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餘暇-City Life] 362

[계곡처럼 투명하지만 밀도는 빡빡하다, 맑은 돼지국밥]

계곡처럼 투명하지만 밀도는 빡빡하다, 맑은 돼지국밥 서울 강동구 ‘온고식당’의 돼지곰탕.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양 갈래로 머리를 땋은 여자아이는 어머니와 아버지 손을 하나씩 붙잡고 있었다. 이 가족은 멈칫하는 기색 없이 곧바로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저녁이 막 시작됐다. 길어진 날 덕분에 아직 주변은 어둡지 않았다. 부모의 퇴근길에 만났을까? 아니면 오늘은 외식을 하고 싶은 기분이었을까? 식당은 그다지 특별해 보이지 않았다. 그곳은 ‘온고식당’이었다. 가게 앞에 붙은 작은 메뉴판에는 ‘돼지곰탕’ ‘돼지불고기’ 같은 흔한 이름이 보였다. 빌라, 연립주택, 회사 건물이 비슷한 키로 들어찬 강동구청 근처 이면도로였다. 적당히 도시 분위기를 풍기는 건물 틈 사이로 이자카야, 분식집, 중국집이 적당한 간격을 ..

[한강과 한라산의 라면 국물]

한강과 한라산의 라면 국물 한국인의 라면 사랑은 각별하다. 1인당 연간 70개 이상으로, 매주 한두개씩 먹는다. 전 세계 라면 소비 1위 자리를 놓고 베트남과 경쟁한다. 문학작품에도 그 애정이 녹아 있다. 소설가 이문열은 대하소설 ‘변경’에서 1960년대 이미 한국인의 라면 사랑이 유별났음을 기록했다. 특히 국물을 예찬했다. ‘노랗고 자잘한 기름기로 덮인 국물’에 ‘깨어 넣는 생계란이 예사 아닌 영양과 품위를 보증’한다고 썼다. 소설가 김훈도 산문집 ‘라면을 끓이며’에서 국물을 강조했다. 맛있는 라면을 만들려면 물의 양은 조리법에 나오는 550㎖가 아니라 700㎖여야 하고 ‘파가 우러난 국물에 달걀이 스며’야 한다고 썼다. ▶그런데 라면 먹고 남은 것, 특히 국물은 문제다. 애물단지다. 라면 국물 맛을 ..

[‘침대 이혼’] [“따로 자야 금슬 좋다” 수면이혼 유행]

[‘침대 이혼’] [“따로 자야 금슬 좋다” 수면이혼 유행] ‘침대 이혼’ 30년을 함께 산 한 부부는 얼마 전부터 잠자리에서 귀마개를 쓴다. 코 고는 남편 때문에 아내가 먼저 준비했는데 언제부턴가 아내도 코를 골자 부부가 모두 쓴다. 잠결에 몸을 뒤척이다 서로 눈을 찌르거나 뺨을 쳐서 깨운 적도 있다. 남자가 직장 동료 식사 자리에서 그 얘기를 꺼냈더니 “아직도 한방을 쓰느냐?”는 반응이 돌아왔다. 모임에 나온 이 중 절반 이상이 각방을 쓴다고 했다. ▶미국에서 부부가 각방을 쓰는 ‘수면 이혼(sleep divorce)’이 증가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전체 부부의 35%가 따로 잔다고 한다. 우리도 다르지 않다. 지난달 통계를 보니 한 침대를 쓰는 부부는 절반도 안 되는 42%였다. 대표..

[봄마다 잠깐 피는 ‘벚꽃 엔딩’] ['봄날은 간다']

7일 오전 전남 담양군 금성면 외추리 고비산에 산벚꽃이 활짝 피어 장관을 이루고 있다. /2024.4.7. -김영근 기자, 조선일보(24-04-08)- [봄마다 잠깐 피는 ‘벚꽃 엔딩’] ['봄날은 간다'] 봄마다 잠깐 피는 ‘벚꽃 엔딩’ 계란은 7분 삶으면 반숙란이 되는 게 공식이지만, 꽃 피는 시기는 공식이 없다. 기상 전문 업체도 자주 틀린다. 3월 말 ‘벚꽃 없는 벚꽃 축제’를 열었던 지자체들은 축제 기간을 연장하며 꽃 피길 기다렸다. 전국이 핑크로 물든 지난 주말, 벚꽃 놀이로 한반도가 출렁였다. 벚꽃은 개화 시작 3일 후 만개하고, 그로부터 7~10일 후쯤 ‘꽃비’가 되어 떨어진다. 벚꽃 철, 길어야 2주다.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잎이 울려 퍼질 이 거리를 둘이 걸어요.’ 한국인의 ..

[입안에 강렬한 타격감이 돌았다] [활어회-선어회] [한식 세계화?]

[입안에 강렬한 타격감이 돌았다] [활어회-선어회] [한식 세계화?] 입안에 강렬한 타격감이 돌았다 [정동현의 pick] 숙성회 서울 공덕역 뒤 좁은 골목을 지나 언덕을 올랐다. 해가 아직 짧은 저녁, 고양이만 몰래 어슬렁거리는 그 길 한편에 밝은 조명이 간판을 비췄다. 벽에는 잉어로 보이는 커다란 생선의 부조(浮彫)가, 스테인리스 철판 위에는 ‘최문갑의 대물상회’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대물상회라는 말을 들었을 때 떠오른 것은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였다. 이제 헤밍웨이, 톨스토이, 보르헤스같이 거대한 설산처럼 위대하고 장엄한 이름들은 더 이상 읽히지 않고 형용사나 관용사처럼 의미없이 소비될 뿐이다. 이런 시대에 ‘대물상회’라는 말은 나이 든 남자의 철 지난 낭만이나 순진한 꿈 같았다. 문을 열고..

--[드론]-- [드론 배우기 열풍, 여중생·취준생·경찰까지.. ]

---[드론]-- [드론 배우기 열풍, 여중생·취준생·경찰까지.. ] [농촌의 '드론 일감', 이거 짭짤하네.. "일주일에 1000만원 넘게 버는 사람도"... 농촌 '드론 배우기' 열풍 ] [다 큰 남자들, 드론에 지갑 열다] [아직도 주말에 등산해? 난 드론 날리는데] [드론 카메라] ['드론(Drone)'-'액션캠(Actioncam)'] ---[드론]--- 손 동작까지 인식하는 드론, 일상을 손쉽게 촬영하다 촬영 장비 넘어 측량•수색구조 농업까지-이론부터 실전까지.. '盛夏의 하늘길' 설악산 천화대 암릉산행 꽃대 위에 줄지어 핀 사람꽃. 천화대는 생태계 보존을 위해 7월 1일부터 석 달간 암릉 등반 신청자에 한해 개방한다. 오픈 첫날 전국에서 많은 클라이머들이 몰려들었다. -조선닷컴(17-07-27..

[집을 짓지 않는 나라의 건축] [日 골목풍경 바꾼 안도 다다오 건축.. ]

[집을 짓지 않는 나라의 건축] [日 골목풍경 바꾼 안도 다다오 건축 혁신] ['건축계 상징' 안도, 그 놀라운 건축물 한국서 찾았다] 집을 짓지 않는 나라의 건축 ‘설계의 시작이자 끝’ 주택 대신 한국 건축선 카페만 들썩들썩 새 집 10채 중 9채가 아파트인데 창의적 건축 문화 꽃필 수 있을까 올해 프리츠커상이 ‘또’ 일본에 돌아갔다는 기사를 쓰면서 수상자를 9명이나 배출한 저력이 어디서 나오는지 전문가들에게 물었다. 여러 해석 중에 지금까지 곱씹는 것은 ‘집’에 대한 이야기다. “단독주택 중심의 주거 문화 덕에 젊은 건축가들이 이런저런 시도를 해볼 기회가 많다.”(KAIST 조현정 교수) 역대 일본 수상자들의 선정 발표문과 언급된 작품들을 다시 훑어봤다. 올해 상을 받은 야마모토 리켄은 초기작인 요코..

[브레이크랑 액셀 헷갈려도… 면허 반납은 안할래요]

브레이크랑 액셀 헷갈려도… 면허 반납은 안할래요 노인 운전자 500만 시대 위험한 질주 어떻게 막나 선거의 계절,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지난해 3월 전북 순창에서 농협 조합장 투표가 진행 중이었다. 유권자가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A(74)씨가 몰던 화물 트럭이 이들을 덮쳤다.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4명이 숨지고 16명이 다쳤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브레이크를 밟으려다가 가속페달을 밟았다”고 진술했다. 착오가 재앙이 된다. 한 달 뒤 경기도 부천의 한 아파트에서는 웬 승합차 한 대가 대낮에 1층 지역아동센터 건물을 들이받았다. 충격으로 철제 펜스가 안쪽으로 휘고 외부 유리창이 박살나면서 센터 내부에 있던 어린이 4명이 다쳤다. 참사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사고였다. 사고를 낸 B(77)씨 역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