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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가스대란, ‘따뜻한 날씨’가 해결한 게 아니다] ....

뚝섬 2023. 6. 8. 06:55

[유럽 가스대란, ‘따뜻한 날씨’가 해결한 게 아니다]

[정부의 잇단 경영 간섭, 절제의 미덕 필요]

[고차방정식으로 풀어야 할 은행의 과점 해소]

 

 

 

유럽 가스대란, ‘따뜻한 날씨’가 해결한 게 아니다

 

시장경제 역동성 해결사가격 기능이 수요·공급 조절
한국 정부는가격 통제남발결국 비싼 비용 치르게

 

지난해 러시아가 유럽행 천연가스 밸브를 잠그자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10배로 폭등했다. 하지만 당초 우려와 달리 유럽 가스대란은 발생하지 않았다. '따뜻한 날씨' 덕도 있었지만, 유럽 가스대란을 잠재운 것은 시장경제의 역동성이었다. 사진은 러시아 노르트스트림2 가스 수송관./AFP 연합

 

재테크 고수를 자처하는 지인이 지난해 미국 천연가스 선물(先物)에 투자했다가 쪽박을 찼다. 현재 수익률은 -78%. 어디서 판단 착오가 있었을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서방에 대한 보복 조치로 천연가스 수송관 밸브를 잠그자, 유럽 전역에서 가스 대란이 발생했다. 공급 부족 탓에 천연가스 가격이 10배로 폭등했다. 천연가스 생산국 미국이 대체 공급자가 만한데, 텍사스의 액화천연가스(LNG) 수출터미널이 화재로 마비됐다. 유럽에선 선박에 실려온 LNG 다시 기화시켜 가정에 공급하는 기반 시설이 부족했다. 대서양 양쪽에서 LNG 기반 시설을 갖추는 덴 3년 이상 걸린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천연가스 가격 폭등세는 그해 겨울까지 이어질 것이 불 보듯 뻔해 보였다. 지인이 천연가스 선물에 투자한 이유였다.

 

하지만 시장 경제의 역동성은 지인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유럽 각국 정부가 가스 수요 감축을 유도하려 가스 가격을 2~3배 올리자, 가정에서 가스 사용량을 대폭 줄이기 시작했다. 알루미늄, 시멘트, 종이 등 에너지 소비가 많은 기업들은 제품 생산을 줄였다. 공급 감소분은 시장에서 수입품으로 대체됐다. 러시아 가스 의존도가 가장 높았던 독일은 선박 형태 부유식 LNG터미널을 불과 194일 만에 완공했다. 미국 혁신 기업들은 지상 LNG터미널 대신 선박을 이용한 해상 액화시설을 만들어 유럽으로 LNG를 대량 수출했다. 시장이 놀라운 역동성으로 러시아 가스 공백을 메우자 천연가스 가격은 얼마 전쟁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지난겨울 유럽 가스대란을 막은 것은 ‘따뜻한 날씨’로 알려져 있지만, 실상은 애덤 스미스가 말한보이지 않는 해결사 역할을 했다.

 

‘보이지 않는 손’은 코로나 사태에서도 위력을 발휘한 바 있다. 사태 초기 마스크 대란은 수많은 기업이 제조설비를 갖춰 공급에 나서면서 금방 해결이 됐다. 코로나 백신도 글로벌 제약사들이 신속히 생산설비를 갖춰 대량 제조에 나서면서 80억 지구촌 시민들이 2~3번씩 맞을 정도로 충분히 공급됐다.

 

경제학 교과서는 가격 메커니즘이 정상 작동하면 경제 문제는 대부분 저절로 풀린다고 가르치고 있다. 그런데 한국에선 교과서의 상식을 무시하는 일이 너무 잦다. 주된 이유는 정치 논리가 경제 논리를 압도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 정치’ 탓에 전기료를 5년 내내 묶어놓아 한국전력을 ‘빚더미’ 부실기업으로 만들었다. 소득 주도 성장을 추구한다며 최저임금을 마구 올렸다가 ‘고용 참사’를 낳았다. 정부가 유류세를 조정해 기름값을 낮게 유지하는 정책은 우리나라를 에너지 과소비국으로 만들고 있다. 작년부터 정부는 ‘시장 금리 결정자’가 돼 ‘관치 금리 시대’를 다시 열었다. 한국은행은 한미 간 금리 역전을 무시한 채 기준금리를 계속 동결하고, 금융 당국은 은행 팔을 비틀어 예금·대출금리를 끌어 내렸다.

 

하지만 경제에공짜 점심 없다. 인위적 금리 통제로 1년 정기예금 금리가 미국은 5%대, 한국은 3%대로 역전되면서 원화 가치가 급락하고 있다. 환율 상승은 수입물가 상승을 촉발해 취약계층의 소득을 수출기업으로 이전하는 부작용을 낳는다. 지난해 외환보유액이 400억달러 급감하는 등 환율 방어 비용도 막대하다. 금리는 시장에서 효율적인 자금 배분의 기준점 역할을 한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좀비 기업’은 시장에서 퇴출돼야 산업 생태계가 건강하게 유지된다. 관치 금리는 금리의 가격 기능을 마비시켜 시장의 자정 기능을 훼손한다. 선진국들이 가격 메커니즘을 존중하고 시장 개입을 자제하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김홍수 논설위원, 조선일보(23-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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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잇단 경영 간섭, 절제의 미덕 필요

 

대한항공 마일리지 논란 일자 주무부처 장관이 나서호통
정부의 경영간섭 최소화 필요… ‘시장의 기능믿고 기다려야

 

지난달 불거졌던 대한항공 마일리지 논란은 회사 측이 개편 작업을 무기한 연기하면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하지만 사태의 전개 과정을 보면서 뒷맛이 개운치 않다.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시민들이 마일리지 키오스크를 이용하고 있다. /뉴시스

 

이번 논란은 마일리지 제도 개편으로 불이익을 받게 될 고객들이 불만을 제기하고, 언론이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시작됐다. 파문이 커지자, 대한항공 측은 “미국 뉴욕 등 장거리 노선 이용자에겐 불리해졌지만, 일본·중국 등 단거리 노선 고객은 오히려 혜택이 늘어난다”며 해명에 나섰다.

 

이렇게 어떤 상품이나 서비스와 관련해 고객과 회사 간에 공방이 벌어지고, 언론이 취재·보도로 이를 공론화하면서 나름의 접점을 찾아가는 과정은 흔히 있는 일이다. 대한항공도 마일리지 좌석을 늘리는 등 고객 불만에 대응책을 준비하고 있었다. 똑똑한 소비자들은 다른 외국 항공사들의 마일리지와 항공권 가격을 비교해 보고, 나름대로 합리적 선택을 하면 된다.

 

그런데 그 와중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느닷없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한항공은 가르치려는 자세가 근본부터 틀렸다. 눈물의 프로모션은 못할 망정”이라고 원색적으로 비판하고 나서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장관 지적 며칠 만에 대한항공은 마일리지 제도 개편 작업을 중단하겠다고 백기를 들었다. 항공 운수권 배분이나 사고 조사에서 절대적 영향력을 가진 주무 부처 장관의 호통 앞에 대한항공은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원 장관의 시원한 발언은 당장은 소비자들로부터 박수받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가격·품질을 두고 소비자와 기업이 비교 선택하고 경쟁하며 균형을 찾아가는시장의 기능 외면한 , 정부가 갑자기 등장해 특정 기업을 향해 옐로카드를 꺼내든 것을 바람직하다고 있을까? 이제 대한항공은 새 마일리지 제도를 만들면 발표 전에 국토교통부에 보고하고 장관의 ‘OK 사인’부터 받아야 할 것같다. 아니면 또 어떤 소리를 듣게 될지 모른다. 기업이 마일리지 마케팅 전략까지 정부의 승인을 받는 상황이 것이다. 만약 대한항공의 독점적 지위로 불공정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면, 정부는 말로 호통을 칠 것이 아니라, 정해진 절차에 따라 들여다보면 된다.

 

이뿐 아니라 최근 정부와 정치권의 기업에 대한 간섭은 아슬아슬하게 선을 넘고 있다. KT 대표이사(CEO) 선임도 그렇다. KT 이사회가 구현모 대표를 차기 CEO 최종 후보로 확정한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반대 의사를 밝히고, 대통령이 한마디 하자 기존 선임 절차는 한순간 없던 일이 돼 버렸다. 이후 유력 인사의 낙점설까지 돌았다. 대통령의 말대로 “스튜어드십(기관 투자자의 의결권 행사)이 작동돼야 한다”면, 그건 주총에서 표 대결로 검증받으면 될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후임 CEO 선임되든, 정치권 입김에서 자유로울 있을까? 또 과기정통부 차관이 통신비를 두고 “사전 담합이 아닐지라도, 담합이 형성되는 분위기가 없었는지 반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일도 있었다. 담합의 증거는 없지만, ‘ 죄는 네가 터이니 반성부터 하라 경고다.

 

정책적 성과를 보여주고 싶은 정부는 늘 ‘관치의 유혹’에 노출돼 있다. 하지만 스스로 자제할 필요가 있다. 약탈적 담합이 없는지, 정보 불균형으로 소비자 피해가 없는지 감시·추적해 시장이 정상적으로 돌아가게 하는 것에 그쳐야 한다. 대신 경제 주체들이 자유롭게 경쟁하며 활동할 수 있도록 법 집행은 엄정하게 해야 한다. 원희룡 장관이 건설노조의 불법행위에 엄격하게 대응하는 것처럼 말이다. 성과는 더디게 나올 수 있지만, 부작용은 적다. 더구나 자유민주주의를 내세운 보수 정부라면 더더욱 ‘절제의 미덕’을 보여줘야 한다.

 

-이성훈 기자, 조선일보(23-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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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차방정식으로 풀어야 할 은행의 과점 해소

 

[朝鮮칼럼]

 

최근 시중은행의 과점(寡占) 해소가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5개 시중은행들이 고금리에 따른 예대마진(대출금리-예금금리) 확대에 힘입어 역대 최고 수익을 거두자 이에 대한 불만이 터진 것이다. 우리나라 가계 대출 규모는 GDP 대비로 주요국 가장 높은 수준이고 그중 부동산과 연계된 대출이 65% 이르는 상황이다. 그런데 고물가에 불황이 닥치면서 가계는 실질소득 하락과 주택 가격 하락에 따른 자산 가치 감소, 여기에 이자 부담 상승이라는 삼중고의 고통을 받고 있다. 이런 와중에 은행권이 ‘그들만의 잔치’를 벌였으니 비난의 화살을 면키 어렵게 된 것이다.

 

5일 서울 시내 한 은행 외벽에 대출상담 등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시스

 

정부는 이러한 그들만의 잔치가 과점으로 인한 수혜라고 인식하는 듯하다. 현재의 과점 체제는 1997 외환 위기 발생한 구조조정의 산물이다. 그런데 과연 예대마진 증가가 과점의 산물인지에 대해서는 추가적 분석이 요구된다. 고금리, 특히 경기 불황 속 고금리는 필연적으로 신용 위험을 증가시키게 되고 따라서 은행은 대출이 부실화될 때 발생할 손실에 대한 보전 차원에서 예대마진을 높일 수밖에 없다. 그런 측면에서 예대마진은 보험료와 비슷하다. 그런데 보험료 납입과 보험금 수령 시점에 간극이 존재하듯 예대마진 확대로 충당금을 쌓는다 해도 현재 이자 수익은 높아진 것처럼 보이지만 비용은 향후 대출 부실이 현실화될 발생하게 된다. 실제 지난달 은행권의 신규 연체율은 작년 동기 대비 2배 늘어나면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고금리에 따른 예대마진의 증가 자체가 아니라 증가 수준이 적정했는지로 논의가 귀결될 수밖에 없다.

 

설령 과점이 원인이라 해도 그 해소 방안에는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금융 산업, 특히 은행 산업은 가장 강력한 규제와 감시가 적용되는 산업이다. 은행은 상법상 주식회사로 영리 추구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은행의 파산은 일반 회사나 금융 회사의 파산과는 비교할 없을 정도의 파괴력을 갖는다. 1929년 대공황이나 2008년 금융 위기처럼 금융 시장, 더 나아가 거시경제를 마비시키는 시스템 리스크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은행의 생명은 첫째도 둘째도 건전성에 있다. 따라서 은행 자본과 산업자본을 분리하는 은산 분리부터 자본 비율, 유동성 등 촘촘한 사전 규제 및 사후 모니터링이 가해질 수밖에 없다.

 

또 은행과 고객 사이에는 정보 및 자본의 비대칭성이 존재할 수밖에 없으므로 금융 소비자 보호를 위해 영업 규제를 포함해 각종 규제와 모니터링이 불가피하다. 즉, 은행 경영은 한편으로는 주주 가치 제고를 추구해야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건전성 유지를 최우선의 가치로 설정해야 하며 금융 소비자의 권익을 우선해야 한다. 이렇게 은행을 둘러싼 세 가지 방향성은 상황에 따라 상호 보완적일 때도 있지만 상충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은행은 한편으로는 경쟁을 촉진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보호하되 규제를 해야 하는 특수한 존재다. 과점 해소를 위해서는 진입 장벽을 낮춰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규제 완화가 불가피한 만큼 자칫하면 건전성이나 소비자 보호가 취약해질 수 있다.

 

은행 수익의 원천은 크게 예대마진을 통한 이자 수익과 방카슈랑스나 펀드 판매, 유가증권이나 외환, 파생상품 투자로 얻는 비이자 수익으로 나눌 수 있다. 미국의 JP모건은 철도 같은 산업자본에 침투해 대공황의 주범으로 비난받았다. 이로 인해 1933년 글라스-스티걸법을 통해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겸업 금지, 시중은행과 산업자본의 분리를 단행했다. 1999년 클린턴 대통령이 이 법안을 폐기하면서 시중은행의 투자은행 겸업이 가능해졌는데 노벨상 수상자 조셉 스티글리츠는 이 법안의 폐기를 2008년 발생한 금융 위기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했다. 즉 비이자 수익을 증가시키기 위해 위험이 수반되는 투자은행 성격의 업무를 늘릴 경우 은행의 건전성이 위협받을 있게 된다는 것이다. 흔히 ‘볼커 룰’이라고 부르는 도드-프랭크법에서 상업은행의 투자은행 업무를 제한해 부분적으로나마 글라스-스티걸법을 부활시킨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다고 위험이 수반되지 않는 비이자 수수료 수익을 늘리기 위해 은행이 금융 상품 판매에 주력할 경우 최근의 DLF(해외 금리 연계 파생 결합 펀드) 사태와 같은 불완전 판매 가능성이 늘어나게 되어 금융 소비자의 권익을 해칠 수 있다.

 

따라서 은행의 과점 해소는 은행의 건전성과 소비자 보호라는 다른 가치를 훼손하지 않도록 범주 내에서 해법을 찾아야 하는 만큼 매우 제한된 해집합 속에 고차원의 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난제 난제라 있다. 그런 만큼 급하게 서두르기보다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다면적이고 입체적인 해소 방안을 찾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조선일보(23-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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