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한 에너지 과소비, 새해 40일 만에 무역적자 177억달러]
[전기료 지각 인상, 에너지 소비 절감 외 다른 길 없다]
[중국산 건고추가 왜 한국에서 활개치게 됐나]
["탈원전이 주가 떨어뜨렸다" 한전 주주들의 분노]
[中國의 선택은 '전기차+원전']
[슈피겔이 전한 독일의 '탈원전 반면교사']
여전한 에너지 과소비, 새해 40일 만에 무역적자 177억달러
새해들어 40일만에 177억달러의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무역적자 대부분은 원유, 가스, 석탄 등 3대 에너지 수입액이 급증한 탓이다. 정부가 작년부터 에너지 절약을 유도하고 있지만, 원유 수입량은 지난해 7% 늘어난데 이어 올들어서도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 중구 명동의 한 대형매장이 추위 속에서도 문을 활짝 열고 전열기를 틀어놓고 있는 모습.
무역수지가 1월 127억달러 적자에 이어 2월 들어서도 열흘 새 50억달러 적자를 냈다.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수출이 12% 늘었으나 수입 증가폭이 17%로 더 컸기 때문이다. 특히 원유·가스·석탄 등 3대 에너지 수입액이 66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62% 급증했다. 무역 적자 대부분이 에너지 수입 탓이다.
정부는 작년 7월 에너지 수요 효율화 추진 방침을 밝히고 공공기관 실내 온도 17도 이하 유지, 민간 실내 온도 20도 이하 유도, 옥외 조명 소등 등 절약 캠페인을 벌였지만, 에너지 소비가 줄기는커녕 계속 늘고 있다. 지난해 원유 도입량은 재작년보다 7.3% 늘었다. 올 2월 들어서도 원유 도입 단가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10% 안팎 올랐지만 수입액은 45%나 늘어났다. 국제 유가가 급등해도 과소비가 여전하다는 뜻이다.
에너지 수입 증가가 무역 적자 폭을 키우고 있는 반면 수출 여건은 암울하다. 전체 수출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반도체는 2월 들어 열흘 동안 40%나 줄어 격감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자동차 수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고, 최대 교역국 중국에 대한 수출은 새해 들어서도 두 자릿수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대로 가면 연간 무역 적자액이 정부 전망치 260억달러보다 훨씬 커질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해외 여행객이 폭증하고 있어 서비스 수지 등을 합한 경상수지마저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우리나라는 1998년 이후 25년 연속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해왔다.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한 정부, 기업, 가계의 총력 대응이 절실하다. 그동안 역대 정부가 전기료, 가스료, 휘발유 값을 선심성 ‘정치 요금’으로 만든 탓에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나라이면서 세계 8위의 에너지 다소비국이 됐다. 1인당 전력 소비량이 OECD 36국 중 5위에 이를 정도로 전기 낭비도 심하다.
에너지 절약 캠페인으론 부족하다. 강도 높은 가격 정책을 통해 에너지 절약을 유도해야 한다. 유류세 할인도 더 줄여 기름값도 하루빨리 정상화해야 한다. 전기료도 마찬가지다. 현재와 같은 에너지 과소비·저효율 구조로는 에너지 수입량을 줄일 수 없고, 무역수지 개선도 기대하기 어렵다.
-조선일보(23-02-14)-
________________
○ 서울 결혼식 총비용 2~3년 새 수천만원 껑충. 코로나로 미뤘던 婚事라 울며 겨자 먹기로 지갑 열어.
-팔면봉, 조선일보(23-02-14)-
_________________
전기료 지각 인상, 에너지 소비 절감 외 다른 길 없다
한국전력은 10월부터 4인 가구 기준 가정용 전기요금이 평균 2270원 인상된다고 밝혔다. 사진은 서울 시내의 한 오피스텔에 설치된 전기계량기./연합뉴스
오늘부터 가정용 전기, 가스 요금이 각각 6.9%, 15.9%씩 인상된다. 4인 가족 기준으로 월 7670원의 추가 부담이 생길 전망이다. 국제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LNG(액화천연가스)·석탄 등의 수입 가격이 1년 새 2~3배나 오른 점을 감안하면 요금 인상 폭은 너무 낮다. 올 한 해 30조원에 달한다는 한전 적자를 줄이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물가 문제 때문에 인상 폭을 최소화한 것으로 보이지만 지속 가능하지 않다. 내년엔 전기 요금을 최소 30% 이상 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역대 정부는 포퓰리즘으로 전기료 인상을 계속 억제해왔다. 그 결과 에너지 아까운 줄 모르는 과소비 행태가 산업뿐 아니라 가정에도 광범위하게 자리 잡고 있다. 산업용 전기료는 OECD 평균 대비 88%, 가정용 전기료는 61% 수준에 불과하다. 전기를 많이 쓰는 글로벌 데이터 센터들이 한국으로 몰려오고, 중국산 냉동 고추가 수입돼 전기로 가동되는 고추 건조기를 거쳐 국내 건고추 시장을 석권하게 된 것도 모두 싼 전기료 때문이다. 그러는 사이 한국전력의 부채는 165조원을 넘어서 기업 부도를 걱정할 지경이 됐다.
싼 전기료는 에너지 절약과 효율화를 위한 기업과 가계의 노력을 무디게 만들어 나라 전체를 에너지 과소비·저효율 사회로 만들었다. 국내총생산(GDP) 1단위 생산에 들어가는 전력량이 미국·독일·영국 등은 30년 사이 30% 이상 감소했는데, 한국은 오히려 37% 늘어났다. 에너지 과소비는 무역 적자의 주요인이기도 하다. 올해 무역 적자의 대부분이 에너지 수입액 급증 탓이다.
정부는 산업·경제 구조를 에너지 저소비형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올겨울 에너지 사용량 10% 절감을 목표로 범국민 절약 캠페인을 벌이고, 전기료도 정상화시키겠다고 했다. 한국이 지금과 같은 에너지 과소비·저효율 구조를 갖고는 국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
-조선일보(22-10-01)-
____________
중국산 건고추가 왜 한국에서 활개치게 됐나
[한삼희의 환경칼럼]
한국의 저렴한 전기로 건조시켜 파는 장사
외국 데이터센터들도 몰려오는 중
‘에너지 위기’ 겪는 지금이 전력 시장 개조 적기
어느 시장의 건고추 판매 모습. 국내 유통되는 건고추 물량의 40% 이상이 중국산이다. 고관세를 피해 냉동고추로 들여온 후 고추건조기로 말려 팔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건고추 유통량 가운데 40% 이상이 중국산이다. 중국산이 20년 사이 40배 늘었다. 가격은 국산의 절반을 좀 넘는 수준이다. 원래 건고추는 국내로 수입되기 힘들다. 270% 고(高)관세를 물어야 한다. 그 고관세를 피하는 방법이 있다. 고추를 냉동 상태로 들여와 해동시킨 후, 전기로 작동하는 고추건조기로 말려 건고추를 만드는 것이다. 냉동고추 관세는 27%밖에 안 된다.
고추건조기는 뜨거운 바람을 내는 열풍 히터다. 이걸로 고추를 말릴 수 있는 것은 ‘농사용 전기 요금’이 워낙 싸기 때문이다. 지난달 기준 주택용 전기는 ㎾h당 115원, 산업용은 122원인데 농사용은 55원이 안 된다. 영세 농가를 보호하자는 취지일 것이다. 그러나 전체 농민의 0.6%밖에 안되는 대량 전력(100㎾ 이상) 수용가들이 농사용 전기의 45%를 쓴다. 일반 농민인지 의심스럽다. 요즘엔 암호화폐 채굴에도 농사용 전기가 동원된다.
우리 전기 요금 체계의 또 하나 문제는 산업용, 주택용 전기 요금이 뒤집혀 있다는 점이다. EU 경우 산업용 전기 요금이 주택용의 60% 수준이다. 공장 전기는 고압으로 공급돼 배전 비용이 덜 들고 전력 손실도 적다. 원가가 싸게 먹힌다. 그런데도 한국에선 산업용이 주택용보다 비싸게 책정돼 있다.
결정적으로 비정상인 것은 연료 가격 변화가 전기 요금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점이다. LNG 수입 단가가 작년 1월부터 1년 새 2.6배가 됐다. 유연탄 가격은 작년의 3배로 폭등했다. 그랬어도 6월 기준 주택용 전기는 1년 전보다 11.8%, 산업용은 6.1% 올랐을 뿐이다. EU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이 충분히 반영되기 전인 올 1분기에 이미 작년보다 32%(가정용)~37%(산업용) 올랐다. 지금은 훨씬 더 뛰었을 것이다.
한전 사장은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전기 요금을 올려야 한다고 10번 요청했지만 단 한 번 승인받았다”고 했다. 전기 요금을 올리면 탈원전 정책이 공격받는다는 우려가 앞섰기 때문이다. 전기 요금을 눌러 놓는 바람에 한국의 주택용 전기 요금은 EU의 3분의 1, 산업용은 2분의 1 수준이다. 며칠 전 글로벌 데이터센터 기업들이 한국으로 몰려온다는 뉴스가 전해졌다. 데이터센터는 수만대 서버를 돌리는 전력 블랙홀이다. 외국 데이터센터가 들어오는 것은 투자 유치가 아니다. 중국 건고추처럼 싼 전기 요금을 따라 들어오는 것일 뿐이다. 그러는 사이 한국전력 부채는 150조가 넘었다.
강원도 춘천시에 있는 네이버의 첫 번째 데이터센터 ‘각 춘천’의 내부 모습. 수만대의 서버가 가동되고 있다. 최근 싼 전기 요금을 겨냥해 외국 데이터센터들이 국내로 몰려오고 있다. /네이버
전기 요금이 왜곡되는 건 그것이 ‘정치 요금’이기 때문이다. 산업부 인가(전기사업법)를 받아야 하고 기재부 협의(물가안정에 관한 법률)를 거쳐야 한다. 원가 반영은커녕 복지와 물가관리 수단으로 활용돼왔다. 선거를 앞두고 내리고 선거 후 찔끔 올리는 패턴이 되풀이됐다. 전력거래소 이사장을 지낸 조영탁 교수(한밭대)는 “한국 전기 요금은 정치적 인계철선을 달고 있다”고 했다. 요금을 조정하면 곧바로 정부 책임으로 돌아간다는 뜻이다. 전국 주유소 휘발유 가격은 작년 6월 L당 1577원에서 올 6월 2084원으로 올랐다. 연비 10㎞ 승용차로 연간 1만2000㎞를 몰면 기름값을 작년보다 61만원 더 부담하게 됐다. 그렇더라도 소비자들의 심각한 불만 제기는 없다. 가격이 시장에서 결정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반면 한 달 350㎾h를 쓰는 가정의 연간 전기 요금 부담은 1년 새 5만원 늘었다. 이 정도의 가격 조정도 정부로선 큰 결심을 해야 한다.
에너지 위기가 가속화돼도 우리 국민과 기업은 위기를 실감하지 못한다. 원가 인상 요인들이 가격에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포퓰리즘 전기 요금 아래선 에너지의 효율화, 관련 신기술·신산업의 등장을 기대할 수 없다. 시장 왜곡을 지금 바로잡지 못하면 기득권 구조와 비효율은 누적된다. 점점 더 손대기 힘들어질 것이다. 150조 부채의 한전을 방치하면 건실한 송·배전망 투자가 어려워진다. 송·배전망이 부실해지면 전력 공급의 안정성이 위협받는다. 탄소중립을 위해 태양광·풍력 전기 비중을 높이려면 변동성을 관리할 수 있도록 전력 시장을 정교하게 재(再)설계해야 한다. 하지만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는 사람이 없다. 그럭저럭 굴러왔는데 굳이 리스크를 떠안을 필요가 있겠냐는 것이다. 전력 시장 개혁 얘기만 나오면 민영화 프레임을 걸어 공격하는 세력도 있다.
전력 시장을 개조하는 것은 고난도 작업이다. 그러나 모순 구조가 부각된 지금이 시스템 개조의 적기일 수 있다. 제도 자체를 손댈 수 있는 기회는 자주 찾아오지 않는다. 정부로부터 독립된 규제위원회에서 합리적 전기 요금을 정하도록 해 전기 요금에 달려 있는 정치 인계철선부터 철거하는 것이 개혁의 첫 단추일 것이다.
-한삼희 선임논설위원, 조선일보(22-07-27)-
______________
"탈원전이 주가 떨어뜨렸다" 한전 주주들의 분노
한국전력 소액 주주들이 한전 주가 급락과 영업 부진이 정부의 탈원전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20일부터 정책 변화를 촉구하는 릴레이 항의 집회를 갖는다고 한다. 한전 주가는 2016년 8월 6만3600원까지 올라갔으나 현재는 2만5000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한전은 2016년 12조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는데 작년엔 1조1745억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올 1분기에도 기록적인 6299억원의 영업 적자를 냈다.
정부는 한전의 경영 악화가 탈원전과 관계없다고 주장한다. 올 1분기 원전 이용률은 75.8%로, 작년 같은 기간의 54.9%와 비교하면 거의 정상으로 회복됐다는 것이다. 작년 전체 이용률은 65.9%였다. 그러나 2001~2010년의 10년 평균 이용률이 92.6%였고 2005년엔 95.5%까지 기록했다. 원전 이용률을 미국 수준인 90%로 유지만 했더라도 한전이 이렇게 막대한 적자를 내진 않았을 것이다. 40년간 단 한 차례도 중대 사고가 없었던 원전의 이용률을 한동안 60% 아래로 떨어뜨리면서까지 정비 작업을 벌였던 것이 탈원전과 관계없다고 하는 것은 국민을 속이는 것이다.
원전을 세워놓으니 그 공백을 LNG 발전으로 채워야 했다. 이에 따라 2016년 3350만t이던 LNG 수입량이 2018년 4320만t으로 증가했다. 설상가상으로 LNG 수입 단가는 2016년 t당 364달러였던 것이 작년 527달러로 올랐다. LNG 총수입액은 2016년 122억달러에서 2018년 228억달러(약 27조원)로 급증했다. 정부는 이를 놓고 한전 경영 악화는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 때문이라며 탈원전과 연결 짓지 말라고 한다. 스스로도 억지라는 사실을 알 것이다.
탈원전을 추진하면 미세 먼지를 뿜어내는 석탄 발전을 늘리지 않는 이상 LNG 발전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LNG 가격은 불안정하다. 탈원전을 고집해 발전 기업의 수익성을 국제 LNG 가격 등락에 떠맡겨 버린 것이 정부 아닌가. 원자력 전기 발전 비용에서 우라늄 수입액 비중은 10%밖에 안 되지만 LNG 전기 발전 비용의 수입 연료비 비중은 80%다. 한전이 어떻게 멍들지 않을 수 있나.
한전의 경영 악화는 태양광·풍력 비중을 늘려가고 있는 탓도 크다. 한전의 원자력 전기 구입 단가가 지난해 ㎾h당 66원이었는데 신재생 전기는 그 2.5배인 165원이었다. 탈원전을 그만두지 않으면 신재생 비중은 계속 늘고 한전 경영은 더욱 악화될 것이다. 이미 폐로가 결정된 고리 1호·월성 1호 말고도 2030년까지 10기 원전이 가동 중단될 처지이기 때문이다.
탈원전과 신재생 확대의 원조 국가인 독일의 2017년 전기요금은 ㎾h당 389.2원이었다. 한국 125.1원의 3.1배였다. 한전은 정부와 산업은행 보유 지분이 51%지만 외국인 지분이 27%, 일반인 지분도 22%다. 외국인과 소액 주주들이 한전 경영 악화를 보고만 있겠는가. 결국은 전기료를 인상해 정권의 잘못된 정책 때문에 국민이 피해 보는 것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조선일보(19-05-18)-
_____________
中國의 선택은 '전기차+원전'
中 전기차 올해 160만대 판매, 보조금도 내년 아예 폐지… 환경오염은 원전으로 해결
어정쩡한 한국 전략 걱정돼
올해 중국 자동차 시장은 지각변동을 겪고 있다. 전체 시장은 작년과 마찬가지로 맥을 못 추고 있다. 1분기 승용차 판매 대수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10.4% 줄었다. 하지만 순수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등 신에너지 차량(NEV)은 판매가 급증했다. 신에너지 차량은 25만대가 팔려 120%의 증가율을 기록했는데, 이 중 순수 전기차는 판매 증가율이 160%에 달했다.
중국 정부는 올해 판매 대수가 160만대에 이를 것으로 본다. 한 해 2800만대 정도인 자동차 판매를 감안하면 신에너지 차량 점유율이 6% 가까이로 올라간다는 얘기가 된다. 2010년 전기차 보조금 정책을 실시한 지 9년 만에 본격적인 상업화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내년 말까지 전기차 보조금을 아예 폐지할 계획이다. 지난 3월엔 보조금 지급 대상을 주행거리 250㎞ 이상 차량으로 축소하고, 보조금도 절반으로 줄이는 과도기 정책을 내놨다. 보조금 의존도를 낮춰 시장의 자생력을 키우겠다는 뜻이다.
보조금 폐지 이후에도 시장 전망은 어둡지 않다. 쓸 수 있는 다른 정책 수단이 많다. 베이징·상하이 등 대도시는 대기 오염을 줄이기 위해 번호판 추첨제나 입찰제를 통해 차량 등록 대수를 제한한다. 번호판이 없으면 아예 차를 못 산다. 전기차에 대해 이런 등록 제한을 풀어주면 충분히 구매 경쟁력이 있다. 판매 대수가 늘면서 전기차 가격 자체도 떨어지는 추세이다.
중국 정부는 전기차 판매 대수가 2020년 200만대를 시작으로 2025년 700만대까지 늘 것으로 예상한다. 테슬라와 폴크스바겐, GM 등 글로벌 업체들도 앞다퉈 중국 전기차 시장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 차세대 전기차 주도권을 둘러싼 한바탕 진검 승부가 벌어질 것임을 직감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전기차 시장을 공들여 키운 가장 큰 동인은 역시 환경 문제이다. 전기차와 배터리 분야에서 먼저 글로벌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계산도 있다. 이런 계산은 어느 정도 맞아들어가는 듯하다. 그러나 전기차 증가가 바로 환경 문제 해결을 의미하는 건 아니라는 점이 중국의 고민이다. 중국은 여전히 전체 전력의 70%를 화력발전으로 조달한다. 발전 과정에서 오염물질이 대거 방출된다면 전기차 보급 확대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중국이 준비 중인 또 하나의 카드는 원전이다. 중국 정부는 올해 3세대 원전의 안전성 평가를 위해 지난 3년간 중단해온 신규 원전 승인을 재개한다. 올해만 10여건을 새로 승인할 계획이고, 앞으로도 매년 6~8기의 원전을 새로 승인할 전망이다. 이렇게 대대적으로 신규 원전을 건설하면 2030년 중국의 원전 발전 비중은 12% 정도까지 올라간다.
중국도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 공포에 사로잡혀 원전 건설을 전면 중단한 적이 있다. 그러나 사고 원인에 대한 정밀 분석이 나오자 1년 만인 2012년 원전 건설을 재개했다. 지난 3년간 이 사고 경험을 바탕으로 안전장치를 대거 보완한 3세대 원전의 안전성을 집중적으로 검토한 뒤, 올해 대규모 원전 건설을 본격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원전 없이는 늘어나는 전력 수요와 친환경이 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방법이 없다고 본 것이다.
이런 중국과 달리 우리는 어정쩡한 상태이다. 전기차 판매가 늘지만 중국에 비해서는 미미한 수준이고, 탈원전 바람 속에 원전 산업은 주춤거리고 있다. 질주하는 중국을 보고 있으면 10년 뒤엔 중국 전기차가 서울 도심을 활보하고, 중국 기술자들이 우리 원전을 짓고 관리하는 것 아닐까 하는 걱정이 고개를 든다.
-최유식 중국전문기자, 조선일보(19-05-16)-
_______________
슈피겔이 전한 독일의 '탈원전 반면교사'
한국이 따라 한 독일 에너지 정책… 슈피겔 "혼란스럽고 부당한 拙作"
온실가스 감축도 실패하고 태양광·풍력 보조금은 재로 변해
"문재인 대통령의 탈원전 의지가 예전만큼 강하지 않다"는 말이 요즘 관가에 돌고 있다고 한다. 지난 2년간 밀어붙인 탈원전 기세가 한풀 꺾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럴 만한 정황이 있다. 정부는 5년 주기의 에너지 기본 계획과 2년 주기 전력 수급 기본 계획을 올해 확정해야 한다. 국가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작성해 유엔에 제출하는 시한도 내년으로 다가왔다. 원전과 재생에너지, 석탄, LNG 발전(發電) 비중을 정하는 게 핵심이다. 그런데 '석탄발전 대폭 감소, LNG 확대'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온실가스 목표 달성이 가능한 안을 짜기 어렵다"고 한다. 문 대통령의 '탈원전 의지 후퇴'가 사실이라면 정책 담당자들은 한결 숨통이 트일 것이다.
그 말의 사실 여부에 상관없이 에너지·온실가스 관련 부처 공무원은 최근 발간된 독일 주간지 슈피겔(Spiegel) 커버스토리를 정독했으면 한다. 국가의 미래가 걸린 문제다. 기자 네 명이 '독일의 졸작(拙作)' 제목을 달고 긴 기사를 공동 집필했다. 표지는 날개 꺾인 풍력발전기, 전선 끊어진 송전탑 그래픽으로 장식했다. 이 음울한 독일의 현재 풍경은 10~20년 뒤 한국 모습이 될 수도 있다.
탈원전 정책은 재생에너지 비율을 2000년 6%에서 35%로 끌어올린 독일을 본떴다. 우리도 2017년 8%→2030년 20%→2040년 35%로 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슈피겔은 태양광·풍력 붐을 일으킨 독일의 에너지 전환 정책이 "망가졌고 실패 조짐이 있다"고 썼다. 매년 42조원씩 들여 태양광·풍력을 늘렸지만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독일이 국제사회에 공언한 2050년 목표를 달성하려면 현재보다 3~5배 더 많은 비용을 치러야 한다고도 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을 버리고 재생에너지를 선택했지만 전력 수요를 감당하느라 석탄화력을 줄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보조금 문제는 특히 심각하다. 독일 정부가 최근 5년간 지출한 태양광·풍력 보조금이 매년 33조원이다. 이 보조금은 전기 요금을 올려서 충당한다. 날씨에 따라 전력 생산량이 극단을 오가는 태양광·풍력의 간헐성 문제에 대응하느라 송·배전 관리비가 한 해 10조원 넘는다는 통계도 있다. 이 역시 전기료로 국민에게 청구된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10년간 독일인들은 "우리가 에너지 전환의 개척자"라며 자랑스러워했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은 에너지 전환을 "비싸고 혼란스럽고 부당하다고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풍력발전소, 송전선을 건설하는 곳마다 주민들이 반발하고, 정치인과 관료는 손을 놓고 있으며, 그 결과 태양광 붐에 이어 풍력 붐도 끝나고 있고, 재생에너지 보조금은 "빠르게 타오르는 마른 짚"이 됐다는 것이다. 전기 요금으로 충당한 보조금이 잠깐 성과를 올렸지만 이내 재로 변해 버렸다는 것이다.
정부는 독일이 걸은 그 길을 따르겠다고 한다. 숲을 없애고 산을 깎은 태양광에 작년 한 해 지급한 보조금이 1조1771억원이고, 재생에너지 전체로는 2조6000억원이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보조금 규모는 곧 10조원대로 껑충 뛸 것이다. 그러나 우리 역시 결국 탈원전에 발목을 잡힐 수 있다. 국제사회에 약속한 감축 목표를 달성하려면 당장 전력 부문에서 온실가스를 3410만t 줄여야 하는데 정부 부처에서 "아무리 궁리해도 묘안을 짜기 어렵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원전을 절대악으로 여기는 탈원전 교조주의를 버려야 답이 보인다. 슈피겔은 '거울'이란 뜻이다. 그 거울에 비친 독일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박은호 논설위원, 조선일보(19-05-15)-
========================
'[세상돌아가는 이야기.. ] > [經濟-家計]' 카테고리의 다른 글
[‘AI전쟁’에서 고전하는 중국] [軍 CCTV에 中 해킹용 부품.. ] .... (1) | 2023.02.16 |
---|---|
[5대 은행 돈 잔치, 인터넷 뱅킹 규제 풀고 ‘법인세 중과’.. ] .... (0) | 2023.02.16 |
[100만㎡까지 지자체가 그린벨트 해제.. ‘난개발’은 막으라] .... (0) | 2023.02.13 |
[온 국민 노후를 담보로 한 불장난 ‘연금 관치’] .... (0) | 2023.02.13 |
[9000조 油田 독식 노리는 일본… 우리에겐 시간이 없다] .... (0) | 2023.02.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