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깝게도 우리에겐 중국 같은 사막이 없다]
['월성 1호기'의 조기 폐쇄를 고발하다]
[검찰 칼끝이 '탈원전' 향할 날]
안타깝게도 우리에겐 중국 같은 사막이 없다
[한삼희의 환경칼럼]
쿠부치 사막 '태양광 만리장성'
한국 최대 단지 1000배 목표
中 작년 신설량도 한국의 88배
일본은 원전 재건 나설 채비
전력망 부족으로 데이터센터 억제하는 한국
AI 전쟁 어떻게 끌고 가나
에너지계의 숙원이었던 전력망확충법 등 에너지 3법이 어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앞서 지난 19일엔 향후 15년간 어떤 발전소를 얼마나 지을 것인지를 정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국회 상임위 보고를 마쳤고 곧바로 확정됐다. 작년 5월 발표한 실무안에서 대형 원전 신규 건설 물량을 한 기(3기→2기) 줄이는 대신 태양광을 추가했다. 민주당의 견제로 내용이 수정됐다.
지난 연말 중국 내몽골 지역 쿠부치 사막의 초거대 태양광 단지를 촬영한 나사(NASA) 위성 사진이 공개돼 주목받았다. 현재까지 완성 설비가 5.4기가와트(GW)라고 한다. 그것만으로도 세계 최대다. 그런데 2030년까지 그걸 100GW로 키워 ‘태양광 만리장성(The Great Solar Wall)’을 완성하는 프로젝트라는 것이다. ‘100GW’라는 숫자로는 실감이 안 날 수 있다. 국내 최대인 솔라시도 태양광(전남 해남·48만평·0.098GW)의 1000배 크기, 면적으로 여의도의 689배, 전력 생산량은 1.4GW급 대형 원전 18기분에 해당된다. 여기서 현재 한국 전체 소비량의 30%쯤 되는 전력(180테라와트시·TWh)을 베이징 일대 수도권으로 공급한다는 것이다.
워낙 무지막지한 규모여서 ‘100GW 프로젝트’가 온전히 성사될지 어떨지 알 수는 없다. 다만 한 가지, 쿠부치 사막은 중국 사막들 중 일곱째 크기밖에 안 된다. 중국에는 ‘에너지 공장’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는 사막들이 널린 것이다. 버려진 땅이었던 사막들이 끝이 없는 태양광 바다, 첨단 산업의 에너지 발전소로 격변할 잠재력을 갖게 됐다. 중국은 이런 사막 태양광에 힘입어 작년 한 해 277GW의 태양광을 새로 지었다. 한국(작년 3.16GW 신설)의 88배 속도다. 2023년 기준 세계 태양광 발전량의 36%가 중국 땅에서 나온 것이다. 태양광 세계 무적(無敵)이다.
우리도 태양광을 열심히 늘려가야 한다. 3면이 바다인 지리적 조건을 활용해 해상 풍력도 시도해야 한다. 다만 우리에겐 중국의 사막이나 유럽의 북해 바람 같은 자원은 없다. 그나마 원전 경쟁력을 갖고 있는 것이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후쿠시마 사고를 겪은 일본까지 원전 재건을 들고 나온 마당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 18일 우리 전력 계획과 유사한 에너지기본계획을 발표했다. 2040년까지 원자력 비율을 지금의 8.5%에서 20%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현재 가동 중인 원전이 14기인데 그걸 33기까지는 늘려야 한다. 전력 확보가 너무 절박한 과제라서 지진 다발국 일본이, 후쿠시마 사고 후 14년 만에 원전을 다시 대폭 늘리겠다고 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 각국의 전력 확보 총력전 배경엔 AI 경쟁과 탄소 중립이 있다. 미래 산업 성패가 저렴한 무탄소 전력의 안정적 공급 능력에 달렸다. 예를 들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완성되려면 대형 원전 10기 이상의 전력이 필요하다. 반도체뿐 아니다. 삼성전자보다 전력을 더 많이 쓰는 기업이 포스코다. 그 포스코가 향후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도입하려면 지금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더 많은 전력을 무탄소로 공급해야 한다. 수소 제철 선두 주자인 스웨덴 제철사(H2그린스틸)의 선례(철강 톤당 4메가와트시·MWh 전력 소요)를 적용할 경우, 포스코가 한 해 생산량의 절반만 수소로 생산한다 해도 대형 원전 8기 정도의 전력을 동원해야 한다.
AI 전력 확보 경쟁은 더 코앞에 닥쳐 있다. 한국은 송전망 동맥경화로 수도권 전력 공급이 여의치 않아 AI를 구동할 데이터센터 구축에 뒤지고 있다. 작년과 재작년 합쳐 데이터센터 17곳이 새로 가동돼 161개로 늘었다. 크게 부족한 규모다. 그런 상황에서 작년 6월 전력계통영향평가가 도입됐다. 전력 공급 능력이 달리는 수도권의 데이터센터 신설을 억제하는 제도다. 동해안의 석탄과 원자력 전기, 호남의 태양광 전기를 수도권으로 보낼 전력망이 모자라 수도권 전력 품질을 유지하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그 영향으로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 신청 건수가 2023년 53건에서 2024년 21건으로 뚝 떨어졌다. 전력망 부족이 피 튀는 AI 경쟁에서 한국의 허리춤을 붙잡고 있는 것이다.
전력망 부족 타개를 위해 정부가 총력으로 달라붙게 하자는 것이 전력망확충법이다. 전력망법을 비롯해 해상풍력법, 고준위방폐장법의 에너지 3법은 작년 5월 말 21대 국회 폐회 직전 여야 합의가 이뤄졌었다. 그러나 해병대원 특검법을 둘러싼 정치권 기 싸움 끝에 폐기되고 말았다. 시간만큼 중요한 자원이 없는데 정쟁으로 아까운 아홉 달을 허송했다. 어제 뒤늦게나마 본회의 통과가 이뤄진 것은 다행이지만, 국회라는 제도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인지 회의를 느낄 때가 많다.
-한삼희 환경칼럼니스트, 조선일보(25-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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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 1호기'의 조기 폐쇄를 고발하다
이은철 前 원자력안전위원장
작년 12월 정부의 전력 수급 계획에 '월성 1호기 원전'이 빠져 있었다.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단순히 일정 기간 운행을 중단하는 게 아니라 꼭 문 닫게 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밀어붙였던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 중단이 좌절됐으니 '탈(脫)원전' 대통령의 체면을 세워줄 이벤트가 필요한 것이다.
당시 나는 '바보가 박사인 양 기술자를 통제할 때'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이렇게 썼다.
'문 대통령 지시가 있었다면 대통령의 직권 남용이다. 단언하지만 정부는 원전 사업자인 한수원이 자발적으로 월성 1호기를 포기하는 모양새를 만들어 위법 논란을 피해 갈 것이다. 한수원이 사업적 판단으로 문 닫겠다고 하면 법적으로 시비를 걸 수 없게 된다….'
이은철 전 위원장은“공청회 한 번 열지 않고 한수원 이사 몇몇이 1조원 손실이 예상되는 월성 1호기 폐쇄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예측 그대로 현실이 됐다. 원전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이사회에서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의결했다. 정부는 뒤에 숨고 한수원이 나서서 '노후화돼 경제성과 안전성에서 떨어진다'며 사업적 판단으로 문 닫겠다고 한 것이다.
하지만 3년 전의 한수원은 '설계 수명'이 만료된 월성 1호기의 운행을 10년 더 연장하기 위해 총력전을 폈다. 7000억원을 들여 '엔진'이라고 할 수 있는 압력관 380개 등 핵심 부품과 설비를 다 교체한 뒤 연장 심사를 받았다. 거의 새 물건처럼 바꿔놓은 것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2022년까지 돌려도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며 월성 1호기의 운행 연장을 승인했다. 그런데 지금 와서 한수원은 완전히 딴소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정말 코미디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당시 연장 운행을 승인해준 이은철(71) 전 원자력안전위원장은 지금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그는 서울대 공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로 재직했고, 원자력 분야에서 '안전(安全) 해석' 전공자다.
"원전 사업자인 한수원이 더 이상 안 돌리겠다고 하니 어떻게 할 수 없지만, 원전은 한수원이나 개인 것이 아니라 국민 것이다. 조기 폐쇄로 1조(兆) 이상 손실이 예상되는데, 국민공청회 한번 열지 않고 한수원 이사회 몇 사람이 이런 결정한다는 게 기가 찰 노릇이다. 자기 돈이면 한수원 사장, 산자부 장관, 대통령 그 누구도 이렇게 할 수 있을까."
―월성 1호기는 2012년 말 '30년 설계 수명'이 만료됐으니 문 닫을 명분은 있는 것이다.
"설계 수명이란 정해진 기간 별문제 없이 안전하게 쓸 수 있는 걸 말한다. 그 기간이 돼도 상태가 좋으면 더 쓸 수가 있다. 통상 원전은 신형 부품을 계속 갈아 끼우고 기술을 업데이트해 '설계 수명'의 두 배쯤 가동된다. 미국에서는 원전의 평균 나이가 60년이다. 그 수명이 80년까지도 연장되는 추세다."
―내가 알기로 원전 폐쇄 결정은 두 가지 기준에서 살핀다고 한다. 첫째는 계속 운행하면 안전을 더 이상 확신할 수 없는 경우이고, 둘째는 원전 설비 부품의 교체 비용보다 차라리 새로 짓는 게 돈이 덜 든다는 경제적 판단이 나온 경우다.
"그렇다. 전문가들 관점에서는 월성 1호기를 폐쇄할 아무런 이유가 없는데,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현 정권에서 벌어지고 있다."
―3년 전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안전성에 문제 없다'며 연장 운행을 승인해줬다. 지금 한수원은 월성 1호기의 안전성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말하고 있다. 경주 지진에 위험할 수 있다고 하는데?
"재작년 경주 지진은 진동으로 지반이 얼마나 움직였는지를 나타내는 최대지반가속도가 0.0981g였다. 하지만 월성 1호기는 그 힘의 두 배가 넘는 0.2g 이상에 견딜 수 있게 설계됐다. 최근에는 내진력(耐震力)을 더 보강하는 공사를 진행해왔다. 또 0.1g의 지진이 예상되면 원전은 자동 정지하도록 되어 있다. 이런 내막을 잘 아는 당사자인 한수원이 '경주 지진에 원전이 위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니 납득할 수가 없다. 어떤 의미에서는 국민을 속이는 짓이다."
―월성 1호기의 저조한 운영 실적, 적자 누적 등도 조기 폐쇄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들었는데?
"저조한 운영 실적이라고 하는데, 월성 1호기를 세워놓고 못 돌리게 한 쪽이 누구인가. 탈원전하겠다는 현 정권의 눈치를 보고 안 돌린 것이 아닌가."
―중수로 방식인 월성 1호기는 발전 단가가 높은 것은 사실 아닌가?
"경수로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발전 단가가 높다. 하지만 화력·LNG·신재생 등 다른 형태의 발전소보다는 훨씬 싸다. 한수원은 월성 1호기의 운행 연장을 위해 이미 7000억원을 들여 핵심 부품과 설비를 다 교체했다. 운행을 해야 투자비가 회수되는데, 정지시켜 놓고 그 비용을 발전 단가에 포함하니 당연히 경제성이 나쁠 수밖에 없지 않은가. 말 같지도 않은 이유를 대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조기 폐쇄되면 운행 연장을 위해 투입된 7000억원은 그냥 날아가는 셈인데.
"운행 연장을 위해 지역 주민들에게 지급된 보상금, 사용할 수 있는 것을 중단했을 때의 기회비용, 향후 발전 효율이 낮은 신재생으로 대체해 전력을 생산할 때의 비용, 원전 수출에 끼칠 악영향 등을 따지면 손실액은 1조가 훨씬 넘는다."
―한수원은 '영업 비밀'이라는 이유로 월성 1호기의 경제성 평가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이사 12명 중 11명이 조기 폐쇄에 찬성했다. 아무리 정부의 압박이 있었다 해도 직업 윤리라는 게 있지 않은가.
"국회도 왜 존재하는지 모르겠다. 국가 장래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평가 보고서의 적정성을 검토해야 하지 않나. 지금 야당이 지리멸렬해 이런 상황을 전혀 막지 못하는 게 안타깝다."
―한수원은 이사(理事)들의 업무상 배임 책임을 막기 위해 6억6700만원의 보험료를 냈다는 보도가 있었다.
"한수원이 소유하고 있는 전력산업기반기금으로 보험료를 냈다고 들었다. 이는 국민이 낸 전기료로 조성된 기금인데 이런 용도로 사용해도 되는지 의문이다."
―집권 초 문 대통령의 지시로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일시 중단했을 때 1000억원 이상 손실이 있었다. 이번에는 천지 1·2호, 대진 1·2호기 등 신규 원전의 백지화 조치가 있었다. 이미 부지 매입 등으로 1000억원 넘게 투입됐지만 역시 날아가게 됐다. 정부가 이를 어떻게 보전해줬다는 소식은 들은 바가 없다.
"대선 후보로서 '탈원전' 공약을 냈지만, 대통령이 된 마당에 제발 현실을 바로 보고 빨리 깨달았으면 좋겠다. 탈원전의 결과는 4~5년 늦게 나타나고 그때쯤에는 회복하기가 늦다. 문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가 끝난 뒤에 벌어질 혼란에 대해서는 책임을 안 지겠다는 것인가."
―국내 원전의 비율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에너지원을 다양화할 필요는 있지 않은가?
"그런 비율 조정은 서서히 해나가야 한다. 지금 문제는 탈원전 정책에 맞춰 무리한 계획을 밀어붙이는 데 있다. 현 정권은 원전 비중을 지금보다 10%쯤 줄이겠다는 것인데, 그 공백을 무엇으로 대체하겠다는 건가. 전력 사용량은 경제성장률의 1.4배로 늘어난다고 한다. 빅데이터·인공지능·수소차 등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될수록 에너지 수요는 더욱 증가할 것이다.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 발전소로는 이를 맞출 수가 없다."
―현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대로 늘리겠다는 계획인데.
"정부 기관이나 산업체에서 사용하는 전력은 안정적 공급이 전제돼야 한다. 이런 안정성은 원자력이나 화력이 담당해왔다. 태양광과 풍력은 날씨와 낮밤에 따라 영향을 받아 고정적 전력 공급이 어렵다. 무엇보다 우리 국토 현실에서 신재생을 20%대로 늘릴 수가 없다."
―태양광발전소 하나를 만드는 데 서울 여의도 면적의 5배 이상이 필요하다고 한다. '친환경 에너지'라는 태양광과 풍력발전 단지 조성에는 역설적으로 자연환경 파괴가 따른다. 우리나라 지형에서 태양광을 하려면 산을 깎고 나무를 베어낼 수밖에 없다. 아마 전국 곳곳에서 민원이 빗발칠 것이다.
"산을 깎아 조성한 태양광발전소들이 이번 장마에 무너져내렸다는 보도가 있었다. 현 정부 계획대로 100만㎾급 30기 이상을 조성하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나."
―현 정부는 LNG 발전소를 대안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청정 에너지로 알려진 LNG는 석탄보다 극미세 먼지를 대량 방출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LNG는 수입에 의존한다. 가격 변동성이 커 불안한 측면이 크다. 단가가 비싼 점도 문제이지만 중국이 주요 공급원을 독점하고 있다. 우리에게 결코 유리한 환경이 아니다. 무리한 탈원전 추진은 전기 요금 상승과 산업 경쟁력 저하, 수출과 일자리 감소를 불러올 것이다."
―나라를 끌고 가는 현 정권의 핵심들은 자신의 신념과 단편 지식에 의해 내린 결정이 얼마나 많은 사회적 비용과 후유증을 낳을지에 대해 생각이 없다. 과거 칼럼에도 썼지만, 이들에게서 조선시대 공리공담(空理空談)하는 조정 대신들의 모습이 보인다.
"지금까지 어렵게 이뤄온 원전의 기본 인프라가 현 정권 1년만에 급속하게 무너졌다. 숙련된 원전 기술자들은 이직을 고민하고 있다. 중국이나 UAE에서 이들을 스카우트하려고 한다. 우리 학생들은 취업이 안 될 원자력 분야를 택하지 않는다. 원전 부품업체들도 문을 닫기 시작했다. 원전 부품은 200만개다. 국내에서 부품 조달이 제때 안 되면 외국에 주문 제작을 의뢰해야 한다. 급하면 중고 부품을 사용할 것이다. 지금까지 원전 사고는 사람 실수로 발생했지만 이제는 부품 때문에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이 닥치기 전에 차라리 지금 모든 원전을 문 닫게 하는 게 옳다."
물론 그의 마지막 말은 역설(逆說)이다.
-최보식 선임기자, 조선일보(18-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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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칼끝이 '탈원전' 향할 날
한국수력원자력은 월성 원전 1호기에 대해 "2022년까지 운영하는 데 안전성엔 문제가 없지만 이용 실적이 저조하다"며 지난달 조기 폐쇄 결정을 내렸다. 한수원은 월성 1호기가 월성 2~4호기에 비해 이용률이 낮다고 했다. 하지만 7000억원을 들여 새것처럼 고쳐 재가동을 시작한 2015년 당시 월성 1호기 이용률은 95.8%에 달했다. 이는 월성 2~4호기를 웃돈 것이며 국내 원전 25기(基) 중 여섯째로 높았다.
지난해 월성 1호기의 이용률(40.6%) 역시 고리 3호기(4.9%)나 2011년 2월 가동을 시작한 신고리 1호기(5.8%) 등보다 더 높았다. 원전은 정기적으로 정비하고 부품을 교체하며 가동을 유지한다. 전 세계에서 89기 원전의 수명이 60년까지 연장돼 운영되는 것도 이런 과정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6월 당시 이용률이 99.7%에 이르던 고리 1호기를 영구 정지했다. 이용률이 낮아 월성 1호기를 조기 폐쇄한다면 고리 1호기 폐쇄는 어떻게 설명할 건가. 더욱이 한수원은 이사(理事)들에게조차 경제성 평가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았다. 이사 12명 가운데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진 조성진 경성대 교수는 "그래도 지구는 돈다"고 했다. 한수원은 국회에도 '영업비밀'이란 이유로 보고서 제출을 거부했다. 투명성 논란이 일자 "보고서를 공개하면 원전 수출 경쟁국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한수원과 정부는 탈원전 '책임 폭탄 돌리기'에 급급하다. 한수원은 배임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보험료로만 6억6700만원을 쏟아부었다. 또 이번 결정이 공기업으로서 정부 정책 이행을 위한 것이란 점을 누차 강조했다. 반면 산업통상자원부는 한수원의 결정일 뿐 정부가 강제할 사안이 아니라고 했다.
정부와 한수원의 탈원전 행보를 보면 이명박 정부의 해외 자원 개발 사업의 복사판처럼 느껴진다. MB 정부는 무리하게 해외 자원 개발 사업을 밀어붙였다. 공기업은 경제성이 없음을 알면서도 그대로 따랐다. 그 결과 막대한 국고 손실을 남겼고, 공기업 사장들은 줄줄이 기소됐다. 산업부는 최근 검찰에 재수사를 의뢰했다. MB 정부 때 해외 자원 개발에 관여했던 고위 공직자도 잇따라 면직됐다.
지난달 28일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결정한 한수원 이사 11명을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현 정부는 탈원전 강행으로 이미 1조여원의 혈세를 낭비했다. 무리한 탈원전 추진은 전기 요금 상승과 산업 경쟁력 저하, 수출과 일자리 감소 등으로 이어져 피해가 더 커질 것이다. 영원한 권력은 없다. 해외 자원 개발을 겨눈 검찰의 칼끝이 탈원전을 향하는 날이 올 수도 있다.
-안준호 산업1부 기자, 조선일보(18-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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