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山野(草·木·花)] 199

[상사화] 그리움의 꽃..

[김민철의 꽃이야기] 얼마전 광릉 국립수목원에 다녀왔습니다. 남녘에서 상사화 사진이 올라오는 것을 보고 수목원 지인에게 상사화가 피면 알려달라고 부탁드렸는데, 드디어 피기 시작했다는 연락이 온 것입니다. 수목원 만병초원과 비비추원 근처 등 두세 곳에서 막 핀 상사화를 볼 수 있었습니다. 연분홍 꽃 색깔이 기대 이상으로 고와 뙤약볕에 1시간 이상 차를 몰고 간 것이 전혀 아깝지 않았습니다. 상사화는 꽃이 필 때는 잎이 없고, 잎이 있을 때는 꽃을 볼 수 없는 특이한 식물입니다. 봄에는 잎만 나와 6~7월쯤 마른 다음 8월쯤 꽃대가 올라와 연분홍색 꽃이 핍니다. 그래서 잎과 꽃이 서로 만나지 못해 그리워한다고 이름이 상사화(相思花)입니다. 아쉽게도 우리나라에서 살아가는 상사화는 결실을 맺지 못합니다. 우리가..

[요즘 이름이 가장 궁금한 꽃 10가지]

[김민철의 꽃이야기] 요즘 사람들이 가장 이름을 궁금해하는 꽃은 무엇일까요. 꽃이름을 알려주는 앱 ‘모야모’에 ‘랭킹’이라는 코너가 있는데, 이 코너에서 집계한 최근 한주(8월2~8일) 인기 질문 10가지를 소개합니다. 1위는 배롱나무였습니다. 배롱나무는 7월 초부터 10월 중순까지, 거의100일 동안 피는 꽃입니다. 원래 이름이 100 일간 붉은 꽃이 핀다는 뜻의 ‘백일홍(百日紅)나무’였는데, 발음을 빨리하면서 배롱나무로 굳어졌다고 합니다. 진짜 100일 가까이 우리 곁에서 진분홍 꽃망울을 터트립니다. 배롱나무. 은평한옥마을. 2위는 누리장나무입니다. 요즘 산에 가면 정말 흔하게 볼 수 있어서 랭킹 2위에 오른 것 같습니다. 누리장나무는 어른 키보다 약간 높게 자라는 나무인데, 요즘 붉은빛이 도는 꽃받..

[칡꽃] 노랑무늬, 달콤한 향기

[김민철의 꽃이야기] 김동리의 대표적인 단편 중 하나인 ‘역마(驛馬)’는 옥화의 어미와 아들 등 3대에 걸친 가족 인연을 바탕으로 토속적인 의식세계를 보여주는 소설이다. 화개장터가 주무대인데, 칡이 많이 나오고 있다. 화개장터에서 주막을 하는 옥화는 역마살을 없애려고 아들 성기를 쌍계사에 보낸다. 옥화는 그의 어미가 젊은 남사당의 진양조 가락에 빠져 하룻밤 풋사랑으로 태어난 딸이었고, 아들 성기는 옥화가 구름 같이 떠도는 중과 인연을 맺어 낳은 자식이었다. 어느날 체장수 영감이 딸 계연을 데려와 맡기고 장삿길을 떠난다. 자연스럽게 성기와 계연은 서로 연정을 품는다. 다음은 성기가 칠불암에 책값을 받으러 갈 때 계연을 데려가는 장면이다. 아가위나무는 산사나무의 다른 이름이다. 그러던 어느날 옥화는 우연히 ..

[능소화, 회색빛 도로 밑에 핀 여름꽃]

서울 성수동 강변북로 밑에서 주홍빛 능소화가 콘크리트 옹벽을 가득 채웠다. 왕복 10차선 회색빛 도로 아래 숨겨진 아름다운 풍경이다./오종찬 기자 회색빛 왕복 10차선 도로 아래 숨겨진 멋진 풍경. 서울 성수동 강변북로 밑 옹벽을 주홍빛 능소화가 가득 채웠다. 벽면을 타고 올라간 넝쿨이 회색 콘크리트를 덮으며 그림 한 폭 같은 ‘꽃벽’이 되었다. 무심코 달리는 차량 행렬 아래서 꽃을 배경으로 정성스럽게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보니 비현실적인 느낌이 들기도 한다. 여름에 피는 꽃 능소화는 옛날 양반 집 정원에 주로 심어서 ‘양반꽃’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장원급제하면 임금이 모자에 꽂아줘서 ‘어사화’라는 별칭도 있다. 멀리서 보면 붉은빛이 나고 가까이서 보면 주황색 물감이 금방이라도 손에 묻을 듯 꽃잎이 크고 ..

[잔디] 뿌리가 주위 열 흡수해 수증기로 내뿜어…

한여름 지표면 온도 10도 이상 낮춰 초록빛 잔디가 땅을 덮고 있습니다. 잔디의 줄기는 땅 위에 있는 땅위줄기(①)와 땅속에 있는 땅속줄기(②)가 있어요. 땅속줄기는 땅을 기어가듯 옆으로 자라고, 사이사이에 뿌리(③)가 나 있어요. /위키피디아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땅들이 초록빛으로 물들고 있습니다. 지금 공원 잔디밭에 나가보면 새 잔디들이 파릇파릇 자란 것을 관찰할 수 있어요. 잔디는 어른 손바닥 길이 정도로 길이가 일정하고 사람이 여러 번 밟아도 살아남는 성질이 있는 식물이에요. 잔디류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겉모양은 다들 비슷하지만 좋아하는 기온이 달라요. 우리나라와 중국·일본 등에서 자생해 흔히 한국 잔디라고 불리는 '들잔디'와 '금잔디'는 따뜻한 곳에서 잘 자라 5월부터 9월까지 초록빛 잎을 냅..

[“산림조성 40년인데 오래된 나무?… 대규모 벌목 추진 성급했다”]

“산림청 어린나무 30억 그루 심기, 데이터 부족”… 신준환 전 국립수목원장 신준환 전 국립수목원장(현 동양대 산림비즈니스학과 초빙교수)은 서울대 산림자원학과 76학번이다. 평생을 나무·숲과 보낸 학자이자 행정가다. 경북 예천에서 나고 자라면서 초등학교 시절(1960년대) 마을마다 분주했던 식목(植木)·녹화(綠化)·사방(砂防) 사업을 바라보면서 나무와 운명적으로 만났다. 법대나 의대를 가라는 부친 만류를 뿌리치고 농대로 전공을 정하고 박사 학위를 받은 뒤 국립산림과학원에서 일생을 보냈다. 그에게 나무와 숲은 ‘글자는 없지만 하늘이 만든 책(無字天書)’이다. 숲을 읽는 건 자신의 내면을 읽는 것이란 의미다. 그에게 최근 논란의 중심이 된 산림청의 ’2050 탄소 중립 산림 부문 추진 전략'과 산림 경영에 ..

[탈원전 文정부, 멀쩡한 산 밀어버렸다] [나무를 위한 변호]

[탈원전 文정부, 멀쩡한 산 밀어버렸다] [나무를 위한 변호] 탈원전 文정부, 멀쩡한 산 밀어버렸다 탄소배출 거의 없는 원전 줄이고… “나무 30억그루 새로 심겠다” 드론에 포착된 마구잡이 벌목 현장 - 지난 13일 강원도 홍천군 두촌면 일대 숲이 벌채로 인해 민둥산이 돼 있다. 40~50년생 잣나무가 자라던 이곳은 산림청으로부터 보조금을 받아 어린 나무를 심기로 하고 벌목을 진행했다. 이 사진은 드론으로 촬영했다. /고운호 기자 정부가 ‘탄소중립’을 위해 멀쩡한 숲을 대거 벌목(伐木)한 다음 어린 나무 30억 그루를 새로 심는 방안을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수령(樹齡) 30년 이상 된 나무가 탄소 흡수 능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를 댔지만, 전문가들은 “오래된 숲의 탄소 저감 능력이 더 뛰어나다는 연..

[사람 사회가 나무숲 절반만 닮았더라도]

[한삼희의 환경칼럼] 양분 넉넉한 나무가 배고픈 나무 돕고 나무끼리는 친족을 더 챙긴다는 연구 결과 연어도 새끼에 자기 몸 바쳐.. 자연의 신비로운 이타심 십여 일 전 영국 가디언 인터넷판에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수잰 시마드 교수 인터뷰가 실렸다. 몇 년 전 시마드의 테드닷컴 강연이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있다. 가디언 인터뷰는 ‘엄마 나무를 찾아서’란 회고록 출간이 계기가 됐다. 책은 출간 일주일도 안 돼 아마존 ‘자연 보전’ 분야 베스트셀러 1위에 올라 있다. 강원도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 숲. 나무들끼리 땅 속 균사망을 통해 영양분을 주고받는 사실이 실험을 통해 확인됐다. 시마드는 박사과정이던 1991년 특이한 실험을 했다. 숲 속 빈터에 자작나무와 전나무 묘목을 인접해 심은 후 각각을 투명 비닐봉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