로 온다. 그런데 기금운용본부가 새로 둥지를 틀 전주 혁신 도시는 서울에서 차로 왕복 5시간 거리다. 외국인들은 한국에 한번 오면 적어도 4~5곳의 투자 관련 기관과 회의를 하는데, 전주에 오려면 길에서 최소 5시간을 허비하게 돼 일정상 기금운용본부는 들르지 않으려 할 수 있다는 것이다.
555조원 굴리는 본부가 황야에 덩그러니… - 국민 노후 자금 555조원을 굴리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이사 가는 전주 혁신 도시. 맨 오른쪽 건물이 국민연금공단 본사, 오른쪽 둘째 건물이 기금운용본부 건물이다. 주변 땅은 아직 개발되지 않은 채 잡초만 무성하다. /정한국 기자
세계 10대 연기금 중 국민연금을 제외한 9곳이 모두 각국의 수도나 금융허브에 기금운용본부가 있다. 글로벌 자본 시장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한 것이다. 세계 1위 규모인 일본 공적연금은 본사가 도쿄이고, 세계 4위 네덜란드 공적연금(ABP)도 본사는 남부의 헬렌이란 도시에 있지만 기금을 굴리는 자회사 APG는 암스테르담에 있다. 캐나다 공적연금도 금융허브인 뉴욕·시카고와 가까운 토론토에 자리 잡았다.
기금운용본부가 '논두렁 본부'가 될 처지에 놓인 것은 정치권의 입김 때문이다. 2012년 대선 당시 여야가 전북 지역의 지지를 얻기 위해 경쟁적으로 기금운용본부 전주 이전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것이 발단이 됐다. 이후 2013년 6월 말 국민연금법이 개정돼 전주 이전이 확정됐다. 정치권과 전북도 등은 기금운용본부가 서울사무소도 낼 수 없도록 막아 놓은 상태다.
◇투자 베테랑들 줄사표
전주 이전을 앞두고 기금운용본부에서는 '줄사표' 사태가 벌어졌다. 작년에만 30명이 회사를 관뒀고 올해에도 이미 20명 이상이 떠났거나 사의를 밝혔다. 기금운용본부장 다음 '넘버2'인 운용전략실장이 작년에만 두 번 바뀌었을 정도다. 올해 안에 계약이 끝나는 펀드매니저들도 50명에 달해 사표가 상반기 내내 이어질 것이란 말이 나온다. 전주로 이전한 후에는 새로 사람을 뽑기도 쉽지 않다는 걱정이 크다.
국민연금은 현재 세계 3위인 555조원 규모다. 80년대 후반부터 연금 가입자를 사실상 전 국민 대상으로 확대하면서 기금이 다른 나라에 비해 빠르게 늘어났다. 미국이나 유럽의 다른 선진국은 전 국민 대상 연금이 아니라 직업별 연금 등 다양한 제도를 활용하고, 현재 일을 하는 세대가 낸 보험료를 은퇴한 사람들에게 바로 지급하는 '부과 방식'을 쓰는 경우도 많아 국가 경제 규모에 비해 적립액이 상대적으로 적다. 국민연금은 2031년부터는 거둬들이는 보험료보다 연금 지급액이 더 많아진다. 적극적인 투자로 수익률을 끌어올려 국민 노후 자금을 불릴 수 있는 시간이 약 15년 남았다는 뜻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남은 15년간은 수익률을 최대한 올려야 하는 정말 중요한 시간이라 내부적으로는 '골든 타임'이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전주=정한국 기자, 조선일보(17-02-21)-
_________________
토함산 자락의 한수원, 별명은 '한수寺'
"경주 시내로 본사 못 보낸다" 지역 이기주의에 떠밀린 결과 주말마다 직원버스 15대 서울行
지난해 경주시 양북면으로 이전한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은 신경주역에서 1시간, 경주 시내에서 40분이 걸리는 토함산 자락에 있다. 지난 10년간의 공공기관 지방 이전 가운데 가장 황당한 사례로 꼽힌다.
한수원 주변은 황량하다. 인근 논밭 사이에 군데군데 무덤까지 보인다. 국내 전력의 약 31.5%를 생산하는 우리나라 최대 발전 회사가 산골짜기나 다름없는 곳에 있다. 직원들은 "산사(山寺)나 다름없는 황당한 곳에 와버렸다"면서 이곳을 '한수사(寺)'라고 부르는 지경이다.
한수원 본사 주변은 논·밭·묘지 - 경주 토함산 자락에 위치한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본사 주변은 인적이 드물고, 군데군데 묘지까지 보여서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다. /김지섭 기자
편의점 등 기본적인 생활 편의시설도 찾기 어렵다. 한수원 직원들은 거의 매일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는다. 본사 이전 후 1년이 돼가지만, 매주 금요일 오후 28인승 버스 15대가 서울행 직원들을 실어나른다. 한수원 직원 10명 중 6명 정도(약 58%)는 가족과 떨어져 '기러기'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주 양북면 주민들은 주민들대로 불만에 가득 차 있다. 주민들은 한수원 이전으로 마을이 윤택해질 것으로 기대했으나 "예전과 달라진 것이 없다"고 불평하고 있다.
한수원 직원 1300여 명이 산골짜기에서 근무하게 된 것은 '지역 이기주의'에 떠밀려서다. 정부는 지난 2006년 1월 경주시 양북면에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 시설(방폐장)을 만들기로 했다. 경주시는 대신 3000억원의 특별지원금과 한수원 본사 유치권을 얻었다.
당초 방폐장 부근에 짓기로 했던 한수원 본사의 위치가 논란거리가 되면서 시끄러워졌다. "경주 시내에 유치해야 지역 경제 발전에 더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경주시가 도심 이전을 추진했지만, 방폐장이 만들어질 동(東)경주 주민들이 "방폐장은 우리한테 떠넘기고 본사는 경주 시내로 가져가느냐"고 반발해 무산됐다.
-경주=김지섭 기자, 조선일보(17-02-21)-
___________________
지방세 수입은 늘었지만, 생산유발 효과는 아직…
혁신도시 경제효과
공공기관 이전을 통해 전국에 10개 혁신 도시를 만들어 국토 균형 발전을 이루겠다는 계획은 당초 기대한 정책 목표를 달성하고 있을까.
공공기관이 이전한 지역들은 땅값이 오르고, 인구가 늘어났다는 점에서 지역 경제에 플러스(+) 효과를 주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2015년 전국 10개 혁신 도시의 평균 땅값 상승률은 4.9%로, 전국 평균(2.1%)은 물론 서울(2.4%)과 경기(1.6%) 지역 상승률을 웃돌았다. 그해 전남 나주 혁신 도시는 18.5%, 경남 진주 혁신 도시는 8.2%나 땅값이 올랐다. 또 지방세 수입도 크게 늘었다. 전국 10개 혁신 도시 지방세는 2014년 약 2100억원에서 작년 4300억원 이상으로 약 2배가 됐다.
하지만 일자리 창출과 생산 유발 효과는 기대에 훨씬 못 미치고 있다. 주된 요인은 공공기관 직원들이 가족을 데리고 내려가 정착하는 비율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005년 국토연구원 연구 결과를 인용, 공공기관 지방 이전으로 "지방에 약 13만3000개의 일자리가 생기고, 생산 유발 효과는 연간 약 9조3000억원에 이른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 수치는 공공기관 직원 3만2000명이 1인당 가족을 약 1.5명씩 데리고 각 지역에 정착했을 때를 가정한 것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전체 혁신 도시에 가족을 데리고 온 직원 비율은 31%(약 9800명)에 그쳤다. 42%(약 1만3500명)는 직원 혼자만 이사 온 '기러기'다.
또 기업이나 연구기관을 유치하겠다고 만든 산학연(産·學·硏) 클러스터 부지는 분양률이 57%에 그치고 있다. 협력업체나 기업, 대학 등 연구소 이전이 기대에 훨씬 못 미치다 보니, 지역 경제권에서 새로운 산업 동력을 만들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한국 기자, 조선일보(17-02-21)-
=============================
'[세상돌아가는 이야기.. ] > [經濟-家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통령은 ‘노동시간’보다 더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 (1) | 2023.03.29 |
---|---|
[‘안전한 곳’이 안전하지 않은 새로운 양상의 금융 위기] .... (2) | 2023.03.28 |
[“세계 경제 회복” 전망 OECD, 한국 성장률만 하향 조정] .... (1) | 2023.03.20 |
[‘동물의 세계’ 코드로 본 SVB 파산] [글로벌 돈 가뭄 닥쳐온다] (0) | 2023.03.16 |
[하루만에 420억불 인출… 은행 무너뜨린 스마트폰] .... (0) | 2023.03.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