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餘暇-City Life] 386

[종암동]

종암동  종암동 좀처럼 외출을 하지 않는 아버지가어느 날 내 집 앞에 와 계셨다 현관에 들어선 아버지는무슨 말을 하려다 말고 눈물부터 흘렸다 왜 우시냐고 물으니사십 년 전 종암동 개천가에 홀로 살던할아버지 냄새가 풍겨와 반가워서 그런다고 했다 아버지가 아버지, 하고 울었다 -박준(1983- ) 냄새는 기억을 불러일으킨다. 안방이나 이불, 옷장의 옷으로부터 맡게 되는 냄새에는 기억이 배어 있다. 특히 옷은 기억의 실오라기나 기억의 털로 짠 것만 같아서 옷에는 살냄새가 난다. 통 기억이 나지 않다가도 어떤 공간에 들어서거나 사물을 보는 순간 시간의 저 깊은 곳에 먼지를 소복하게 뒤집어쓴 채 있던 기억은 일순에 되살아난다. 마치 소매를 왈칵 잡아당기듯이.  박준 시인은 “흘려보낸 날들의 뒷모습을 봅니다. 사람..

[슬기로운 명절 사용법] ["아직도 노니?" 50만원, "결혼 안 해?".. ]

[슬기로운 명절 사용법] ["아직도 노니?" 50만원, "결혼 안 해?" 100만원… 궁금하면 돈 내요]    슬기로운 명절 사용법  설 연휴를 앞둔 23일 iM뱅크 대구 중구청지점에서 한 여성이 조카들에게 줄 세뱃돈을 신권으로 교환한 뒤 환하게 웃고 있다. /뉴스1 지금의 명절은 한 세대 전의 명절과는 다르다. ‘추석(설)을 없애자’는 국민 청원이 올라왔고, 차례를 지내지 않는 가구도 늘어난다. 명절은 자칫하면 세대 갈등이나 남녀 갈등이 폭발할 수 있는 화약고다. 아내는 20세기 며느리처럼 전을 부치고 남편은 눈치를 본다. 취업을 못 했거나 결혼을 미룬 청년은 불편한 질문을 듣게 될까 봐 조마조마하다. 남들은 명절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을까. 우리 집이 더 엄격하거나 더 느슨한 건 아닐까. ‘아무튼, 주..

['거대한 전자레인지'가 된 요즘 식당] .... [맛집 방송]

['거대한 전자레인지'가 된 요즘 식당] [추천사] [‘알몸 절임 배추’ 뺨친 ‘발 닦은 수세미 무’] [맛집 방송]   '거대한 전자레인지'가 된 요즘 식당 늦은 저녁 식당에 들어가 메뉴판에 적힌 ‘알탕 2만9000원’을 주문했을 때, 이내 나올 음식이 6900원짜리 밀키트를 데워 담아준 것이라곤 예상 못 할 것이다. 유행에 올라타 10호점, 100호점 가맹점만 늘리는 식당이 늘고 있다. 오래 한 자리를 지키며 맛과 손님을 연구하는 개인 식당은 사라지는데, 이런 장삿속 식당들은 번화가 어귀는 물론 동네의 먹자골목까지 점령했다. 거리에 식당은 넘쳐나는데 맛집 찾기는 갈수록 어렵다. 요리가 아니라 간단하게 조리만 해서 내주는 요즘 식당을 두고 ‘거대한 전자레인지’라는 말도 나온다. 빠른 회전율과 업주 편의..

[석쇠불고기.. 부드러운 고기에 달달하고 간간한 맛]

부드러운 고기에 달달하고 간간한 맛[정동현의 pick]  석쇠불고기  서울 강남구 ‘면육당’의 한우바삭불고기. /김용재 영상미디어 기자 어릴 적 부엌에는 지금 보기 힘든 것들이 있었다. 우선 절구였다. 어머니는 늘 마늘과 생강을 그때그때 빻아 썼다. 부엌에서 달그락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면 동생과 나는 절구를 붙잡고 마늘과 생강을 빻았다. 요즘은 보통 미리 다져 놓거나 아니면 갈려 있는 제품을 쓴다. 향과 맛이 다를 수밖에 없다. 또 하나는 석쇠였다. 보통 오징어나 쥐포를 끼워 가스불이나 연탄불에 구웠다. 앞뒤로 뒤집어 가며 살짝 그을려 구우면 아버지는 병맥주를 따서 소반 위에 올려놓았다. 동생과 나는 그 석쇠를 붙잡고 쫄쫄이 같은 것을 무던히도 태워 먹었다. 할아버지 제삿날이 되면 어머니는 다시 석쇠를 ..

[위스키 숙성 연수가 높을수록 맛도 좋을까?] ....

[위스키 숙성 연수가 높을수록 맛도 좋을까?] [위스키의 성지 스코틀랜드] [양반집의 반주(飯酒)]   위스키 숙성 연수가 높을수록 맛도 좋을까? [김지호 기자의 위스키디아] 사람처럼 전성기가 있다, 정점을 지나면 꺾인다… 주로 10~12년 제품 출시  일본 요이치 증류소가 오크통에서 증류액이 숙성되는 과정을 표현한 모습. /김지호 기자 입문용 위스키만 즐기다 보면 고숙성 제품에 대한 호기심이 생긴다. 18년 숙성된 제품만 마셔도 체감하는 맛의 차이가 크다. 그렇다면 25년, 30년 넘게 숙성된 제품들은 대체 얼마나 더 맛있는 걸까? 숙성 연수가 높을수록 위스키의 맛도 좋아질까? 위스키도 사람처럼 전성기가 있다. 젊었을 때 아무리 잘나가도 어느 시기에 정점을 찍고 나면 꺾인다. 증류기에서 갓 탄생한 증류..

[소멸까지 한 달... 마일리지 쟁여놨는데 왜 쓰지를 못하니] ....

[소멸까지 한 달... 마일리지 쟁여놨는데 왜 쓰지를 못하니 ][“마일리지 왜 모았지?”] [“코로나로 마일리지 못 썼는데”…독과점 노선만 혜택 줄인 KAL] ["항공사 마일리지는 왜 유효기간 있나요?"] [항공 마일리지] [잘 쓰면 보석인데, 못 쓰면 짐... ]   소멸까지 한 달... 마일리지 쟁여놨는데 왜 쓰지를 못하니 소멸까지 한 달 남은항공 마일리지 사용법 “2025년 1월 1일 부로 1만4144마일리지가 소멸될 예정입니다.” 연말에 웬 날벼락인가. 내년 여름 휴가 때 하와이 가려고 차곡차곡 모은 항공 마일리지, 올해 안 쓰면 증발된단다. 제주도라도 다녀올까 알아보지만 남은 연차는 0개. 주말은 송년회로 빼곡. 아끼다 똥 된다는 현자의 말씀이 또 적중하는구나.  아시아나항공 온라인 쇼핑몰인 ‘..

[나홀로 김장 마치고 돌아서니… "아뿔싸!.. "] [시골일기]

[나홀로 김장 마치고 돌아서니… "아뿔싸! 간마늘 안넣었네"] [시골일기]    나홀로 김장 마치고 돌아서니… "아뿔싸! 간마늘 안넣었네" 김장할 때 동무가 필요한 이유  김장 날은 1년에 한번 우리 집에서 고기 냄새가 나는 날이다. 수육과 김장 겉절이로 차린 작년 김장 파티상. /윤혜자 제공 나는 1년에 딱 한 번 고기(육류) 음식을 한다. 메뉴는 돼지고기 수육이다. 올해도 했다. 삼겹살 부위로 두 근을 사서 삶았다(지방이 적당히 붙은 삼겹살이 수육에 제격이다). 수육에 술이 없으면 곤란하니 증류주도 샀다. 그리고 친구를 불렀다. 둘이 앉아 혼자 수육을 먹을 남편을 상상하니 좀 애처로웠기 때문이다. 고기를 먹지 않기로 결심한 후 집에서 육류 음식을 하지 않는 내가 1년에 딱 한 번 고기 음식을 하는 날..

[읽는 것은 멋지다 '텍스트 힙'] [건달의 철학]

[읽는 것은 멋지다 '텍스트 힙'] [건달의 철학]    읽는 것은 멋지다 '텍스트 힙' 베스트셀러 코너에 19세기 철학자 ‘쇼펜하우어’ 책들이 꽂히고 있다. 2021년 1종, 2022년 2종이었던 쇼펜하우어 책은 작년 9월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이후 32종이 출간됐다. 작년 말 배우 하석진이 방송에서 쇼펜하우어를 소개하면서 시작됐고, 걸그룹 ‘아이브’ 장원영이 관련 책을 언급하자 판매가 폭증했다. 장원영은 “염세주의적 쇼펜하우어를 통해 위로를 받는다”고 했다. “군자는 떳떳하고 소인은 늘 근심한다는 말이 좋다”며 공자의 ‘논어(論語)’도 추천했다. ▶아이돌이 입은 옷이나 들렀던 식당처럼 요즘은 그들이 읽은 책이 소셜미디어를 타고 유행이 된다. 책이나 활자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20대 아이돌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