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넉한 이스라엘의 품
가톨릭·그리스 정교 등 수많은 종교가 공존
병아리콩 으깬 고로케와 감자·피타 빵 어우러진
국민음식 '팔라펠'과 닮아
구불구불한 '뱀의 길'
수영대회 열리는 '갈릴리 호수' 등
여가 활동 즐기기 좋아
이스라엘 최대 항구 도시 하이파에 있는 바하이 정원에서 내려다본 지중해. 이스라엘은 사막과 지중해의 특색을 모두 갖춘 다채로운 나라다. 무수한 종교 유적과 성지는 기본, 트레킹 등 체험 거리도 잔뜩 있다.
예루살렘 '성묘교회(Church of Holy Sepulchre)'를 돌아보고 나오는 길, 프라이드
치킨 냄새를 맡았다. 병아리콩을 으깨 고로케처럼 튀긴 팔라펠(falafel)에서
나는 냄새였다. 이 팔라펠을 손바닥 크기의 납작한 피타빵에 채소, 참깨
소스(타히니), 후무스(으깬
병아리콩으로 만든 지중해 음식) 등과 함께 넣어 먹는다. 주재료에서
이름을 따 역시 팔라펠이라 부르는 이스라엘 국민 음식이다.
푸짐한 팔라펠은 탄수화물로 터져 나올 듯했다. 탄수화물(피타)에 탄수화물(팔라펠)을
더하고 때로는 탄수화물(감자튀김, 후무스 등)을 추가해 먹는다. 냄새에 구미가 당겼지만 '탄수화물 폭탄'이라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었다. 이스라엘에 대한 편견이 겹쳤다. 유대교, 그리스도교, 이슬람을 가까스로 끌어안고 있는 나라.
① 이스라엘 국민 음식 ‘팔라펠’. 납작한 피타빵에 병아리콩으로 만든 튀김, 야채, 참깨소스 따위를 넣어 먹는다. ② 나사렛에 있는 팔라펠 가게에서 팔라펠을 만들고 있다. ③ 예루살렘 ‘성묘교회’. 골고다 언덕에 세워진 이 교회는 그리스도교 6개 종파의 성지다. ④ 예루살렘에 있는 황금빛 ‘바위의 돔’은 무함마드가 승천했다는 곳이다. 바위의 돔 아래로 ‘통곡의 벽’이 보인다. ⑤ 마사다로 올라가는 ‘뱀의 길’.
성묘교회는 가톨릭·그리스 정교회·아르메니아 사도 교회·시리아
정교회·콥트 정교회·에티오피아 정교회 등 기독교 6개 종파가 건물을 나눠 쓴다. 예수가 십자가를 지고 걸었던 길(비아 돌로로사) 끝, 골고다 언덕 위에 세워진 교회다. 6개 종파가 각기 차린 제단과 예배 장소가 직소 퍼즐처럼 끼워 맞춰져 있다.
예루살렘이라는 도시가 그렇다. 솔로몬이 세운 성전이 있던 자리에 이슬람은 황금빛 '바위의 돔'을 세웠다. 바위의
돔은 이슬람을 창시한 무함마드가 승천했다는 곳이라 늘 무슬림으로 붐빈다. 무슬림은 바위의 돔 앞에서
기도하고, 유대인들은 바위의 돔이 세워진 토대의 서쪽 벽(통곡의
벽)에서 기도했다.
믿음이 없는 사람이 이스라엘에 대해 느끼는 알 수 없는 불편함은 팔라펠을 다시 보면서 변화했다. 밋밋한
팔라펠에 소스를 더하면 맛이 폭발적으로 살아난다. 각종 고추와 토마토를 갈아 넣은, 한국인도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매콤한 레드 소스를 더한다. 부담스러웠던
탄수화물 조합이 소스의 힘을 얻어 입맛을 살렸다.
팔라펠의 맛을 알아갈 때쯤 이스라엘에서 셋째로 인구가 많은 북부 항구 도시 하이파를 찾았다. 지중해가
훤히 보이는 바하이 정원은, 이름도 생소한 '바하이교'의 성지다. 계단만 1500개라는
압도적인 크기다. 19세기 말 이란에서 이단으로 박해받아 숨진 바하이교 창시자가 이곳에 묻혔다. 여러 종교를 담고 있는 이스라엘의 품이 갑자기 넉넉하게 느껴졌다. 이스라엘
국민 음식이라는 팔라펠은 사실 중동지역에서 원래 먹던 음식이다. 팔레스타인은 "우리 전통 음식을 유대인이 훔쳐갔다"고 한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팔라펠을 자국 음식으로 받아들인 모습은 이것도 공존의 형태라는 생각을 하게 했다.
팔라펠에 소스를 뿌리듯 여행에 레저라는 '소스'를
뿌렸다. 이스라엘은 성지순례가 전부인 나라가 아니다. 이스라엘의
작년 인구 성장률은 1.8%로 70년대 초중반 우리나라와
비슷한 수치. 젊은 나라의 국민은 운동을 즐겼다.
사해(死海)에서 마사다(히브리어로 '요새'라는 뜻)로 이어지는 구불구불한 오르막 '뱀의 길'을 새벽 5시부터
오르기 시작했다. 1세기 이 요새에서 로마제국에 맞서 3년간
저항했던 유대인 900여명은 함락이 임박하자 "노예로
사느니 자유인으로 죽겠다"며 하룻밤 사이 목숨을 끊었다. 케이블카를
타고 10분 만에 올라가는 곳을 두 발로 1시간 30분 동안 걸어 올라가며 그들을 생각했다. 낮에는 기온이 40도를 훌쩍 넘기는 이곳에서 해도 뜨기 전에 땀을 뻘뻘 흘리다 보면, 사해
건너편 요르단에서 태양이 떠오른다.
베드로가 물고기를 낚던 갈릴리호수 역시 레저로 유명하다. 지난달 열린 제64회 갈릴리 호수 횡단 수영대회에는 1만명이 찾았다. 3㎞, 5㎞ 구간으로 나뉘는데 3㎞
구간에 도전했다. 가뭄으로 물이 줄었다는 데도 호수에서 100m쯤
걸어가면 수심이 어른 키보다 깊어진다. 수영이 서툰 아이들은 구명조끼를 입고 부모와 함께 호수를 건넜다.
국제공항이 있는 텔아비브는 자전거를 타고 여행하기 좋다. 잘 닦인 자전거 도로 옆으로 지중해가
눈을 가득 채운다. 텔아비브 해안은 모두 무료 개방, 곳곳에
담수 샤워시설을 갖췄다. 자전거를 잠시 멈추고 지중해에 몸을 담근다.
팔라펠도 이스라엘도 진가(眞價)는 경험했을 때
나타난다.
콕콕! 해외여행 Tip 이스라엘
이스라엘 렌터카로는 '옆나라' 요르단 못 가요
이스라엘 화폐 단위는 이스라엘 신셰켈(ILS). 18일 기준으로 1셰켈이 323원이다. 국내에서는
환전이 어려워 미국 달러를 가져가서 현지에서 환전한다.
이스라엘과 요르단은 평화협정을 맺고 있지만 본인 소유 차량이 아닌 렌터카로는 국경을 넘을 수 없다.
영화 '마션'에서 그럴듯한 화성 풍경을 보여줬던
요르단 '와디 럼'이 보고 싶다면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한다.
여권에 이스라엘 출입국 기록이 남아 다른 중동 국가에서 입국을 거부당할 걱정은 안 해도 된다. 이제
이스라엘은 여권 대신 별지에 입국 비자를 발급한다.
-예루살렘·텔아비브(이스라엘)=양지호 기자, 조선일보(17-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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