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隨想錄] 370

[“40세까지의 삶은 본문, 그 이후 인생은 주석”]

“40세까지의 삶은 본문, 그 이후 인생은 주석” [강용수의 철학이 필요할 때] 요즘 세대 갈등을 고려하면 오래 사는 것은 추천할 만하지 않다. 결혼해 아이를 낳는 젊은이는 줄어드는 반면 노년 인구의 수명이 늘어나면서 고령화사회가 더 뚜렷해졌기 때문이다. 이제 오래 살려는 욕심은 젊은 세대들에게 경제적인 부담만 주는 부끄러운 일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세대 갈등은 혐오주의로 번지기도 하는데, 이 문제는 어른에 대한 예의를 강조한다고 해결되지는 않는다. 청춘을 예찬한 글은 많아도 늙음을 찬미한 글은 드물다. 플라톤의 ‘국가’ 앞부분에서는 노년의 장점에 대화가 나온다. 소크라테스와 나눈 대화에서 케팔로스는 늙으면 ‘욕정’(성적 쾌락)에서 벗어나 비로소 자유와 평화를 얻게 된다고 말한다. 노화는 많은 욕망을 내..

[불행과 다행] [학폭 줄이는 ‘0교시 아침 운동’]

[불행과 다행] [학폭 줄이는 ‘0교시 아침 운동’] 불행과 다행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에는, 편의점 리테일 본부에서 일하는 주인공이 자기가 관리하는 알짜 점포를 가로챈 선배 일로 부아가 나 있는데, ATM 기계를 독차지한 남자 때문에 분을 삭이는 장면이 나온다. 설상가상 뒤에 서 있던 아저씨가 버스 시간을 놓칠 것 같다며 양보를 부탁하자 주인공은 짜증을 누르고 양보하는데 그가 사라진 후 반전이 펼쳐진다. “잔액이 부족해 5만원을 인출할 수 없습니다!” 계약금 3억을 구할 수 없어 월 순이익 천만원짜리 점포를 놓치고 억울한 마음뿐이었는데 5만원, 단돈 5만원이 없는 사람이 자기 앞에 있다는 걸 깨달은 주인공은 그 순간 구겨진 마음이 펴졌다고 고백한다. 가뜩이나 힘들었을 아저씨가 자신의 양보로 버스를 놓..

[부모에게 자녀란 ‘돈 많이 드는 인생의 기쁨’] [미국 어느가족 이야기]

[부모에게 자녀란 ‘돈 많이 드는 인생의 기쁨’] [미국 어느가족 이야기] 부모에게 자녀란 ‘돈 많이 드는 인생의 기쁨’ 한국인은 왜 아이를 낳지 않는가. 그 이유야 차고도 넘치겠지만 한국인의 가치관 측면에서 이를 분석한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인구보건복지협회가 가임기(20∼44세) 미혼과 기혼 남녀를 대상으로 출산과 자녀에 대한 가치관을 나열하고 동의하는 정도를 물은 것이다. ‘성장기에 비용이 많이 든다’는 데 동의한 비율(96%)이 가장 높았다. 이어 ‘자녀를 키우며 정신적으로 성장한다’ ‘자녀의 성장은 인생의 가장 큰 기쁨이다’라는 데 각각 92%, 83%가 동의했다. 부모에게 자녀란 비싼 값을 치러야 하는 인생의 기쁨이라고 요약할 수 있겠다. ▷‘자녀 양육 비용이 많이 든다’는 데 동의하..

[아버지가 준비하는 마지막 집... 화내던 딸이 미안해진 까닭은]

아버지가 준비하는 마지막 집... 화내던 딸이 미안해진 까닭은 [최여정의 다정한 안부] “여주에 집을 지을 거야.” 묵묵히 보리굴비 가시를 발라내던 아버지가 입을 여셨다. 오랜만에 만나 점심 식사를 하던 중이었다. “네? 여주요? 집을요? 지으신다고요?” 나는 아버지의 입에서 나온 모든 단어를 하나씩 쪼개어 물음표를 달아 외쳤다. 갑작스러운 통보에 놀라기도 했지만, 노릇하게 구워져 무기력하게 누워 있는 굴비에게 이야기하는 듯한 그 무심한 태도에 화가 났다. “몇 년 전부터 여주에 집 지을 땅을 보러 다녔어. 남한강 줄기를 따라 너른 평야가 펼쳐져 있어서 보기만 해도 마음이 그득한 곳이더라. 태백산맥이 마을을 감싸듯 보듬어 안고 있으니 얼마나 아늑한지. 운동 삼아 산에 다니기도 좋고. 풍수지리가 어찌나 좋..

[마지막 문자 ‘여보 사랑해’] [아내라는 사람] [아! 아내.. ]

[마지막 문자 ‘여보 사랑해’] [아내라는 사람] [아! 아내.. ] 마지막 문자 ‘여보 사랑해’ 마종기 시인의 대표작 ‘바람의 말’에는 사별한 부부의 애틋한 사연이 깃들어 있다. 병상의 남자가 영원한 이별을 앞두고 이 시를 쪽지에 적어 아내 손에 쥐여 주었다. ‘우리가 모두 떠난 뒤 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 설마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 바람이라고 생각하지 마 --(중략)-- 착한 당신, 피곤해져도 잊지 마 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의 말을.’ 바람이 되어 아내 곁에 머물겠다는 맹세를 읽은 아내는 남편을 떠나보낸 뒤 시인에게 편지를 보냈다. ‘그가 그리울 때면 늘 이 시를 읽습니다. 그러면 어디에 있다가도 내 남편은 내 옆에 다시 와 줍니다. 이 시가 내게 살아갈 힘을 줍니다.’ ▶숱한 사고 현장에서..

[꾸중 마다하지 않는 ‘진실한 꼰대’의 중요성] ....

[꾸중 마다하지 않는 ‘진실한 꼰대’의 중요성] [“저에게도 좋은 어른이 있었다는 걸”] 꾸중 마다하지 않는 ‘진실한 꼰대’의 중요성 서점을 돌아다니다 보면 칭찬의 효과를 강조하는 책들이 많다. ‘서로 칭찬합시다’라는 구호를 내세우며 학교에서나 직장에서 전 국민이 칭찬하기를 연습하기도 한다. 사람을 처음 만나면 칭찬할 구석을 억지로라도 찾게 된다. “어머, 얼굴이 너무 좋아 보여요.” “더 젊어지신 것 같아요.” 이런 말들을 우리는 첫 인사말의 관용어처럼 사용한다. 하지만 우리는 원래 꾸중을 미덕으로 생각하는 민족이었다. 학교뿐 아니라 집에서도 꾸중을 듣지 않으면 하루가 지나가지 않을 정도였다. 자녀를 꾸중한 담임 선생님을 찾아가 어머니는 머리를 조아렸고 더 혼내 달라는 부탁을 잊지 않았다. 직장 생활도..

[“인생이 막막할 땐, 옛 껍질을 벗어던져라”] [요한 볼프강 괴테]

[“인생이 막막할 땐, 옛 껍질을 벗어던져라”] [요한 볼프강 괴테(Johann Wolfgang von Goethe)] “인생이 막막할 땐, 옛 껍질을 벗어던져라” 대문호의 그랜드투어 괴테 발자취 따라가기 그랜드투어의 상징인 ‘캄파니아의 괴테’. /슈테델 박물관 3월이 찾아오면 괴테의 시 ‘미뇽의 노래’를 읽는다. “그대는 아는가, 저 레몬꽃 피는 나라를?” 남국에서 피는 레몬꽃과 금빛 오렌지 향기는 어둡고 추운 겨울을 견뎌야 했던 북유럽인의 마음을 흔들어 놓기에 충분했다. 날이 풀리면 알프스산맥 넘어 남쪽으로 달려가는 마차 행렬이 있었으니 그랜드투어였다. 한국 장년층에게 그랜드투어란 손자 손녀(grandchild)에게 줄 선물 챙기는 해외여행이라는 우스개가 있지만, 유럽에서 본뜻은 신선한 영감을 얻기 ..

[명절에 집에 안 간다는 딸.. ] [가족보다 소중한 것은..]

[명절에 집에 안 간다는 딸, 엄마의 변칙 공격에 허를 찔리다] [가족보다 소중한 것은.. ] 명절에 집에 안 간다는 딸, 엄마의 변칙 공격에 허를 찔리다 지난 설날 연휴, 처음으로 본가에 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첫 문장에서부터 전국 어르신들의 혀 차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지만 용기를 잃지 않겠다. 작년부터 줄줄이 이어지는 원고 작업과 글쓰기 수업으로 심신이 지쳐 있었기에 단 며칠이라도 혼자만의 시간이 간절했다. 여기까지 쓰고 나니 마치 육성이 들려오는 것 같다. “혼자만의 시간, 너만 간절하냐?!” 과거의 명절은 지금과는 다른 풍경이었다. 오랜만에 일가친척이 만나 안부를 주고받고 그동안 맛보기 힘들었던 귀한 음식을 나눠 먹었다. ‘설빔’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일 년에 한 번 새 옷을 선물받기도 했고..