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해외]

[알펜루트·구로베 협곡] '일본의 알프스' 이곳은 벌써 가을

뚝섬 2018. 7. 29. 05:44

구로베 협곡을 달리는 도롯코 열차. / 한진관광·일본정부관광국 제공

 

가을 단풍놀이를 해외로 가고 싶다면 가장 가까운 곳이 일본이다. 일본에서 단풍이 유명한 곳은 교토를 비롯해 여러 곳을 꼽을 수 있는데, 가장 스케일이 큰 곳은 알펜루트를 품은 '일본 알프스'.

'
일본 알프스'라는 명칭은 처음 쓴 사람은 영국인 선교사 W.웨스턴이다. 그가 메이지 시대 히다산맥·아카이시산맥의 여러 산을 등산하고 출간한 '일본 알프스의 등산과 탐험'은 일본의 또 다른 모습을 서구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

일본 알프스는 3개 지역으로 나뉜다. 히다산맥을 북() 알프스, 기소산맥을 중앙(中央) 알프스, 아카이시산맥을 남() 알프스로 부른다. 세 산맥이 모두 3000m가 넘는 고봉 26개를 품고 있다. 최고봉은 남 알프스의 기타다케산(北岳 3192m).

 

여정은 알펜루트의 시작점인 고마쓰에서 출발한다.

Day 1
인천-고마쓰(小松) -우나즈키(宇奈月)-구로베 협곡

오색 빛으로 물든 '일본의 지붕' 알펜루트, 단풍과 함께하는 힐링을 기대하며 비행기에 올랐다. 유난히 더웠던 올해 여름 더위에 지쳐 고생한 나에게 주는 선물이다. 비행기가 이륙한 지 약 1시간 45분 정도 후 고마쓰(小松) 공항에 도착했다. 버스로 협곡 사이로 구로베강이 흐르는 길을 달렸다. 우나즈키역이 보이기 시작한다. 구로베 협곡을 관광할 수 있는 협곡열차가 출발하는 역이다. 협곡열차는 토롯코 열차라는 이름을 갖고 있고 많은 이들에게 그렇게 불리는데 어감이 참 귀엽다. 토롯코라는 이름은 광산이나 토목공사에 쓰이는 작고 지붕이 없는 화물차를 말한다.

출발시각을 알리는 소리에 긴장도 잠시, 활짝 웃으며 손 인사를 건네는 역무원들의 모습에 마음이 편해진다.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경치로 유명한 북 알프스 산악 협곡지대 풍경을 고생하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토롯코 열차는 언제나 붐빈다. 열차는 깎아지른 듯한 산들과 거친 계곡물, 그리고 무성한 원시림과 좁은 터널을 약 2시간 가까이 느릿느릿 달린다. 우나즈키역을 출발해 게야키다이라역까지 가는데 터널 수가 41, 건너는 다리 수만 21개에 달한다. 언젠가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봤던 것 같은 풍경이 이어진다. 녹음 짙은 울창한 숲과 유난히 파란 하늘, 그리고 맑고 깨끗한 강이 눈앞에 펼쳐진다. 만화 속 주인공이 된 듯한 착각에 마음이 들뜬다
.

호텔에 체크인하고 침대에 누웠다. 오늘 봤던 모든 것이 참 인상적이지만, 여행안내 책자 첫 페이지에서 본 울긋불긋한 단풍 사이에 자리 잡고 있던 붉은 철교 신야마비코 다리(新山彦橋, 길이 166미터)가 특히 기억에 남았다. 이 다리 이름은 열차 소리가 메아리가 되어 마을 전체에 울려 퍼진다고 해서 붙여졌다고 한다. 기차 안에 탑승하고 있던 아이들의 신난 목소리들도 귀가에 맴돈다. 깊숙한 골짜기를 따라 오래된 마을이 가을빛에 잠겨 있던 그 모습을 마음에 담고 잠을 청했다.


구로베 협곡에 걸린 다리 이름에는 저마다 사연이 담겨 있다. / 한진관광·일본정부관광국 제공

 

Day 2 우나즈키-다테야마-(알펜루트)-오기사와-오쿠히다

오늘 일정은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 일본 알프스 다테야마 구로베 알펜루트다. 다테야마역에서 오기자와까지, 다테야마 케이블카-다테야마 고원버스-다테야마 터널 트롤리 버스-다테야마 로프웨이-구로베 케이블카-간덴터널 트롤리 버스 이렇게 순서대로 무려 6가지 이동 수단을 갈아타고 도야마 현에서 나가노 현까지 약 90㎞를 횡단하는 여정이다.

호텔에서 약 1시간 반 정도 버스를 타고 이동하면 다테야마 구로베 알펜루트의 시작점에 다테야마 역에 닿는다. 다테야마 구로베 알펜 루트는 '일본의 지붕'이라고 불리는 일본 알프스의 주봉 다테야마(立山, 3015m)를 관통하는 산악관광 루트로 도야마에서 나가노 현까지 표고 차 2400m의 변화무쌍한 풍광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이른 아침부터 다테야마 역은 크게 붐볐다. 먼저 케이블카를 타고 바쁘게 주위 경관을 감상하다 보니 어느새 해발 977m에 있는 비조다이라(美女平)에 이른다. 비조다이라까지는 약 7분 정도, 불과 10분이 채 안 걸린다. 가파른 경사면을 부드럽게 오르는 케이블카를 탑승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수령이 1000년도 넘는 다테야마 삼나무 거목, 너도밤나무 등의 다양한 원생림에 둘러싸인 산책로를 걷고, 옥상 전망 테라스에 올라 다테야마 봉우리를 감상하니 마음이 편해진다. 다음으로 비조다이라에서 다테야마 고원이 시작되는 무로도(室堂)까지는 버스를 이용한다. 버스에는 왼쪽에 앉는 게 좋다 해서 제일 먼저 왼쪽 자리를 잡았다. 버스가 숲을 통과하면 광활한 미다가하라 고원이 눈앞에 펼쳐진다. 해발 2450m까지 이어진 산악도로는 마치 거대한 뱀처럼 굽이친다. 가을 풍광의 절정을 만나게 되는데 올라갈수록 빨간 옷을 입은 나무들이 많다. 그렇게 50분 정도 고원을 가로질러 달리면 종점인 무로도에 도착한다
.

조금 배가 고파져서 기념품 가게에 들러 구경을 한 뒤 무로도에서만 판다는 달콤한 밀크 아몬드를 입에 넣고 허기를 달랜다. 무로도의 미쿠리가이케 연못은 무로도를 대표하는 경관으로 '신을 위한 주방의 연못'이라는 별명이 있다. 옛날에는 이 연못의 물을 사용하여 다테야마의 신에게 올리는 요리를 만들었다는 전설이다. 그래서일까, 코발트 빛 수면이 산봉우리를 맑게 비치는 모습이 아름답다. 다시 트롤리 버스를 타고 다이칸(
)으로 이동한다. 트롤리 버스는 100% 전기로 가는 버스다. 일본 알프스와 구로베 댐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에 잠깐 들러 감탄을 금치 못하고, 다시 로프웨이와 케이블카를 번갈아 타고 약 10여 분 정도 내려오면 일본이 자랑하는 구로베 댐이 손에 잡힐 듯 보인다.


수량이 풍부한 구로베 댐은 담수가 쏟아져 내려오는 장쾌한 풍경이 볼거리다. / 한진관광·일본정부관광국 제공

 

해발 1470m에 있는 구로베 댐은 일본에서 가장 높은 아치식 댐이다. 구로베 댐은 풍성한 수량을 자랑하는데 댐 수문을 개방하여 시원스러운 폭포 같은 담수가 쏟아져 내려오는 풍경 또한 볼거리다. 무로도에서 다이칸을 거쳐 로프웨이를 타고 구로베다이라로 내려가는 하산 코스는 일본 알프스 단풍의 진수가 압축된 구간이다. 로프웨이를 타고 서서히 내려가면서 눈에 들어오는, 산맥과 강이 그려낸 숨 막히는 풍광은 '일본 알프스'라는 이름이 결코 과장이 아님을 보여준다. 마지막 6번째 교통수단인 트롤리 버스를 타고 구로베 댐에서 오기자와()까지 약 16분 정도 이동하면 루트는 끝난다. 걸어서 종주한 것은 아니지만, 순식간에 피로가 몰려온다. 호텔에 돌아와 온천물에 몸을 담그니 천국이 따로 없다.


고카야마 마을에서는 일본의 전통적인 산촌생활을 느껴볼 수 있다. / 한진관광·일본정부관광국 제공


‘합장촌’이라는 마을 이름은 지붕들이 마치 손뼉을 마주한 듯한 모습에서 유래했다. / 한진관광·일본정부관광국 제공

 

Day 3 오쿠히다-가미코지-다카야마-시라카와코-도야마



일본의 국립문화자산으로 지정된 가미코지를 가는 날이다. 히다산맥의 해발 1500m 고지에 있는 산악지대로 '일본의 요세미티'라 부를 정도로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곳이다. '다이쇼이케' 연못은 1915년 야케다케의 대폭발로 인해 강이 막혀 생긴 연못으로 그 당시 수몰된 낙엽송 등이 화석처럼 연못 속에 남아있다. 물에 잠겨 줄기만 남은 나무가 마치 동화 속 그림같이 몽환적이고 신비한 분위기를 뿜어낸다. 다음 목적지는 '작은 교토'라 불리는 다카야마와 유네스코 지정 세계 문화유산인 고카야마 합창촌이다. 다이카야마는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아기자기한 아름다움이 있는 동네다. 고카야마는 왜 이름이 합장촌일지 궁금했는데, 들어서는 순간 알 수 있었다. 지붕들이 마치 손뼉을 마주한 듯한 모습 때문이다. 북유럽의 옛 마을을 옮겨 놓은 듯한 초록색 풍경은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Day 4
고마쓰-인천

여행의 마지막 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언제나 아쉽다. 12시 비행기를 타야 하기 때문에 간단한 조식 후 바로 고마쓰 공항행 버스로 몸을 실었다. 호텔 체크아웃을 끝으로, 3 4일의 알펜루트 여정이 끝났다. 버스 한쪽에서 "아 그냥 여기 1주일만 더 있었으 면 좋겠다. "라는 소리가 들린다. 자연 친화적이고, 마음이 편해지는, 그간 다녀간 일본여행과 차원이 다른 경험을 원한다면 이번 여름 알펜루트로 가는 것은 어떨까.

[i]
수도 도쿄(東京
)

비자 무비자(90)

비행시간 대한항공 직항. 고마쓰 공항까지 1시간 45분 소요


시차 없음

공용어
일본어

화폐
엔화(100 JPY=1005)

전압 110V

여행상품정보문의 한진관광

 

-문유선 TRAVELER 객원기자, 조선일보(18-07-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