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經濟-家計]

[100만㎡까지 지자체가 그린벨트 해제.. ‘난개발’은 막으라] ....

뚝섬 2023. 2. 13. 09:36

[100만㎡까지 지자체가 그린벨트 해제… ‘난개발’은 막으라] 

[땅값이 비싼 건 땅 주인의 책임이 아니다] 

[22만 소도시 마인츠에 가보라]

 

 

 

100만 ㎡까지 지자체가 그린벨트 해제… ‘난개발’은 막으라

 

이르면 상반기에 비수도권의 경우 중앙정부 허가 없이도 시·도지사가 자체적으로 100만 ㎡까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해제할 수 있게 된다. 한 번에 서울 여의도 면적의 3분의 1을 지역 재량으로 풀 수 있는 것이다. 반도체 등 국가 전략 산업을 지방에서 추진하면 광역권 단위로 정해진 그린벨트 해제 총량에서 빼 준다. 10일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의 ‘중앙권한 지방이양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그린벨트 해제 권한을 지방자치단체로 대폭 넘기는 것은 지방 소멸을 막고 지역 균형발전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그동안 지자체들은 기업을 유치하고 지역 개발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그린벨트 해제 권한의 이양을 계속 요구해왔다. 기존 30만 ㎡까지였던 해제 권한이 3배로 커지면 지역에서 주도적으로 대규모 사업 계획을 수립할 수 있게 된다. 지역 여건에 맞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해 지역 발전을 앞당기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하지만 그린벨트가 무분별하게 해제될 경우 난개발과 환경 파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를 피할 수 없다. 다수의 지자체장들이 그린벨트 해제를 주요 공약으로 내건 만큼 임기 내 치적을 위해 보여주기식 개발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지역마다 경쟁적으로 비슷한 개발계획을 추진하는 낭비 역시 우려된다. 산업단지 조성 등을 이유로 그린벨트를 풀었지만 정작 투자 수요가 없어 개발이 진행되지 않는 곳이 여럿인 게 현실이다. 지역 균형개발이라는 목적은 달성하지 못한 채 자칫 전국 곳곳이 마구잡이로 파헤쳐지는 결과만 초래돼선 안 된다.

 

그린벨트는 도시의 ‘허파’이자 미래세대를 위해 남겨 둬야 할 자산이다. 지자체에 권한을 넘겨주더라도 환경 훼손, 지자체 간 이해관계, 경제성 등을 두루 살필 수 있는 정부의 조정 기능은 살려야 한다. 이번 기회에 1998년 도입된 환경등급평가 지표를 현실화하고 해제 총량을 조정하는 등 그린벨트 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재정비도 논의해볼 만하다. 지자체 권한이 남용돼 소중한 국토자산이 함부로 허물어지는 것은 막아야 한다.

 

-동아일보(23-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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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값이 비싼 건 땅 주인의 책임이 아니다

 

[朝鮮칼럼]

건물·공장·도로 등 도시적 용도로 국토의 8% 쓰는 데 그쳐
농지·임야 규제 풀어 가용 토지 대폭 늘려야…
땅값 계속 오른다 생각지 않도록 선제적 토지 공급이 필요하다
 

 

월롱산에서 바라본 파주 LG디스플레이 공장. 2003년 엘지필립스가 파주에 차세대 디스플레이 공장을 지을 수 있었던 것은 노무현 대통령이 그 많은 규제를 모두 풀어 준 덕분이었다./파주시 제공

 

우리나라에서 투자하는 데 고임금 못지않게 큰 장애 요인이 고지가(高地價)다. 고지가는 주택 가격과 자영업자의 가게 임차료 부담을 높여서 물가를 높이고 다시 임금 인상을 초래하는 악순환을 만든다. 백해무익이다. 고임금은 경제 발전의 궁극적 목표고, 고금리는 저축을 유도해 자금 공급을 늘려 금리가 다시 떨어지게 하지만 땅값은 올라도 공급이 늘지 않기 때문에 값을 안정시키는 기제가 작동하지 않는다. 가게를 임차해 장사하는 사람들이 애써 번 돈의 큰 몫을 땅 가진 사람들이 가져간다. 고지가는 만병의 근원이다.

 

땅값이 이렇게 높은 것은 공급 부족 때문이다. 인구 밀도가 세계 3위인 나라가 건물·공장·도로 등 도시적 용도에 국토의 겨우 8%를 쓰고 있다. 우리나라 땅은 원칙적으로 사용 금지다. 농지·임야 보전에서 시작해 수도권 인구 집중 방지, 자연환경 보전, 문화재·군사 시설 보호 등 수많은 이유로 특별한 허가 없이는 토지 이용이 불가능하다. 가장 우선적으로 활용해야 할, 이미 집을 지어 살고 있는 땅도 재개발·재건축을 제한해 공급 차질을 초래했다. 새 서울시장이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완화해 공급 전망이 호전된 것만으로도 수요가 대기 상태로 바뀌고 집값이 안정되는 것을 보고 깨닫는 바가 있어야 한다.

 

새로 토지가 필요할 때 복잡한 절차를 거쳐 허가받아야 하니 토지 공급은 언제나 부족하다. 어렵게 토지를 사용 가능하게 만들어 놓으면 지주들은 사실상 공급 독점 상태가 되어 그 전에는 팔리지도 않아서 고민하던 땅도 값을 천정부지로 올린다. 그래서 큰 사업을 할 때는 회사 임직원 이름으로 남몰래 토지를 매집한 후에 이전용 절차를 밟는다고 한다. 불필요한 비용과 시간 낭비를 초래하니 투자 저해 요인이다. 2003년 엘지필립스가 파주에 차세대 디스플레이 공장을 지을 수 있었던 것은 노무현 대통령이 그 많은 규제를 모두 풀어 준 덕분이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가용 토지를 사전적으로 현재의 2배 정도 늘려서 공장이나 아파트를 지을 때 여기서 값을 비싸게 부르면 저기 가서 짓겠다고 할 수 있게 해 주어야 지가가 안정되고 투자가 활성화된다는 말이다.

 

토지에 대한 세금을 늘려서 토지 수요를 억제하겠다는 아이디어가 돌아다니는데 땅값이 이렇게 비싼 것은 가용 토지의 공급을 제한한 나라의 책임이지 땅 주인이 올린 게 아니다. 집값과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투기해서 값이 오른 게 아니라 값이 계속 오르니 미리 사 놓을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 대실패에서 규제와 세금으로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킬 수는 없다는 교훈을 얻지 못했다면 그건 바보다. 여당도 부동산 세금을 완화하겠다고 한다니 다행이기는 하다.

 

토지의 경우에도 공급 확대 없이 공급자 시장을 그대로 두고 세금을 올리면 결국은 수요자에게 부담이 전가돼 값은 더 오르고 투자는 더 어려워질 수 있다. 혹시 집권해서 토지 세금을 올려 보고 싶더라도 사전에 가용 토지를 2배 정도 확대해서 토지 시장을 수요자 시장으로 만들어 놓고 난 후에 할 일이다.

 

과거 제조업 시대에는 정부가 산업단지공단으로 하여금 농지·임야를 사들여서 (때로는 수용까지 해 가면서) 부지를 조성하고, 도로를 내 주고, 전기·수도도 넣어주는 등 토지를 적극적으로 공급해 주었다. 이제 제조업에서는 과거와 같은 대규모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기대하기가 어려워졌음에도 불구하고 서비스 산업의 투자 유치를 위해 미리 토지를 마련해 주는 사례는 아직 찾아보기 어렵다. 투자 유치를 위해 땅을 마련해 주는 것을 당연시하는 외국 사례를 본받으려면 투자 유치의 주체인 지자체에 토지 이용 규제권을 대폭 넘겨야 한다.

 

그린벨트에 대해서도 우리 모두 솔직해져야 한다. 이 정부가 발표한 3기 신도시는 대부분 그린벨트를 풀어서 부지를 마련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갑자기 “그린벨트는 다음 세대에 물려 줄 소중한 유산”이라는 것은 또 무슨 조화인가? 다음 세대에 녹지를 물려 주어야 한다고 해도 그 물려 줄 녹지의 위치가 하필 50년 전에 박정희 대통령 때 지정해 놓은 바로 그 땅이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발굴이라도 해서 토지 공급을 늘리겠다”는 각오가 안 보인다.

 

지금까지 모든 정부가 토지 공급이 필요할 때는 결국은 규제를 풀어 주었다. 그린벨트도 이미 풀 만큼 풀었다. 어차피 풀 규제라면 선제적으로 해서 사람들이 더 이상 토지가 희소한 자원이고 값이 끝없이 오를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게 만들면 좋겠다.

 

-박병원 안민정책포럼 이사장·前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조선일보(21-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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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만 소도시 마인츠에 가보라

 

[동서남북]

獨바이오엔테크 백신 대박… 빚 갚고 돈방석 앉은 도시
선심성 예산 집행 유혹 딛고 “기업유치·미래세대 투자”
 

 

독일 마인츠에 있는 바이오앤테크 본사 전경./게티이미지 코리아

 

독일의 관문 프랑크푸르트에서 차로 40~50분 거리에 있는 인구 22만 소도시 마인츠는 요즘 ‘로또 당첨’ 분위기다. 독일에서 부채 상위 20대 도시에 꼽힐 만큼 살림살이가 어려웠던 이 도시가 내년까지 상환해야 할 6억3400만유로(약 8500억원)의 단기 부채를 한 번에 갚고도 남을 만큼 세수가 넘쳐 용처를 두고 행복한 고민에 빠진 것이다. 현지 언론들은 ‘마인츠가 돈더미 속에서 헤엄치고 있다”고 할 정도다.

 

마인츠에 횡재를 안긴 건 이곳에 본사를 둔 백신 개발사 바이오엔테크(bioNtech). 미 화이자와 손잡고 인류 첫 mRNA 방식의 코로나 백신을 만든 주역이다. 2019년까지 적자를 못 면했던 이 회사는 백신으로 대박을 내면서 올해 순이익 100억유로(약 13조4000억원)의 돈방석에 앉았다. 지자체에 내는 법인세금도 덩달아 급증하면서 마인츠의 법인 세수가 작년보다 6배 가까이 뛴 것이다.

긴급한 사업이 아니면 엄두를 내지 못했던 마인츠는 내년까지 흑자 재정을 예약한 상태다. 2008년 창업했지만 정작 대부분의 마인츠 시민은 코로나 사태 전까지는 이 회사의 이름조차 몰랐다고 한다. 한적한 소도시의 작은 벤처에 불과했던 이 회사의 성공 스토리 뒤에는 그러나 우리가 배울 만한 점이 적잖다.

 

우선 바이오엔테크는 이민자들의 ‘저먼 드림(German Dream)’을 상징한다. 창업자 우구어 자힌(56)은 부모를 따라 이주한 터키계 이민 1.5세대다. 1965년생인 그는 1969년 자동차 공장에 취업한 아버지를 따라 독일로 왔다. 사민당 빌리 브란트가 총리이던 시절 네 살이었던 자힌은 동독 출신 메르켈이 총리이던 시대 꽃을 피운 것이다. 피부색과 언어가 달라도 꿈을 이룰 수 있도록 하는 독일의 이민 정책이 반세기 동안 흔들림 없이 유지된 덕분이다.

 

자힌은 매일 산악자전거로 출퇴근하고 휴일에는 네이처·사이언스 같은 저널에 실린 논문을 읽는 게 유일한 취미다. 술은 입에도 안 댄다. 그러나 백면서생 같은 그의 뒤엔 단기 이익을 바라지 않고 장기 투자를 해준 슈트륑만(Struengmann) 형제라는 뚝심 있는 투자자가 있었다. 독일 바이오제약 산업의 경우 초기 스타트업에 대한 벤처 캐피털의 투자 규모는 미국의 10분의 1도 안 된다. 하지만 그 속에도 안목 있는 투자자와 벤처 캐피털이 있었다.

 

횡재를 대하는 마인츠시 정부의 마인드도 놀랍다. 마인츠도 코로나 피해가 컸고, 늘어난 세수를 선심성 예산으로 돌릴 수 있었다. 실제 의회에서 그런 목소리들이 나왔다. 하지만 미하엘 이블링(Michael Ebling) 시장은 “미래 세대를 위한 바이오테크 허브를 만들겠다”며 포퓰리즘과 선을 그었다. 그는 기업 세율을 낮추겠다고도 선언했다. 바이오엔테크가 만든 ‘기회의 창’이 닫히기 전에 기업들을 한 곳이라도 더 유치해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만들 산업 기반을 갖추겠다는 의지였다.

 

돈 뿌리기에 급급한 지금의 한국 대선 후보 중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마인츠로 날아가 그런 현장을 직접 보고 오라 하고 싶다. ‘관광’ 논란을 달고 다녔던 전임자의 해외 순방과 달리, 그런 순방이라면 국민도 욕하지 않을 것이다. 저출산고령화 같은 난제가 즐비한 우리로선 이민자도 차별받지 않고 꿈을 이룰 수 있는 사회적 조건을 만든 정책, 호흡 긴 투자자들, 한눈팔지 않고 연구개발에 몰두한 과학자, 미래를 위한 투자를 우선시하는 지자체의 결단이 조화를 이룬 그들의 지혜가 절실하다. 나라 밖으로 눈을 돌리면 포퓰리즘을 딛고 진짜 국가 지도자로 거듭날 지혜를 얻을 수 있는 현장은 곳곳에 있다. 일부러라도 그런 곳을 찾아가 배우기 바란다.

 

-이길성 기자, 조선일보(21-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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